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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199화 (199/200)

199화

함께하자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는 정우현에, 사내의 목소리가 불안정해졌다.

“……싫, 싫으시다고요?”

“예.”

사내가 신경질적인 말투로 곧장 쏘아붙였다.

“왜요?”

“제가 그런 이상한 질서를 위해 당신과 함께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하고서 정우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이보세요, 세계는 지금, 문명이 시작된 이래 가장 평화롭고 번영하는 시대를 구가하게 됐습니다. 근데 굳이 범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를 저한테 왜 하는 겁니까?”

“…….”

정우현의 말에 사내의 얼굴에 어둠이 스쳤다.

지금까지 애써 숨기고 있었던 그의 진짜 모습이었다.

“……정우현 님.”

“예.”

“지금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거 같은데.”

로일드 경의 말투가 전에 없이 건조했다.

“저야 물론 정우현 님께 제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중하게 부탁을 했습니다만, 실제는 제안이 아닙니다.”

하는 그의 눈에는 노기가 서렸다. 눈의 실핏줄이 터져 붉어지기까지 했다.

“정우현 님은 제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로일드 경은 곧장 자신의 상의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권총 한 자루를 꺼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전에 정우현이 자리에서 순식간에서 일어났다.

쿵!

일어나기가 무섭게 정우현은 번개와 같은 속도로 사내에게 다가가 그의 권총을 뺏고 손에 들었다.

“유치한 행동을 하는군요.”

정우현은 표정의 변화 없이 로일드 경을 내려다 봤다. 상황은 단번에 역전됐다.

“…….”

이와 함께 로일드 경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너무 긴장해서 머저리처럼 보일 정도였다.

로일드 경은 애초 단순히 위협을 하기 위해 권총을 꺼내, 정우현의 눈앞에서 그저 보여 주기만 할 생각이었다.

근데 정우현이 이렇게나 빨리 눈 깜짝할 새에 권총을 가져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우현은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있는 로일드 경을 딱하게 바라봤다.

“세계 최고의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랐을 당신이라, 딱히 이런 유치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하하……. 저의 착각이군요. 세계 제1세대 자본가의 후예라는 사람이, 돈과 권력 앞에선 검은 대륙이었던 아프리카의 미개한 반군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니…….”

하고 그는 연신 홀로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 아닙니다. 당신은 그들보다도 못합니다. 당신은 그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있었으니까요. 선택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주인님!”

그때 밖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카메라 영상을 통해 정우현과 그들이 모시는 가문의 후계자를 보고 있었다.

한데 한순간 후계자가 권총을 꺼내자마자, 정우현에게 오히려 빼앗기는 것을 보고선 곧장 이리로 달려왔다.

타닥.

정우현은 그들이 들어오기 무섭게 권총을 장전 후 사내의 머리를 겨냥했다.

“허튼짓은 마십시오. 이 남자의 목숨이 제게 달려 있습니다.”

정우현의 말에 사내가 얼굴을 찡그리며 애써 입을 열었다.

“……다들 진정해라. 나, 나는…… 괜찮다.”

사내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정우현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세상을 다 가질 거라는 사람이, 두려움에 애들처럼 몸을 떱니까? 쓸데없는 짓거리 말고, 빨리, 모두 무기나 버리라고 하세요.”

그러자 로일드 경은 정우현의 말을 따르라는 뜻으로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여전히 정우현이 탈취한 권총의 총구가 자신의 머리를 향한 상황, 어떻게든 그는 목숨만은 부지하고 싶었다.

그러자 부하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는 각자 들고 있던 무기를 마지못해 바닥에 내려놓았다.

“좋습니다.”

정우현은 그 모습을 보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오늘의 이 환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사내는 천천히 반문했다.

“당신과 당신 가문의 이 추악한 행동과 계획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겁니다. 말이 신세계질서지 하는 짓거리를 보니, 당신이 꿈꾸는 세상이 얼마나 저열하고 형편없을지 눈에 선합니다.”

하고서 그가 사내를 더욱 노려봤다.

“또한, 저를 살해하려고 했던 시도에 대해서도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하.”

정우현의 말에 사내는 애써 웃었다.

