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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12)화 (112/200)

112화

해가 바뀌어 2012년.

정우현은 드디어 성인이 되었다.

이에 정우현은 놀라운 일을 겪게 됐다.

한국은 물론 각국 팬클럽 사람들이, 한국 시각을 기준으로 2012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에 제각기 한곳에 모여 축하 행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 나라의 말로 ‘사랑해요, 정우현. 성인이 됨을 축하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반짝거리는 봉을 들고서 흔들었다.

그러고서 정우현은 팬들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먼저 국내 팬들은 차량을 준비했다.

그들이 준비한 차량은 우후의 모델 W 2012년형 신모델 중 가장 고급 사양이었다.

우후는 매년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올해는 특별히 상류층 고객을 위한 고급 사양을 선보이고 예약 주문을 받았다.

1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으나 예약 주문이 빗발쳤고, 그중 한 대는 우현수호단, 즉 윤수정이 대표로 예약해 구매한 뒤 정우현에게 선물을 줬다.

원래 팬클럽은 해외 브랜드 차량을 선물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해당 차량이 내연 기관이기에 생각을 바꿨다.

전기차 회사를 이끄는 사장에게 내연 기관 차량을 선물할 수는 없으니까.

“이런 거 주실 필요 없는데….”

정우현이 우현수호단 단장 윤수정을 만나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정우현 님!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저희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거니까!”

“…그래도, 한두 푼도 아니고, 음….”

“하하하하, 십시일반 해서 구매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잘 타시기만 하면 돼요!”

라고는 했지만 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팬들이 조금씩 돈을 걷어서 산 것은 맞았다. 단장 윤수정을 제외하고는.

윤수정은 걷힌 돈의 액수를 확인하고서, 목표로 했던 차량을 선물로 하기에는 약 천만 원이 모자람을 곧장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머지 모든 금액을 자신의 사비로 벌충했다. 물론 무척이나 기쁜 마음으로.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우현이 고개를 숙이고는 선물 받은 차량을 바라봤다.

우후의 차다. 즉 자신과 일론, 그리고 엔지니어 팀이 만든 차다.

그래서 얼마든지 해당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선물로 받으니 감회가 또 새로웠다.

무려 팬들이 준 선물이니까.

“감사합니다.”

정우현이 거듭 말하자 윤수정이 환히 웃으며 답했다.

“우현 님! 감사는 우리 팬들이 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기 좀 뭐하지만….”

하고 그녀가 비밀을 발설하기라도 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요, 제 변호사 사무실. 우현 님 덕을 많이 봤거든요.”

“….”

“이번에 아예 빌딩 하나를 매수해서 이전하게 됐어요. 제 밑에 있는 변호사만 해도 수십 명이에요.”

그러고서 그녀는 정우현에게 머리를 한 번 숙이고 말했다.

“전부 제가 정우현 님 팬클럽 회장이라는 것을 알고 이렇게 커질 수 있었거든요. 고객들이 절 찾은 거죠. 그것도 약 10년 전부터.”

정우현이 잠자코 그녀를 바라봤다.

한국 영재 학교 정문 앞에서 20대였던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앳된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마흔 살에 가까웠다. 즉 세월이 흘렀다. 세월과 함께, 그녀의 사무실은 무척 커져 있었다.

“물론 그렇게 우리 사무실을 찾은 의뢰인들에게, 제가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서 더욱 고객이 증가한 것도 있겠지만, 하여간 정우현 님 덕분에 이렇게 될 수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자신과 팬들이 선물한 최신형의 최고급 모델 W를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팬클럽의 회장으로서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 * *

그리고 며칠 후, 부산의 한 항구.

“이게 진짜 선물이라고?”

“하하, 예.”

정우현은 요트도 선물 받았다. 이번에는, 해외의 모든 팬이 하나가 되어 준 선물이었다.

“…대단하군. 무지 비싸 보이는데.”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 무려 100억 원이 넘는 요트였기 때문이다.

배우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정우현은 데뷔한 지 오래된 만큼 각계각층 남녀노소의 팬들이 많았다. 그 중엔 당연히 부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앞다퉈 정우현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보내려 했던 것을, 역시 또 국내의 윤수정이 조율해 이렇게 요트로 정했다.

아버지가 씨익 미소 지으며 요트 이모저모를 둘러봤다. 그러고서 끝내 폴짝 하고 뛰어 그 위로 올라타고서는 쾌활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우현아! 너 이제 더 잘해야겠다?”

“예?”

“아니,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았으니 말이야.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 줘야지, 하하하.”

“하하하, 맞아요. 뭐든 잘해야죠!”

그러고서는 큰 소리로 외쳤다.

“더군다나 이제 성인이니까요!”

* * *

사실 정우현은 성인이 되면 본격적으로 할 일을 얼마 전에 계획해 놓았다.

지난해 말 미국 토크쇼에 나갔다가, 엄청난 자산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질문받고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착안한 일이다.

바로 비영리 재단의 설립이었다.

