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83)화 (183/200)

183화

연변 조선족 자치주.

지린성 동부에 있는 중국 유일의 조선족 자치주.

이 지역은 한국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시작으로 고구려, 발해의 영토였으며, 조선 후기엔 한국인이 많이 이주해 살며 북간도로 불렸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청산리 대첩과 봉오동 전투가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다. 

인구는 약 200만 명, 영토는 남한의 절반보다 조금 작다.

한데 지금 그 인구와 영토가 통일 대한민국에 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으음.”

정우현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현재 중국 상황이 어떻죠?”

“각 지역 및 민족별로 분열되어 각기 독립 또는 중국에 잔류 혹은 연변 자치주처럼 타국에 귀속을 꾀하고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정우현이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은 한족 외에 55개의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그들 민족 중 일부는 과거 공산당이 집권하던 시절부터 독립을 꾀하기도 해서, 이처럼 분열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예, 먼저 대만이 공식적으로 주권 국가임을 선언했고요, 이어서 영국과 포르투갈의 영향이 남아 있는 홍콩과 마카오, 남서부의 티베트와 북서부의 신장 위구르가 각각 일찌감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내몽골이 연변 자치주처럼 몽골에 귀속을 꾀하거나 독립을 선언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정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당장 연변으로 가 보겠습니다.”

“아, 쉬지도 않고 가시는 겁니까?”

“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하고서 그가 급히 밖으로 나가려 하자 엘라가 그를 따르며 말했다.

“저도 가겠습니다.”

그러고는 잠시 입을 다물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현 님이 가시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겠어요.”

* * *

일반적으로 국가의 영토를 늘리는 것은, 거의 항상 국익에 직결된다.

당장 필요 없어 보이는 땅이라도 훗날 자원이 발견되거나, 국제 정세의 변화로 전략적 요충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시점 옛 중국은 몇 개, 아니 몇십 개의 국가로 분열될지도 모른다. 즉 통일 대한민국과 맞닿은 지역에 어떤 국가가 어떤 모습으로 들어설지 알 수 없기에, 정우현은 최대한 영토를 늘리고 방비를 탄탄히 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는 안 된다. 연변이 지나치게 불안정하거나, 내지는 대한민국 국민이 영토 편입에 엄청난 반감이 있다면 국민 통합이 저해되며 오히려 국력이 약화할 수도 있다.

이에 정우현은 연변에 그 점을 확인하러 갔다. 해당 지역이, 대한민국 땅이 되어도 국력에 커다란 저해 요소가 있지는 않을지.

“와아아아아아아아!”

정우현은 놀랐다.

단순히 대한민국 국민 못지않게 정우현을 환영하는 조선족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 때문만이 아니었다.

경제 수준 때문에 그랬다.

남한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연변은 그 밑 이제 막 온전한 대한민국의 영토가 된 함경북도 지역보다 훨씬 사회가 발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연변의 1인당 GDP는 만 달러가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천 달러가 안 되는 북한의 1인당 GDP보다 열 배는 높은 수준이다.

거기에 공산당으로부터의 해방과 대한민국으로의 귀속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모습은 활력이 넘쳐, 딱히 그들을 배척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국민감정이었으나, 이 또한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았다.

이전의 남한이었으면 몰라도, 지금은 통일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통일되면서 남한은 2500만 북한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다. 거기에 200만 연변 사람들이 더해지는 게 그리 유별난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남한은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고 있었기에, 단순히 인구수로만 봐도 훨씬 잘된 일이었다.

정우현은 곧장 서울로 돌아온 뒤 연변의 대한민국 영토 편입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15세기 조선 세종 때 최윤덕과 김종서가 4군 6진을 개척해 영토를 확장한 이후 근 600년 만에 영토를 새롭게 확장하게 됐다.

* * *

중국 베이징 자금성.

옛 공산당 최고 지도자가 있었던 지역엔 현재 외국의 지도자 두 명이 앉아서 무언가를 열띠게 논의하고 있었다.

바로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중국이 분열된 후 명백히 독보적인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대표로, 그리고 한국은 중국의 인접 국가 중 대표로 함께하게 됐다.

사실 미국은 단독으로 베이징에 들어와 중국의 분열 이후를 관리하려 했다. 하지만 정우현이 대한민국도 함께 관리할 뜻을 밝혔고, 미국은 정우현의 뜻을 거절할 수 없었다.

정우현의 국제적 영향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비록 국가만 놓고 보면 한국은 미국보다 약소국이었지만,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만 보면 정우현을 능가하는 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영화, 수학, 기술, 사업, 재단, 유엔 등 정우현의 삶의 이력이 거의 항상 세계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미국이 정우현에 의해 큰 이득을 봤다.

정우현의 영화와 사업의 반절은 미국을 본거지로 하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그로 인해 미국의 라이벌 국가들이 약화하거나 온순해지는 등 미국의 국익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통일되면서 국제적 위상 또한 높아졌기에, 한국 대통령인 정우현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은 나란히 베이징의 자금성에 있게 됐다.

“이번 일과 관련해, 미국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선대 대통령이 한 말을 따르려 합니다.”

