소설리스트

25화 : 아비의 선견지명(先見之明) (25/210)


25화 : 아비의 선견지명(先見之明)
2021.08.28.


‘독 탐지?’

나쁘지 않은, 아니 지금 상황에서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능력이었다.

꿈틀!

마침 독고가 뭔가를 감지했다.

그러나 진천우는 급히 소맷자락을 붙잡아, 녀석이 밖으로 나오는 걸 막았다.

‘잠깐!’

먼저 현석을 내보내야 했다.

슥!

그런데 느닷없이 하인이 눈앞에서 꼬꾸라졌다.

다행히 바닥에 머리를 찧기 전에 붙잡을 수 있었다.

“무슨?”

머리가 새하얘졌다.

해독했다더니, 그게 아닌 걸까?

당장 뭐라도 해야 하는데, 온몸이 떨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안 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안 그러면…….

“으음…….”

“?!”

숨소리가 들렸다.

결코 중독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소리가 아닌, 오히려 가벼운 잠꼬대 같은…….

꿈틀!

어느새 독고가 소매에서 나와 현석의 머리맡에 올라섰다.

더듬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게, 마치 우쭐대며 웃는 것 같았다.

“너냐?”

끄덕!

혹시나 싶어 묻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은장독을 해독할 때, 어째서인지 주인이 자신을 하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기에 일부러 독을 다 해독하지 않고 조금 남겨두었다.

물론 남겨둔 독은 정말 미량이라, 지금처럼 가볍게 몸이 마비되고 정신을 잃는 게 다였다.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직후, 커다란 고함이 터졌다.

부르르!

소리도 소리지만 거기에 담긴 지독한 분노에, 독고가 몸을 떨었다.

[독고의 호감도 –10]

독고가 진천우에게 호감도가 떨어진 게 아니었다.

진천우가 독고에게 호감도가 떨어졌다.

그는 한 번 더 현석의 상태를 살폈다.

정신을 잃은 것 외에 정말 아무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하인을 침상에 눕혔다.

“만약 또다시 내 사람들에게 이런 짓을 하면…….”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독고의 호감도 –10]

호감도가 연속해서 떨어지자, 독고도 반성했는지 고개를 숙였다.

좋지 않은 소식은 하나 더 있었다.

[영물의 호감도가 100 이하로 떨어졌기에, 해방된 능력이 다시 봉인됩니다.]

[독고가 ‘독 탐지(探知)’ 능력을 잃었습니다.]

꿈틀?

정말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 이상 더 미움받으면 안 되는데…….

녀석은 최소한, 조금 전에 탐지한 장소라도 알리려고 고개를 들었다.

“됐다.”

낮은 목소리.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걸까?

아니었다.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지만, 더는 화내지 않았다.

진천우가 그리 말한 건 정말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까보다 다소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세 개의 독 중 하나는 여기 있겠지.”

꿈틀?

맞았다.

틀림없이 독 탐지 능력으로 알아낸 가장 가까운 독의 진원지는 바로 이곳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낸 걸까?

진천우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독고의 동그란 눈을 보며 답을 알려주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난 이 독을 퍼트린 자를 잘 알거든.”

그렇기에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가능했다.

‘내가 만일 장 의원이라면, 수년 뒤에 사람을 죽이는 독으로 진씨세가의 누구를 죽이려 할까?’

곧바로 죽이지 않은 건, 자칫 지나치게 악명이 퍼져 무림공적(武林公敵)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함.

그렇다면, 공적이 되는 걸 피하면서 그가 꼭 죽여야 할 자는?

‘날 비롯해 자기 얼굴을 아는 진가의 혈족들과 가까운 가솔들이겠지.’

그런 인물들이 반드시 들르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처소였다.

탁! 탁!

진천우가 처소 주위를 돌며 발로 바닥을 찼다.

탁! 탁! 탁!

원래라면 몇 번을 차든, 어디를 차든 똑같은 소리가 울려야 하지만.

텅!

순간, 앞의 것과 명백히 다른 소리가 울렸다.

‘여기군.’

고개를 숙여 바닥을 살피자, 희미한 실선이 보였다.

쾅!

그대로 발로 강하게 찍자 바닥이 무너졌다.

바닥 파편들 사이로 붉은 비단 주머니가 나왔다.

꿈틀…….

