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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59)화 (159/200)

159화

격리 기간이 끝나고 정우현은 본격적으로 에볼라 치료제를 양산하는 한편, 새롭게 백신 연구에 들어섰다.

북키부를 중심으로 에볼라에 걸려 거의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이 순식간에 나았다.

정우현이 전력을 다해 만든 치료제답게, 주입하는 순간부터 한 시간 이내 극적으로 환자의 몸이 나았다.

100%.

100%, 에볼라 바이러스가 환자의 몸에서 사라졌다.

특히 엄규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병의 진행 수준과 관계없이 중증의 환자도 치료제를 맞으면 어떻게든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사멸됐다.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본바, 오로지 환자가 죽기 직전에만 맞으면 됐다.

“…이건 기적입니다.”

UN 소속 바이러스 연구소장.

소장이 백발의 긴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끝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말을 이었다.

“한평생, 이 바이러스 연구에 힘을 쏟았어요. 하지만 솔직히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은 힘들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어느 날 정우현 님이 오셔서는 이렇게 모든 것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소장님.”

정우현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러요. 백신. 백신을 또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얘기는 백신을 개발하고, 완벽히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나눠도 늦지 않습니다.”

“…예, 그렇습니다만.”

하고서 소장이 눈물을 닦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믿습니다. 왜 세상 사람들이 정우현 님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깊이 믿고 따르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정우현 님. 당신은, 무조건 성공할 것입니다. 단순히 이깟 바이러스의 백신 제조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서, 무조건 성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공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리라는 것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아요.”

“….”

소장이 머리를 깊이 숙이며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저 같은 사람들이 정우현 님을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니까요. 그 어떤 장애와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정우현 님의 힘이 될 테니까요.”

정우현이 그런 소장을 보며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는 한순간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정우현은 소장의 말에 전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이전까지는 그저 자신이 하고픈 대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행복을 느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한편, 좋은 일을 계속 이어 가 주길 몹시 기대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즉,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정우현은 당연히 옳은 사람이고, 또 옳게 행동해 세상의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이는 그들이 정우현을 마음속 깊이 리더로 받아들이고 믿는다는 뜻이었다.

그와 같은 점을 뼈저리게 느끼며, 정우현은 자신의 능력과 위치, 그리고 세상에서의 역할 등을 찬찬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 * *

정우현이 백신 제조에 성공했다.

그리고 효과까지 완벽히 입증했다.

이로써 그는 헤르페스 3형과 변종 코로나, 그리고 이 에볼라까지 세 번째로 바이러스를 완전히 종식시키게 됐다.

“도련님.”

“하하, 실장님.”

“축하드립니다.”

말끔히 건강을 회복한 엄규환이 정우현의 곁에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고마워요!”

하고서 정우현이 엄규환을 바라보며 곧장 말을 이었다.

“몸은 괜찮아요?”

“괜찮다 못해, 아주 좋습니다. 이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왜죠?”

“하하하! 실장님의 육체가 엄청난 병마와 싸워서 이겨 냈으니, 그만큼 더 강해진 게 아닐까요?”

“…으음.”

하고서 엄규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모두 도련님의 약, 약 덕분이죠.”

엄규환이 정우현 앞에서 한쪽 다리로만 무릎을 꿇고 앉으며 머리를 푹 숙이고 말했다.

마치 서양의 중세 시절, 왕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의 모습 같았다.

“…아니, 실장님! 왜 그러세요!”

“도련님. 저 결심했습니다.”

“뭐요, 뭐? 아니 근데, 좀 일어나서 얘기하세요!”

정우현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말을 잇는 엄규환이다.

“이 몸, 부서져 먼지가 될 때까지, 도련님을 모시고 따르겠습니다.”

“…실장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55세. 딱 55세가 되면 도련님께 말씀드려 퇴직하려 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에 경호원인데, 노쇠한 몸으로 도련님을 계속 모실 수는 없으니까요.”

“….”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55세는커녕 65세, 아니, 75세를 넘어 죽을 때까지 도련님을 모시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아들놈과 아들의 아들, 아들이 없다면 딸! 그러니까 손자 손녀까지 대대로 영원히, 저희 가문은 도련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제 몸과 마음을 다해 약속드립니다.”

“실장님!”

“…어엇.”

정우현이 순간 힘을 줘 엄규환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엄규환은 그 자세 그대로 버티려 했으나, 정우현의 힘에 의해 강제로 일어서게 됐다.

아무리 엄규환이라지만 힘에서도 그는, 70억 분의 1의 사나이인 정우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 소리 마세요! 실장님이 저와 함께 이곳 콩고에 오기로 했을 때부터, 저는 실장님을 안전하게 한국에 돌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지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 책임을 다했을 뿐이고요!”

“…예, 하지만 도련님. 책임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다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지는 못해요. 심지어 세계 최악의 전염병에 걸렸었습니다, 저는.”

하고 엄규환이 병상에 누워 온몸에서 피가 흐르던,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잠시 회상하고는 몸을 미세하게 떨며 말했다.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솔직히 그때, 저는 죽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죽었던 것 같아요.”

