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73)화 (173/200)

173화

“아프리카는 자원이 많습니다.”

정우현이 연설을 시작했다.

“특히 금과 다이아몬드는 세계 생산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많죠. 그렇게 자원이 많은데도, 가난한 이유는 뭘까요?”

하고는 그가 곧장 스스로 대답을 했다.

“올바른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정치 체제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각국이 내전, 그리고 독재, 부정부패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 유엔과 국제 사회는 먼저 이 부분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으음!”

“……뭐라고!”

그러자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아프리카 각국의 대표들이 내는 소리였다. 그들 중 일부가 독재 정권의 대표로 와 있었기 때문이다.

정우현이 그 같은 반응을 의식하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역사가 말해 줍니다. 그런 독재 정권은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그리고 항상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집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해당 국가는 자국민을 위해 경제에 힘쓰는 한편, 정권을 민주 정부에 평화적으로 넘기며 올바른 퇴진을 할 생각을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필시 비참한 종말을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정우현이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강조를 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아프리카 정상화(正常化)에 간절했으며 진심이었다. 심지어 사무총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아프리카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작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아프리카에 주둔 중인 유엔 평화유지군을 대폭 증원 및 증강해 전 세계 어느 세력에 못지않은 강력한 부대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이름하여 유엔 직속 아프리카 해방군(Africa Liberation Force)입니다. 아프리카 해방군, 즉 ALF의 최우선 목표는 자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부정 축재를 하는 부패한 독재 정권의 붕괴 및 내전을 일으키는 반군의 척결입니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돼!”

다시 아프리카 독재국들의 대표가 소리쳤다.

이러나저러나 정우현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입을 열었다.

“ALF가 기존의 유엔 평화유지군에 비해 단순히 병력만 많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ALF는 전 세계 어느 국가의 군대보다, 더 진보된 최첨단의 기술로 무장한 부대가 될 것입니다. 혹자는 훗날 ALF의 전투 모습과 기술력을 보고, 외계 기술을 전수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고 진보된 군대를 구성할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바야흐로 단순 병력과 재래식 무기의 규모로만 싸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장비로 무장한 병력 하나가 기존의 병력 100명, 아니 1,000명 그 이상을 대체하는 시대입니다. ALF는 그런 병력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하고는 정우현이 뒤로 돌았다.

그러고서 과거 우후 그룹의 회장으로서 신기술을 주주들 및 세상에 공개할 때처럼 크게 외쳤다.

“자, 공개하겠습니다. 아프리카 해방군의 요체가 될, ALF 요원입니다!”

정우현의 큰 목소리와 함께 회의장 뒤편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쉬이이이익.

슈욱.

띠리딩.

“……오오.”

“믿을 수 없어…….”

로봇이었다. 그러니까 각종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인간 크기의 로봇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족 보행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 요원들이 해방군으로서 아프리카의 정의와 번영을 위해 싸우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가만히 있었다.

특히 미국을 대표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의 국가들이 당황했는데, 이 상황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는 잠자코 있던 금발의 대표가 손을 들었다.

미국 대표였다.

“사무총장님.”

“예.”

“일단 놀랍고, 기본적으로 미국은 이에 적극 찬성합니다. 정말 효과적으로 가능할 수만 있다면 인명 피해는 최대한으로 줄이고, 아프리카의 자유 민주화 등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하고선 금발의 미국 대표가 자신의 금테 안경을 한번 고쳐 쓰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예산, 예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입니까? 현재 유엔의 연간 예산은 대략 50억 달러, 그중 우리 미국이 가장 많은 분담금인 12.5억 달러를 부담하고 있죠. 193개국 중 1개국에 지나지 않는 우리 미국의 분담률이 무려 25%나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신기술의 로봇 부대가 아프리카에 파견된다면, 예산이 폭증하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대체 어떻게 감당하실 생각입니까? 설마 이대로 그 막대한 금액을, 미국에 전가시킬 생각은 아니시죠?”

“하하하.”

미국 대표의 물음에 정우현이 크게 웃었다.

“당연합니다. 미국의 부담은 지금보다 더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고서 정우현이 뒤를 돌아봤는데, 새롭게 ALF 로봇 요원 하나가 회의장에 등장했다.

한데 놀랍게도 그 로봇의 양어깨 위로 누군가가 팔짱을 낀 채 앉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두 무상 지원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오!”

일론이었다. 우후 그룹의 사장 일론 마스크가 오래전부터 정우현과 함께 개발한 로봇을 타고 유엔 총회의장에 들어섰다.

“하하하하하, 반갑습니다!”

정우현과 일론은 전기차 사업의 성공 후 다방면의 신사업에 진출하며, 일찌감치 로봇 연구에 착수했다.

실상 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뛰어난 로봇은 일찌감치 개발했지만, 정우현은 출시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정우현은 마침내, 인간과 흡사한 것을 넘어 더 뛰어난 로봇을 탄생시켰다.

