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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40)화 (140/200)

140화

이론상 한 번 접종으로 완전한 코로나 백신을 만든 정우현.

물론 바이러스가 우한시에서 나타난 이래,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제 효과를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우한시 당국에 백신을 선보이기 전, 연구소 내부 정우현과 동생.

정우현은 옷 소매를 걷고 주사기를 자신의 혈관에 찔러 넣었다.

이 백신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접종하기로 했다.

이론적으로는 부작용이 없었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동물이 아닌 인간에게 하는 접종은 처음이기에 무턱대고 다른 사람에게 접종할 수는 없었다.

“…오빠.”

그 모습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동생이 바라봤다.

동생도 처음엔 같이 시험 삼아 백신 접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우현이 극구 반대했다. 단 0.0000001%의 위험이라도 동생에게 초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부작용이 있을 경우 자신이라면 괜찮으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관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든 약물 나아가 세균과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있다는 것을.

두 번째 삶이 시작된 이래 평생 그 흔한 감기 바이러스는커녕 세균성 감염에 걸린 적 한번 없었고, 결정적으로 술을 아무리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는 것에서 정우현은 조금씩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이에 그는 어젯밤, 큰마음을 먹고 인체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는 약을 몇 개 복용했다. 그러고서 곧장 혈액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한 결과, 놀랍게도 신체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의 팔에 직접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어?”

백신 접종 후 정우현의 신체를 현미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한 동생이 이상하다는 듯 소리를 냈다.

“왜?”

정우현이 얼른 물었다.

“…이상해.”

“뭐가.”

“…효과가 없나 봐. 백신. 오빠 몸에 들어가자마자 다 사라졌어….”

“으음.”

굳은 표정으로 소리를 내는 정우현.

“역시 그런 건가.”

하고서 갑자기 팔을 뻗어 보관되어 있던 주사기 하나를 또 손에 들고 자신의 팔에 직접 주입했다.

“…뭐 해, 오빠아아아!”

순간 동생이 화들짝 놀라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살아생전 이렇게나 놀란 일은 없었다. 실제 그녀는 아기 때부터 부모님과 오빠 정우현의 보살핌과 지도 아래에서 얌전하게 살아왔기에, 이와 같은 일을 직접 경험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오빠가, 즉 정우현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직접 자신의 몸에 주사 바늘로 놓았다.

“뭐 하는 거야, 오빠아아!”

“…으음.”

천천히 현미경을 통해 자신 몸속에 주입된 바이러스 균을 살피는 정우현.

놀랍게도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오자마자 백신처럼 사멸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

“오빠? 대체, 왜 그래!”

“다현아, 놀라지 마.”

하고서 동생을 향해 몸을 돌리는 정우현.

“나.”

“….”

동생은 겁에 질린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며 막 울음을 쏟아 낼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모든 외부 물질에 면역이 있는 것 같아.”

* * *

동생은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세상 모든 외부 물질에 면역이 된다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한데 생각해 보면, 정말로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었다.

계절마다 온갖 환절기 질병이 유행하고, 수두며 볼거리며 온갖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때도 오빠는 건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면역이라는 게 가당하기나 하단 말인가.

한국대학교 약학과를 수석으로 조기 졸업한 정다현에게 오빠 정우현의 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녀가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물론, 종종 특정 질병에 선천적으로 면역인 사람들이 있다.

소위 슈퍼면역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학계에 드물게 보고되는 사례로서, 해당 사례는 어디까지나 이례적인 일이지 결코 일반적인 사례로 확대할 수 없다.

하지만 결단코, 특정 질병이 아닌 여러 질병 모두에 면역인 사람은 없다.

그것이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이자 과학이었다.

한데 지금 오빠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

모든 외부 물질에 면역이라고?

그래도 오빠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번 이해해서 아주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둘 중 하나였다.

오빠는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돌연변이다. 오빠가 진짜 다른 인간의 몸에는 없는 어떤 유전적, 그리고 생화학적 변화를 통한 돌연변이로 태어났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추론이 그녀가 이제껏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한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과학의 법칙을 벗어나는 일이다.

즉,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처럼 오빠가 인간이 아닌 어떤 초월적인 존재라면 가능했다.

동생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떻게 생각을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아아.”

하지만 그녀 또한 직접 두 눈으로 관찰한 오빠 정우현의 신체는 정말 백신과 바이러스 둘 다 소용이 없었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정우현이 혼란스러워 하는 동생을 보고 말했다.

“그냥 사실일 뿐이야. 이 사실을 네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어떤 지식 체계에 끼워서 현실을 그렇게 꼭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어.”

“….”

“세상은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참으로 많이 벌어지거든.”

그러고서 정우현이 동생에게 다가가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네가 나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정우현은, 말할 수 없었다.

음모론자들이 떠드는 것처럼 자신이 외계인이나 신의 아들 같은 건 아니지만, 염라대왕에 의해 놀라운 능력을 갖고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거라고.

말해 봤자 애초 믿을 수 없는 데다, 자신을 오히려 이상하게 볼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정우현은 이로써 자신의 신체 능력에 관해 재차 확신하게 됐다.

“…어쨌거나, 그럼 백신이 효과가 입증이 안 됐네.”

하고서 정우현이 고민에 빠졌다.

사실 백신마저 자신의 몸에 효과가 없을지는 생각 못 했다.

