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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25)화 (125/200)

125화

“도련님!”

술집 밖, 차에서 쉬고 있던 엄규환이 뒤늦게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여섯 명의 스킨헤드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였다.

정우현은 2차가 끝나고 엄규환에게 그만 숙소로 가 쉬라고 했다.

하지만 엄규환은 가지 않았다.

과거 모스크바에서의 사건 이후, 그는 유럽에만 오면 긴장이 됐다.

그래서 이곳 런던에서도 정우현이 모든 자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차 안에서 스마트 폰으로 이런저러 영상을 보며 술집 앞에 있었는데, 한순간 불량해 보이는 백인들이 정우현이 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중 한 명이 여사장에게 시비를 걸고서는 맥주잔을 깨는 모습이 통유리 너머 술집 밖에서도 보였다.

이에 그가 위험을 느끼고 곧장 술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그를 막았다.

또 다른 스킨헤드들이었다. 무리 중 세 명이 뒤늦게 술집으로 향하다가 엄규환을 맞닥뜨렸다.

엄규환이 일단 그들은 무시하고 정우현이 있는 술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세 명의 스킨헤드들이 계속해서 그를 막았다.

결국 엄규환과 그들 사이 몸싸움이 벌어졌고, 5분이 지나서야 그는 그들 외부에 있던 스킨헤드들을 물리치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한데 정우현이 일찌감치 여섯 명의 스킨헤드를 제압해 놓은 상태였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아, 저는 괜찮아요, 실장님.”

하고 정우현이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을 토하고 있는 스킨헤드들을 바라봤다.

그러고서 고개를 올려 엄규환을 보는데, 그의 셔츠 단추가 두 개나 떨어져 있고 입술은 조금 찢어져 있기까지 했다.

“아니, 실장님! 왜 그러세요!”

“…아.”

정우현의 말에 엄규환이 피가 흐르고 있는 자신의 입술을 뒤늦게 손등으로 쓱 한번 닦고는 말을 이었다.

“밖에 이놈들 무리가 또 있더라고요. 그래서 들어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괜찮으세요?”

“아, 그럼요. 왕년이었으면 더 빨리 해치울 수 있었는데, 저도 나이가 좀 들었네요, 하하…….”

그러고서 엄규환이 다시 정우현을 주의 깊게 살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처는커녕 정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어떻게 이 여섯 명의 스킨헤드를 제압했는지 몹시 궁금할 따름이었다.

자신은 세 명을 제압하는 데 옷도 찢어지고 상처가 생겼으니까.

“아아!”

심지어 엄규환은 쓰러져 있는 스킨헤드들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무기도 발견했다.

놀랍게도 나이프는 물론 총기까지 있었다.

즉, 정우현은 각종 무기를 소지한 불량배들과 맨손으로 싸웠다.

“…무슨 일입니까!”

이내 술집 문이 열리더니, 런던의 경찰들이 들어왔다.

그러고서는 쓰러져 있는 스킨헤드들과 정우현 그리고 엄규환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 * *

경찰 조사를 마쳤다.

경찰들은 정우현은 물론 엄규환 또한 순전히 정당방위에 의해 힘을 썼음을 목격자들의 진술로 파악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우현 님.”

그러고는 경찰서장까지 나와 정우현에게 사죄했다.

“동네의 유명한 건달들입니다. 아니, 건달이라는 말도 아깝죠. 스킨헤드, 즉 인종 차별자들이니까요. 전과자들도 수두룩해요.”

그러고서 그가 놀라운 눈빛을 하고 물었다.

“그런데 정우현 님, 어떻게 그렇게 여러 명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었습니까? 심지어 120kg이 넘는 거구도 있었는데요?”

라는 물음에 정우현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행히 아무도 안 다쳤지만, 동네의 치안을 더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말하고서는, 런던에 온 원래의 목적까지 덧붙였다.

“서장님.”

“예?”

“이제 곧 영화 <닥터 스트레이트>가 개봉합니다.”

“…아아.”

“그 영화를 꼭 보십시오. 영화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

“제가 어떻게 악당들을 처치할 수 있었는지요.”

“…하하.”

“농담 같지만 진담입니다. 액션을 전부 제가 직접 했거든요!”

그러고서 그는 호텔로 돌아왔다.

어두운 밤은 이미 지나가고,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 * *

“도련님! 도련님!”

그날 밤, 정우현의 호텔 룸.