독고가 주머니를 보고 반응을 보였지만, 녀석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가 확 죽은 게 무척 측은해 보였다.

진천우가 낮은 목소리로 독고를 불렀다.

“반성했더냐?”

끄덕.

“다시는 내 사람에게 독을 쓰지 않을 거고?”

끄덕.

그는 확실히 다짐을 받고, 손에 든 주머니를 독고 앞으로 내밀었다.

“알았다. 그럼 조금 전 일은 용서해주마. 이제 이걸 해독해라.”

꿈틀!

녀석이 바로 몸을 빳빳하게 세우더니, 그 즉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눈앞에 현판이 나타났다.

[독의 진원지 세 곳을 찾아 정화하라. (1 / 3)]

이제 두 곳 남았다.

꿈틀…….

어느새 소매로 돌아간 독고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여전히 독 탐지가 봉인돼 있었기에, 남은 두 곳의 위치는 녀석도 몰랐다.

그러나 진천우는 전혀 고민하는 기색 없이 걸음을 옮겼다.

대충 남은 두 곳도 짐작이 갔다.

‘내가 만일 장 의원이라면, 일단 세 중 한 곳 정도는 안전책으로 진씨세가의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칠 장소에 독을 풀겠지.’

그리하면 자칫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겠지만, 장 의원이 그걸 걱정할 리 없었다.

그저 독을 널리 퍼트리는 것만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하나였다.

“소가주님?”

누군가 진천우를 불렀다.

진씨세가의 식당 책임자인 운 숙수.

진천우가 당도한 곳은 진가에 속한 모든 이들이 식사를 위해 반드시 찾는 식당 앞이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운 숙수가 의아해하면서도 기뻐했다.

벌써 한참 전에 주방 불을 껐지만, 그는 금방이라도 주방에서 갓 튀긴 누룽지를 가져올 기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누룽지를 먹을 상황이 아니었다.

“주방을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운 숙수가 몸소 주방으로 안내했다.

“어디부터 보시겠습니까? 아, 이 대형 솥은 진씨세가의 모든 가솔들이 먹을 밥을 한 번에 짓기 위해 특별히 주문한 물건입니다. 그 옆에 철판 역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울 수 있게…….”

그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소가주는 전에 한번 주방에 들렀지만, 그때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저쪽 쪽문으로 들어가면 식자재 창고가 있습니다. 별로 대단한 건 없지만…….”

“괜찮다면 거기도 보고 싶은데?”

“이를 말입니까!”

운 숙수가 즉시 쪽문을 열었다.

한쪽에 여러 곡식 포대가 쌓여있고, 천장에는 훈제한 고기와 말린 약초, 향신료가 종류별로 걸려있었다.

그는 쉬지 않고 거기 있는 모든 식자재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흠……!”

진천우가 지겨워하는 기색 없이 설명을 경청했다.

실제로 꽤 흥미로웠다.

어차피 당장 설명을 듣는 것 외에 따로 할 일이 없었다.

독이 주방에 있을 거라 확신한 시점부터 그의 일은 끝났다.

꿈틀!

이후, 주방을 뒤져 독을 찾고 해독하는 건 전부 독고의 일이었다.

[독의 진원지 세 곳을 찾아 정화하라. (2 / 3)]

녀석은 운 숙수가 설명하는 동안 녹색 주머니를 찾아 소매 속으로 돌아왔다.

“설명 잘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보존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다음에 듣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예!”

진천우가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세 번째 장소 역시, 장 의원에 관해 생각하자 손쉽게 떠올랐다.

‘장 의원의 첫 번째 목적은 자신을 아는 이를 처리하는 것이겠지만…….’

잠시 뒤, 부서진 전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얼마 전까지 장 의원의 처소였지만 맹의 백풍대가, 아니 자신이 박살 낸 곳.

여기가 세 번째 장소라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굳이 제 뒤를 쫓는 적을 내버려 둘 리도 없지.’

애초에 그자는 제 처소에 따로 함정까지 파둔 자다.

거기에 추가로 독을 푼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꿈틀!

예상대로 다 허물어진 입구 앞에서 독고가 반응했다.

녀석이 빠르게 건물 파편 사이로 들어갔다.

잠시 뒤.

[독의 진원지 세 곳을 찾아 정화하라. (3 / 3)]

꿈틀……!

