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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85)화 (185/200)

185화

우후 그룹이 한국을 기반으로 사업 활동을 하게 되면서, 한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옛 북한과 연변 땅의 값싼 노동력과 물자 그리고 풍부한 자원이 옛 남한의 고급 인력과 기술력에 어우러지면서, 통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대국이 되고 있었다.

20세기 말 아시아에는 ‘네 마리 용’이라고 불리는 신흥 공업국들이 있었다.

바로 한국을 포함한 홍콩과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였다.

한데 이제는 네 마리 용이고 뭐고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그냥 대왕 드래곤이었다.

대한민국은 독보적으로 강대국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거기에 정우현이 우후와 신성장 동력을 계속해서 발굴해 경제 발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그리고 2033년.

남한은 물론 옛 북한과 연변 땅에 온갖 화려한 고층 빌딩과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 가운데, 대한민국의 1인당 GDP가 드디어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무려 20만 불이었다.

이는 오랫동안 1인당 GDP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던 룩셈부르크 대공국의 17만 불을 넘어선 기념비적인 결과였다.

더군다나 룩셈부르크는 인구가 50만도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임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은 경이로웠다.

대한민국 인구가 1억 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애초 통일 당시 북한과 연변의 인구로 3천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늘었었는데, 통일 이후 경제가 급성장하고 모든 부문에서 인력 수요가 늘다 보니, 급기야 세계 최저 수준이었던 남한의 출산율이 극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우후 그룹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활황과 옛 이북의 산업 발전으로, 대한민국에서 취업난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소득은 늘어 청년들이 결혼하고 자리를 잡는 데 한결 쉬워졌고, 이 같은 흐름은 곧 적극적인 출산으로 이어졌다. 과거에 비할 수 없이 애를 낳고 키우기가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국가 GDP가 20조 원을 돌파하면서, 세계 제1위인 25조 원의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게 됐다.

즉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국력이 세계 2위가 됐다.

일찍이 20조 원에 가까웠던 중국은 수십 개국으로 분열되었기에 더 이상 상위권에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3위를 다투는 일본과 독일은 여전히 5조 원이 채 안 되었기에 대한민국의 국력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원화가 유로화와 엔화를 제치고 세계 2위의 통화가 되었다.

각 국가는 달러를 모으듯 원화를 긁어모았고, 이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놀라운 점은 세계 3위의 통화가, 특정 국가의 법정 통화가 아닌 비트코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애초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를 시작으로, 자국의 통화가 불안정한 제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공식적인 통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한데 15억 중국인들이 수년 전 공산당 경제 시스템의 붕괴 시 휴지 조각이 된 위안화 대신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인 통화로 급속도로 부상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였으나, 오히려 미국만은 이 같은 흐름에 저항하고 있었다.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의 패권을 비트코인에 뺏길까 봐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원화가 무섭게 성장해 달러를 위협하고 있었는데, 비트코인마저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확산되니 미국으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축제 같고 매년 경이로운 국가적 기록을 갈아 치우며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2023년 어느 가을날.

국가적으로 중대한 결정을 할 시기가 찾아왔다.

일본이 극심한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애초 20세기 말 극심한 디플레이션에 허덕였던 일본은 그 이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때론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경제 대국의 위용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2023년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맞았다.

쓰나미였다. 그야말로 일본 열도 전체를 혼돈에 빠트린 초대형 쓰나미였다.

막대한 인명 피해는 물론 재산 피해를 넘어 국가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였다. 즉 일본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한 치안 관리에 각종 범죄가 횡행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 시점 대한민국에 한 사람이 극비에 방문했다.

현직 일본 총리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우현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일본 총리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분명 급한 이유로, 사전 예고도 없이 대한민국을 찾아 대통령을 만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얼마 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적지 않은 자금을 지원했습니다만.”

정우현의 말에 일본 총리가 애써 웃으며 답했다.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 님. 한데 단순히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하고서 정우현이 곧장 말을 이었다.

“혹시 지지율 때문에 그렇습니까? 안타깝지만, 국가적 재난에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한 일입니다.”

“아니요, 대통령 님.”

총리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답했다.

“단순히 정부 지지율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지율이 낮으면, 얼마든지 다른 당으로 교체되면 되지요. 물론 저나 우리 당에는 안타까운 얘기가 되겠지만, 그것이 일본 국민의 뜻이면 따라야 하니까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대통령이 없는 의원 내각제이다. 즉 다수당을 점한 당의 총재가 국회의 지명 선거를 거쳐 총리에 오른다.

