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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영약 진화!? (2) (15/210)


15화 : 영약 진화!? (2)
2021.08.04.


“영약 진화?!”

그 순간, 흰 천에서 빛이 폭사했다.

진천우는 바로 생각을 멈추고, 손에 쥔 걸 침상 밑에 던졌다.

그것도 모자라 이불을 걷어, 빛이 새어 나가는 걸 막았다.

이 모든 게 한 호흡에 이뤄졌다.

본인도 어떻게 이리 빨리 움직였는지 신기할 정도.

‘행여 백풍대가 볼지 모르니, 처소 밖으로 빛이 새는 걸 막아야 한다.’

“…….”

숨을 죽이고 밖을 확인했다.

다행히 수상한 낌새는 없었다.

어떻게 큰 문제가 될 뻔한 걸 잘 넘긴 모양.

으직! 으지직!

‘젠장!’

산 넘어 산이라고.

밖이 조용하니 안이 문제였다.

침상 아래에서 뭔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불길했다.

저 밑에 따로 부서질 게 있었나?

‘기껏해야 흰 천에 싸여 있던 목함 외에는…….’

목함?

“소환단!!”

너무 놀라 목소리가 튀어나왔고, 그 소리에 또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

즉시 주위를 살폈다.

고요했다.

천만다행!

‘조심해야 한다.’

난 약하다.

진천우가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난 동물로 치면 토끼 정도?’

그렇다면 진씨세가는 토끼굴쯤?

그 토끼굴 앞에 지금 백풍대란 사나운 짐승이 배회 중이었다.

작고 약한 토끼는 어서 빨리 짐승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한껏 몸을 낮추고 숨을 죽였다.

다행히 놈은 먹어도 간의 기별도 안 가는 토끼 때문에, 굳이 앞발에 더러운 흙을 묻혀가며 굴을 팔 이유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는.

침상 아래에서 새어 나오던 빛이 멎었다.

또르르!

그 뒤, 엄지손톱 크기의 검은 환(丸)이 흰 천을 타고 이쪽으로 굴러왔다.

뭔가 느낌이 싸했다.

‘환단이 더 커진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그래야 한다.

제발 그래야 했다.

소(小)환단보다 더 큰(大) 환단이라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러나 타이쿤은 부정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영약이 성공적으로 진화했습니다.]

[대환단(大還丹) 연공에 성공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대환단은 소환단을 뛰어넘는 소림 최고 영단.

아니, 전 무림을 통틀어, 손에 꼽을 영약이었다.

소환단이 풍문만으로 혈겁을 일으킨다면, 대환단은 아예 천하를 뒤집는 것도 가능했다.

떠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대환단을 취하면 그 자리에서 일 갑자의 내공을 얻는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일 갑자의 내공이라면 삼류 무인도 단숨에 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수준.

평소에는 체면 때문에 저보다 작은 동물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사나운 짐승이 태도를 돌변하고, 소동물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 이유로 충분했다.

‘이걸 어쩌지?’

진천우가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런다고 눈앞의 대환단이 사라질 리 않았다.

결국 제 손으로 처리해야 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무려 대환단이다.

천하제일 영단.

보물 중의 보물.

그야말로 분에 넘치는 보물을 얻자 머릿속에 새하얘졌다.

하지만 손을 내리고 감았던 눈을 뜬 순간, 그의 눈은 의외로 차분했다.

‘머리가 비었으면, 새로 채우면 그만!’

시선을 현판 쪽으로 돌렸다.

예상대로 타이쿤은 빛나는 금색 글자로 대환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대환단(大還丹) - (레전드) :

- 소림의 비전 성약.

- 현재 제조법이 실전돼, 손꼽힐 숫자만 남음.

- 무림인이 복용하면 일 갑자의 내공을 얻고, 일반인이 복용하면 무병장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소림 비전, 제조법 실전, 손꼽힐 숫자만 남음, 일 갑자 내공…….

설명 하나하나가 절망적이었다.

대환단이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그것을 노리는 자는 많고 위험했다.