푸른 비단 주머니를 입에 문 독고가 두 눈을 크게 뜬 채 진천우를 올려다보았다.

한 번, 두 번은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세 번은 그렇지 않았다.

제 주인의 대단함에 영물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졸였다.

[독고의 호감도 +10]

더불어 조금이라도 주인의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독고의 호감도 +10]

녀석이 그렇게 마음먹자, 타이쿤이 한번 봉인한 능력을 해금해주었다.

스킬, 독 탐지.

이미 독의 진원지를 모두 찾아 해독했는데 독 탐지가 무슨 소용인가 싶겠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

핏!

탐지 능력을 되찾자, 독고는 입에서 검은 독을 뿜었다.

치익! 치이익!

실처럼 가늘게 뽑은 독이 땅에 떨어지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고의 독은 땅에 각기 다른 형상을 그렸는데, 어째서인지 그게 눈에 익었다.

“이건 진씨세가의 지도?”

하늘에서 내려본 듯 간단한 도형들로만 이뤄졌지만, 틀림없이 진가의 지도였다.

단, 연기는 전체의 삼 할 정도만 그렸는데, 자신의 처소를 중심으로 식당과 정원 그리고 여기 허물어진 손님용 별채까지…….

거기서 깨달았다.

“설마 지금껏 나와 다닌 곳을 기억한 거냐?”

놀랍게도 영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핏! 핏핏!

그다음에는 독을 방울방울 뿌려, 지도 위에 점을 찍었다.

길 위에 둘, 식당에 하나.

이것도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거?!’

곧 이 점이 뭘 뜻하는지 알아챘다.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1 / 10)]

‘운 숙수!’

진천우가 급히 식당으로 돌아갔다.

* * *

“다시 돌아오셨군요. 뭐 놓고 가신 거라도?”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2 / 10)]

운 숙수를 해독하고, 서둘러 다른 중독자를 찾았다.

“소가주님?”

마침 식당 앞을 지나던 두 명의 시녀.

이 중 현석이 혼절해 약당에 누워있는 동안 제 처소를 지킨 시녀도 있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래, 괜찮다.”

은장독을 해독하려면 독고가 물어야 했다.

진천우는 몰래 소매에서 독고를 푼 다음, 시녀의 주의를 끌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오월각에서 동생을 만났느냐?”

“네, 소가주님 덕분에 동생이 무사한지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감사 인사를 드리러 처소를 찾았지만 뵙지 못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여기 옆에 있는 아이가 그날 찾으러 간 제 동생입니다.”

“…….”

동생 시녀는 부끄러웠는지 홍조 띤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적잖게 닮은 둘이었다.

“엇?”

“앗!”

그 직후, 둘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3 / 10)]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4 / 10)]

“무슨 일이냐?”

진천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녀들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목덜미가 따끔해서.”

“저도…….”

“그래?”

그가 물린 부위를 자세히 살폈다.

“저…….”

시녀가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혔다.

확실히 다소 실례인 건 알지만, 현석의 일도 있었기에 허투루 볼 수 없었다.

잠시 뒤, 진천우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아마 벌레에게 물린 것 같은데, 다행히 크게 흉 지지는 않을 것 같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바로 약당에 가서 약을 받거라.”

“아닙니다. 겨우 이 정도로…….”

“어머님과 오월각주께는 내가 따로 말해두마. 그러니 반드시 약당에서 약을 받거라.”

나직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거역하기 힘든 기운이 서려 있었다.

“네…….”

결국 시녀들은 그 자리에서 한 번, 약당으로 떠나면서 다시 한 번 깊게 고개를 숙인 뒤, 종종걸음으로 돌아갔다.

진천우는 그녀들을 보내고 즉시 자리를 옮겼다.

“소가주님?”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5 / 10)]

“무슨 일로……?”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6 / 10)]

……

“……찾으셨습니까?”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9 / 10)]

그는 진씨세가 곳곳을 돌며, 중독된 가솔들을 해독했다.

‘이제 한 명 남았다.’

그런데 그 한 명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세 차례나 가문을 훑고 다섯 번 독고에게 확인했지만, 여전히 한 명을 찾지 못했다.

어째서?

“소가주님! 여기 계셨습니까!”

그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현석이었다.

“정신이 들었느냐?”

