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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55)화 (155/200)

155화

적들을 흙더미에 빠트려 공격할 수 없게 만든 정우현.

실상 정우현이 만든 영화 속 세상이었으면, 즉각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고도 남았을 시점이다.

예컨대 정우현의 손에서 탄생한 <격분> 속 김도진이나, <바이 더 베테랑>의 브래드 퍼트였다면 애써 얇은 축대를 맞히지 않았으리라. 잔혹하게 적들을 죽이면 될 일이니까.

하지만 정우현은 그러지 않았다.

현실 세계 속 그는 불살(不殺)의 정신을 갖고 있었다. 즉 죽이지 않는다.

애초 사람을 살리려다가 목숨을 잃어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만큼,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며 다짐하고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렇게 정우현 일행이 빠르게 헬리콥터 기지로 나아갔다.

“그런데 정우현 님.”

순간 존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정우현을 불렀다.

“예?”

“굳이 왜 헬기장으로 가시는 겁니까?”

“북키부까지 가야 하니까요!”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존스가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차량은 폭파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적들의 기지로 가는 것은, 설마 차량을 탈취하려 하는 것입니까?”

“아니요.”

정우현이 곧장 말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다 계획이 있어요.”

그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헬기 근처에서 자신들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하는 또 다른 반군 두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숨어요!”

정우현이 얼른 소리쳤다.

타당!

다행히 빨리 몸을 숨겨 총알이 모두 빗나갔다.

이윽고 유엔군이 대응 사격을 하려는데 정우현이 말했다.

“쏘지 마세요!”

“…네?”

유엔군이 조준하다 말고, 총에서 눈을 떼며 의아한 표정으로 정우현을 바라봤다.

“쏘지 마시라고요, 괜한 살상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윽고 존스가 말했다.

“이곳을 벗어나려면 방어 사격이라도 해야 합니다. 적들을 죽이지는 않더라도 위협이 필요하죠.”

“물론 그렇죠.”

하고는 정우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한순간 번개처럼 달려가며 외쳤다.

“저를 중심으로 엄호 사격만 해 주세요!”

유엔군이 놀란 것도 잠시, 적들이 정우현을 보자마자 다시 사격을 시작했으나, 단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정우현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빨랐기 때문이다.

인류사 가장 빠른 인간 정우현.

8초대 기록을 세운 지난 100m 달리기 시합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적들을 향해 달린다.

그것도 자신을 향한 사격을 회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달린다.

타다다다다닷!

이윽고 적들 앞에 다다른 정우현.

적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자세를 잡고 총을 쏘기에는 정우현이 너무 가까이 왔음을 깨닫는다.

이에 품에 있던 군용 나이프를 꺼내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투둑.

툭!

기절했다.

두 명이 모두 한순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한 명은 명치를 한 명은 목을 공격해 기절시켰다.

세계 최고의 격투가를 수 초 만에 KO시킨 정우현.

이런 무장 대원을 쓰러트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정우현이 상황을 종료한 뒤 뒤를 돌아보고 크게 외쳤다.

“얼른 이쪽으로 오세요!”

엄규환과 유엔군은 어안이 벙벙해서 가만히 있다가는 뒤늦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정우현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니까.

그들이 오기까지, 정우현은 기절한 적의 소총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했다.

다행히 이곳에 오는 또 다른 무장 대원은 없다.

“…우현 님.”

이윽고 도착한 존스와 유엔군.

“…당신은 대체….”

하는데 정우현이 불쑥 말했다.

“그런 얘기로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벗어날 수 있습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차량이 없습니다. 이렇게 된 거 왔던 길로 조금 되돌아가, 유엔의 지원을 기다리거나 민간인들에게 부탁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봤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존스가 말끝을 흐리는데, 정우현이 몇 발자국 전방으로 나아가더니 크게 말했다.

“왜 방법이 없습니까? 여기 있잖아요!”

“….”

정우현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헬리콥터였다.

