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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79)화 (179/200)

179화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된 정우현.

시간이 조금 흘러 그의 대통령 취임식이 개최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언론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정우현 대통령이 연단에 올랐다.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새 대통령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하나같이 강렬하게 반짝였다.

이토록 대통령을 향한 기대감이 컸던 적은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정우현입니다.”

정우현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가 있는 청중을 한번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제 임기 동안,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국가로 발돋움하는 조국을 보실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민분들에게 당부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고 정우현이 잠시 입을 다물더니, 이번엔 카메라에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저를 믿으십시오, 믿고 따르십시오. 그리고 각자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러면 대한민국은 초일류 국가로 거듭날 겁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정우현의 말에 청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힘차게 손뼉을 쳤다.

한편 정우현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산적한 국정 현안이 많은데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실 것입니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 합니다. 어떻게 대응하실 건가요?”

“대북 정책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적대하실 건가요, 포용하실 건가요?”

“압도적인 지지율이긴 하지만, 무소속 정치 신인으로서, 국정을 이끌고 갈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한편 미국의 한 기자는 이렇게까지 물었다.

“대한민국은 놀라운 나라가 맞지만, 세계 최정상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영토부터 해서 많은 면이 부족합니다. 어떤 수로 일류 국가가 되겠다는 겁니까?”

정우현은 이 모든 물음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지켜보십시오. 제가 해낸 모든 일에서 그랬듯,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 *

“축하드립니다, 우현 님.”

대통령 집무실.

정우현과 함께 새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여자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엘라.”

엘라였다.

엘라 로렌츠가 정우현에 의해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녀 본인의 뜻이 아니라 정우현의 뜻이었다.

모든 면에서 정우현을 보조하는 엘라를 옆에 두면, 어떤 일이든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음을 정우현이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엘라는 큰마음을 먹었다.

정우현을 따라 대한민국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적이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독일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즉 완전히 한국인이 되었다.

실상 예전 베를린의 골방에 있었던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던 엘라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지금의 엘라는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

오직 정우현을 위해서였다.

정우현을 위해서라면 국적을 바꾸고, 수많은 사람 앞에 나서야 하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재단은 잘 인계하고 왔나요?”

“예. 다른 누구도 아닌, 아가씨라서 더 믿음이 가요.”

“하하하, 그렇군요.”

이와 함께 엘라는 우 재단을 다른 여성에게 맡겼다.

동생 정다현이었다. 정우현과 엘라, 그리고 일론과 동생 넷이서 상의 후 결정한 인사 조치였다.

“뭐, 부족하면 엘라나 저에게 도움을 청하겠죠.”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아가씨가 워낙 잘해서요.”

옳은 말이었다. 동생은 그간 우후 제약회사에서 엄청난 두각을 냈다.

단순히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영 및 관리 능력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 모두 정우현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오빠 정우현에게 온갖 우수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하고 웃는 정우현에게 엘라가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몇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중국의 대만 침공과 관련된 모든 자료입니다.”

“아아, 그새 정리했군요.”

정우현이 빠르게 엘라가 건넨 자료를 훑어봤다.

엘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엘라의 입에서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들으니, 정우현은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엘라는 이제 한국인이고, 최측근으로서 정우현을 돕는다.

이 모두 오로지 자신을 위해 내린 결단임을 정우현은 알고 있기에, 앞으로 그녀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연히 침략 전쟁을 일으킨 중국의 편을 들 수는 없어요. 반면 명분을 따라 대만의 편을 들기에도 난감합니다. 중국은 어쨌든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니까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살 겁니다. 눈치만 보는 소극적인 국가라고요.”

“군을 파견하세요, 엘라.”

정우현이 주저함 없이 말을 이었다.

“대신 비전투 의료 부대로요. 이번에 우후 로봇의 신모델이 나옵니다. 의료 로봇이죠. 현시점 세계의 모든 의학과 약학 및 미래 습득 가능한 의료 기술까지 자체 AI에 의해 딥러닝으로 학습하며 무한히 성장하는 로봇입니다. 이론상 해당 로봇 한 대가, 현직 의사 100명 이상의 치료 효율을 자랑합니다. 그 로봇들이 한국 부대 소속으로 대만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아아…….”

엘라가 경탄의 눈빛으로 정우현을 바라봤다.

정우현이 굳은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그렇게 되면 직접적으로는 중국과 싸우지는 않으면서도, 대만을 돕는 실리와 명분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엘라가 뒤늦게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그래서 결국 대만이 져 버리면 어떡하죠? 중국이 타이완 섬을 정복하면 어떻게 되냐는 말입니다. 분명 그들의 야욕이 우리 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인근 국가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정우현이 지그시 웃으며 엘라를 바라봤다.

“제가 이곳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며, 오직 저만 출입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세상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컴퓨터 두 대를 따로 비치해 놨습니다.”

“……아아.”

엘라가 다시 한번 탄성을 내뱉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엘라?”

러시아를 상대로 했을 때와 똑같이 중국의 군사력을 무력화하자는 얘기였다.

이렇게 대만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의료 부대를 보내고, 중국의 군사력은 익명으로 무력화하면 이번 사건은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그리고 엘라.”

