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19)화 (119/200)

119화

영화 <격분>이 편집 등 후반 작업에 들어갔다.

이 와중 언론은, 정우현이 감독한 첫 장편 영화인 <격분>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일론이 또 SNS 활동을 했다. 한데 내용이 항상 사업 얘기만 하던 평소와 좀 달랐다.

- If you are a trendy person, you go to the cinema and watch , just like you would ride Woohoo's electric car. (트렌디한 사람이라면 우후의 전기차를 타듯, 영화관에 가서 <격분>을 본다.)

그 또한 사장인 정우현의 새 영화를 홍보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정우현의 국내외 팬클럽도 그의 영화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실상 정우현이 아역 배우 활동을 할 때 결성된 팬클럽이니만큼, 그들의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간 하나의 팬클럽으로서 성공적으로 조직적인 활동을 한 경험이 빛을 발해, 그 어느 때보다도 능률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화를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당일.

<격분>은 국내의 모든 상영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영화관에도 걸렸다.

즉, 세계 동시 개봉이었다.

대형 배급사와 손을 잡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정우현의 무지막지한 자본력에 힘입은 결과다.

그렇게 개봉한 영화 <격분>은 첫날 국내에서만 100만 관객을 달성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확히 열흘, 열흘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하하하하하!”

우후 본사 정우현의 사장실.

한 남자가 정우현 옆에서, <격분>의 대흥행을 알리는 티브이 뉴스를 보고 크게 웃고 있다.

김도진이었다.

김도진이, 자신이 열연한 영화가 일찌감치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을 보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우현아, 대박이다!”

정우현은 그저 지그시 미소를 짓고 계속 뉴스를 응시했다.

“대박이야. 흥행할 줄은 알았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러고서 고개를 돌려 정우현을 보고 말을 이었다.

“손익 분기점이 몇이랬지?”

“750만이요.”

정우현은 이번 영화 <격분>을 제작하기 위해 무려 500억 원이나 지출했다.

그래서 손익 분기점 관객 수가 꽤나 높았다.

실상 원래 한국에서 영화가 개봉하면, 500만 관객만 달성해도 꽤 흥행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우현의 영화로는 어림도 없었다. 750만을 달성하지 못하는 순간, 적자를 면치 못하니까.

그러나 이제 그런 우려는 할 필요가 없게 됐다.

“하하하, 대박이다, 대박이야!”

하고서 김도진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

“더군다나 해외에서도 개봉했으니 결과가 더 좋겠구나!”

그리고 뉴스 화면엔 영화 <격분>을 감상한 관객들이 나왔다.

먼저 서른 살의 남자 관객이 말했다.

“너무 재밌게 봤네요. 이게 두 시간짜리 영화라니, 말이 안 됩니다. 한 30분 정도 보고 나온 것 같은데요. 와, 시간 엄청 빨리 지나가네요.”

곧이어 40대 중년의 남자가 인터뷰를 했다.

“정우현이 출연하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아, 손에 땀이 막 나더라고요! 엄청 긴장돼서! 김도진 배우, 진짜 멋있었어요! 근데 몸은 CG죠? 근육이 장난 아니던데….”

화면이 바뀌어 50대의 여성 관객이 말했다.

“<겨울 방학> 때부터 정우현의 팬인 우현수호단원입니다. 이번 정우현의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앞으로 최소 세 번은 더 볼 거고요, 가족은 물론 친구들, 아니, 그냥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 보라고 할 거예요. 재밌으니까요!”

그리고 이내 평론가의 평이 영화 전문 잡지에 발표됐다.

정우현은 일반 관객의 감상이 아닌 평론가의 평을 보기에 앞서, 조금 긴장을 했다.

왜냐하면 대중적인 성공이 꼭 그들에게서 좋은 평을 끌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의 흥행과 관계없이 혹평을 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이에 찾아본 영화의 평은 이렇게 시작됐다.

‘영화의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단순하고 때론 클리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하고 이어지는 평에서 정우현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렸다.

‘강렬하다. 무척 강렬한 영화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음악이 보통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멜로디와 코드로 진행되는 것처럼 이 영화 또한 그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아니, 그 이상이다. 격노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분투를 약 두 시간가량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영화에 압도당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관에서 나오게 된다. 아, 내가 지금 정우현이 만든 영화를 봤구나.’

그러고서 평론가는 주연 배우 김도진에 관해서도 언급을 빠트리지 않았다.

‘특히 이번 영화의 큰 강점 중 하나는 배우 김도진의 재발견이다. 단언컨대 김도진은 이번 영화로 제2의 전성기를, 아니, 그의 커리어 상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되리라. 나아가 그가 이처럼 자신의 진면목을 대중들 앞에 보일 수 있게, 배역을 주고 연기를 끌어냈을 감독 정우현에게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

정우현이, 호평한 평론가의 이름을 얼른 확인했다.

“하하.”

그러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곽유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 재단으로 같은 소속이 된 곽유정이, 재단의 의장인 감독 정우현의 영화를 평하고서 잡지에 올렸다.

물론 곽유정이 아니어도 여타 다른 평론가들도 <격분>에 관해 한결같이 호평 일색이었다.

* * *

해외에서도 <격분>의 인기는 보통이 아니었다.

