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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54)화 (154/200)

154화

“어엇!”

존스를 포함한 유엔군이 차량 안에서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엄규환은 즉각 정우현을 따라 밖에 나왔다.

정우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무장 대원들이 즉각 총구를 겨누려다가는 한순간 멈춰 섰다.

그러고는 그들 중 키가 크고 마른, 리더로 보이는 한 사람이 말했다.

“…정우현?”

이에 정우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맞습니다.”

“오오!”

무장 대원들이 자기들끼리 웅성댔다.

그들도 물론 정우현을 알고 있었다.

아프리카지만, 무기를 갖고 있을 세력이라면 어느 정도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는 뜻이다.

돈이 있는 곳엔 미디어가 있다.

그리고 미디어가 있는 곳에선 정우현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다양하고 탁월한 성과로 사람들에게 모습을 알린 정우현이다.

이는 콩고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퇴치하러 오셨소?”

“그렇습니다.”

“…으음.”

마른 남자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한편 차 안에 있던 유엔군은 정우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다가, 금세 한 번 더 놀랐다.

정우현이 아프리카의 언어를, 정확히 하면 콩고어를 무척 유창하게 구사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우현을 북키부까지 안내하기로 한 유엔군 중 한 명은, 전문 통역병이다

콩고의 공용어인 불어를 사용하며 콩고어도 작전 수행을 위해 제법 익혔다.

한데 졸지에 통역병이 할 일이 없어졌다.

불어를 일찌감치 마스터 한 정우현이 콩고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으니까.

마른 남자가 계속 생각하다가는 한순간 길을 비키며 말했다.

“지나가시오.”

“오오!”

이 모습에 유엔군이 다시 한번 놀랐다.

너무 쉽게 길을 비켜줬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에볼라를 퇴치할 수 있겠지.”

마른 남자가 말을 이었다.

“…우리 삼촌도 그 악마 같은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소. 부디 얼른 그 병을 사라지게 해 주시오.”

하고서 그를 따르는 모든 대원에게 명령해 길을 비키게 했다.

이에 정우현이 다시 차에 타고, 뒤에 있던 엄규환도 곧장 따라 탔다.

그러자마자 곧장 전진하려는 유엔군의 차량.

한데 갑자기 마른 남자가 차량 앞을 막고 섰다.

그러고는 크게 외쳤다.

“이 앞은 정말 위험하오! 전투 중이라, 아무리 유엔군의 차량이라도 피격당할 수 있지. 조심하시오!”

하고서 다시 길을 비켰다.

* * *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차량 안.

존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현 님.”

“예.”

“아까 전 행동은 너무 위험하셨습니다. 저들이 갑자기 공격했으면 어쩌려고 그러셨습니까?”

“공격할 것 같지 않았어요.”

“…예?”

“말 그대로입니다. 안에서 보니 단순 도로를 통제하는 인원들로 보였습니다. 총은 겁을 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요.”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죠?”

“총을 살폈거든요.”

하고서 정우현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조정간을 보니 격발이 되지 않게 안전장치를 해 놓았더군요.”

“….”

존스는 말을 잃었다.

그 짧은 시간, 정우현이 엄청난 관찰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비단 관찰력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엄청난 시력이었다.

무장 대원들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데 그 순간 단추 정도만 한 크기의 조정간을 살폈다는 게 선뜻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정우현의 신체적 능력은 평범한 인간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랬군요.”

“하하하.”

정우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뭐, 이 정도로 무서워할 거였으면, 애초 이 나라에 와선 안 됐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세요.”

하고는 농담까지 하며 말을 이었다.

“여차하면 뒤에 계셨던 여러분이 알아서 잘 대처해 주셨겠죠, 하하하.”

“….”

옆에 있는 엄규환은 잠자코 있었다.

물론 그도 놀랐다, 정우현이 갑자기 차량 밖으로 나가서.

이에 즉각 따라나섰다. 어떻게든 정우현을 지켜야 하니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굳건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 시간 정우현과 함께하며 생긴 일종의 믿음이었다.

