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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52)화 (152/200)

152화

그렇게 한 해가 흘러갔다.

1년의 거의 반 이상을 유럽에서 지내며,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영국 여왕의 훈장을 거절하고 세계 기업인 모임에 참가하는 등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고는 해가 바뀌어 2021년이 되었다.

정우현의 두 번째 삶 가운데 맞이한 2021년과 작년인 2020년은, 말 그대로 전생과 완전히 달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에서 말끔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득 탄 비행기와 크루즈가 변함없이 하늘과 바다 위로 다녔고, 실외든 실내든 생활하는 데 있어 마스크는 결코 필수품이 아니었다.

병상이 모자라 치료 및 입원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각종 모임이 무기한 중단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모두 정우현이 바꾼 세상의 모습이었다.

나아가 정우현은 지난해 유럽에 있는 동안, 미국의 우후 제약 회사 본사에 또 다른 연구를 진행시켰는데, 그 결과가 2021년이 되자마자 크게 발표됐다.

바로 또 다른 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와 메르스(MERS)의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었다.

사스와 메르스는 모두 우한시 내에서 발병한 바이러스처럼 기본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다. 즉 그 또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한데 정우현이 2019년 우한시에서 완벽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약을 만들었기에, 해당 약을 기반으로 기존 바이러스 질병인 사스와 메르스의 약도 만들었다.

이와 같은 사실이 해당 약들의 완벽한 임상 1상 테스트 성공 이후 즉각 발표됐다.

이로써 정우현의 우후 제약회사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있게 됐다.

“날씨가 맑네요.”

평화로운 봄날의 2021년.

엘라가 정우현과 함께 산책하며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가운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요.”

정우현이 짧게 답하고서는 말을 않았다.

정우현은 생각했다. 이번 생에서는 전생과 달리 사람들이 모두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도 없다.

언뜻 봐서는 참 다행이고 잘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없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때론 참혹했고, 때론 인간의 나약함이 느껴졌다.

한데 이런저런 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제를 성공적으로 만든 가운데,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질병들을 끝내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집중해야 할 일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엘라.”

“…예?”

엘라는 곁에서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정우현을 보고 있었다.

날씨가 쾌청하고 좋아 모처럼 정우현과 산책을 나왔는데, 산책 내내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평소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던 정우현이 아니다.

그렇다면 필시 그가 남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다. 즉 또다시 어떤 일에 착수해야 할 때였다.

“재단이 요즘 어느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있죠?”

“…아,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요?”

“예.”

정우현은 물론 아프리카에 관해 꽤 알고 있었다. 내전은 물론 난민에 기아 등 우 재단을 출범한 이래 적지 않은 비중으로 아프리카 활동을 지원해 왔었다.

그러나 보통은 간접적인 지원에 그쳤다. 아프리카의 치안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뜻을 품고 재단 활동을 하는 것은 좋으나, 어디까지나 재단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없었다. 그래서 보통은 막대한 자금 및 물자를 공급하는 등 간접 지원에 머무르고 있었다.

“또 내전이 발발했나요?”

“예, 내전도 내전이지만,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라 재단으로서는 당장 어떻게 할 수 없고요. 그보다는 현재로서 시급한 건 전염병입니다. 그것도 치명적인 전염병이요.”

“…전염병이요?”

“예. 2월 7일 콩고에, 그리고 같은 달 14일 기니에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했습니다.”

“…아아.”

사실이었다.

전생에서는 2019년 말 이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 유행으로 가려진 면이 있었지만, 2021년 아프리카에선 에볼라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았다.

“그래서 재단의 이름으로 각종 물자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직접적인 도움은 되고 있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죠.”

“예, 걸렸다 하면 사실 큰 희망이 없는 지구상 최악의 바이러스죠. 그러다 보니 의료진들도 치료에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고요.”

“다만, 그만큼 전염력은 약합니다. 바이러스의 숙주 즉 인간이 바이러스를 전파하기도 전에 빠르게 목숨을 잃으니까요.”

“예, 그래서 보통 국지적인 유행에 그치고 말아요. 한 번 발병했다 하면, 그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사라지는 거죠. 전염이 가능한 인근 사람들의 목숨을, 모조리 빼앗고 소멸하는 것입니다.”

“….”

정우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말을 않다가는 재차 입을 열었다. 

“약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나요?”

“있습니다. 한데 가격이 비싸 보급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거의 모든 국가가 빈곤한 아프리카에서는 더요. 결정적으로.”

하고서 엘라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효과 또한 미미합니다. 안정성은 물론이고요.”

“…으음.”

정우현이 잠시 소리를 내더니 굳은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제가, 아프리카로 가겠습니다.”

“…예?”

“아프리카, 정확히 하면 콩고로 가겠다고요. 가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완벽한 약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안 돼요!”

순간 엘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좀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엘라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무척 드문 일이었다.

“그건 안 돼요, 우현 님! 아프리카, 그것도 콩고를 가신다니요!”