미국 대통령의 말에 정우현이 곧장 답했다.

“28대 대통령 말입니까?”

“예, 맞습니다. 민족 자결주의. 중국의 다양한 민족들은, 타민족이나 국가에 일절 간섭받지 않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운명을 결정해야 합니다.”

“저 역시 적극적으로 동감합니다.”

정우현이 말했다.

“그들 민족은 그 어떤 세력에도 좌지우지되지 말고 자유로워야 합니다.”

“맞습니다. 대한민국에 편입된 연변처럼요.”

미국 대통령의 말에 정우현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에게서 약간의 경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민족 자결주의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미국은, 앞으로도 미국이 세계 제일의 국가로 남기를 당연히 희망한다.

한데 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의 국력이 급격히 신장하는 것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우현이 이끄는 한국은 조화롭고 평화로운 국제 사회를 꿈꾸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조화롭고 평화로운 국제 사회의 일등 국가가 어느 나라인가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미국은 미래에도 여전히 최강국이 되고 싶었고, 그리하여 앞으로의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강대국이 될 한국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정우현 대통령 님.”

미국 대통령이 정우현을 불렀다.

“예.”

“혹시, 앞으로도 영토를 더 늘리실 계획입니까? 그러니까 현재로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국 쪽으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역시 자유 민주화된 러시아의 동쪽 변방으로 나아간다거나.”

“하하하하하.”

정우현이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한순간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통령 님. 우리 대한민국은 제국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예, 물론이죠.”

“이번 연변처럼, 먼저 우리나라에 속하기를 원하면 모를까, 우리 대한민국은 절대 타국의 영토를 편입하기 위한 그 어떤 행동은 물론 계획도 하지 않습니다. 절대 침략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

“그러니 마음 놓으십시오. 설령 우리가 미국처럼 방대한 땅덩이를 갖기 위해, 중국의 모든 땅에 발을 들이기라도 하겠습니까? 하하. 우리가 있는 이곳은, 가상 세계가 아닙니다. 현실이죠. 그리고 현실의 대한민국은, 타국을 침략하지 않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정의롭고 평화를 사랑해서, 좀처럼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아요. 주변국들과는 다르다는 말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얼굴을 붉혔다.

괜한 말을 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당황한 그가 끝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 대통령 님. 제가 대통령 님과 한국을 지나치게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역사상 힘이 있는 국가는 보통 다른 국가를 침략했기에, 그런 생각을 잠깐 해 봤습니다만, 하여간 죄송합니다.”

“예, 그럼 중국의 앞날에 관해서 얘기를 나눕시다.”

하고서 둘은 오랫동안 말을 나눴다.

* * *

2030년. 중국은 23개의 나라로 찢어졌다. 그 와중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없어, 모두 평화적으로 새로운 나라가 탄생했다.

모두 정우현과 미국 대통령이 한미 베이징 회담을 나눈 결과다.

베이징 회담은 우선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고안한 민족 자결주의를 원칙으로 중국 내 소수 세력의 모든 집단적 권리를 폭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무한정 보장하는 게 핵심 사항이었다.

거기에 분열된 중국의 안정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이 유엔의 주관 하, 중국 각지에서 그들 소수 민족과 지역의 치안을 관리하는 게 또 주요 사항이었다.

그러는 한편 정우현은 서울에서 한 가지 작업에 몰두했다.

바로 헌법 개정이었다.

대한민국이 통일했기에 통일 한국에 걸맞은 새 헌법을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그에 맞춰 현행 헌법인 4년 중임제를 따라 재선을 준비해야 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2031년이면 22대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우현의 지지율은 통일 이후 거의 100%에 달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민족의 오랜 염원인 통일을 이룬 것을 넘어, 경제적으로는 그 어떤 시대보다 번영했고, 강한 성장력에 힘입어 지역 갈등마저 말끔히 해소했다.

거기에 복지 정책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실현해, 빈부 격차도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이 완화되었다.

이러고 보니 정우현의 재선 성공은 확실시되었다.

“우현 님.”

비서실장 엘라가 헌법 개정 연구를 하고 있는 정우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 엘라.”

집중하고 있는 것도 잠시 정우현이 빙긋 웃으며 엘라를 바라봤다.

아무리 바빠도 엘라라면, 한없이 다정해지고 싶은 정우현이었다.

“연구는 잘 되고 계십니까?”

“예,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통일 대한민국의 초대 헌법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 선조들의 오랜 바람이었던 만큼, 순간순간이 영예롭기 그지없네요.”

“그, 대통령 임기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예?”

정우현이 엘라가 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알다시피 현행 헌법은 4년 중임제입니다. 한데 국민이, 오직 정우현 님을 위해서 그 이상의 임기를 원하고 있어요. 우현 님. 우현 님은 이제 통일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실 겁니다. 따라서 국민이 원하는 건,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만큼은 3선, 아니, 어떤 이들은 종신 집권을 열망하고 있어요.”

“으음.”

“심지어 북한의 어떤 국민은 과거 조선 시대의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이 드디어 실현된다며, 정 씨 왕조를 새롭게 새워 통일 대한민국이 입헌 군주국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과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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