왜냐하면 백신이 바이러스처럼 마냥 해로운 물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자기 자신에게 주입한 건데, 결과적으로 백신의 효과조차 관찰할 수 없었다.

이에 다른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내가 할게.”

순간 동생이 말했다.

“뭐?”

“내가 맞는다고, 백신.”

“…안 돼.”

하는데 동생이 느닷없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백신을 손에 들고 자신의 팔에 주사를 놓았다.

“아니!”

“오빠가 하는데.”

그러고서 동생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나라고 못 할 거 있어?”

* * *

다행히 부작용은 없었다.

그래도 정우현은 걱정됐다. 동생이 맞은 백신이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와 같은 위험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며칠을 지켜본 결과 부작용은 전혀 없었고, 이내 다음 과정으로 나아가게 됐다.

“…괜찮겠어?”

조금은 초조한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는 정우현.

이제 곧 동생의 팔에 바이러스를 주입할 참이다.

“당연하지.”

하고서 동생이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말을 잇는다.

“오빠가 만든 백신이잖아. 완벽하다고. 그러니까 이깟 바이러스는 힘을 못 쓸 거야.”

“…음.”

“그리고 설령, 만에 하나 바이러스가 백신을 이긴다고 해도, 곧장 또 오빠가 만든 치료제를 주입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얼른 해 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신의 동생에게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오빠의 마음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었다.

자신의 몸에 주입할 때와는 또 달랐다. 일단 그는 자신이 바이러스에 면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아니더라도 어쨌든 자신의 몸이니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동생이다. 내가 아닌 동생의 몸에 바이러스를 주입한다.

“얼른, 얼른 하라니까.”

“….”

한참을 고민하다가는, 재촉하는 동생의 말에 정우현이 마침내 천천히 바이러스를 주입한다. 부디 아무런 탈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조용한 연구소 실내.

바이러스 주입을 끝낸 정우현이 천천히 현미경 앞으로 가 동생의 몸을 관찰한다.

“…어때?”

조금은 긴장한 목소리로 묻는 동생.

“….”

그럼에도 정우현이 말이 없자 재차, 좀 더 큰 목소리로 묻는다.

“오빠, 어떠냐고?”

“완벽해.”

하고서 정우현이 현미경으로부터 눈을 떼고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이러스가 완벽히 사라졌어. 네 몸에 들어가자마자.”

“아싸!”

동생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역시 오빠가 해낼 줄 알았어!”

그러고서 평소 얌전했던 동생답지 않게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기뻐했다.

* * *

이내 중국 당국에 백신의 효과까지 입증한 정우현.

피부가 까무잡잡한 연구소장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이걸 또 이렇게나 빨리….”

“한시가 급하니까요.”

“근데요, 정우현 님.”

“예?”

소장이 조금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왜 굳이 백신 테스트를 정우현 님과 동생 분을 대상으로 직접 하신 겁니까? 저한테 얘기하셨으면 얼마든지 우리 쪽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정우현이 불쑥 말했다.

“아닙니다.”

“….”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렇군요.”

실상 백신이든 치료제든 세상 모든 약물은 오랜 시간 엄격한 절차에 의해 임상 테스트 과정을 밟는다.

우후 제약 회사가 공식적으로 개발한 WH001 즉 수두 바이러스 치료제처럼 말이다.

해당 치료제는 여전히 임상 3상 과정 중에 있다.

그럼에도 정우현이 속도를 낸 이유는 전생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섭게 변이되고 퍼져 나가는지 봤기 때문이다.

당시 2019년에 발병한 전염병은 2022년 정우현이 트럭에 치이게 된 시점까지도 계속됐다. 심지어 끝날 기미도 없었다.

즉 인류는 명백히, 바이러스에 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 개발된 전생의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도 제대로 된 임상을 거치지 않았다.

상황이 워낙 급박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정우현에게 여유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완벽한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그가 우한으로 오면서 한 유일한 생각이었다.

“…참 감사합니다.”

소장이 정우현에게 머리를 숙였다.

실상 그로서는 난감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바이러스에 당 간부에게 어떻게든 해결하겠노라 얘기는 했지만, 막막했다.

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는커녕 파악할 능력도, 자신도 없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안위와 관련해 최대한 타격 없이 이 위기를 지나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의 정우현이 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연구소에 왔다.

물론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스럽기도 했다.

설마, 설마 진짜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한데 해냈다. 그것도 무척 빨리 해냈다.

“…정우현 님.”

소장이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정우현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앞으로 무엇이든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

“외부 사람들이 봤을 때 우리 중국, 참 쉽지 않은 나라일 겁니다. 사업을 하든 뭘 하든, 우리나라에선 생각 대로 안 풀릴 일이 많죠. 예컨대 좋은 제품이 있다고 칩시다. 일반적으로 제품이 좋으면, 잘 팔리게 되어 있죠. 그렇죠?”

하고 소장이 동의를 구하자 정우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소장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제품의 질보다 중요한 게 있거든요.”

그러고서 그가 고개를 돌려 연구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중국의 국기 즉 오성홍기를 보고 말했다.

“바로 당. 당의 목소리가 제품의 질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우현 님. 연구소장이자 당 보건 당국에서 한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정우현 님의 모든 활동과 상품이 우리 중국에서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게 제가 있는 힘껏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고 힘을 주어 정우현의 손을 재차 잡았다.

한데 정우현이 그런 소장으로부터 자신의 손을 뺐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한마디 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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