특히 정우현이 어린 시절 러시아의 모스크바 예술 극장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일, 또한 성인이 되어 런던에서 인종 차별주의자들에 습격을 당했음에도 단숨에 그들 모두를 물리친 일.

이 같은 경험들로 엄규환은, 정우현을 절대적으로 믿게 됐다.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그가 모두 멋지게 극복하리라 생각했다.

두뇌면 두뇌, 힘이면 힘,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정우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 *

차량이 북쪽으로 향하며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 가만히 있어도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러는 와중 한순간 존스가 말했다.

“지금부터는.”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저희도 처음 가는 길입니다. 그러니 각별히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고서 얼마 후 차량 하단에서 커다란 소리가 나며 살짝 공중 위로 떴다.

퍼퍼펑!

“아아!”

그러고는 차량이 풀썩 주저앉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

정우현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외쳤다.

“밖으로 나가세요. 그리고 차량에서 떨어져 몸을 숨기세요!”

찰칵.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정우현과 엄규환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차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제각기 나무와 바위 뒤편에 몸을 숨겼다.

타당!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우현이 탔던 유엔 차량으로 총격이 시작됐다.

지뢰였다, 차량이 작은 지뢰를 밟았다.

비록 작은 지뢰임에도 지뢰는 지뢰다. 특수 제작된 장갑 차량이 아니면 탑승자들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모두가 무사했다.

물론 한시름 놓을 때가 아니다.

전방에 있던 헬리콥터 기지에서 반군이 모습을 드러내 차량에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콰광!

얼마 안 있어 차량이 폭발했다.

아무리 방탄 차량이어도 계속된 총격을 버텨 낼 수 없었다.

심지어 적 중 한 명은 차량에 대전차 무기까지 쏘았다.

“….”

이 모습을 보고 존스가 굳은 표정으로 유엔 군인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반격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전원 사망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반격을 가해야 한다.

타당!

다다다다당!

이윽고 총격전이 시작됐고, 정우현과 엄규환은 잠시 몸을 숨기며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도련님.”

엄규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총격전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아군과 적군 모두의 총알이 허공에 빗발쳤다.

양측의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이다.

특히 적군 입장에서 커다란 차량을 맞히는 건 쉬워도 숨은 채 반격을 가하는 유엔군을 맞히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이는 유엔군도 마찬가지였다. 적들이 기지의 엄폐물에 숨어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엄규환이 잠시 머리를 들어 주의 깊게 보고는 입을 열었다.

“아쉽군요.”

하고서 조금 떨어진 거리의 유엔군이 손에 든 총을 보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무기가 없어서.”

“민간인이니 어쩔 수 없죠.”

정우현이 대답했다.

그러자 엄규환이 곧장 말했다.

“예, 그렇긴 한데 이런 상황에선 방어 차원에서라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

엄규환의 말과 함께 정우현이 아주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일행을 태우고 갈 차량은 폭파됐고, 전방 길은 막혀 적군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등 교착 상태에 빠졌다.

물론 누가 죽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이대로면 북키부까지 온전히 나아가기 힘들어진다.

즉, 에볼라를 퇴치하기 위해 이곳에 온 목적이 완전히 좌절된다.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정우현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염라대왕에 의해 시작된 두 번째 삶.

뭐든지 마음먹은 것이라면, 실패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조금 떨어진 유엔군에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도련님!”

엄규환이 크게 불렀지만 멈추지 않았다.

적군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정우현을 보고 조준 사격을 가하려 했지만, 너무 빨라 놓치고 말았다.

가공할 스피드의 정우현.

그러고서 그는 유엔군에게 총을 빌려달라고 했다.

“…총을요?”

유엔군이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예, 지금은 비상 상황입니다. 잘못하다가는 여기 있는 모든 인원이 죽을 수 있어요. 그러니 잠시 제게 총을 주십시오. 그럼 상황이 곧장 나아질 것입니다.”

유엔군이 자신이 쥐고 있는 총을 바라봤다.

교착 상태에 접어들어, 적군과 의미 없는 총격전을 벌이고 있음을 그도 알았다.

또한 현재 잠시 총을 달라고 하는 이는 그 유명한 천재, 정우현이다. 모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절대적 실력자 정우현.

