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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27)화 (127/200)

127화

70억 분의 1의 사나이.

WFC 세계 통합 타이틀 챔피언을 무참히 무너트리는 정우현의 영상이 공개된 후, 사람들이 그에게 붙인 별칭이다.

해가 바뀐 2016년 기준, 세계 인구 약 70억 명 중 가장 강한 자.

바로 정우현.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사람들은 곤혹스러워했다.

일찍이 그가 세계 제일의 천재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달리기를 넘어 싸움까지 최강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니까.

청담동 정우현의 집.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대학생이 된 여동생까지 그의 방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걱정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아들.”

어머니가 정우현을 불렀다.

“예.”

“괜찮니?”

“…뭐가요?“

“…영상 봤어.”

“아.”

아버지 또한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상대가 WFC 세계 챔피언이었다고?“

“예.”

“거기에 덩치는 너의 거의 세 배고.”

하고서 아버지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랑 싸울 생각을 하냐, 우현아!“

“하지만 아버지.”

정우현은 최근 부모님을 어릴 때처럼 아빠와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아버지와 어머니로 불렀다.

이제 어엿한 성인인 데다, 앞으로 나이가 계속 드는 만큼 마냥 아이처럼 부모님을 호칭해선 안 될 것 같았다.

“영상 보셨잖아요. 싸웠다기보다는 시작하자마자 제가 그냥 이겼어요. 한 대도 안 맞았어요.”

“…그래, 하지만 그건 결과만 봤을 때의 얘기지.”

그러고서 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사람들의 예상대로 네가 지기라도 했다면, 그 무지막지한 사람한테 흠씬 두들겨 맞기라도 했다면 어쨌을 테냐?”

“그럴 일은 없어요, 아버지. 어찌 됐든 제가 무조건 이겼을 테니까요.”

이에 다시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현아, 우리는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야.”

“…예.”

그러고서 그녀가 정우현의 두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

“엄마랑 하나만 약속하자.”

“….”

“다시는 사람이랑 싸우지 마.”

하고 어머니가 정우현의 두 눈을 응시했지만, 답이 없어 재차 힘주어 말했다.

“응? 아들. 엄마는 아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을 때리는 건 원치 않아. 그리고 만에 하나, 아빠 말처럼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할래?”

“그래, 정우현.”

아버지가 재차 입을 열었다.

“넌 꼭 그럼 싸움 따위 하지 않아도 할 게 엄청 많지 않냐. 아빠랑 엄마는, 이제껏 네가 해 온 대로 다른 것에 집중했으면 하는 거다.”

그러고서 부모는 가만히 정우현을 바라봤다.

이렇게 되자 정우현도 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어머니가 모처럼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야, 내 아들이지!”

그러고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우리 아들,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맘껏 하게 한 것 같아. 그렇지?”

“…네.”

“그래서 이렇게 처음으로 말해 보는 거야. 싸움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한 번만은 엄마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정우현이 한 번 더 확실하게 대답하자, 부모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그러고서는 몇 마디를 더 하고서 방 밖으로 나갔다.

한편 이 모두를 뒤편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동생이었다. 동생 정다현이 부모와 함께 정우현의 방에 들어와서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다가 부모가 방 밖으로 나가자 살며시 입을 열었다.

“오빠.”

“응?”

“…나는 오빠가 왜 싸웠는지 이해해.”

부모와는 다른 뜻을 말하는 동생이다.

“그 사람이 엄청 비난했잖아, 나 같아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야.”

“그래, 다현아.”

“하지만 부모님 말도 이해가 돼. 혹시나 오빠가 다칠까 봐 그러는 거니까.”

“그래, 그것도 맞아.”

그러고서 동생이 갑자기 몸을 쭈뼛거리며 정우현의 눈치를 봤다.

이에 정우현이 곧장 물었다.

“왜?”

동생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부끄러워서 하지 못할 때 종종 저런 모습을 보였다.

