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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82)화 (182/200)

182화

“놓아 달라우!”

땀을 흘리며 마구 소리치는 김정은. 손목에는 수갑을 차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풀어줄 것 같지 않자 정우현을 보고 간곡히 말한다.

“이보시오, 남조선 대통령 동무. 이거 너무한 거 아니오? 그래도 나, 김정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였는데 한 나라의 지도자를 이렇게 막 대우해도 괜찮은 것이오?”

정우현이 김정은을 보고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도자라는 사람이 인민을 버리고 도망을 갑니까?”

“…….”

정우현이 고개를 돌려 엘라를 보고 말했다.

“엘라.”

“예.”

“어디서 잡았습니까? 이 사람.”

“남포 앞바다에서 잡았습니다.”

엘라가 곧장 말을 이었다.

“중국으로 가려는 배를 타려 했는데, 뱃사람들이 김정은임을 확인하고는 태워 주지 않았죠. 그래서 분노한 이 사람이 측근들과 뱃사람들을 해치려 하는 걸, 우리 로봇 군이 포착하고 생포한 것입니다.”

정우현이 즉각 다시 고개를 돌려 김정은을 보고 말했다.

“참 못났네요, 정은 씨.”

“……뭐야!”

정우현이 직함을 붙이거나 존댓말을 쓰지도 않고, 이름을 언급하는 것에서 김정은이 발끈했으나 현재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어쨌든, 잘했어요, 엘라.”

정우현이 그대로 김정은을 주시하며 말했다.

이에 엘라는 기뻐 가만히 미소지었다.

정우현과 함께 평양에 온 후, 엘라는 즉각 사라진 김정은을 추적했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북한의 시설이 워낙 낙후됐기 때문이다.

엘라가 이 세상에서 뚫지 못할 디지털 관문은 없다. 오직 정우현이 만든 보안망을 제외하고는.

그런 그녀가 김정은 추적에 애를 먹은 이유는 북한의 디지털 시스템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라는 솔직히, 한국이나 미국처럼 거의 모든 사람 및 사물들이 인터넷 등으로 하나로 연결된 사회를 공략하기가 가장 쉬웠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단 하나만 해킹에 성공해도 연결망을 타고 곧장 모든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처럼 낙후된 지역은 추적이 어렵다. 주요 시설이 아닌 이상 CCTV가 있기는커녕 남한에서라면 그 흔한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김정은을 잡는 데 시일이 좀 걸렸다.

“어떻게 잡았습니까?”

정우현이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

“우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항구와 공항 그리고 육로에 모두 로봇 군을 배치했습니다. 도주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었죠.”

“…….”

김정은은 엘라의 말을 들으며 쓰디쓴 표정만을 지었다.

“그리고 기다렸어요. 이 사람이 움직인다면 기필코 어떤 디지털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어요.”

엘라는 정우현을 도와 일찌감치 북한의 모든 군사 및 경제 시스템을 장악하고, 계속해서 그것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남포 근처에서 누군가가 스위스의 한 비밀 계좌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인출한 걸 확인했죠, 저는 확신했습니다, 그 사람이 김정은일 거라고.”

그러고서 그녀는 남포의 항구를 중심으로 로봇 군을 추가 배치했다.

그 결과 이렇게 김정은을 생포할 수 있었다.

“나라는 망해 가는데, 스위스에서 찾을 돈은 있습니까?”

정우현이 김정은을 보고 말했다.

“……그건 내 개인 자금이라우! 어렸을 때,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한 푼 두 푼 모은…….”

“헛소리하지 마세요. 북한 주민들의 고혈을 짜고, 남한을 포함한 다른 국가로부터 원조받은 금액 아닙니까? 주민들 먹여 살리라고 보낸 돈! 그 돈을 착복해 이렇게 뒷주머니만 채웁니까, 김정은 씨?”

“으으.”

김정은은 참담한 표정으로 소리를 냈다.

“엘라.”

“예.”

“당장 그 계좌를 차단하세요.”

“아악!”

정우현의 말에 김정은이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안 된다우! 내 마지막 희망이라우, 그 돈은! 그 돈으로 쿠바에 가서 여생을 편히 보내려 했건만!”

