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81)화 (181/200)

181화

경기도 연천군 휴전선 철책.

대한민국 최정예 부대가 철책선을 끊고 이북 땅을 밟았다.

그들 부대는 모두 로봇이다. 그것도 우후의 최첨단 로봇이었다.

그 모습을 멀리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정우현과 대통령 경호실장.

경호실장은 바로 엄규환이였다.

“……미사일은커녕 적군이 하나도 없네요.”

“그렇죠, 이미 다 무력화시켰으니까요.”

정우현은 또다시 북한에 진군 전 그들의 군사 시스템을 모두 마비시켰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보다도 해킹하기가 훨씬 쉬웠다. 북한의 디지털 시스템이 훨씬 뒤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엔 어나니머스로 행했던 해킹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했다.

계속 같은 방식으로 하다가는 어나니머스가 대한민국 대통령 정우현임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이제껏 해 온 방식과 전혀 다르게 북한의 군사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으음, 저기 군인들이 나오는군요.”

그래도 북한 최전방에서 주둔한 군인들까지 무력화할 수는 없다.

그들은 기계가 아니니까.

위이이이잉.

북한 군인이 경계 근무를 하다가 철책을 끊고 북진하는 남한 로봇들을 발견했고 이내 비상 사이렌을 울렸다.

그러고는 곧장 재래식 무기로서 로봇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순간 한국군 로봇이 말을 하며 제각기 공중 위로 떠 오른다.

비행이었다. 이번 로봇은 말은 물론 자유 비행도 할 수 있었다.

“살상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왔습니다.”

로봇의 말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북한군의 총탄.

하지만 로봇들이 더 빠른 속도로 총탄을 완벽하게 피했다.

엄청난 화력에도 로봇의 몸에 스치는 총알은 하나도 없다.

그만큼 정우현은 더욱더 로봇의 성능을 향상했다. 모두 자신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재로서는 일론이 이끄는 우후와의 협업 결과였다.

“……계속 공격하는데요?”

엄규환이 그 장면을 뒤편에서 로봇의 시각을 통해 화면으로 보며 정우현을 향해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미사일을 쏩시다.”

정우현의 말에 한편에서 로봇을 총괄 지휘하고 있던 엄규환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로봇들이 일제히 북한군의 공중을 향해 미사일을 쐈다.

새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가라앉고, 이내 모든 북한군이 즉각 자리에서 잠이 든다.

수면 탄이었다. 훨씬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성능이 향상된 수면 탄을 쏘았다.

“자, 그럼 이제 갑시다.”

정우현의 말에 한국군이 북쪽으로 나아갔다.

* * * 

처음 북한으로 진군한다고 했을 때, 독수리 눈을 한 국방부 장관이 즉각 나서서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전 군을 지휘해, 단 3일 만에 북한을 정복하겠습니다.”

이에 대통령 정우현이 즉각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장관 님.”

“……예?”

“기존의 우리 군은 그대로 이곳 남한에 남아서 영토를 지켜주십시오.”

“……그럼 이북으로 어떻게 가시겠다는 겁니까?”

“로봇 부대로 진군하겠습니다.”

“…….”

육군 사관 학교를 나와, 요직 엘리트 코스를 거쳐 대장으로 승진한 후 참모 총장 및 합동 참모 의장을 거쳐 이 자리에 오른 국방부 장관이 말을 잃었다.

정우현이 언급한 로봇 부대는,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롭게 창설된, 검증이 되지 않은 부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일찍이 정우현의 유엔 사무총장 시절 아프리카 해방군 ALF가 로봇 부대로써 맹활약했음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의 군인 출신인 국방부 장관은 로봇 부대라는 관념 자체가 못마땅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장관님, 대답이 없으시군요.”

정우현이 굳은 표정으로 장관을 보고 말했다.

“기존 부대는 이곳 남한에 남아 영토를 지켜주십시오. 북한에 진군하는 건 저와 엄규환 경호실장, 그리고 엘라 비서실장과 로봇 부대만입니다. 알겠습니까?”

정우현의 말에 끝내 국방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이제야 정우현이 표정을 다소 풀고 너그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 우리의 로봇 군에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말 그대로 사람을 군인으로 만들고 사람을 대적했던 장관님이 보기엔 어찌 보면 당연하죠. 하지만 믿어 보십시오. 첫 전투, 아니, 전투도 아니고, 북한군과의 첫 조우에 그 모든 의문이 해소될 겁니다.”

하고 진군한 한국 로봇 군과 북한군의 첫 조우.

한국군은 어떠한 손실도 없이 북한의 최전방 부대에 있는 모든 병력을 일단 잡는 데 성공했다. 수면 탄으로 모조리 잠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아아아!”

그제야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무릎을 치며, 현대 전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했음을 깨달았다.

사실 현대 전쟁이라고 하는 것도 뭐했다. 정우현의 로봇 군은 미래의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실상 정우현이 특수한 능력으로 두 번째 삶을 살지 않았다면, 전생에서는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아니 영영 실현하지 못할 수도 있는 기술이었다.

그런 기술을 정우현이 일찌감치 이 땅에 선보였을 뿐이다.

그러니 기존의 군대로 전혀 대항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 * * 

평양 금수산 태양궁.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거하는 이곳마저 대한민국의 로봇 군이 철책을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점거했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로봇 군은 정우현이 만든 친환경 동력으로 거의 무한한 힘을 자랑했다.

무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동력으로 하는 로봇이었다.

지구의 연 평균 기온이 계속 오르는 주요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방출되기 때문이다.