우선 세계적 유명 인사인 정우현이 연출했다는 것에서 일찌감치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마지막, 브래드 퍼트가 우정 출연한다는 사실이 곧장 해외 관객들 사이에서 퍼졌는데, 이 또한 흥행에 크게 한몫했다. 현재까지도 역대 세계 흥행 1위로서, 영광의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인크레더블 킹 보이>의 정우현과 브래드 퍼트의 조합을, 사람들은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각종 SNS에는 영화를 본 세계인들의 극찬이 쏟아져 나왔다.

-<激忿>,太有趣了,我會看五遍,再看一遍。明天,我將帶著我 80 歲的祖母。(<격분>, 너무 재밌어서 다섯 번 보고 한 번 더 볼 예정. 내일은 여든 살 되신 할머니도 데리고 간다.)

-It was a pity that I couldn't see Jung Woo-hyun's handsome face on the screen, but it's okay. Because the movie is good. (스크린에서 정우현의 잘생긴 얼굴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괜찮아요. 영화가 잘생겼으니까요.)

-Sono rimasto scioccato nel vedere Brad Putt alla fine. Perché tuo fratello è là fuori? Woohyun Jung e Brad Putt. per sempre! (끝에 브래드 퍼트 보고 깜놀.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정우현과 브래드 퍼트. 영원하라!)

-J'avais un préjugé contre les films coréens, mais cette fois j'ai vu le film de Jung Woo-hyun et j'ai complètement changé d'avis. Film K. Je vais devoir conduire tout de suite à partir d'aujourd'hui. Bien sûr, à commencer par le premier travail de Jung Woo-hyun . (한국 영화에 관한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에 정우현의 영화를 보고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K 무비. 오늘부터 정주행해 봐야겠어요. 물론 정우현의 데뷔작 <겨울 방학>을 시작으로요.)

-நம் நாட்டில் அதிக திரையரங்குகள் இல்லை, எனவே நீங்கள் பார்க்க 3 நாட்கள் காத்திருக்க வேண்டும். அதனால், மூன்று நாட்களுக்குத் தேவையான அன்றாடத் தேவைகளைப் பேக் செய்துவிட்டு, இனிமேல் காத்திருக்கச் செல்கிறேன். நல்ல அதிர்ஷ்டம்!  (우리나라는 영화관이 별로 없어서 <격분> 보려면 3일을 기다려야 함. 그래서 3일 치 생필품 챙기고 지금부터 웨이팅하러 갑니다. 건투를 빌어주세요!)

그렇게 영화 <격분>이 국내외 영화관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총 8,000억 원에 달했다.

즉, 정우현은 제작비 500억 원들을 들여 8,000억 원의 돈을 벌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익이었다.

* * *

정우현의 자산이 증대된 만큼 재단은 더욱 커지고, 그의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좋은 일이 진행됐다.

“와, 아들.”

청담동 정우현의 집.

어느 날 어머니가 활짝 웃으며 정우현의 방에 들어왔다.

“예?”

“또 엄청 좋은 일 했네.”

정우현은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방 안에서, 그저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리 와 봐.”

어머니가 그런 정우현의 손을 잡고 그를 거실로 이끌었다.

티브이 뉴스에서는 정우현의 우 재단이 소개되고 있었다. 방송은 최근 재단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며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사람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들이 만든 재단이잖아.”

“하하, 맞아요.”

“역시, 멋있어. 우리 아들.”

하고서 어머니가 감격한 듯 티브이를 잠자코 보고 있었다.

정우현이 우 재단을 설립할 때도 엄청 기뻐했던 어머니가, 티브이를 통해 재단의 활동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모처럼 들뜨게 됐다.

“엄마는 행복하다, 너무 행복해.”

“하하하, 저도요! 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행복하네요!”

하고 정우현이 옆에 있는 어머니를 번쩍 안아 들었다.

“어머!”

그러고서는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기까지 했다.

“…아들, 아들!”

하면서도 어머니는 즐거워 크게 웃었다.

* * *

시간이 지나 연말이 되었다.

정우현은 감독으로서 국내 영화제에 참석했다.

오래전 정우현이 어린 나이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한국 최고의 영화제인 백호 영화제였다.

정우현이 객석 한가운데 근사한 정장 차림으로 앉아 있고, 그 옆에는 김도진이 있었다.

“…신기하구나.”

김도진이 작은 소리로 정우현에게 말했다.

“네?”

“<겨울 방학> 때도 이렇게 네 옆에 앉아 있었는데, 약 15년이 흘러, 또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으니.”

“하하하, 그러게요.”

“고맙다, 우현아.”

“에이, 또 갑자기 왜요.”

하고 정우현이 말하자 김도진이 긴장되는 듯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네 덕에 내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 않니. 데뷔한 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상 후보다. 아아….”

그러고서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현아.”

“예?”

“나는 이대로도 만족한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말이야.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주연상을 받을 만큼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솔직히 큰 욕심도 없고.”

“….”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쁘다.”

하면서도 그가 긴장감을 떨쳐 내지 못하고 연신 눈을 감았다 뜨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우현을 보고 말했다.

“근데 우현아, 넌 어떻게 하나도 긴장을 안 하는 것 같다?”

“…아, 하하”

정우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님이 저한테 그러셨거든요. 영화를 찍고 스스로 만족하고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았으면 그걸로 다 된 거라고. 상은 부차적일 뿐이라고.”

“…그래도 그렇지.”

하고 김도진이 여전히 긴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는 등 복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려 일곱 부문이다, 일곱 부문. 대상은 물론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남우주연상 등등 무려 일곱 부문에서 우리 영화가 후보에 올랐는데 감독으로서 어찌 긴장되지 않느냔 말이다.”

이에 정우현이 답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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