엄규환이 급히 들어와 정우현을 불렀다.

“…예? 실장님?”

정우현은 밤을 새우고 뒤늦게 숙소로 들어와 깊은 잠에 빠졌다.

시각을 보니 저녁 7시 30분. 그래도 대략 6시간은 잠을 잔 것 같다.

“난리가 났어요! 난리가!”

“…뭐가요?”

“어제요! 어제 밤에 도련님이 그 새끼들을 냅다 때려 눕혔잖아요!”

“….”

“그 영상이 지금 인터넷에 모두 올라가 있다는 겁니다!”

“…예?”

당시 술집 구석에 있던 한 남자가 정우현이 싸우는 모습을 모두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뒤에 경찰이 찾아와 목격자 진술을 요청할 때도 가만히 있었다.

자신이 당시 모든 상황을 촬영했음을 일절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SNS에 올려 인기를 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계획은 적중했다. 해당 영상을 올리자마자 클릭 수가 엄청나게 폭증하더니, 사람들이 무지막지하게 열광했다.

그들은 영상을 보며 초중반까지는 엄청난 동양인 은둔 고수가 어쩌다 런던에 출몰한 줄만 알았다.

한데 종반에 모자가 벗겨지며 고수의 정체가 드러났으니, 바로 정우현이었다.

최근 영화 활동을 활발히 하는 가운데, 작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으로 등극한 정우현이 여섯 명의 불량배들을 무참히 쓰러트린 모습이 선명히 확인됐다.

영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스킨헤드의 리더가 맥주병을 수직으로 들어, 앉아 있는 정우현의 머리를 향해 내리친다.

한데 한순간 정우현이 몸을 틀어 피하더니 일어나자마자, 녀석의 턱을 가격해 한 번에 쓰러트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무리가 깜짝 놀라서는 나이프와 총기 등 하나둘 흉기를 꺼낸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정우현이 번개같이 다가와서는 각자 명치와 인중, 그리고 관자놀이와 울대 등 급소만을 골라 정확하고 강력하게 펀치를 날렸기 때문이다.

쿠구구궁!

급소를 맞은 그들은 하나 같이 한 번에 쓰러졌다.

그렇게 해서 여섯 명의 불량배가 쓰러졌다.

이러기까지 정확히 12초가 걸렸다.

그리고 잠잠히 서 있는 동양인이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모자를 줍기 위해 몸을 돌리는데, 순간 그의 얼굴이 카메라 전면에 비친다.

정우현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히, 정우현이었다.

“…왓 더 퍽….”

하고 숨을 죽이며 감탄의 욕설을 내뱉는 촬영자의 목소리와 함께 영상은 끝이 난다.

“으음….”

정우현이 해당 영상을 보고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한순간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

엄규환은 그런 그를 가만히 보며 묻는다.

“왜 웃어요, 도련님?”

“굉장히 다이나믹하게 잘 나왔네요! 누가 보면 연출이라도 한 줄 알겠어요, 하하하!”

“…도련님. 지금 마냥 웃을 때가 아닙니다. 이제 곧 사람들이 몽땅 아우성을 칠 겁니다.”

하고서 그가 짧은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말을 이었다.

“…가뜩이나 달리기 대결로 도련님이 인간이 아니라는 등 음모론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영상으로 그런 헛소리가 더욱더 기승을 부리겠어요.”

“하하, 뭐, 아무렴 어때요? 그렇다고 제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도련님, 그렇게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하고 말끝을 흐리다가는, 엄규환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도련님. 진짜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예?”

“아뇨. 그러니까 뭐든지 이론에 빠삭하고 체력도 좋고, 액션 같은 것도 잘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한데 사람을 상대로 실제 싸우는 건 전혀 다르거든요.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한 기술, 그리고 용기가 또 있어야죠. 한데 어떻게 책만 보시고, 무술 도장 같은 데는 한 번도 나가지 않으신 분이 이렇게….”

“하하하!”

엄규환의 장황한 말에 정우현이 다시 웃었다.

그러고는 역시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모르겠어요, 그냥 책에서 보고 머릿속에서 그린 대로 움직이니까 다 되던데요?”

“….”

“아니면, 뭐 운인가 보죠, 다. 하하!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러자 엄규환이 말은 않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러고서는 종이 한 장을 들고 와 정우현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실장님?”

“읽어 보십시오….”

