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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56)화 (156/200)

156화

콩고민주공화국 북키부에 정우현의 일행이 당도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점차 가까워지는 가운데 존스가 조종간을 잡고 있는 정우현을 불렀다.

“그런데 정우현 님.”

“예?”

“언제 그렇게 헬기 조종을 숙달하신 겁니까?”

“아, 하하. 그냥 취미로 틈틈이 연습했습니다. 재밌잖아요, 이것저것 운전하는 거.”

정우현의 말에 존스가 잠자코 있다가는 슬며시 하나를 더 물었다.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그렇게 능숙해지시는 데. 제가 알기로 헬기는 최소 1,500시간은 비행해야 실전처럼….”

“일주일이요.”

“…예?”

“아니다, 한 닷새? 하여간 비디오 게임처럼 가지고 노니까 금세 늘더라고요.”

“….”

존스가 말을 잃고 잠자코 있었다.

“…우리 도련님은.”

계속 잠을 자고 있었던 엄규환이 어느새 일어나 말했다.

“헬기만 조종하는 게 아닙니다.”

20여 년 정우현을 따라 외국에 수없이 드나들었던 엄규환은 이제 영어라면 능통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일반 전투기, 초음속기, 스텔스기, 로켓, 우주선은 물론 전함, 잠수함, 거기에 각종 탱크와 중장비 기계까지 인간이 조종할 수 있는 모든 기계는 다 조종할 수 있습니다.”

“…홀리.”

“우리 그룹에선 최근 인간이 탑승 가능한 유인(有人) 로봇을 개발 중인데, 해당 프로토타입의 1호 조종사도 바로 우리 도련님이죠.”

“하하하하하.”

이에 정우현이 재밌다는 듯 크게 웃고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어릴 때 꿈이 실현되는 겁니다. 남자라면, 한 번쯤 로봇을 운전하는 꿈을 꾸잖아요? 그 꿈이 실현된 겁니다!”

“….”

존스는 정우현과 엄규환의 말에 적응할 수 없다는 듯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었다.

이 순간이 현실인지 SF 이야기 속 상황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에 그는 자신의 볼을 손으로 잡고 쭉 늘여 보았다.

아팠다, 무지 아팠다. 분명히 현실이었다.

사실 각종 신기술의 선도적 글로벌 회사인 정우현의 우후 그룹은 군수 산업 진출에도 여러 차례 제의를 받았다.

먼저 대한민국이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연구를 의뢰했다.

이어 미국의 내로라하는 군수 산업체가 각종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우현은 그 제안을 모두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까 하는 기술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세상에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흥미로운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그런 살생 무기에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런 그가 유일하게 집중하는 군수 산업은 일론의 아이디어로 이뤄지고 있는 우후X였다.

위성을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리고, 궁극적으로 화상 탐사 및 인간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었다.

이에는 로켓 연구가 필수적이고, 로켓은 사실 미사일과 다름없다.

이미 위성을 성공적으로 띄운 우후X의 발사체 기술은, 민간은 물론 각국의 군대 및 공공 부문을 뛰어넘은 지 한참 오래되었다. 그만큼 우후는 여타 회사 및 주요 각국 정부와 압도적인 기술력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하하, 실장님. 잘 잤어요?”

이러나저러나 정우현은 계속 조종에 집중하는 가운데 엄규환에게 말을 붙였다.

“그럼요! 도련님의 완벽한 조종에, 아주 꿀잠을 잤습니다!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하하.”

엄규환의 농담에 기내에 있던 유엔군이 모두 웃었다.

며칠 전 반군과의 접촉 및 전투로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던 그들이, 정우현 덕분에 편하게 헬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이에 그들도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다소 여유를 되찾았다.

“으음.”

착륙을 위해 헬기가 지상에 점차 가까워지는 가운데, 정우현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소각하는 게 무엇인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사람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불에 태워 없애고 있었다.

* * *

드디어 유엔 산하 다국적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진원지에 당도한 정우현.

정우현을 보자마자 바이러스 연구소장인 백발의 중년 여성이 나와 그를 맞이했다. 그녀는 체코 국적의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에볼라 현장 책임자였다.

“…반갑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험난한 곳까지 직접 오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정우현 님?”

“소장님은 이곳에 항상 계시며 일하시는데, 저라고 못 올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고 정우현이 두리번거리며 말을 이었다.

“얼른 바이러스 연구에 힘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서 소장이 머리를 깊이 숙였다.

“아, 그런데 소장님.”

“예?”

“아까 헬기에서 잠깐 보니 사람을… 소각하고 있는 것 같던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하고서 소장이 말을 이었다.

“놀랍게도 에볼라 전염의 약 20% 정도가 확진자의 죽음 이후에 발생하고 있어요.”

“….”

“이곳 아프리카의 전통 장례 풍습 때문이죠. 사람이 사망하면, 가족이나 친지가 시신을 손으로 씻거나 만지고, 심지어 입맞춤까지 하거든요. 사망자의 개인 물건을 서로 나눠 가지기도 하고요. 이런 종교적인 행위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고서 정우현이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렇게 온 이상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에볼라 바이러스를 퇴치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 바로 연구를 시작하시려는 겁니까?”