“한데 문제는 근본적으로, 일본이 현재 무너질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급히 세계 최강대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에 직접 찾아온 것입니다.”

의외였다. 일본 총리의 입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수식어 앞에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표현이 붙다니.

그간 정우현의 한국이 경이로운 모습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가운데, 이 같은 국격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딱 두 나라 있었다.

바로 미국과 일본이었다.

미국은 당연히, 세계 1위를 넘보는 한국의 발전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질투와 열등감 때문에 그랬다. 오랫동안 자국보다 약소국으로 여겼던 한국이, 심지어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의 국력이 자국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기 싫어했다.

한데 그런 일본의 지도자가 직접 찾아와 한국에 잘 보일 양으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필시 엄청난 부탁을 할 게 틀림없었다.

“국가가 무너진다니요? 그리고, 이렇게 찾아오신 용건은 무엇입니까?”

정우현이 곧장 물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본론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대통령 님.”

총리가 간곡한 표정을 하며 정우현을 불렀다.

“예.”

“부탁이 있습니다. 부디…….”

“…….”

“일본의 난민을 한국에 받아 주십시오. 이번 재난으로 수천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제대로 된 국가 기능이 발동하는 영토가 현재로서 많이 상실된 우리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난민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부디, 위대한 대한민국이 일본의 난민을 품어 주시기를 제발 부탁드립니다.”

“……허.”

정우현이 탄식을 내뱉었다.

난민이라니. 더군다나 수천만 명이라니.

아무리 세계 최강국인 통일 대한민국이지만, 그 정도 규모의 사람을 갑작스럽게 받아들일 여력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국민감정이었다. 이런저런 가치 판단을 떠나서, 한국은 일본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 게 현재로서 사실이었다.

“……안타깝지만 일단 수천만 명은, 아무리 우리나라라도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현재 강국임은 확실하지만, 영토가 무척 넓지는 않기 때문이죠. 즉 설령 제가 총리 님의 뜻을 받아들여도,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대통령님께 이렇게 부탁을 드리는 이유는, 대한민국이 일본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힘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내 인근의 자유 중국과 러시아에도 요청할 생각입니다.”

즉 일본은 인접국이자 세계 최강국인 대한민국의 동의를 먼저 얻어, 다른 나라에는 비교적 쉽게 난민 신청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한국이 세계 선도 국가가 되었기에, 한국이 자국의 요청을 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으음.”

정우현이 잠시 생각했다.

인도적 차원으로 보면 일본이 안타까운 것은 맞다. 무고한 사람들이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으니까.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난민 신청을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이래저래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일본에 원조했기에,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할 도리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총리 님.”

마침내 정우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 대통령 님.”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국가의 운명을 결정 짓는 중대한 사안을 청하기 위해 이곳 한국까지 오셨으면서.”

“…….”

“어째서, 일본 최고의 권위는 오지 않은 겁니까?”

총리가 정우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잠시 가만히 있었다.

정우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

“총리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민의 뜻을 따라 다수당과 함께 총리가 곧잘 바뀝니다. 한데, 그런데도 절대 바뀌지 않는, 영구적인 일본의 상징이자 국가의 위상을 나타내는 존재가 있죠. 그 사람은, 어째서 제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겁니까?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전혀 상관이 없는 겁니까?”

“아아아아!”

총리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정우현이 언급하는 이는 일본의 왕이었다.

즉 일본 내에서 천황으로 불리는, 비록 인간이지만 신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일왕을 뜻했다.

“……그건 안 됩니다!”

총리가 크게 말했다.

“뭐요?”

정우현이 눈을 부릅뜨고 답했다.

“일본의 왕이라는 사람이, 총리 님의 말을 따라 나라가 무너지든, 움직일 수 없다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런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왕이죠?”

“……하지만 천황은!”

총리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저 상징적인 존재예요……. 일본의 국혼(國魂)이랄까요……. 혼은 알다시피 실체가 없죠. 즉 실질적으로 국정에 관해 어떠한 권한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통령 님, 이번 일은 일본의 실체인 총리, 즉 저와 얘기를 나누셔야 합니다.”

“아니요.”

정우현이 곧장 답했다.

“저는 일본의 ‘혼’과도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이번 방문과 요청에 관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공식적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일본의 왕과 함께 다시 서울로 오십시오. 그렇게 총리 님과 일왕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일본의 난민 수용 요청 건에 관해 다시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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