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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80)화 (180/200)

180화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 티브이 등 모든 스마트 기기에 송출된 어나니머스 즉 정우현의 메시지.

‘여러분 눈을 뜨십시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사람들이 집에서든 밖에서든 어나니머스의 행동을 멈추고 어나니머스의 메시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무능하고 부패한 중앙 정부의 압제에 억눌려 있을 겁니까. 언제까지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중앙 정부의 화폐를 가지고 있을 겁니까. 더 이상 참지 마십시오. 자유를 향해 나아가십시오. 여러분은 다른 많은 나라의 국민이, 심지어 현시점 아프리카 대륙의 국민조차 당연히 누리는 자유의 기쁨을 여지없이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만히 어나니머스의 메시지를 바라봤다. 그러는 동안 그들의 가슴 속에는 새로운 마음이 약동하고 있었다. 그간 억눌러 왔지만 차마 풀어낼 수 없었던 그런 마음이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들의 권력은 마비되었습니다. 저들의 모든 군사 및 경제 시스템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습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자유로운 연결로, 여러분이 지금 저들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여러분이 저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여러분이 저들보다 훨씬 수가 많으며, 여러분이 저들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들끓었다. 그간 그들이 숨을 죽이고 살았던 이유는, 그들이 정부보다 훨씬 약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

‘저들이 여러분을 설령 무력으로 진압하려 합니까? 그 모습을 모두 촬영하십시오! 그리고 실시간으로 세계만방에 알리십시오! 그러면 전 세계가 여러분을 구원할 것입니다. 이에 반해 저들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저들은 자기들끼리도 현재 소통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저들이 그토록 자랑하던 하나 된 당은 곧 분열할 것이며, 이내 무너질 것입니다.’

사실이었다. 정우현이 중국 인민들에게는 모든 정보와 비트코인을 개방했지만, 공산당원과 관계자들의 정보는 여전히 모든 것을 차단해 놓았다.

‘그러니까 일어서십시오! 그리고 자유를 위해 나아가십시오! 좋은 걸 좋다고 할 수 있는 자유! 싫은 걸 싫다고 할 수 있는 자유!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 심지어 스스로 권력을 구성할 수 있는 자유! 이 자유를 위해 나아가십시오! 어나니머스와 국제 사회가 무한히, 그런 여러분을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중국의 혁명은 시작되었다.

* * *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를 포함한 거의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반정부 시위를 시작했다.

모두 전격 개방된 인터넷의, 세계 최고의 포털 사이트인 우후 커뮤니티를 통해서다. 그들은 어나니머스의 말대로, 당국은 접근할 수 없는 정보 이점을 이용해 이처럼 기습적인 시위를 실행할 수 있었다.

당국은 물론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사 및 경제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인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일찌감치 잃은 만큼 재래식 통치 수단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던 중국 정부다.

예컨대 감시 인력을 늘리고 곳곳에 더 많은 순찰을 하는 식이었다.

그 결과, 표면상으로는 조용했다.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인민들인 만큼, 무장한 공안과 당국 앞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한데 이렇게 갑자기 많은 사람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줄 몰랐다.

“정부는 물러가라!”

“우리에게 자유를!”

“비트코인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

계층도 다양했다. 학생과 지식인뿐만 아니라, 노동자 심지어 자본가들도 있었다.

특히 이 자본가들의 역할이 컸는데, 중국 자본가들의 대다수가 그렇듯 그들은 그간 좋든 싫든 공산당과 함께하며 경제적 성장을 누렸기 때문이다.

한데 경제 시스템이 마비되고 중국 화폐가 소용없게 되면서, 자본가들은 하루아침에 무능해졌다. 이렇듯 경제적 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당원들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들은 이전처럼 부유해지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더 이상 공산당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결국, 공산당원 및 그들과 관련된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당국이 뒤늦게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나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확신에 가득 찬 채 자유를 부르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 전역 곳곳에서 재래식 무기에 의존한 군인들의 총격이 몇 번 가해졌고, 이 같은 시위대의 피해는 더욱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그 저항은 조직적이었다. 전국적으로 시위대가 스마트 기기에 의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당국은 여전히 모래알이었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최고 지도자와 참모들의 회의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넓은 중국 땅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 지도부의 뜻 또한 이곳저곳으로 전달될 수 없었다.

아니, 전달은 됐다. 하지만 무척 느리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순식간에 전달됐을 지도자의 뜻이 초기 산업 시대 마냥 아날로그 방식으로 무척 느리게 전달됐다. 그런 식으로 상부의 지시가 광활한 중국 땅 어딘가로 전달될 즈음엔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뀌어 있을 때였다.

한편으로 당국의 유혈 진압은 곧장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고, 중국은 국제 사회의 무지막지한 비난을 들었다.

특히 강력한 우방이었던 러시아조차 중국에 등을 돌린 게 컸다. 정우현 유엔 사무총장 시절 완전한 자유 민주화 국가로 재탄생된 러시아는 이번 중국 혁명의 주축인 인민들에게 가장 많은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국가 중 하나였다.

중국 인민들의 저항과 성공이 곧 새 러시아 자유 정부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이 빠르게 무너질수록, 그만큼 러시아의 장래는 밝아졌다.

