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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74)화 (174/200)

174화

우후 그룹의 지원 아래 ALF 로봇 요원들이 파견되는 가운데, 유엔의 아프리카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 선두에는 놀랍게도 정우현 사무총장이 있었다.

그는 여느 관료와 달랐다. 뒤에서 결재만 하고 나머지는 실무자들에게 맡기며 편히 기다리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다.

오로지 선두, 선두에 직접 나서서 실무자들과 함께 일을 하고, ALF 로봇들을 지휘했다.

로봇들은 정우현이 계획한 것 이상으로 완벽해서 치안 관리는 물론, 때에 따라서 힘든 노동까지 도맡아 했다.

그렇게 치안이 불안정하고, 독재자의 횡포가 심각한 국가에 집중적으로 파견된 ALF.

특히 현시점 독재자가 군림하고 있는 아프리카 10여 개국에 대규모의 ALF가 들어섰다.

독재 국가들은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사람들로 구성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인도적 차원에서 치안 관리를 목적으로 입국했을 때도, 그들은 유엔군을 쫓아내거나 심지어 공격을 감행해 피해를 준 적이 있었다.

한데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이뤄진 유엔군이 그것도 해방군이라는 이름을 달고 오기에, 그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다.

급기야 어느 날, 자국민 탄압으로 악명 높은 에리트레아가 유엔의 ALF에 총기를 들었다. 에리트레아는 1993년 독립 이후 선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수만 명이 정치 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자국을 탈출하려는 난민들이 급증했으나, 놀랍게도 에리트레아 정부는 난민을 발견할 경우 즉각 현장에서 총살하고 있다.

ALF가 습격을 당한 것도 그때다. 애초 환영받지 못한 유엔군으로 제한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난민을 살리려다 에리트레아군에 의해 총격을 받았다.

다만, ALF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않았다. 정우현이 로봇의 대응을 우선 디폴트 값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즉 누구든지 ALF에게 공격을 가해도 로봇 군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한데 공격이 계속되고, 심지어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하는 초강력 합금의 ALF 한 대가 고장 나자, 정우현이 드디어 에리트레아 및 국제 사회에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군을 향한 공격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아프리카 해방군은 자위권을 발동하는 한편, 에리트레아 정부군의 국제 범죄에 따른 정당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에리트레아는 ALF를 계속 공격했고, 이에 즉각 정우현이 설정값을 변경해 로봇의 반격이 개시됐다. 수면탄 공격이었다.

타닷!

슈우우우욱.

마침내 ALF가, 들고 있던 총을 최초로 쐈다.

“어어엇.”

“…아아.”

자국민과 ALF에게 총격을 가했던 에리트레아 정부군이 곧장 잠들었다.

그런 잔혹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곤히 수면에 빠졌다.

ALF는 곧장 그런 그들을 수갑 채우고 구금시켜, 아프리카 해방 수용소로 이송했다.

해방 수용소는 정우현이 이번 해방군의 전격적인 투입과 함께 아프리카 각 지역의 거점에 설립한 수용 시설이었다.

아프리카 해방에 나선 유엔군을 대적하는 모든 세력을 수용할 만큼 큰 수용 시설을 여럿 지었으며, 상황에 따라 증설할 계획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프리카 해방 전쟁.

에리트레아 독재자는 깜짝 놀라 내정 간섭이라며 즉각 전면전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이 현시점 세계의 모든 신기술을 집약한 ALF를 대적해 이길 수는 없었다.

모두 하나같이 재래식 구식 무기를 들고 있는 일반 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에리트레아 독재자는 아프리카의 모든 독재 국가들에 서한을 보내 동맹군을 만들 것을 제의했고, 이내 꽤 큰 규모의 유엔 반군이 결성됐다.

모두 자국민을 죽이거나 괴롭혀, 그들의 피로써 호의호식하는 못된 인간들의 동맹이었다.

* *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 수도인 프리토리아.

이곳에 아프리카 유엔군 본부가 설치되어 있다.

본부 내부 지휘관실. 정우현이 아프리카 해방전 전황을 디지털 화면으로 살피고 있다.

그 옆에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전황을 살피는 한 남자.

“…흐음.”

일론이었다. 일론 마스크가, 우후가 생산한 해방군 로봇이 참전한 전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장기전으로 가면 안 돼.”

일론이 말했다.

“맞습니다, 일론. 민간인이 다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일론이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로봇이 상하잖아. 하나하나, 내 자식처럼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그러고서는 그가 정우현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한 대가 고장 났다며. 아아, 그날 밤 잠 못 잤다니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온 거 아니야, 보스.”

“하하하, 대응 시스템이 디폴트 값이어서 그랬습니다. 그 이후로 그렇게 고장 난 로봇은 한 대도 없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반격하자니까.”

“안 돼요. 유엔군이 먼저 습격을 당했다는 근거를 확실히 해야 해요.”

“하여간 공무원들은 일을 참 어렵게 한단 말이야.”

“그나저나 일론.”

“…응?”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어떤가요?”

“아아.”

일론은 남아공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다가 캐나다와 현재 미국까지 삼중 국적자가 되었다.

“뭐, 감상에 빠질 것도 없어. 별로 좋은 기억이 있는 나라도 아니라서.”

일론이 어렸을 때 남아공은 심각한 인종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실행 중이었다. 심지어 그는 아버지로부터 정서적 학대까지 당했다.

이에 염증을 느낀 일론은 캐나다 시민권자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캐나다로 가게 된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딱하군. 독재자들이 판을 치고.”