“뭐, 말 하고 싶은 거 있어?”

“아….”

하고 짧게 소리를 내고서 동생이 천천히 말했다.

“나도 사실 그 영상 봤는데.”

“응.”

“엄청 멋있었어, 오빠. 상대를 단숨에 쓰러트리고.”

“아, 하하.”

“그 말을 하고 싶었어.”

하고는 동생이 민망했는지 빠르게 방 밖으로 나갔다.

정우현은 그 모습을 보며 홀로 미소 지었다.

물론, 누가 봐도 멋진 영상이긴 했다.

사실 부모님도, 특히 아버지가 그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괜히 칭찬이라도 하면, 아들 정우현이 격투에 더 빠질까 봐 그랬다.

워낙 다방면에서 완벽한 아들이기에, 굳이 거칠고 힘든 격투 같은 건 하지 않길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었다.

물론 정우현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는 사람을 상대로 힘을 쓰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실상 그럴 필요도 없었다. 정우현이 WFC 세계 통합 타이틀 챔피언 1위를 손쉽게 이김으로써 그가 명실공히 세계 제일의 사나이가 됐으니까.

즉 그는 단번에 세계 최고의 격투가를 제압함으로써, 더 이상 싸움 실력을 입증할 필요가 없게 됐다.

다만, 챔피언이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는 것처럼 여러 도전자가 계속해서 그에게 싸움을 신청할 수도 있었다. 정우현은 어쨌든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세계 제일의 사나이가 됐으니까.

하지만 그는 도전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 이상의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부모와 약속한 것도 있었고 본인 또한 그럴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 * *

한편, 이 영상은 예기치 않은 반향을 낳았다.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둔 영화 <닥터 스트레이트>를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세계 최고의 파이터를 여지없이 쓰러트린 정우현이 본격 히어로로 등장하는 영화.

이것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거기에 정우현이 해당 영화에서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해냈다는 게 알려져, 사람들은 더욱더 열광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당일.

전 세계 영화관에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태.

<닥터 스트레이트>의 상영 기간 중 실제 일어난 일이다.

오죽하면 웬만해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시간대, 즉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까지 영화표가 모두 매진이었다.

급기야 암표까지 등장해, <닥터 스트레이트>의 티켓은 기존 가격의 최대 열 배에 달하는 값에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정우현은 물론 영화사 입장에서도 손해였다.

폭증한 암표 값은 영화의 수익이 아니라 암표상의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우현이 빠르게 대책을 마련했다.

우후 엔터테인먼트와 신사업인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OTT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정우현은 빠르게 배급사와 협의를 거쳐, <닥터 스트레이트>를 우후 스트리밍으로도 공개하는 데 확정했다.

이로써 관객들은 더 이상 암표를 살 필요가 없었다. 우후 스트리밍을 구독해서 시청하면 되니까.

이로써 암표상의 수익은 우후 스트리밍의 수익으로 대체되었다.

더군다나 정우현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닥터 스트레이트>를 보는 것보다, 우후 스트리밍을 통해 보는 게 더 이득이었다.

영화관과 수익을 나누는 것보다 마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닥터 스트레이트>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과 우후 스트리밍 수익을 합쳐 총 40억 달러 즉 4조 원 넘게 벌어들였다.

이는 정우현의 할리우드 전작 <인크레더블 킹 보이>를 뛰어넘는 엄청난 성적이었다.

이로써 정우현은 세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자신의 전작 기록을, 자신이 주연으로 나온 새 작품으로 경신하게 됐다.

“…놀랍구나.”

우후 엔터테인먼트 본사 회장실.

금발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 영화를 뛰어넘었어.”

브래드였다. 브래드 퍼트가 정우현을 찾아왔다.

그는 우 재단에서의 일로 부쩍 한국에 오는 일이 잦아졌고, 아예 이번에 서울에 집까지 하나 얻어 거주하고 있었다.