엄규환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우현이 엄규환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죽기 직전이었다.

이에 정우현이 곧장 치료제를 주입했지만, 엄규환은 실제 의학적으로 목숨을 잃었었고,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났다.

즉,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다.

“그런데 다시 눈을 뜨게 됐죠.”

하고서 엄규환이 어떤 단어를 애써 떠올리기라도 하는 듯 재차 입을 다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끝내 다시 입을 열었다.

“…부활! 그래요, 저는 부활한 겁니다! 도련님! 저는 도련님 덕분에 부활한 거예요! 그런 제가 어찌 도련님께, 그저 ‘고맙습니다’라고 한마디만 하고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이에 정우현이 계속 겸손하게 말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엄규환에게 정우현은 구세주였다. 죽음에 이르렀던 자신에게 새 생명을 준 사람의 의미를 축소할 수는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제 목숨을 다하여! 제 남은 생을 다하여! 제가 없어지면 제 후손에게까지! 도련님을 따르고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만하세요, 실장님.”

“충성! 충성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엄규환의 극찬과 정우현의 사양은, 한동안 계속됐다.

* * *

에볼라 치료제와 백신이 빠르게 보급됐다.

정우현은 아프리카 최빈국들이 에볼라로 고통받고 있기에 특별히 이번에는 모든 약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모든 약의 개발과 공급을 마무리 짓고, 다시 헬기를 타고 공항을 향해 떠나려는 정우현의 눈앞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병마에 신음했던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민병대, 나아가 정우현이 이곳 북키부에 올 때까지 습격을 감행했던 반군들까지 일렬로 늘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즉, 어디선가 무장 대원들까지 나타나 총을 뒤로하고 정우현에게 존경의 표시를 했다.

이에 한껏 경계한 엄규환은 물론, 존스를 포함한 유엔군도 놀라 자리에서 주춤했다.

고개를 숙인 마을 주민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한 여자가 순간 한마디 했다.

“성자.”

모든 사람이 잠자코 있는 가운데,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은 성자입니다, 우현 님.”

이에 주민은 물론 모든 반군까지 크게 외쳤다.

“성자! 성자! 성자!”

그러자 정우현이 굳은 표정으로 연장자 여성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이에 엄규환과 유엔군이 위험할 수 있다며 정우현을 말리려고 했다. 그녀 뒤로 반군이 있었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우현이 괜찮다면서 그녀에게 나아갔다.

그러고는 그녀 앞에 서서 현지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성자도, 뭣도 아닙니다.”

더욱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저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포기할 줄 모르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죠.”

하고 그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말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스스로의 힘을 믿으십시오. 내면에 잠재된, 자기 자신의 힘을 믿으세요. 그러면 모두, 강해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어요.”

정우현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댔다. 심지어 뒤편에 있던 무장 대원들까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말을 나눴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정우현이 고개를 돌려 소리를 높였다.

“폭력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

“폭력은, 오히려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죠. 그리고 필연적으로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일으킵니다. 여러분이 누군가를 해쳤다면, 그 누군가와 가까운 사람이 기필코 여러분을 해치려 할 것입니다. 총을 든 여러분은, 진정, 스스로가 속한 이곳 사회와 나라를 위한 길이 어떤 길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부르르릉.

그때 반군의 뒤편에서 커다란 군용 차량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유엔군이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차량은, 악명 높은 반군의 리더가 탄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조심해!”

차량이 멈추고, 리더가 황금으로 장식한 소총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엔군 보라는 듯, 현재로서는 싸울 생각이 없음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천천히 소총을 땅 위에 놓았다.

그 뒤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전원 무기를 내려놓도록!”

이에 모든 대원이 자신이 들고 있던 소총과 나이프를 리더처럼 땅 위에 내려놓았다.

“….”

정적이 흘렀다.

저벅저벅.

그러고는 리더가 천천히 정우현에게로 걸어왔다. 사람들은 리더를 막지 않기 위해 물이 갈라지듯, 모두 옆으로 비켜섰다.

리더가 점차 가까이 오자, 엄규환과 유엔군이 달려와 정우현 옆을 지켜 섰으나, 정우현이 괜찮다는 의미로 팔을 들어 보였다.

“정우현 님.”

마침내 리더가 정우현의 앞에 서서는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서 그가 다시 뒤로 돌아 자신의 부하 및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랫동안 고통받았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인원이, 에볼라로 가까운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겪었습니다.”

하고 그가 잠시 입을 다물고는 다시 몸을 돌려 정우현을 보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는 곤궁하고 시시각각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 여기입니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우리가 총을 든 것이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우리를 우리 스스로 지키기 위해, 총을 든 것입니다.”

“거짓말입니다.”

이에 정우현이 곧장 말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그 모두를 명분 삼아, 권력을 차지하고픈 당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

정우현의 말에 리더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을 들 시간과 힘이 있다면, 그 귀중한 자원들을 지역 재건과 주민들을 위해 쓰십시오. 무장을 해제하십시오. 싸우지 말고, 일을 하십시오. 그래야만 이곳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하고 정우현이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리더의 동공이 파르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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