즉, 반군의 헬리콥터 기지에 있는 헬기였다.

“이걸 타고 가면 되지요! 더 이상 지뢰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정우현 님.”

존스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헬기야말로 무장 세력에게 더 쉽게 눈에 띄어 금세 표적이 되고 맙니다. 죽기가, 더 쉽다는 거죠.”

그러고선 자신의 대원들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심지어 우리 중 헬기를 조종할 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어요. 애초 정우현 님을 북키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어디까지나 육로를 통한 차량 이동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얼른 돌아가서….”

하는데 정우현이 헬기에 탑승했다.

그러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시동을 걸었다.

투두두두두두.

이내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가운데, 정우현이 크게 외쳤다.

“모두 타세요! 이걸 타고 북키부로 곧장 갑시다.”

“….”

존스를 포함한 모든 유엔군이 입을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 * *

두두두두두두.

헬기가 상공 위로 떴다.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먼지가 휘날리는 가운데, 뒤늦게 어딘가에 있던 반군 대원들이 총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탈취당한 헬기를 향해 사격 자세를 취한다.

타다다다다다당!

하지만 그전에 헬기에 설치된 기관총으로 위협 사격이 가해진다.

바로 엄규환이다. 엄규환이 드디어 손에 총을 쥐었다.

“하하하, 이거 오랜만이군요!”

군 복무 시절 이후 기관총은 처음 만져보는 엄규환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실장님!”

“예?”

정우현이 헬기를 조종하는 가운데 옆에서 타이르듯 말했다.

“사람은 직접 쏘지 마세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엄규환은 반군이 헬기 근처로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총을 쏘고 있었다.

일반 소총보다 기관총이 사격 거리가 더 길다.

그래서 그는 위협 사격만 가함으로써,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타다다다당!

계속해서 기관총을 쏘는 엄규환.

“신나네요, 신나! 하하하하하!”

무진장 크게 웃는다.

이윽고 헬기가 하늘 높이 뜨고, 더 이상 기관총으로 위협 사격을 가하지 않아도 지상에 있는 반군들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게 됐다.

“어어!”

한데 그 와중 유엔군 한 명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반군 중 한 명이 커다라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인 맨패즈(MANPADS : MAN-Portable Air Defense System)를 어깨에 장착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위험해!”

즉각 유엔군이 소리쳤다.

이에 정우현도 고개를 돌려 맨패즈를 들고 있는 반군을 바라봤다.

펑!

이윽고 일반 소총과는 비할 수 없이 큰 소리를 내는 미사일이 발사됐고, 정우현이 기체를 옆으로 급하게 틀었다.

“아아아아아!”

기내에 있던 사람들이 옆으로 쏠리며 소리를 크게 질렀으나 다행히 미사일이 헬기 옆으로 스치며 날아갔다.

“휴….”

이내 한시름 놓는 유엔군.

정우현이 다시 조종간을 잡고 비행을 계속한다.

“어엇!”

한데 다시 유엔군이 소리를 지른다.

퍼어어어엉!

미사일을 쐈기 때문이다.

한데 이번엔 아주 제대로 쐈다.

첫발로 미사일의 궤도와 속도 등에 감을 잡은 반군 사수가, 이번엔 정우현이 조종하는 헬기의 동선을 노리고 정확하게 쐈다.

그는 반군 중에서도 손꼽히는 지대공 전문 사수였다.

내전 중 정부군을 상대로 무려 23대의 헬기와 비행기를 격추시킨 화려한 이력이 있었다.

“아아아아아!”

이내 미사일이 빠르게 기체로 날아오고, 헬기 안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절규하다시피 소리를 질렀다.

그중 오직 엄규환만이 고개를 돌려, 조종간을 잡고 있는 정우현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믿고 있었다.

엄규환은 정우현이 어떤 순간에도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임을 알고서 굳게 믿고 있었다.

“꽉 잡으세요!”

아니나 다를까 정우현이 미사일의 궤도를 보고는 조종간을 급히 틀었다.

