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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23)화 (123/200)

123화

정우현이 일론과 콜러와의 SNS 배틀을 보고 내린 결단이었다.

둘이서 계속 서로 비난을 하니, 논란의 당사자로서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

거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회피하기보다는 끝까지 응해 실력을 보이는 게 여러모로 나으리라 판단하기도 했다.

이에 각종 SNS가 다시 뜨거워진 것은 물론, 세계 주요 언론들도 즉각 보도하고 나섰다.

이윽고 정우현 측과 콜러는 긴밀히 연락을 취해 일시와 장소를 정했다.

바로 한 달 후, 서울 잠실주경기장이었다.

애초 콜러가 대결을 신청한 만큼 정우현이 있는 서울로 자신이 직접 오겠다고 했다.

정우현은 즉각 좋다는 뜻을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나란히 서게 된 정우현과 콜러.

세계 주요 방송사가 이 깜짝 이벤트 매치를 생중계하는 가운데, 국제 심판까지 섭외가 됐다.

행여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둘은 일찌감치 도핑 테스트도 했다. 이는 사실 정우현이 아닌, 콜러가 신청했다.

그는 애초 정우현의 달리기 영상을 믿지 않았다. 한데 만약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정우현이 약물을 복용했을 거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어쨌든 정우현은 엄청난 천재니까, 얼마든지 놀라운 약물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정우현은 평소 약 같은 건 일절 먹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윽고 시작된 대결.

‘탕!’

격발 소리와 함께 둘이 총알처럼 내달렸다.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사람들이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기 시작했다.

정우현이, 무려 세계 랭킹 1위인 콜러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콜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달리는 내내 정우현의 등만 보게 됐다.

계속 달리면서도 이 같은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 앞에 있던 정우현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전광판에 기록된 초시계는 8.98.

즉 정우현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8초 대에 100m를 주파한 인간이 되었다.

사실 정우현은 오늘의 경기를 위해 조금 연습을 했다.

어찌 됐든 세계 랭킹 1위와 대결을 하게 됐으니, 그에 걸맞게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지난번 달렸을 때보다 기록을 무려 0.5초가량 앞당겼다.

대결이 끝난 뒤, 트랙 위.

콜러가 정우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정우현이 왜 그러냐고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데도, 그가 고집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정우현 님.”

그가 말했다.

“…정우현 님이 천재인 건 일찌감치 들었지만, 신체적 능력 또한 이럴 줄은… 하… 이건 말이 되지 않는데….”

“얼른 일어나세요!”

하고 정우현이 콜러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고 거의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당신은 여전히 세계 랭킹 1위의 위대한 육상 선수입니다.”

“하지만 정우현 님 앞에선 거북이와 다를 바 없죠….”

* * *

이것으로 둘의 깜짝 매치는 정우현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이로써 정우현은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되었다.

이와 함께 정우현의 군 입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실력이면 올림픽 금메달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즉 서류상 학력 미달이라는 사유가 아니어도 그는 입대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도, 그가 군 복무에 임할 시간에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대한민국에 훨씬 득이 되는 일이었다.

또한 이 시점부터 일부 사람들은 정우현을, 단순히 천재를 넘어선 어떤 특수한 존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각종 음모론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유전자 조작, 안드로이드, 외계인, 랩틸리언, 메시아, 악마, 초능력자, 마법사 등 판타지나 SF 이야기에서 볼 법한 각종 억측이 정우현의 존재를 두고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어찌 됐건 그들은 정우현을 인간 이상의 초월적인 존재로 생각했다.

“하하하하하!”

정우현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에 관한 사람들의 그런 각종 음모론을 살펴보며, 오히려 즐거워서 크게 웃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은 변함없이 정우현이니까.

* * *

그렇게 해가 바뀌어 2015년.

정우현은 할리우드의 한 대형 영화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해당 영화사는 미국의 오래된 코믹스를 기반으로 영화를 잇달아 제작해 흥행시키는 마블러스(Marvelous) 스튜디오였다.