“쿠바 가 봤자 소용없어요, 김정은 씨.”

“…….”

“거기도 곧 자유 민주화로 바뀔 겁니다.”

정우현의 말은 옳았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 그리고 이번 북한의 붕괴로 사회주의의 탈을 뒤집어쓴 독재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쿠바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랫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던 공산당의 통치 체제가 현시점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설령 어떻게든 도망갔어도 제가 지구 끝까지 당신을 추적했을 겁니다. 즉 당신은 애초 편히 여생을 보낼 운명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으으…….”

그때 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완료됐습니다.”

엘라가 자신의 특수 디지털 기기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김정은 스위스 비밀 계좌를 원천 차단한 뒤 모든 금액을 대한민국의 국고로 귀속했습니다.”

“아아아아악, 안 돼에에에!”

해당 계좌는 스위스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비밀 계좌로 웬만한 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개인 재산이 1000억 원이 넘어야 계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엘라는 정우현의 지시로 단 2분, 2분 만에 계좌 해킹에 성공하고서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북한 GDP 30조 원. 한데 방금 압류된 이 자의 재산이 10조 원. 무려 국가 GDP의 3분의 1을 비밀 계좌에 숨겨 두고 있었습니다.”

“허!”

정우현이 기가 차서 크게 소리를 냈다.

“국민은 굶어 죽고 있는데 그런 거액을 숨겨 두고 있습니까!”

“내 돈 내놓라우, 내 돈!”

“한심하기 짝이 없군요!”

하고선 로봇들을 시켜 김정은을 가둘 것을 명했다.

“당신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용소에 갇혀 고통을 받았을 걸 생각하면, 당장 여기서 즉결 처형을 하고 싶지만,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그럴 수는 없는 일. 당신은 남한의 구치소로 이송 후 정식 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으아아악!”

이에 김정은이 땅에서 자지러지며 울부짖었다.

“안 돼에에에! 날 놓아주시오! 부디! 부디 날 놓아주시오! 그럼 내 숨겨진 현물 자산을, 정 대통령께 모두 드리오리다. 반 고흐와 렘브란트의 유실된 그림, 고대 한국과 중국의 진귀한 부장품 등 온갖 보물을 내 은밀한 땅에 숨겨 놓았소! 그걸 다 드릴 테니 제발 놓아주시오! 자유롭게만 살게 해 주시오!”

“그렇게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정우현이 분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국민의 자유는 쓰레기통에 처박아 놓고 그 위에 폭군으로 군림합니까? 시끄럽고, 평생 갇혀 있을 생각이나 하세요.”

“으으으……. 어떻게…… 어떻게 만회할 기회가 없소? 지금이라도 모든 걸 정 대통령에게 협조할 테니, 부디 만회할 기회를 주시오!”

“때는 늦었습니다.”

정우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한국은 물론 세계사에 지금보다 훨씬 좋게 남을 기회가 딱 한 번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의 후계자가 되어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을 시점이죠. 당신은 그때 그 모든 왕조 놀이를 끝내고, 북한을 전면 개방 및 자유 민주화하는 조건으로 당신과 가족의 신변은 보장받는 일종의 거래를 우리 남한과 국제 사회에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누군가는 당신을 영웅이라고 했을 텐데.”

“…….”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겠죠, 당장 누릴 수 있는 권력이 탐이 났을 테니까요. 그래서 당신이 여기서 지금 이런 모습으로 있는 겁니다.”

하고 정우현이 로봇들을 보고 다시 말했다.

“자, 얼른 데려가라.”

“으아아아악!”

김정은이 큰 덩치로 온갖 힘을 써 봤지만, 로봇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로봇은 인간의 근력은 하찮을 정도로 힘이 셌다.

“으음?”

한데 마침 경호실장인 엄규환이 평양의 공공 안전을 살핀 뒤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정부 인사 중 아무런 허가 없이 자유롭게 대통령실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는데, 바로 엘라 비서실장과 엄규환 경호실장이었다.

그들 둘은 워낙 오래전부터 정우현과 함께했기에 언제든 집무실에 들어가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김정은?”