“예,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거죠.”

“그냥 미사일을 날리면 어때?”

일론의 말에 정우현이 눈빛을 반짝이며 답했다.

“사실 저도 그 생각 중이었습니다.”

“오오, 그래?”

“예, 민간인이 더 이상 다쳐선 안 되니까요. 그래서 미사일을 대량으로 날려, 독재 국가들의 정부군을 빠르게 붕괴시킬까 합니다.”

“좋은 생각이야! 내 소중한 로봇이 망가지는 걸, 나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그러는 한편 지휘실에 한 여자가 들어오며 일론을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오셨네요?”

엘라였다. 우 재단을 책임지고 있는 엘라 또한 이곳 남아공 유엔군 본부에 있었다.

“뭐야, 네가 여기 왜 있는 거지?”

일론이 즉각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답했다.

“왜 있긴요, 일하러 왔지.”

그러고서 그녀는 표정을 한순간에 고치고 정우현을 보고 다정하게 말했다.

“우현 님. 계획하신 구호 작업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오, 잘했습니다, 엘라.”

정우현이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곧 전쟁이 끝날 겁니다. 그러면 엘라가 할 일이 많아질 거예요.”

“정우현 님과 함께라면.”

엘라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일론이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러나저러나 엘라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 * *

그러고서 며칠 후 유엔군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됐다.

공습이고 미사일이라고 해 봤자, 모두 수면탄이었다.

즉, 독재 국가의 군부대 위로 수면 미사일이 쉼 없이 쏟아졌다.

이내 이 미사일의 정체가 그들 국가에 알려졌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방독면을 포함한 그 어떤 기술로도 해당 수면탄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면 효과를 막을 수 있는 원천 기술은 우후 그룹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술을 현재로서 세상에 공개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아아.”

독재 국가의 국민은 멀리서 번쩍하고 미사일이 터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처음 그들은 당연히 유엔군의 반격 또한 두려워했다.

웬 로봇이 나타나 낯설기만 한데, 심지어 그들이 총을 쏘고 미사일이 발사하면 사람들이 잠든다.

이에 어떤 아프리카인들은 그것이 주술이라고까지 얘기를 나눴다.

한데 그럴 리가 없었다.

이내 그들은 해당 수면탄이 오로지 무자비한 정부군을 향해 발사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정우현과 엘라의 지도 아래 유엔과 우 재단이 협업으로 끊임없이 민간인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윽고 민간인들은 마음을 완전히 놓았다.

유엔군이 우리를 도와준다. 유엔군은 말 그대로 우리를 해방시키러 왔다.

심지어 그들의 무기는 압도적으로 강해 총을 든 정부군을 단숨에 무력화시킨다.

그렇다면, 더 이상 두려워할 게 없었다.

결국, 그들도 일어섰다.

정부군에 대항해 자유를 부르짖기로.

독재 국가들은 말 그대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게 됐고, 마침내 빠르게 붕괴됐다.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고 외부적으로는 유엔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로써 정권을 지킬 정당성도, 힘도 잃게 됐다.

남은 건 알량한 목숨 하나를 지키기 위한 도망이었다.

독재자들은 도망갔다. 정치적 망명을 꾀하거나 혹은 은신을 하거나 누군가는 아예 자살까지 했지만, 결국 유엔군에 의해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독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정우현이 그들의 도주로를 모두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그 모든 독재자가 체포되거나 사망했다. 이로써 아프리카 해방전은 유엔군의 완벽한 승리로 마쳤다.

* * *

독재 정권이 붕괴된 국가 중 하나인 카메룬의 수도 야윤데에 집결한 아프리카 해방군 기지.

정우현이 유엔 인사들 및 카메룬 국민 앞에서 영어로 입을 열었다.

“수고했습니다.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짝짝짝짝짝!

정우현의 말에 사람들은 물론, 오랫동안 압제에 시달린 카메룬 국민도 손뼉을 쳤다.

정우현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러고서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아프리카는 독재가 곧잘 반복됩니다. 한 독재자가 축출되면, 또 다른 독재자가 군림하는 식이죠. 그래서 사실상 본격적인 아프리카 해방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반을 탄탄히 하고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무장 세력이 집권하지 않게 됩니다.”

“….”

사람들이 가만히 정우현의 말을 경청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때까지 우선 치안을 탄탄히 해야 합니다. 그와 함께 경제 성장도 꾀해야 하고요. 그럼으로써 아프리카는 더 이상 암흑의 대륙이 아닌 빛의 대륙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빛의 대륙.

이전의 아프리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표현이다.

정우현은 이와 같은 요지를 카메룬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게 불어로 한 번 더 말했다.

“오오오오!”

그러자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르고서는 마구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흑흑.”

심지어 어떤 이들은 엎드려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에 의해 갖가지 명목을 들어 무단 구금 및 처벌을 당한 사람이 무수했다.

가족은 물론, 친인척, 그리고 지인들까지 하면 그들 모두가 아픔과 슬픔이 있는 피해자였다.

한데 그런 그들 앞에 정우현이 나타났다. 그러고서 그 무시무시한 독재 세력을 순식간에 물리쳐 자유를 안겨 줬다.

그러고서는 이 땅을 심지어 빛의 대륙으로 만든다고 한다.

“하아….”

계속 눈물을 흘리는 카메룬 국민.

그들의 눈에 비치는 정우현은 말 그대로 성자였다.

그의 위로 비치는 햇빛은 마치 천상에서 내려보낸 영롱한 빛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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