그들은 다양하고 매력적인 슈퍼 히어로를 내세워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서사를 선보이는 등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우현 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고 저희가 이번에 새 히어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거든요.”

“아, 네.”

“주인공으로 정우현 님을 캐스팅하고 싶어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러고서 스튜디오 관계자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물론 정우현 님이 사업이며 재단이며, 또 영화도 직접 찍으시며 엄청 바쁜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에 여유가 되시면 꼭 좀 우리 영화에 출연해 주십사 하고….”

하는데 정우현이 불쑥 말했다.

“아니요!”

“…네?”

“안 바빠요! 집에서 맨날 놀고 있습니다.”

“아, 하하. 그렇습니까?”

“무슨 캐릭터인가요?”

“정우현 님에게 딱 맞는 캐릭터입니다. 지적이면서도 매력적이고 또한 강력하죠. 내과 의사 출신의 지구 최고의 마법사로서….”

하고 그가 캐릭터 설명을 했다.

이름하여 닥터 스트레이트로 불리는 이 히어로는 다양한 영웅이 출연하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기에 젠틀하면서도 신비롭기까지 한 인물이니만큼, 정우현에게 제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캐릭터가 능력을 각성하는 곳 또한 동양의 한 사원이기에, 동양인인 정우현이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우현이 별로 생각지도 않고 답했다.

“좋아요!”

“…아, 가능하십니까, 정우현 님?”

“당연하죠! 설령 가능하지 않더라도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무려 마블러스의 영화잖아요!”

“와, 감사합니다. 우현 님.”

하고 스튜디오 관계자가 재차 말을 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크레더블한 정우현 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무척 영광입니다.”

정우현이 이렇게나 쉽게 마블러스 영화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해당 영화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생뿐만 아니라 전생에서도 그는 마블러스의 팬이었다.

또한, 해당 시리즈가 얼마나 더 세계관을 확장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동시에 슬슬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하나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정우현이 성인이 되자마자 연출한 영화 <격분> 이후, 그가 곧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작업을 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심지어 실제 할리우드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들어오기도 했다. 정우현에게 감독 또는 출연을 부탁하는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상 그는 아예 처음부터 직접 글을 쓰고 할리우드로 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마침 마블러스 스튜디오에서 전화가 왔다.

더 자세한 얘기도 들을 필요 없이 오케이였다. 마블러스라면, 더군다나 닥터 스트레이트라면 무조건 오케이였다.

* * *

그리고 곧장 이메일 통해 받아 본 영화 <닥터 스트레이트>의 시나리오.

“…음.”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았는데, 정우현이 보기에 부족한 점이 여럿 있었다.

이대로면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은 할 수 있어도 까다롭기 짝이 없는 몇몇 비평가들에게는 혹평을 받게 된다.

나아가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져, 더 큰 흥행을 놓치게 된다.

이에 그가 스튜디오에 양해를 구한 뒤 빠르게 시나리오를 손보기 시작했다.

수정본을 보낼 테니 원고와 비교해 받아들일 게 있으면 받아들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스튜디오에서 수정본을 모조리 무시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그가 다시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켰다. 먼저 초기 히로인과의 서사를 좀 더 낭만적으로 바꾼 뒤, 중반 액션 씬을 덜어 낼 건 덜어 내고 추가할 건 추가했다. 그러고서 종반을 대폭 수정했다.

위기가 극적으로 해소되며,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만큼 특별히 공을 들였다.

그러고서 초반부터 쌓아 올린 히로인과의 이야기를 훨씬 더 깊이 있게 마무리했다.

그 뒤 수정된 시나리오를 첨부해 다시 스튜디오에 보냈다.

며칠 후 스튜디오 관계자로부터 메일이 왔다.

-놀랍습니다, 정우현 님.

하고 시작되는 메일엔 온갖 극찬 일색이었다.