진천우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현판을 읽은 뒤 그의 표정은 미묘했다.

울면서 웃었고, 절망하는 동시에 크게 기대했다.

도대체 왜?

진천우의 시선이 현판 맨 마지막 줄에 꽂혔다.

‘무병장수(無病長壽)!’

확실히 그는 사고가 남달랐다.

소림, 성약, 일 갑자 내공…….

보통 사람이면 당연히 맨 먼저 눈에 들어올 여러 단어를 전부 무시한 채, 진천우는 무병장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지난 십수 년간 언제나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환자에게 그보다 눈길을 끄는 건 없었다.

부르르!

손과 팔이 들썩였다.

이대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대환단이 있다.

이것만 쥐면, 이것만 취하면.

하지만 그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대환단을 취하는 즉시, 성난 짐승들이 영약을 노리고 달려들겠지.’

짐승은 말이 통하지 않기에 짐승이다.

놈들은 먼저 진씨세가를 박살 낸 다음, 폐허 속에서 영단을 찾으려 할 거다.

자신은 어찌 돼도 좋지만, 가문과 부모님께 해가 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는 그에게 목숨보다 중요했다.

‘저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보물이다.’

그랬다.

대환단은 힘없는 자가 취하면, 그 직후 모든 걸 부수는 끔찍한 재앙이었다.

거기다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 이 영약이 본래 학수선의의 것이란 사실이었다.

함부로 남의 것을 취하면 안 된다는 도덕적 관념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진가에 영약이 있다는 걸 안다.’

학수선의는 이런 변방에까지 이름을 떨친 인물.

게다가 그 뒤에는 맹이란 거대한 배경까지 있었다.

‘당장 그는 맹의 백풍대를 움직였다.’

이는 학수선의가 맹에서 보통 신분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맹은 천하에 존재하는 짐승 중 가장 크고 사납다.

‘만약 맹이 움직이면…….’

진씨세가는 그날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

“…….”

진천우가 말없이 대환단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이것을 취하는 대가는 혹독하기 그지없었다.

그걸 잘 알면서도 여전히 손이 내려가지 않는 까닭이 뭔가?

“……!”

뿌득!

저도 모르게 이가 갈았다.

가슴에 흥분, 분함, 아쉬움 등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정녕 이대로 손을 내려야 하나?

어쩌면 제 천형을 고칠지도 모를 영약을 눈앞에 두고?

정말 이대로?!

‘막상 저것을 취해도,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진천우가 격정의 한가운데서 용케 냉정히 사고했다.

대개 영약은 단순히 삼키는 거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약효가 강하면 강할수록 정해진 절차에 따라, 최상의 몸 상태로, 약과 상성이 맞는 심법을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너무 강한 약성에 몸이 부서졌다.

그렇담 자신은 어떤가?

그는 천형을 가진 환자였고, 어떤 심법도 익히지 않았다.

대환단을 취해도 무엇 하나 얻지 못하고 제 몸마저 박살 낼 가능성이 농후했다.

설사 천신만고 끝에 대환단을 소화한다 해도!

‘과연 내가 지닌 은폐 스킬이, 백풍대주를 속인 것처럼 학수선의의 눈도 속일 수 있을까?’

학수선의는 현재 천하에서 가장 신의(神醫)에 가까운 이.

이미 진씨세가에 영약이 있음을 확신한 그에게도 과연 은폐 스킬이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렇게 마음속에 대환단을 취하면 안 되는 이유가 산처럼 쌓았다.

‘하지만!’

태산(泰山)이 아무리 높다 하되, 결국 하늘 아래 뫼일지니.

산은 하늘의 태양을 가릴 수 없었다.

진천우에게 제 천형을 극복하겠다는 욕망은, 지금껏 그의 삶을 지탱한 태양 그 자체였다.

꽈악!

아까보다 더 강하게 손을 움켜쥐었다.

대환단까지 거리는 분명 지척이건만, 그 사이를 투명한 벽이 가로막았다.

그 벽은 크고 단단함은 물론, 기분 나쁘게 끈적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벽은 진천우에게 흘러 온몸을 짓눌렀다.