무려 튜링 테스트(Turing test)까지 통과한 로봇이었다.

튜링 테스트는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만든 로봇 판별법으로서, 쉽게 말해 인간이 정체가 숨겨진 컴퓨터와 대화할 때, 상대가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판별할 수 없다면 통과되는 시험이다. 그런 로봇은 인공 지능이 인간의 지능 이상인 것으로 간주된다.

정우현은 이 테스트를 위해 무작위의 사람 수백 명을 선정해 로봇과 대화를 시켰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로봇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인간 같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로봇은 외관상으로도 인간이었다. 인간의 피부 조직과 머리카락, 그리고 이목구비 등 인간의 모습을 완벽히 따라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모든 면에서 완전한 인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정우현은 이번 ALF의 로봇 요원들은 인간의 외관을 하게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그저 팔과 다리가 있는 고철이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들이 아프리카에서 치안 유지를 하고 독재 정권을 축출하는 데 힘을 쓴다면, 일부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껴 겁을 먹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의 천재적인 재능으로 여러분들 앞에 서게 되니, 몹시 즐겁습니다! 하하하하하!”

일론이 여전히 로봇 위에 앉은 채 크게 말했다.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로봇과 일론을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정우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후 그룹의 사장이 ALF와 관련된 모든 걸 무상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하하하!”

하는 일론의 웃음소리와 함께 총회의장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렸고, 이내 사람들 모두가 하나둘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일론의 모습은 볼썽사납지만, 그가 어쨌든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건 틀림없었다.

국가도 아니고, 한 사기업이 이렇게 대규모로 유엔을 지원하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타닥.

일론이 한순간 로봇의 어깨 위에서 폴싹 하고 땅에 내려오더니, 고개를 숙여 회원국 대표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고서 연단에 있는 정우현 사무총장에게 걸어와, 미소를 띠며 작게 말했다.

“보고 싶었어, 보스.”

물론 애초 정우현의 계획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아프리카를 해방시키기 위해 지금의 유엔 평화유지군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강력한 부대를 떠올렸고, 이를 뒷받침할 건 역시 우후의 첨단 기술밖에 없었다.

이에 즉각 일론에게 연락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 뒤 필요한 사항을 지시했다. 일론은 물론 곧장 정우현의 뜻을 수행했다.

로봇뿐만 아니라 화성 탐사를 위한 우후X 사업으로 미사일 등 군수 산업에도 진출한 정우현이다.

즉, 그는 각종 최첨단 무기도 발명했다. 대표적으로는 인체에 무해한 수면 가스다.

그간 수면 가스는 여러 형태로 개발됐지만, 모두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게 특징이었다. 즉 가스를 마신 사람은 잠이 들게 되지만 부작용으로 신체가 손상되거나 최악의 경우 눈을 감은 그대로 영영 잠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우현은 그 모든 부작용을 제거해 오로지 잠만 들도록 하는 완벽한 화학 성분을 만들었다.

사실은 원래 의료 목적으로 우후 제약 회사에서 만든 일종의 수면 처방 약이었다. 한데 정우현은 이것을 미사일이나 총탄에 넣어 발사하고 터뜨리면 곧 무장한 부대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거기에 이 수면 가스에 대비한 방독면까지 소용없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접목시켰다. 즉 현시대의 기술로 만든 그 어떤 무엇으로도 이 수면 가스를 막을 수 없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이 수면 가스를 사용한 사람들조차 잠이 든다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이 또한 걱정 없었다. 정우현의 ALF 요원들은 사람이 아니니까.

결국, 아프리카 해방군의 작전은 이랬다. 치안 유지와 시민 보호에 힘을 쓰다가는 독재 정권, 또는 반군 등 무장 세력에게 피습을 당할 시 즉각 이 수면 가스를 터뜨려 적들을 재운다.

그러고는 불법을 자행하고 잠이 든 그들을 정성스럽게 포박해 구금하여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이렇게 되면 아군은 물론, 적군까지 그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으면서도 목표한 바는 모두 이룰 수 있는, 완벽한 평화 군사 작전이 된다.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비폭력적이면서도 강력한 부대가 바로 정우현이 만든 유엔 아프리카 해방군이었다.

정우현이 이처럼 아프리카 군사 활동의 요지를 설명하자, 사람들이 다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이 작전을 반대할 사람들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우현이 다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몇몇 아프리카 독재 정권의 대표 및 그들을 지지하는 정의롭지 못한 세력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자들을 가만히 내버려 둬도 되겠습니까? 그러고서도 우리가 문명화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

이에 아프리카 대표들이 말은 없이 서로 눈치를 봤다.

“잊지 마십시오, 이곳은 세계의 평화를 위한 국제 연합의 총회의장입니다. 모든 면에서 자유롭고 번영할 아프리카의 미래를 위한 인도적 차원의 작전을 선포하고, 아프리카 해방군의 창설 및 활동을 시작하겠습니다!”

하고서 정우현이 총회의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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