“……그래, 알려라. 다, 알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나? 우리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아무리 너라 한들,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하고서 그가 빠르게 입을 움직였다. 워낙 다급해 침까지 튀기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세계 최고의 통일 대한민국이니 원화니 뭐니 해도, 결국 우리 신세계질서를 위한 자본가 동맹의 산업 자본이 훨씬 세력이 크다. 우리야말로 자본주의의 역사며, 세계 질서의 근본이다. 즉, 너는 나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끝내 힘을 잃게 되어 있어.”

그러고서 마지막 힘을 다하듯,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바보 같은 놈. 내 제안을 따르지 않은 것을 두고 너는 평생 후회하게 될 거다……!”

“……말이.”

정우현은 오른손으로는 사내의 머리를 겨냥한 채 왼손으로는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 기기를 꺼내 그의 눈앞에 보여 줬다.

“참 많군요.”

순간 뒤에 있던 로일드 경의 부하들이 움찔거렸지만, 로일드 경은 오히려 그런 그들을 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쳤다.

까딱하다가는 정우현이 총을 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건……!”

한데 로일드 경은 정우현이 보여 준 화면을 보고 깜짝 놀라서 말을 잃고 말았다.

“예, 맞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정우현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현재 기축 통화인 원화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이 비트코인의 관리자가 바로 저입니다.”

“……아앗!”

“당신은 현시대는 물론 미래에는 더욱, 이길 수 없는 게임에 나선 것입니다. 구시대의 산업 자본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이죠.”

하고서 정우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이 정도면 얘기가 끝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잠드십시오.”

그러고서 정우현이 총의 손잡이 부분으로 사내의 목덜미를 살며시 내리쳤다.

그러자 로일드 경은 즉석에서 동공이 풀리며 기절했다.

“아니이이이이!”

이에 뒤편에 있던 사내의 부하들이 즉각 총과 칼 등 각종 무기를 들고 돌진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타당! 타다다당!

정우현은 곧장 뒤로 돌아 그들의 무기를 향해 빠르고 정확한 사격을 가했다.

"아악!"

부하들은 깜짝 놀라 무기를 놓쳐 떨어트렸다. 어떤 총은 그대로 폭발해, 손에 부상을 입은 이도 있었다.

슉! 탁! 푹! 퍼벅!

“으아아아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종료됐다.

정우현이 사격 직후, 곧장 그들에게 달려들어 모두 또 단번에 기절시켰다.

쿠과과과과과광!

때마침 저택 입구 쪽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연기를 뚫고 등장한 것은 우후의 로봇이었다.

“……우현 님?”

엘라가 우후 로봇을 이끌고 정우현이 있는 곳으로 왔다.

* * *

“……괜찮으십니까?”

엘라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정우현을 바라봤다. 그가 혼자 위험에 빠졌을 거로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로봇들은 정신을 잃은 로일드 가문의 사내와 그의 부하들을 차에 태우고 있었다.

“예, 하하! 오랜만에 아주 재밌었네요!”

“……다행입니다.”

하고서 엘라가 주위를 살폈다.

“늦지 않게 온다고 왔는데, 상황이 벌써 끝났네요.”

정우현은 검은 사내를 따라가기 직전, 엘라에게 비밀스럽게 말했다.

밤 9시. 정우현이 밤 9시가 되도록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 기기의 위치를 추적하라고.

엘라는 밤 9시까지 노심초사하며 핸드폰만을 바라봤으나 끝내 정우현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에 끝내 로봇과 함께 이곳으로 출동했다.

“어떤 사람인가요?”

엘라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손으로는 흐트러진 정우현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냥 뭐.”

정우현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렇고 그런, 뻔한 사람이죠. 자신의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체스 판의 룰이 바뀌려 하자, 판을 엎어 버리고 짜증을 내는 어린아이 같았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나저나 엘라.”

“예?”

정우현은 엘라의 귀에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상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제가 비트코인 관리자라는 사실을요.”

“아…….”

하면서도 엘라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잘하셨어요, 조만간 이제, 세상에 밝히려고 했잖아요.”

정우현과 엘라는 최근 자신들이 비트코인 개발 및 관리자임을 세상에 공개하려 했다.