정우현은 애초 적은 이산화탄소만으로도 장시간 운영이 가능하게 로봇을 만들었다. 한데 북한 지역은 아직도 온갖 화석 연료를 자원으로 하고 있었기에, 로봇들이 더욱더 쉽게 진군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이 로봇의 속도는 꿈의 마하 10, 즉 12,240km/h였다.

따라서 단순 산술적으로 하면 한국의 로봇 군은,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거리 195km를 1분에 주파할 수 있었다.

다만 중간중간 만나는, 재래식으로 무장한 북한군을 모두 수면 탄으로 재우고 잡아야 했기에, 대략 1시간이 조금 안 걸렸다.

즉 한국군은 평양까지 1시간도 안 되어서, 그것도 안전하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진군했다.

“……없습니다.”

이내 로봇을 통해 태양궁내부를 수색한 엄규환이 정우현에게 말했다.

“김정은이 없어요.”

“도망갔나 보네요.”

엘라가 말했다.

“으음…….”

정우현이 소리를 냈다.

중국 공산당의 몰락 이후, 북한 정권도 무너지고 있었기에 김정은이 일찌감치 도망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력을 다해, 김정은을 찾으세요. 하나 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그자의 신병(身柄)은 반드시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뒤탈이 없어요.”

그러는 한편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한, 저 역시 곧장 평양으로 가 보겠습니다.”

“……지금요?”

이에 엄규환이 되물었다.

로봇 군만 우선 평양에 보내고 정우현과 엘라, 그리고 엄규환은 후방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상태였다.

“예. 북한 지도자는 도망가고, 오랜 독재 정권은 이것으로 무너졌습니다. 즉 통치 체제가 공백 상태라는 거죠. 그러니 제가 바로 가 봐야 합니다.”

하고서 곧장 대통령 전용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정우현이다.

“자, 얼른 다들 같이 갑시다.”

이내 엘라와 엄규환이 그의 지시를 따라 전용기로 향했다.

해당 전용기는 이번에 우후에서 새로 개발된 최고급 전용기로서 속도는 마하 5에 달했다.

* * *

10분 후.

정우현이 평양에 도착했다.

즉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 땅을 밟았다.

어떤 정치적 이벤트나,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북한 사람들을 위하여,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하여,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단독으로 평양 땅을 밟았다.

이는 한국사는 물론 세계사에서도 길이길이 남을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내 정우현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평양 시민들 앞에 서게 됐다.

그리고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북한의 동포, 아니, 우리 대한민국의 이북 국민 여러분.”

이 인사말로 평양 시민들이 우레와 같은 손뼉을 쳤다.

“박수는 감사합니다만, 이제는 진정 마음이 동할 때만 손뼉을 쳐 주십시오. 더는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누군가의 말에 기뻐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고서 그가 평양 시민들을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평양 시민의 박수를 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허울뿐인 무조건의 기쁨과 찬양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두려움과 공포. 제가 이끄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것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에 사람들이 더 크게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중엔 너무나 기뻐 엉엉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방이었다. 완전한 해방이었다.

오랜 세습 독재 체제를 벗어난, 북한 사람들의 참 기쁨이었다.

평양 시민이라면 그래도 북한의 상류층이다. 심지어 노동당 소속 관료와 엮인 시민들도 많다.

그런데도 그들은 오랫동안 세습 독재에 짓눌려 있었다. 잘 나가던 사람과 한 가정이, 단순히 지도자에게 밉보였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아침에 처형을 당하거나 정치 수용소로 가는 일이 참으로 흔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들은 남한을 동경하고 있었다. 자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제발전에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까지, 무엇 하나 부럽지 않은 게 없었다.

거기에 꽤 오래전 혜성같이 출현한 남한 사람 정우현으로, 대한민국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성해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데 그런 정우현이 어느 날 유엔 사무총장이 되더니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독재가 무너졌다.

이윽고 그런 그가 남한의 대통령이 되더니 그렇게나 강력했던 중국의 공산당이 무너지고 이내 중국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였던 자국, 북한의 지도부가 몰락했다.

그러고서 이렇게 정우현 대통령이 자기들 앞에 서 있다.

믿기지 않았다. 믿기지 않은 만큼 더 기뻤다.

“여러분은 이제 온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가 있습니다.”

정우현이 연설을 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지도자를 선출할 권리! 더군다나 그렇게 선출한 지도자를 다시 자신의 힘으로 반대할 권리! 그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하나 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제 함께 나아갑시다. 아시아를, 그리고 세계를 이끌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갑시다!”

“와아아아아아!”

평양 시민들이 내지르는 기쁨의 소리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 * *

평양의 대통령 집무실.

정우현은 평양에 오자마자 금수산 태양궁을 즉각 헐어 버렸다.

그곳엔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옛 지도자들의 시신을 부식되지 않게 한 뒤, 국가 체제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에서, 북한은 고대 파라오를 방부 처리해 피라미드에 안치한 신정(神政) 체제인 이집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즉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았고, 그만큼 북한은 미개한 국가였다.

그 미개함의 상징이 태양궁이었다. 이에 정우현은 즉각 태양궁을 헐고 불태워 버렸다.

그러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엘라가 급히 정우현을 찾았다.

“예, 엘라?”

정우현이 엘라를 보고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대통령이 된 이래 여유가 거의 없어, 엘라와 함께 즐겁게 보낸 지 꽤 되었다.

그래서 정우현은 괜히 그녀에게 미안했다. 자신만 믿고 온갖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신경을 못 써 준 것 같아서.

“우현 님, 그자를 잡았습니다.”

“누구요?”

하는 말에, 엘라가 손짓으로 로봇 군을 시켜 수갑을 찬, 배불뚝이 한 사람을 집무실에 들여보냈다.

“이거 놓라우! 놓라우!”

북한의 옛 지도자인 노동당 총비서 김정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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