“예.”

“이번엔 단순히 한 국가의 국방력을 장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요?”

“자유를 빼앗긴 중국 인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경제. 경제 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입니다.”

“…….”

엘라가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정우현이 엘라를 집무실 안쪽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서재 한가운데 두꺼운 책 한 권을 빼고선, 숨겨 뒀던 지문 인식 기계에 자신의 손가락을 댔다.

끼기기깅.

공간이 뒤집히면서 컴퓨터 두 대가 놓인, 비밀 공간이 나타났다.

정우현이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전면의 큰 디스플레이어에 한 화면이 떴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빛을 발할 때가 왔습니다.”

비트코인이었다.

엘라가 만들고 정우현이 완벽하게 보안 업그레이드를 한 비트코인의 세계 발행 및 유통량이 화면에 고스란히 떠 있었다.

“아아아!”

엘라는 연신 소리를 질렀다.

* * *

정우현의 중국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먼저 그는 계획대로 우후의 최첨단 로봇을 대만에 파병했다.

유엔 소속 아프리카 해방군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났지만, 수면탄조차 발사하지 않는 비전투 모드의 의료 로봇이었다.

이에 중국은 물론 한국을 비난했지만, 그뿐 따로 압박을 가하는 조치를 실제로 단행하지는 않았다. 정우현의 의도대로 비전투 부대라는 것에서, 그저 비난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대한민국 대통령 정우현과 비서실장 엘라는 어나니머스와 사토시 나카모토로 돌아가 대만 앞 중국의 군사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이에 당황한 중국 공산당이 육지에 있는 미사일로 대만을 압박하려 했지만, 이내 미사일마저 모두 중단됐다.

이로써 순식간에 그들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게 됐고, 대만 앞바다에 있는 중국군은 자원만 소모하게 되어 끝내 중국 본토로 퇴각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정우현은 어나니머스로서의 메시지를 나타내지 않았다. 과거 해킹을 할 때마다 미국 CIA와 러시아에 자신의 메시지를 알린 것과 달리, 그는 잠시 참고 있었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단계에 진입했다. 한순간 중국의 모든 금융 및 통화 등 경제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됐다. 은행은 물론 기업 그리고 공산당 재정과 위안화까지 그야말로 제 기능을 잃었다.

이쯤 중국 인민들의 불평이 수면 위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우현은 일찍이, 중국 인민들을 보면서 왜 당국의 정치적 압박에도 가만히 있을까 생각했다.

답은 경제에 있었다. 당장 경제가 성장하고 자신의 밥그릇이 커지는 한, 대다수 인민은 정부가 자유를 빼앗든 말든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등 따습고 배가 부르면 그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시스템이 마비되면 얘기가 다르다. ‘경제적 성장’과 ‘부’라는, 이제껏 스스로를 추동해 온 목표가 구조적으로 좌절되면, 이와 같은 불만은 일찍이 자유를 앗아간 공산당으로 향한다.

지금 인민들이 딱 그 시기였다. 그들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간 달콤하기만 했던 경제적 성장의 미몽(迷夢)에서 강제적으로 깨어나고 보니, 무엇하나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외국과 달리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도피할 수도 없고, 휴지 조각이 되고 있는 위안화를 달러는커녕 옆 나라 대한민국의 원화로도 바꿀 수 없었다.

즉 그들은 망했다. 망했는데 공산당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회적 불안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더욱 큰 압제를 가하고 있다. 이동에 제한이 생겼고, 표현은 물론 모든 미디어가 완벽히 차단됐다. 거기에 불온한 정치적 모임으로 변질하기 쉽다는 이유로, 세 명 이상의 모임까지 금지됐다. 공산당은 이렇듯 인민들을 완벽히 따로 격리하고 통제하려 했다.

그렇다면 이제 3단계였다.

어나니머스 정우현은 고철이 된 중국 인민들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한순간 전격적으로 인터넷을 완전히 개방했다.

특히 경제가 활성화됐을 때도 정부에 의해 막혀 있었던 해외 사이트까지 전면 개방했다.

인민들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그간 중국에선 차단됐던 인민들을 응원하는 전 세계인들의 각종 메시지와 일당 독재에 맞선 중국의 저항 세력과 인물 및 그들이 겪은 피해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오래전 금지된 가상화폐 즉 비트코인을 전면 개방했다.

나아가 인민들은 이미 휴지 조각이 된 위안화로, 수수료 없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유의 세례를 받고, 공산당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 국가 통화인 위안화를 버리고 비트코인을 갖게 됐다. 그러고는, 공산당의 감시를 피해 암암리에 비트코인을 이곳저곳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공산당이 직접 나서서 인민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공산당원들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당원들은 정보력에서 일반 인민들보다 한참 뒤떨어졌기에, 어디서든 인민들보다 행동이 느려 그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해가 바뀌어 2028년.

인민들이 자유에 대한 의식을 갖고 정부가 절대적이지 않음을 깨닫는 가운데 위안화가 아닌 비트코인을 통한 일상생활이 익숙해진 시점, 그들의 스마트 기기에 일단의 메시지가 송출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나니머스입니다.’

중국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가 실현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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