비트코인은 달러는 물론 원화 등 실물 화폐의 이용을 뛰어넘으며 세계의 중심 화폐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자의 존재를 공공연히 알리는 게 더 득이 되리라 판단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애초 엘라의 뜻대로, 중앙의 통제가 없는 화폐라는 비트코인의 특성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정우현과 엘라는 비트코인을 통제하기 위해 그 사실을 밝히려는 게 아니었다.

비트코인은 관리자가 드러나 있지 않은 관계로 음지에서 각종 범죄에 사용되기도 하는 등, 세계적인 사용 증대와 함께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었다. 정우현과 엘라는 그런 부작용만을 바로잡기 위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다.

물론 그에 따른 세상 사람들의 반응이 보통이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분노나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자 초대 대한민국 대통령 그리고 사업과 영화와 학문 등 온갖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자랑했던 정우현이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비트코인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기도 할 게 뻔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엘라는 그 점을 의식하며 한 손으로 자신의 볼을 가렸다. 최근 엘라가 긴장될 때마다 하는 버릇이었다.

현재로서 엘라는, 비트코인 개발자라는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상관없었다. 애초 그것만은 원치 않았지만, 긴 시간 정우현과 함께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사랑하며,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 건 비트코인이 아니라 정우현이 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보다, 정우현의 정체가 드러나는 게 걱정됐다.

“하하, 상관없습니다. 저는 이제 이것저것 할 만큼 다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 좀, 여유롭고 재밌게,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딱히 사람들 신경을 쓰지 않고요.”

한편으로 정우현은, 이제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힘이 막강해 딱히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지도 않게 됐다.

사람들이 정우현을 어떻게 생각하든, 정우현은 위대한 정우현이었다.

“자, 그럼 얼른 잔당 처리를 합시다.”

정우현은 우후 로봇에 의해 연행된 사람들을 살폈다.

“대자본의 뒤에 숨어 그간 온갖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을 이들에게 법의 쓰디쓴 맛을 보여 줘야죠. 세상은, 그들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줘야겠습니다.”

* * *

정우현은 1세대 자본가 가문의 악행을 낱낱이 사람들에게 알렸다.

정우현의 우후 그룹과 통일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 모든 국가의 협력으로 그들 가문에 관한 심층 조사가 진행된 결과였다.

그들은 온갖 방법으로 자산을 부정하게 쌓고 지켰으며,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증대했다.

살인은 물론 납치와 폭행 그리고 각종 재산 범죄뿐만 아니라, 때로는 쿠데타를 일으켜 한 국가의 정부를 와해시키거나 반대로 부정한 정부의 존속을 위해 힘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신세계질서라는 1세대 자본가 가문과 그들의 동맹이 지배하는 단일 정부를, 나름의 방법을 통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조금씩 꾀하고 있었다.

사실 우후 그룹과 통일 대한민국 그리고 몇몇 신흥 선진국들을 제외하고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처음 그들 가문의 조사에 조금 미온적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 가문의 역사가 곧 자본의 역사인 만큼, 자본주의의 시작과 함께 오랫동안 세계 질서를 이끌었던 국가들 또한 그들과 얽히고설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우현의 놀라운 힘 즉 명실공히 비트코인까지 좌지우지하는 세계 최대의 압도적인 자금력과 이제껏 쌓아 온 국제적인 입지에 힘입어 세계 여론을 주도해 마침내 그들 가문을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었다.

이러기까지 기존 제3세계 국가였던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중동 등 저개발국가와 자유 중국, 러시아 심지어 일본의 힘이 컸다.

그들은 애초 그들 1세대 가문과는 그다지 접점이 없었고 오히려 피해국이거나 한편으로는 정우현에게 직접 큰 도움을 받은 국가였다.

그들 국가가 정우현과 우후 그룹에게 힘을 실어 줘, 기존 선진국이었던 북미와 유럽을 선도해 새 역사를 써낼 수 있었다.

이로써 지구상에, 정우현을 대적하는 모든 세력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완전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게 된 정우현에게 어느 날 어머니 황희진이 찾아왔다.

“아들.”

“……예?”

어머니는 평소와 달리 표정이 어두웠다.

이렇게나 얼굴이 좋지 않은 어머니는 수년, 아니,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 정우현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큰일 났어."

"뭐가요?”

어머니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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