사직서였다.

엄규환이, 그러니까 약 15년 정우현을 곁에서 경호했던 그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니, 왜 이걸? 더군다나 여기 런던에서….”

“…저는 더 이상 도련님에게 필요치 않은 것 같습니다.”

“….”

“오래전 모스크바 극장 때도 그랬지만, 저의 경호가 도련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니요, 실장님! 이번엔 술집 밖에 있던 놈들을 책임지고 혼쭐까지 내셨잖아요!”

“예, 그랬죠. 한데 그 시간에 도련님은 어떠셨습니까? 제가 밖에서 놈들에게 막혀 시간을 지체할 때, 도련님은 이미 안에서 모든 상황을 정리하셨죠.”

하고서 그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명백해졌습니다. 도련님에게, 저는 더 이상 필요치 않습니다. 사람을 대적하는 전투 능력에서, 도련님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니까요.”

“…아니에요!”

그러고서 정우현은 엄규환이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여럿 강조했다.

이런저런 근거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실장님이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매사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는 얘기에 엄규환의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입니까, 도련님?”

“정말이라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KGI에 입학했을 때부터 실장님과 함께했죠? 그 이후 제가 어떻게 됐어요? 수학의 난제를 풀고 자동차 회사에 입사해 두각을 내고 끝내는 제 사업을 시작해 성공하고, 최근엔 재단까지 출범해 좋은 일을 하게 됐죠. 그리고 영화 또한 계속 잘되고 있고요!”

“….”

“이 모두 실장님이 항상 저를 지지하고 힘써 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

실제 그랬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정우현은 그저 엄규환을 잡아 두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사람들을 단 한 명이라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이래, 그의 뜻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이내 엄규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이고 사죄를 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나 제게 마음을 써 주시는데….”

하고 말하는 엄규환의 등을 토닥이며, 정우현이 가볍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실장님!”

그러고서는 짐짓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저, 배고파요. 얼른 나갑시다. 맛있는 걸 먹으러!”

* * *

이렇게 술집에서의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문제는 이제 시작이었다.

해당 영상으로 인해, 정우현의 신체적 능력을 두고 세계의 네티즌들이 갑론을박 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단의 사람들은 정우현의 달리기 속도와 이제껏 보여 준 그의 온갖 천재적인 능력을 들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정우현은 뭐든지 세계 최고다. 그러니까 싸움도 최고일 것이다.

-그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사람일 수 있어.

-삼국지의 여포, 카르타고의 한니발, 영국의 리처드 1세 등을 능가하는 최강자가 정우현임. ㅇㅇ

이와 함께 한 사람이 SNS상으로, 정우현의 전투 실력이 과장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실상 일반 네티즌이었으면 그저 묻히고 말았겠지만, 그가 일반 네티즌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바로 그는, 현시점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WFC(World Fighting Championship)의 통합 타이틀 세계 챔피언 스테코비치였다.

세계 격투 1위, 즉 세계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정우현의 신체적 능력과 격투 실력은 그저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연일 글을 남겼다.

그러자 정우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그의 SNS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반대 글을 남겼고, 이내 스테코비치가 이런 글을 올렸다.

-참나, 파리 같은 것들. 싸움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아나. WFC 통합 타이틀 세계 챔피언인 내가 장담한다. 정우현은 나와 붙으면 10초, 아니 3초 만에 쓰러진다.

그러고서 그는 메시지를 이어 나갔다.

-반박하고 싶으면, 정우현이 직접 등장해 나와 실제 싸워 보든가. 만약 그러지 않을 시, 그가 이제껏 해 온 나의 모든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일지언정, 격투에 관해선 일반인과 다름없는 실력이라는 것. 다른 말로 하자면 WFC 남자도 아닌 여자 플라이급 랭킹 15위와 싸워도 단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리라는 것. 이 모두를 인정하라는 것이며, 실상 잠자코 인정하는 게 마땅하고 정우현 본인에게도 이롭다는 걸 밝힌다.

한편, 이 SNS는 곧장 우 재단의 관리자인 엘라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단순히 재단의 일을 넘어, 정우현 개인 신상에 관한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처럼 도발적이고 한편으로는 모욕적인 SNS는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눈엣가시였다.

“…우현 님. 이것 보세요.”

엘라가 곧장 정우현을 찾아 해당 SNS를 보여 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정우현이 잠자코 있더니 한순간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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