“알겠습니다.”

하고 유엔군이 결국 자신의 총을 정우현에게 건넸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군인으로서의 수칙보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곳은 반군의 지역, 계속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는 적들의 지원군이 가세할 게 뻔했다.

즉 이대로 적군을 무찌르지 않는다면, 아군이 위험에 처한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정우현을 믿어 보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이에 정우현이 소총을 받고는, 가늠좌를 바라보며 조준을 한 뒤, 드디어 총을 쐈다.

타당!

하지만 이내 총알이 목표와 상관없이 빗맞는다.

당연한 일이었다. 해당 소총은, 가지고 있던 유엔 군인의 기준에 맞게 영점이 잡혀 있으니까.

“….”

이에 정우현이 몇 번 총을 더 쏘더니, 드디어 목표물에 정확히 맞히기 시작했다.

오조준이었다. 일부러 잘못된 조준을 하기.

유엔군의 소총은 정우현의 신체를 기준으로 영점이 잡혀 있지 않기에, 정우현이 정조준을 해도 목표물에 맞지 않는다.

이에 그는 계속된 정조준으로 총알이 목표물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빗나가는지 확인한 뒤, 다음으로는 목표물에 맞히기 위해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조준을 하고 쐈다.

예컨대 정조준 시 총알이 5m쯤 우측으로 빗나가면 일부러 가늠좌를 보고 목표물에서 5m쯤 좌측으로 빗나가게 쏜다.

그럼 영점이 잡히지 않은 소총으로도 정확히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정우현은 사격을 진행했다.

“…오오.”

옆에 있던 유엔군이 정우현의 사격 솜씨를 보고 탄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정우현이 총알로 맞히고 있는 건 적군이 아니었다.

적군들이 벙커처럼 숨어 싸우고 있는 위쪽의, 얇은 나무 축대였다.

투둑.

약 10cm도 안 되는 얇은 두께의 축대가 정우현의 계속되는 정확한 사격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둑.

이윽고 축대가 완전히 부서지더니 그 위에 엉성하게 쌓아 올린 흙이 밑으로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악!”

이윽고 사격에 열중하고 있던 적들이 쏟아지는 흙에 몸이 반쯤 파묻혔다.

즉, 숨만 쉴 뿐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됐다.

이에 정우현이 사격을 중지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람들에게 외쳤다.

“얼른 전방으로 갑시다! 저들이 흙더미에서 헤어날 때까지, 여유 시간이 있어요!”

* * *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정우현 일행.

그 와중 존스가 정우현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정우현 님.”

“예.”

“사격은 언제 그리 연습하신 겁니까?”

“…하하, 오늘이요.”

라고는 했지만, 엄밀히 하면 거짓말이었다.

전생에 군대에 입대에 복무에 임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결코 명사수가 아니었다.

영점이 잡히지 않은 총으로 명중을 하기는커녕, 영점이 잡힌 자신의 총으로도 과녁을 빗맞히기 일쑤였다.

한데 이번엔 다르다.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곳에 사격을 성공시켰다.

심지어 엄청난 거리의 작은 목표물을 두고.

“저격총도 아니고….”

존스가 여전히 아리송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일반 소총으로 먼 거리에서 명중시킬 수 있는지요….”

하고서 존스가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리며 정우현을 불렀다.

“아아, 정우현 님.”

“예.”

“일부러 사람을 안 맞히고 상단을 맞히신 거죠?”

“예, 그렇습니다.”

당연한 얘기였다. 두께로만 봤을 때 축대는, 사람의 머리보다 훨씬 작아 맞히기가 더 힘들다.

즉, 축대를 맞히느니 차례대로 적군의 머리를 노리는 게 훨씬 쉬운 사격이었다.

“…굳이 왜 그러셨습니까? 아무리 우리는 유엔군이고, 또 정우현 님이 민간인이라고는 하지만, 갑작스러운 적들의 선제공격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저들에게 총을 쏴도 충분히 무방할 텐데….”

그러자 정우현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이곳 콩고에.”

하고서 계속 전방으로 나아가며 말을 이었다.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러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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