소장이 그 모습에 놀라서 물었다.

“그럼요.”

“아니, 먼 길을, 그것도 쉽지 않게 오셨을 텐데, 조금이라도 쉴 생각은 하지 않으시고….”

“쉬고 싶었다면 애초 여기를 찾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연구해야 합니다.”

하고서 소장실 밖으로 나가려는 정우현을 소장이 뒤에서 불렀다.

“정우현 님.”

“예.”

“아실지 모르겠지만, 의료진 감염도 일어나고 있어요.”

그러고서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방역에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기에 예전처럼 빈번한 게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태 종종 일어나는 일이죠. 의료진으로서 아무리 완벽하게 바이러스를 차단한다고 해도, 그런 일이 벌어지더군요.”

“….”

“며칠 전엔 제가 가장 아끼는 의료 직원을 잃었습니다. 누구보다 씩씩한 분이셨는데….”

하고서 소장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말을 않더니, 한순간 시선을 돌려 정우현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겁니다. 저를 포함한 의료진들은, 사실, 모든 걸 각오하고 이곳에 온 것입니다.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뜻이죠. 한데 정우현 님까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저는 의문이 들어요.”

그러고서 그녀가 자애로운 눈빛을 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현 님께서는… 굳이 이런 일이 아니어도, 이미 세계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안전을 추구하시는 게 현장 책임자로서 하고 싶은….”

하고 계속 말을 잇는데 정우현이 불쑥 말했다.

“아닙니다.”

그러고서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이곳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온 것입니다. 예, 의료진이 감염될 수도 있는 등 바이러스와 관련해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 잘 알아요.”

하고서 정우현이 소장에게 다가와 양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앞장서서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마치 소장님처럼요.”

“….”

“그런 일을 잠시나마, 저도 하러 왔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괜한 걱정은 마세요.”

그러고서 정우현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보란 듯이 멋지게 해낼 테니까요.”

* * *

본격적인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가 시작됐다.

진원지에 도착했기에 정우현의 이동 및 보호를 담당했던 유엔군은 안전한 숙소에 틀어박혀 휴식을 취했다.

오직 엄규환만 정우현을 따라 바이러스 연구소와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들이 있는 병원을 따라나섰는데, 그마저도 며칠 가지 않았다.

“실장님은 안전한 데서 쉬시라니까요.”

정우현이 엄규환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도련님. 도련님 계시는 곳에 어떻게 제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예, 실장님 마음은 알지만, 이 바이러스는 보통 바이러스가 아니에요. 지난번 중국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요.”

그때도 엄규환은 정우현을 경호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바이러스 연구소에 곧잘 드나들었다.

이에 엄규환이 또다시 정우현을 곁에서 지키기를 원했다. 하지만 정우현은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다며 엄규환을 거의 반 강제적으로 숙소에 있게 했다.

“여기에 무사히 온 것만으로도 실장님은 할 일을 다 하신 거예요.”

“….”

“보세요,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어디서 총을 든 사람들과 대치해야 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실장님은 잠시 좀 쉬어도 돼요.”

이로써 정우현 홀로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장 치료제 연구가 급선무였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즉, 걸렸다 하면 거의 죽었다고 봐야 한다.

살아남은 10%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확진자들의 몸속에서 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제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에볼라는 더 이상 그리 무서운 바이러스가 아니게 되고, 그 후로 백신은 조금 여유롭게 만들면 된다.

사실 에볼라의 치료제는 물론 백신까지, 세상엔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것도 종류가 여러 가지나 된다.

한데 무엇 하나 완전한 건 없었다. 먼저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 많았고, 부작용도 꽤 있었다. 즉 100% 에볼라를 막고 치료하는 약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에볼라는 정복되지 않은 바이러스로 남아 있다.

한데 정우현이 연구를 시작했다. 수두-대상포진에 이어 코로나 변종 그리고 에볼라까지.

연이은 바이러스와의 전투였다.

“…으음.”

한데 이번 전투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정우현이 이제껏 해 온 방식대로는 바이러스가 좀처럼 사멸하지 않았다.

에볼라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모처럼 애를 먹었다.

연구소 내부, 방호복을 입고 연구하고 있는 정우현의 얼굴이 심각하다.

사실 그는 스스로가 세상 모든 외부 물질에 면역임을 알고 있기에 방호복을 입지 않으려고 했었다.

변종 코로나 때처럼 굳이 실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에볼라 바이러스에도 자신이 면역임을 확신하고 있었고, 또 실제로도 그랬다.

치사율 90% 아니, 10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라도 정우현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방호복을 입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맨몸으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름없으니까.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바이러스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정우현.

그런 그의 귀에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정우현 님!”

“…예?”

다급하게 자신을 찾는 소장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우현 님과 여기 같이 오신 분 있죠!”

“….”

“정우현 님의 경호원이라는 분이요.”

“…아, 예, 지금 숙소에서 안전하게 쉬고 있습니다만, 왜요?”

“그분이!”

하고서 소장이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분이 바이러스에 전염됐어요! 에볼라요! 에볼라에 확진됐다는 말입니다!”

“….”

믿을 수 없는 말에 정우현이 입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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