“누군가는 직접 가서 연구해야 할 게 아닙니까. 실제로 지금도 그곳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연구원들과 의료진이 있을 테고요.”

“…예, 물론 그렇죠. 하지만 굳이 우현 님이 가실 필요가 있냐는 말입니다.”

“필요 있습니다. 제가 약을 만들 거니까요.”

“…우현 님.”

엘라가 정우현의 이름을 부르고는 침울한 표정으로 있다가 말을 이었다.

“재작년에 우현 님이 중국에 갔을 때도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근데 이번에 또 가신다니요. 우현 님, 이번엔 코로나 변종 같은, 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무려 90%입니다. 어쩌다 걸리기라도 하면, 목숨을 잃기 쉬운, 그런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입니다. 그러니까….”

“아닙니다.”

정우현이 불쑥 말했다.

“저는 갈 것입니다. 그런 줄 알고 일정을 준비해 주세요. 그것도 최대한 빨리요.”

“….”

엘라가 목석같이 서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나저러나 정우현이 말을 이었다.

“참고로 아무 인원도 데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엘라는 물론 우후 제약회사 연구원들 모두, 그 어떤 사람도 데려가지 않고 저만 홀로 갈 것입니다. 그렇게 알고 준비해 주세요.”

* * *

그렇게 콩고로 향하는 전용기 안.

콩고는 실상 콩고강 서북쪽으로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콩고공화국(Republic of the Congo)이, 콩고강 동남쪽으로는 과거 벨기에의 식민지였던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이 있어 명칭상 헷갈릴 수가 있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이 영토도 훨씬 넓고 아프리카 내에서 영향력이 있기에 보통 콩고 하면 이 콩고민주공화국을 뜻할 때가 많다.

정우현의 전용기도 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향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이전에 국가명이 자이르였는데, 1976년 자이르에서 발병한 바이러스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명한 에볼라 바이러스다.

“…으음.”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정우현.

비행기 내부에는 정우현 말고도 비행사와 요리사가 있었다.

사실 정우현은 비행사와 요리사도 데려가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이 직접 비행을 하고 잠을 잘 땐 스스로 제작한 AI 자동항법 기능을 사용하며, 요리도 직접 해서 음식을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우현은 일찍이 취미로 비행기도 조종하는 등 비행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사실 단순히 자격증을 떠나서,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기기를 작동할 줄 알았다. 심지어 우후 신사업의 일환인 우후-X 스페이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우주선 작동법까지 손에 익혔다.

그럼에도 엘라가 혼자서 비행하는 것만큼은 안 된다며 강력히 주장해, 비행사와 요리사만큼은 정우현과 함께 전용기를 타게 됐다.

이에 정우현은 그들 인원에게 자신을 콩고 공항에 내려 준 뒤 곧장 다시 이륙해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그들마저 콩고에 머무르게 하면, 혹시 모를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야 콩고에 도착하면 바이러스 연구 등으로 할 일이 많지만, 그들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관광을 하게 하기도 뭐해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조금 긴장되는군요.”

한데, 곧장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또 한 사람이 정우현 곁에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다 잘될 겁니다.”

바로 엄규환이었다. 정우현의 경호실장이자, 20년 넘게 보디가드로 활동하고 있는 엄규환이 세상 사람 중 유일하게 정우현과 함께 콩고에서 활동하게 됐다.

“…실장님도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시라니까요.”

정우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도련님.”

하고서 엄규환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미 끝난 얘기 아닙니까? 저는 도련님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기로 이미 오래전에 결심했습니다.”

그러고서는 그가 자신이 한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재차 말을 수정했다.

“아, 물론 죽을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만… 하하하.”

“으음.”

정우현은 물론 엄규환 또한 데려가지 않으려 했다. 한데 엄규환이 그러면, 곧장 퇴직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도련님을 지키는 것이니, 이런 때일수록 함께해야 한다는 그의 뜻을 꺾을 수도 없었다.

“실장님.”

“예.”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럼 꼭 제 곁에 있으셔야 해요.”

“하하, 알겠습니다.”

“절대 개별 활동하시면 안 돼요.”

“하하하, 알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누가 보면 도련님이 제 경호원인 줄 알겠네요, 하하하.”

실상 그랬다.

정우현은 신체로나 두뇌로나 70억 분의 1의 사나이.

어릴 때야 엄규환에게 보호를 받았지,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물론 엄규환은 여전히 든든했다. 어느덧 나이가 마흔이 넘었지만, 여전한 자기 관리에 힘과 속도 면에서 웬만한 장정들은 손쉽게 제압한다.

거기에 이런저런 훈련도 꾸준히 해, 무술은 물론 각종 무기에 통달했다.

“도착했군요.”

콩고 국제공항에 착륙한 전용기.

엄규환이 황토색 땅 곳곳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이에 정우현도 말없이 비행기에서 내려 콩고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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