엄규환이 두 눈이 동그래지고는 말 그대로 분노했다.

“야, 이 개새끼야아! 너랑 네 애비 때문에 7천만 동포가 조오오온나 힘들었다! 이북에서 넘어온 우리 외할머니도 네 애비 때문에 피눈물을 흘렸다!”

퍼어어억.

“크악…….”

김정은이 엄규환의 어퍼컷을 복부에 맞고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져 실신했다.

엄규환은 뒤늦게 눈앞에 정우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머리 숙여 깊이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도련님.”

엄규환은 일찍이 정우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그를 도련님이 아닌 각하라고 칭했다.

한데 정우현이 낯 간지럽다며 곧장 그냥 도련님으로 불러 달라고 칭해, 엄규환은 정우현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전처럼 불렀다.

“으음, 괜찮습니다. 실장님.”

정우현이 말했다.

“다만 다음부터는 거친 언행을 좀 더 삼가해 주세요. 실장님은 이제 저의 개인 경호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대통령 경호실장이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엄규환은 크게 답하고서, 쓰러진 김정은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로봇들과 함께 밖으로 끌고 나갔다.

* * *

이것으로 2029년.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통일됐다.

북한의 정권이 무너질 즈음, 예상대로 미국이 주한 미군과 그들 가족의 안전을 이유로 이북에 진군해 북한 지역을 관리할 뜻을 밝혔으나 정우현이 즉각 거절했다.

한국이 모두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아가 정우현은 미국에 이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 그리고 북한까지 미국과 자유 진영의 주요 적국이 모두 무너졌기에 한국에는 더 이상 미군의 힘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한다면 그간의 방위비는 얼마든지 주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일찌감치 전직 회장인 정우현이 설립한 세계적 기업 우후의 성장과 정우현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엄청난 국가 성장으로 1인당 GDP가 10만 불을 돌파한 지 꽤 되었다.

현시점 1인당 GDP로만 따지면 8만 불인 미국을 이전에 추월했다.

그래서 방위비를 주는 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와아아아아아!”

그렇게 북한의 모든 지역을 평화적으로 확보하고 한반도 전체에 로봇 군이 들어선 뒤 며칠 후.

정우현은 서울로 귀환했다.

이에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의 7천만 모든 국민이 방송을 통해 정우현을 보며 그의 이름을 열광했다.

“정우현! 정우현! 정우현!”

정우현이 손을 흔들며 그들을 보고 화답했다.

그러고서는 마이크를 들어 말했다.

“국민 여러분!”

“예에에에!”

“이제 대한민국은 하나입니다!”

“와아아아아!”

“더 이상 강대국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와아아아아!”

“아니, 이제는 우리가 강대국입니다!”

엄청난 환호성이었다.

과거 일제로부터 해방됐을 때의 사람들도 오늘만큼 기뻤을까?

알 수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들은 오늘처럼 행복한 날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제 통일된 대한민국으로,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됩시다!”

“와아아아!”

밤이 다할 때까지, 국가적 축제가 계속되는 위대한 날이었다.

* * *

모든 축제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정우현.

휴식도 잠시, 정우현이 곧장 대한민국을 위한 여러 가지 구상에 빠졌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국이었다.

공산당은 무너졌지만, 중국의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영토가 워낙 넓고 인구는 또 워낙 많은 만큼 북한처럼 단숨에 안정을 찾지는 못했다.

또 북한은 정우현이 한 민족이라는 명분 아래 대통령으로서 남한의 로봇 군을 이끌고 이북으로 진격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것도 있었다.

반면에 중국은 여러모로 상황이 달랐다.

“우현 님!”

그때 엘라가 급히 집무실에 들어왔다.

정우현은 그녀를 보고 놀란 눈으로 말했다.

“엘라. 제가 집에 가서 쉬라고 하지 않았나요?”

불과 방금까지 함께 통일 대한민국의 축제를 즐겼던 엘라다.

근데 그런 그녀가 급한 표정으로 집무실에 들어오니 의아했다.

“지금 쉴 때가 아닙니다!”

“……왜요?”

“중국의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대한민국으로의 귀속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닌 한국의 영토에 속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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