당장 그 손을 내리고 물러나라는 듯.

이 와중에도 머리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나쁜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백이고 천이고, 이 앞에 벌어질 나쁜 일과 단점들이 쏟아졌다.

쾅!

여기에 악재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백풍대가 ‘숨겨진 통로’의 함정에 걸렸습니다.]

[백풍대의 보물찾기 달성률이 25%로 떨어집니다.]

[성난 그들이 탐색 범위와 속도를 올립니다.]

백풍대가 탐색 속도를 올렸다!

그들은 보물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터.

하지만 별채에는 그들이 찾는 영약이 없다.

진씨세가 어디에도 없다.

오직 이곳밖에.

즉, 백풍대는 필연적으로 이곳에 당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영약을 순순히 내주는 선택도 불가능했다.

어떻게 소환단이 대환단으로 바뀐 걸 설명할 수 있을까!

복잡한 상황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진천우는 단 하나만은 잊지 않았다.

‘무병장수!’

아무리 지독한 악재가 비 오듯 쏟아져도, 그 하나가 모든 걸 막아주었다.

이윽고 그는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갖고 싶다.’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투정인지 스스로 너무 잘 알았다.

알지만, 여전히 자신은 대환단을 원했다.

진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 만큼!

슥!

진천우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 주먹으로 눈앞의 투명한 벽을 때렸다.

쨍강!

벽은 주먹이 닿자 그대로 부서졌다.

오히려 이렇게 쉽게 부서지는 거였나 황당할 정도.

그리고 벽이 부서지는 순간, 타이쿤이 반응했다.

[눈앞의 대환단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일각 안에 먹지 않으면 약효가 전부 사라져 바스러집니다.]

“뭐!”

생각도 못 한 내용에 눈살을 찌푸리는데, 타이쿤이 또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진화한 대환단은 기존 대환단과 전혀 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하!”

그런 중요한 건 빨리 말하란 말이다!

기존 대환단과 전혀 다른 효과.

게다가 어차피 이대로 두면 일각 안에 전부 바스라질 거라니…….

그것만으로 학수선의와 관련된 문제는 해결되었다.

덕분에 지금껏 한 고민이 모두 의미가 없어졌다.

‘아니, 의미는 있다.’

진천우가 빠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잊지 말자.

‘내가 대환단을 취한 건,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고 내 결정이다. 절대 타이쿤이 등을 떠밀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내가, 내 의지로 먹어 치운 거다.’

그러니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나는 그 모든 걸 짊어지겠다.

그는 각오를 다지고, 곧바로 대환단을 입에 털었다.

이제 망설임은 없었다.

꿀꺽!

듣기로 대환단 정도의 영약은 입에 넣자마자 혀 위에서 녹는다고 했다.

‘거짓말이었군.’

그러나 실제 삼킨 대환단은 녹기는커녕, 씹을수록 질척거렸다.

제대로 된 대환단이 아니라서 그런가?

‘또 듣기로 영단이 모습을 드러내면, 청명한 향이 천지사방에 퍼져 코끝을 간지럽힌다던데…….’

향기 같은 건 조금도 없고, 오히려 썩은 풀 냄새가 진동했다.

여러모로 실망했다.

씹던 중 갑자기 아린 맛이 올라와 눈조차 감겼다.

그런데 눈을 뜨자.

“헉?!”

눈앞의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전신을 뒤엎은 붉은 격자무늬.

처음에는 전에 본 ‘의술의 신’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내 몸이 왜?’

두 눈을 하염없이 부릅뜬 채 몸을 살폈다.

온몸이 물에 먹을 탄 듯, 투명한 검은 빛으로 변했다.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화륵!

느닷없이 목구멍에 새빨간 불덩이가 나타났다.

불덩이에서 지독한 열기가 줄기줄기 뻗어왔지만, 신기하게도 몸은 조금도 타지 않았다.

화륵! 화르륵!

잠시 뒤, 불덩이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이건?’

또다시 뭔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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