다행히 하인은 빠르게 정신을 되찾았다.

하지만 좀 더 쉬어도 될 텐데.

그런데 현석의 다음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이고, 지금 가모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제가 잠시 회까닥했는지 술에 취해 소가주님 처소에 누워있는 걸, 출타하셨다 돌아오신 가모님이 보시는 바람에…….”

“어머님이 출타 중이셨다고?”

진천우는 이미 어미의 처소 근처를 두 번이나 돌았다.

두 번 다 아무 반응이 없기에 안심했는데, 설마 출타했을 줄이야.

‘그러니 못 찾았을 수밖에.’

“어머님은 지금 어디 계시느냐?”

“여깄었구나!”

진천우가 막 현석을 다그치려는데, 그의 뒤에서 진씨세가의 가모가 등장했다.

* * *

“어머님, 찾으셨습니까?”

“암요. 아들이 평생 입도 안 대던 술을 마시고 처소 밖을 나섰다는데, 걱정하지 않을 어미가 어딨겠습니까?”

“하하, 겨우 두 잔 마셨을 뿐인데…….”

“그 두 잔에 정신을 잃은 하인도 있더군요.”

진가의 가모가 옆에 선 하인을 노려보았다.

현석이 정신을 잃은 건 술 때문이 아니지만, 여기서 변명해봤자 상황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대신 진천우는 서둘러 독고를 풀었다.

아니, 풀려 했다.

꿈틀?

녀석이 소매에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왜?’

재차 채근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상하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라면, 따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독을 해독할 텐데?

‘설마…… 어머님은 중독되지 않은 거냐?’

그거야말로 믿을 수 없었다.

장 의원에게 진씨세가의 가모는 진천우 다음으로 반드시 처리하고 싶은 사람일 터.

“가모님, 소가주께서 약관을 넘긴 게 언젠데, 술 한두 잔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진검대주, 그래도 천우는 환자입니다.”

뒤늦게 그녀 뒤를 따라온 중년인이 두 청년을 변명해주었다.

진가의 유일한 무사대의 수장인 진검대주는 조금 전 가모와 함께 돌아왔다.

“음?”

순간 그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제 목을 문질렀다.

“뭐였지?”

진검대주가 의아해하는 사이, 독고가 다시 소매로 돌아왔다.

[은장독에 중독된 이들을 해독하라. (10 / 10)]

[퀘스트를 달성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중독자는 어미가 아니라 진검대주였다.

확실히 그 또한 장 의원이 처리하고 싶은 사람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진씨세가의 가모가 장 의원의 독수를 피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어머니, 잠시 이쪽으로…….”

진천우가 제 어미를 따로 불러,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독공을 익히셨습니까?”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리입니까?”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굳이 제 아들에게 거짓말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혹시, 따로 독을 해독할 물건을 지니고 계십니까?”

“어찌 아셨습니까?”

“정말 가지고 계셨습니까?”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정말 가지고 있다는 답에 깜짝 놀랐다.

진가의 가모가 품에서 아이 주먹 크기의 구슬을 꺼냈다.

“이건 저번에 그이가 내게 준 피독주(避毒珠)라는 겁니다.”

의문이 해결되었다.

부인을 생각하는 가주의 마음 씀씀이가 위험을 비켜냈다.

“아아……. 아버지!”

진천우는 아비의 혜안에 감탄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편, 어미는 문득 손에 쥔 피독주와 아들을 번갈아 보더니 한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봤을 때는 구슬의 색이 좀 더 밝았던 것 같았는데……. 아무튼, 이 피독주가 주독(酒毒)에도 도움이 될지 모르니 한번 쥐어보겠습니까?”

“아니, 전 괜찮습니다.”

“그러지 말고.”

아들은 차마 제 몸을 걱정하는 어미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 손에 잠시 피독주를 움켜쥐었다.

콱!

그 순간, 소매에 숨은 독고가 교묘하게 몸을 틀어 몰래 피독주를 깨물었다.

그러자 탁했던 피독주는 물론이고, 눈앞의 현판에서도 눈부신 광채가 새어 나왔다.

[퀘스트와 별개로 ‘영롱한 피독주(레어)’에 쌓인 독을 모조리 해독했습니다.]

[특수 속성의 독을 추가로 해독했습니다.]

[초월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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