한데 옆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고 상단으로 조종간을 끝까지 올렸다.

“아아아아!”

그러자 헬기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거꾸로 한 바퀴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잉.

그 틈에 미사일이 허공을 가르며 헬기를 지나쳐 앞으로 날아갔다.

쿠궁!

결국, 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아무도 없는 땅에 떨어졌다.

“아아….”

헬기는 어느새 한 바퀴를 완전히 돌아 다시 정상 궤도로 비행을 하고 있었다.

“…간발의 차였습니다.”

이에 유엔군이 죽다 살아났다는 듯 한숨을 깊이 쉬고 천천히 말했다.

“미사일이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헬기 옆을 지나갔어요.”

“원래 그런 겁니다.”

이에 엄규환이 즉각 말했다.

“위기를 극복한다는 건 원래 그런 겁니다. 죽을 둥 살 둥 집중해야만, 이런 위기 상황을 끝내 이겨 낼 수 있죠, 게다가.”

하고는 그가 정우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도련님께서는 항상 이처럼 살아오셨어요. 포기란 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온갖 업적을 이루실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고선 엄규환이 마치 자신이 그 모든 업적을 이룬 듯 기뻐하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이에 정우현은 가만히 미소를 지은 채 조종에 집중했다.

“하하하!”

헬기 소리와 함께 엄규환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지상에 있는 반군들을 뒤로하며 상공 위로 울려 퍼졌다.

* * *

계속되는 헬기 비행.

순조로웠다. 비록 밤낮으로 조종은, 정우현 한 사람밖에 할 수 없었지만, 정우현의 체력이야말로 강철 그 자체였다.

“…괜찮으신 겁니까?”

그 모습을 보고 존스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예, 괜찮습니다.”

정우현이 답했다.

“이틀째 한숨도 못 주무시고 조종만 하시는데….”

“하하, 괜찮아요.”

하고선 정우현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틀 정도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요!”

사실이었다. 일찍이 우한시에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했을 때, 약 일주일 정도를 버틴 정우현이었으니까.

“…그래도 걱정되는군요.”

존스가 말했다.

다행히 헬기 내에는 비상식량과 물이 충분히 있어서 식량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드르렁.

순간 누군가가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규환이었다. 엄규환은 정우현을 절대적으로 믿는 나머지, 헬기 안에서 잠까지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정우현이 완벽하게 목표를 달성하리라 철석같이 믿었다.

“…으음.”

존스를 포함한 유엔군은 그런 엄규환을 신기한 듯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하하하.”

정우현 또한 그 모습을 보고는 밝게 웃었다.

그러고는 곧장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주무세요!”

“….”

이에 사람들이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곤하고 졸렸다. 며칠간 잠도 못 자고,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극적인 경험을 겪었으니 당연히 잠이 쏟아질 만했다.

한데 오직 정우현 홀로 헬기 조종을 하고 있기에 이대로 잠들면 안 될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시고, 자세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제가 깨워 드리겠습니다.”

이에 유엔군이 계속 눈치를 봤다.

“얼른, 얼른 주무시라니까요!”

정우현이 더 큰 목소리로 말하자, 존스가 끝내 자신의 부하들을 보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자라.”

하고서는 정우현을 보고 말을 이었다.

“나는 정우현 님과 목적지까지 대화를 나누겠다.”

존스의 말에 유엔군이 하나둘 눈을 감았고, 이윽고 깊은 잠에 빠졌다.

밤하늘 위로 정우현이 조종하고 있는 헬기 한 대만이 계속해서 비행했다.

* * *

“…여기입니다.”

며칠 후 상공. 존스가 졸린 눈을 비비며 멀리 지상을 바라보고 말했다.

땅에는 흰 건물 옆으로 방호복을 입은 채 무언가를 나르는 사람들이 정우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 옆에는 소각로 같은 것이 있고, 그 위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존스가 말을 이었다.

“이곳이 바로 북키부. 에볼라 바이러스의 진원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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