-단순 상업용 히어로 영화에 이렇게 깊이가 있을 수 있는지요. 만약 이 영화가 시나리오가 의도한 대로만 잘 촬영된다면 분명 대작을 넘어선 명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우현 님. 출연해 주시는 것만도 너무 고마운데 이렇게 시나리오를 손봐 주시다니요. 그것도 완벽하게 말입니다.

그러고서 관계자는 몇 마디를 덧붙이며 이메일을 마쳤다.

-얼른, 얼른 할리우드로 오십시오! 정우현 님이 보내 주신 시나리오대로 곧장 촬영 준비를 하겠습니다!

원래 제작사 및 감독은 시나리오 수정을 원하는 배우의 뜻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우현은 이미 배우는 물론 감독으로서도 실력을 입증했다. 그리고 또한 그가 워낙 거물이기도 했기에, 스튜디오는 정우현의 시나리오 수정 제의를 덮어 놓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수정본을 받기는 하되 최대한 원안대로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정우현이 또한 그래도 된다고 이미 말을 하기도 했으니까.

한데 슬쩍 읽어 본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말을 잃었다.

시나리오가 정말, 모든 면에서, 훨씬 나아졌으니까.

아니, 나아졌다는 말도 부족했다. 환상적이었다. 환상적인 이야기가 지금 활자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그들은 곧장 정우현의 수정본대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그 환상적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펼쳐 보이지 않는다면, 일종의 죄를 짓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정우현이 할리우드의 촬영장에 도착했다.

아주 오랜만이었지만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어릴 적 <인크레더블 킹 보이>를 촬영한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이윽고 감독과 주조연들이 정우현을 보고 제각기 인사를 했다.

모두 정우현을 실제로 보고 좋아하면서도 신기해했다.

정우현은 워낙 어릴 적부터 다방면에서 유명했기에, 제아무리 할리우드의 감독과 배우라도 정우현 앞에서는 일반인처럼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만나서, 더군다나 같이 영화에 출연까지 하니 정말 영광입니다!”

하고 이번 영화의 히로인인 여성 주연이 정우현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에 정우현이 그녀의 손을 잡고 겸손하게 답을 했다.

“반갑습니다. 열심히 해서, 함께 즐겁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요.”

* * 

그렇게 시작된 촬영장.

“컷, 오케이!”

“오케이, 컷!”

“컷, 오우케이이이이!”

감독이 신나서는 연신 오케이 사인을 외친다.

정우현이 내과 의사로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히로인과 멀어지고 절망하게 되는 초기 씬이다.

히어로로 거듭나기에 앞서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져야 하는 만큼 진중한 연기가 필요한 씬들이다.

물론 정우현은 이 모두를 완벽하게 해냈다.

“…하….”

스태프 중 한 명은 그런 정우현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엄청난 몰입감으로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다.

그러고서 시작된 중반 액션 씬.

할리우드답게 엄청난 규모의 세트장 속에서 배역들이 액션 준비에 바쁘다.

정우현은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감독의 사인만을 기다렸다.

“레디, 액션!”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정우현 즉 닥터 스트레이트가 화면 중앙에서 빙그르르 돌며 전방을 향해 빠르게 달린다.

무려 세계 아니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정우현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폴짝 뛰어 엄청난 높이로 점프를 하고 장애물을 넘은 뒤 땅 구르기를 하며 사뿐히 착지한다. 그 후엔 한 손으로 땅을 짚고 적의 공격을 피한 뒤 두 발로 강하게 벽을 디뎌 공중돌기를 한 다음 적을 가격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법을 쓰기 위해 자세를 잡고 시공을 일그러트린다.

“컷, 오케이!”

첫 액션 씬이 끝났다.

“….”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짝, 짝, 짝.

그러다가는 스태프 중 한 명이 말없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짝! 짝!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엄청나게 손뼉을 친다.

그들은, 정우현의 가공할 액션에 말을 잃었다.

흡사 러시아의 볼쇼이 서커스보다도 훨씬 화려하고 극적인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모두 정우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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