“하하, 브래드. <인크레더블 킹 보이> 때보다 전 세계 영화관도 늘었고, 또 OTT라는 새 플랫폼이 나왔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하고서 브래드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정우현을 찾아온 용무를 뒤늦게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 우.”

“예?”

“다름이 아니고, 내가 여기 너희 엔터테인먼트에 온 이유는….”

하고 브래드가 평소 그답지 않게 굉장히 격식을 차리자 정우현이 불쑥 말했다.

“하하, 브래드! 뭘 그렇게 어렵게 말해요? 그냥 얘기하세요!”

“음, 그래, 그럼. 알았다, 본론부터 얘기하지.”

하고서 그가 툭 하고 말을 꺼냈다.

“나도 너희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고 싶다.”

“아.”

“이번에 미국에서는 계약 기간이 만료됐거든. 물론 회사에서는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자고 하지만, 음… 내 친구 정우현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직접 설립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그래서 재계약을 거절하고 너한테 온 거다.”

“…와, 브래드.”

생각지 못했다. 아무리 친한 브래드라도, 미국의 대형 기획사를 뿌리치고 아직은 신생 회사인 자신의 엔터테인먼트에 오게 될지는.

“정말 고마워요, 고마운데, 저희 회사는 아직 작아요. 엔터테인먼트 쪽은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요.”

“괜찮다, 괜찮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장차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진출할 거지만, 아직 해외 스타는 한 명도 없어요. 일단 이삼 년은 여기 한국에서 기반을 다지고 경쟁력 있는 스타와 작품을 좀 갖추고서, 그다음 할리우드든 어디든 진출하려고 했거든요.”

“음, 네 말은 알겠다만, 네가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게 있구나.”

“…뭐요?”

“해외 스타가 왜 없어? 우, 네가 있는데.”

“아.”

정우현이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소리를 냈다.

“세계 최고의 스타가 있는데, 대체 뭐가 없다는 거냐, 우!”

“…하하하, 그런가요.”

그러고서 둘은 좀 더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마침내 브래드 퍼트는 우후 엔터테인먼트의 계약서에 서명하게 됐다.

“하하하하! 오케이! 우! 잘된 일이다!”

사실 브래드 정도 하는 세계적 톱스타는 소속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얼 하든 자신의 이름 하나로 어디서든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정우현과 함께하고 싶었다. 정우현의 그룹 우후가 연예 사업에도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그는 얼른 우후에 합류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참아야만 했다.

한데 시간이 지나 이번에 계약이 만료가 되어, 곧장 정우현을 찾았다.

“하하하, 그나저나 우! 너는 엄연히 이제 내가 속한 회사의 회장이니, 이제 나도 회장님이라고 불러야겠네?”

“아니요, 그러지 마세요! 브래드는 저의 친구라고요!”

하고서 둘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정하게 이런저런 말을 하며 장난도 쳤다.

그러다가 브래드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우, 저번에 내가 얘기한 건, 잘되고 있니?”

“…뭐요, 브래드?”

“시나리오 말이다. 내가 출연할 너의 영화.”

“아.”

하고서 정우현이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브래드! 아직 제 영화 <닥터 스트레이트>의 상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차기작 얘기라니, 너무 이르지 않나요? 하하!”

“…그런가? 근데 너무 기대되어서 말이지.”

브래드는 큰 소망을 하나 품은 채 우후에 합류했다.

감독 정우현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

정우현이 한국에서 영화 <격분>으로 장편 상업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래 강렬히 바라던 목표였다.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브래드가 이내 스스로 다독이듯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러자 정우현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브래드를 가만히 보다가는, 한마디 짧게 답했다.

“있어요.”

“…응?”

“있다고요.”

정우현의 말에 브래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있다는 거냐?”

“브래드가 출연할 영화의 시나리오요. 이미 제가 다 써 놓았어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브래드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한순간 거의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오오오오우! 예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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