이렇게 중국 지방의 공산당 거점이 하나둘 혁명 세력에 의해 점거되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29년.

드디어 수도 베이징까지 혁명 세력에 의해 점거되었다.

중국의 군사 시스템은 마비되었기에 제대로 손 쓸 겨를도 없었다.

재래식 무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혁명 세력이 현대화된 훨씬 나은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국제 사회의 도움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서서히 패배를 받아들였다. 저렇게나 많은 인민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조리 죽이거나 가두고 처벌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설령 그렇게 한들, 혁명을 진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공산당은 해체되었다. 중국의 오랜 일당 독재 정치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 * *

이와 함께 한반도 이북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로 북한 정권의 절대적인 지배 체제가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북한이 현대 사회에도 왕조와 다를 바 없는 독재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중국이 뒤에서 받쳐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믿을 수 없게도 중국의 일당 독재가 무너졌고, 이는 곧 북한의 세습 독재를 흔드는 요인이 되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중국의 자유 민주화 소식이 빠르게 퍼져 나갔고, 이는 자신들의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이렇듯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북한의 현 상황을 알리는 엘라 비서실장.

정우현이 엘라의 말을 다 듣고 입을 열었다.

“그대로 두면 붕괴할 것 같은데, 음, 어떻게 생각하세요, 엘라?”

“예. 우현 님 말씀대로 북한은 이대로 무너질 것입니다. 어차피 오래 가지 못할 기형적 세습 독재 구조였어요. 한데 이번 중국 공산당의 몰락으로 붕괴 시기가 좀 더 일찍 왔을 뿐이죠. 이대로 가만히 두면 남한 또한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가뜩이나 북한을 대상으로 국론이 분열됐었으니, 더욱더 혼란만 가중될 겁니다.”

“역시 제 생각과 같군요. 절대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되죠. 비록 중국은 무너졌지만, 미국 등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이 정리한다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들어설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과거 남북이 분단됐었던 가슴 아픈 현대사의 재연이 되고 말 거예요.”

“예, 맞습니다. 이번만큼은 유엔이나 강대국들에 한반도의 운명을 맡겨선 안 돼요.”

“그럼, 좋습니다. 이대로 진군하겠습니다.”

“……진군이요?”

엘라는 정우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정치적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한을 일찌감치 관리하려 했었던 그녀의 생각과 달리, 정우현이 군사적 카드를 꺼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예, 우리나라의 병력을 끌고 이북으로 갈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좀, 과하지 않을까요? 물론 북한을 받쳐 주던 이전의 중국이나 러시아는 사라졌기에 극렬한 비난이나 저항은 피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분단국으로서 실효적으로 남한의 영토가 아닌 북한에 진군한다는 것은……. 분명 타국이 우려를 표할 것입니다.”

이에 정우현이 눈빛을 바꾸고 엘라의 이름을 불렀다.

“엘라.”

“……예?”

엘라는 겁이 났다. 정우현이 이렇게나 날카롭게 자신을 바라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게 또 멋졌다.

자신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강력하고 다정한 남자의 거친 모습.

그 모습이 또 천생 여자인 엘라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샘솟는 이런 마음을, 이 시점,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점에 어떻게든 억눌러야 했기에 내심 곤란했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지는 가운데,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뿐이었다.

“엘라는 이제 한국인이죠?”

“……예, 맞습니다.”

“그렇다면 헌법 또한 당연히 알고 있죠?”

“……예.”

엘라는 헌법은 물론 민법, 형법, 행정법 등 대한민국의 주요 법률은 몽땅 알고 있었다.

정우현을 따라 한국에 오면서 일찌감치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럼 대한민국 헌법 3조가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입니다.”

“맞습니다.”

하고선 정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창밖 하늘을 보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군대가 대한민국 영토인 한반도 이북으로 진군하는데, 왜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아.”

“심지어 저는 북한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저 곧 붕괴할 세습 독재 정권과 돌발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그들 군부 세력으로부터, 북한 주민들을, 오랜 우리의 동포를 보호하고자 진군하는 겁니다. 즉, 과거 해방 시 유엔을 통해 강대국들이 한 일을 우리나라가 직접 나서서 할 뿐이라는 얘기죠.”

“…….”

엘라가 뜨거운 눈빛으로 정우현을 바라봤다.

“그런데 여기에 어떤 정치적, 사회적, 내지는 국제법적 문제가 있습니까?”

정우현의 말에 엘라가, 빠르게 계획을 머릿속으로 검토하고는 답했다.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법적으로 하면,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지만 아시다시피 국제법은 강제력이 약하죠. 우리 헌법보다 하위의 규범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중국이 붕괴한 이상, 현시점 명실공히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괜한 딴지를 걸 수도 있습니다. 통일 한국으로 거듭날 우리나라를 경계하는 차원에서요. 거기에 일본의 목소리도 실릴 수 있고요.”

“무시하세요.”

이에 정우현이 곧장 답했다.

“이 시점 저는 더 이상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영화인도, 미국과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사업 활동을 하는 기업인도, 강대국들의 균형을 조율하는 국제 공무원도 아닙니다.”

하고서 그가 검지를 하늘을 향해 펴 보이고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오로지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그러니 오직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할 뿐입니다. 그러니 빨리, 진군합시다. 북으로, 북으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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