정우현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자기 이름의 가운데 글자인 우 자를 따서 우 재단을 설립해 의장이 되었다.

우 재단이 앞으로 하게 될 일은 여러 가지였으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였다.

바로 인류의 평화와 번영이었다.

그 일환으로 질병과 빈곤의 퇴치, 교육 기회 확대 등 공익적인 일은 거의 다 할 계획이었다.

재단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자금은 정우현 개인 자산을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즉, 정우현은 자신의 자산으로 재단을 출범시켰다. 그것도 자산의 1%를 재단의 기금과 영구적으로 연동시키기로 정관에 적시까지 했다.

이로써 정우현의 자산이 앞으로 증대될수록 재단의 자금 역시 커질 수밖에 없었다.

우선 현재 그의 자산이 약 100조 원이기에, 재단은 1조 원의 규모로 시작됐다.

이와 같은 사항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세계 언론이 곧 크게 기사를 냈다.

‘The genius was an angel. Woohyun Jung's Foundation Established. (천재는 천사였다. 정우현의 재단 설립).’

‘El beneficio del negocio como el bienestar de la humanidad: Fundación Woo. (사업의 이익이 인류의 복지로 : 우 재단.)’

‘L'authentique Noblesse Oblige de Woohyun Jung. (정우현의 본격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와 함께 각종 SNS도 물론 난리가 났다. 국적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나라의 사람이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Woohyun Jung, πώς εμφανίστηκε ένας τέτοιος άνθρωπος σε έναν θολό κόσμο; Όπως ο Woohyun Jung είναι για τον κόσμο, ο κόσμος πρέπει να είναι για τον Woohyun Jung (정우현, 어찌 이런 자가 혼탁한 세상에 나타났단 말인가. 정우현이 세상을 위하듯, 세상도 정우현을 위해야 한다.)’

‘I know that no one in the world is without flaws. But there seems to be an exception. That’s Woohyun Jung. (결점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데 예외가 생긴 것 같네요. 바로 정우현 님이죠.)’

‘هه هه هه. میدونستم جونگ وو هیون به زودی یه همچین کاری خوب انجام میده. بیایید آینده جونگ وو هیون را اینگونه پیش بینی کنیم. او بزرگترین تاجر جهان، ثروتمندترین مرد جهان و بزرگترین مرد جهان خواهد شد. (하하하하하하. 나는 정우현이 곧 이처럼 선한 일을 할지 알고 있었다. 이대로 정우현의 미래를 예측해 보겠다. 그는 세계 최고의 사업가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มูลนิธิ Woo ของ Woo-hyun Jung ดูเหมือนว่าจะดำเนินการอย่างโปร่งใสมากกว่าองค์กรไม่แสวงหาผลกำไรอื่น ๆ ในโลก ฉันบริจาคตอนนี้ได้ไหม โปรดสอนฉันว่าจะทำอย่างไรถ้าคุณทำได้! (정우현의 우 재단. 세상 어떤 비영리단체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듯. 당장 기부할 수 있나요? 할 수 있다면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대전 사는 60대 이모입니다. 우리 우현이가 예쁜 일 할 줄 알았어요♡♡♡ 항상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한편 정우현은 재단의 실무를 맡을 책임자로, 한 사람을 전격 발탁했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얼굴에 모두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정우현이 이끄는 회사 우후의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인척이라거나 하다못해 한국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뜻 봐서는 정우현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난데없이 나타나, 자금 규모가 작지 않은 그의 재단을 관리하게 됐으니 놀랄 따름이었다.

그렇게 서울의 한 컨벤션 센터, 정우현이 재단을 발족한다고 발표한 뒤 처음으로 하는 기자 회견.

정우현이 수많은 언론의 기자들과 카메라 사이에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앉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가 발탁한 재단의 관리자도 있었다.

바로 비트코인을 개발한, 엘라 로렌츠였다.

엘라가 정우현에게 연락을 받고서,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해킹 대회 이후 첫 공식적인 자리였다. 물론 그때도 그녀는, 슈타지 요원이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드러내기 싫어, 가명을 사용했었다.

사람들은 물론 엘라의 등장에 웅성댔지만, 우 재단의 설립자이자 의장인 정우현에게 먼저 질문했다.

“정우현 님! 어떻게 이런 재단을 만드실 생각을 했습니까?”

그러자 정우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진작 해야 할 일을 뒤늦게 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떻게 이렇게 성장하고, 어떻게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게 됐는지, 조금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자 한국 공영 방송의 한 기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하지만 정우현 님처럼 성공했다고 해서 누구나 다 그렇게 좋은 일을 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요.”

“다른 누가 어쨌든.”

이에 정우현이 곧장 답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 자신과, 마땅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죠. 저는 그 길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고요.”

정우현의 말에 장내가 순간 조용해졌다.

그의 신념이 얼마나 올곧고 단단한지, 모두 한결같이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가는 순간 백인의 해외 기자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그러고서는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정우현 님. 옆에 있는 여성분에 관해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이름은 어떻게 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그리고 정우현 님과는 대체 어떤 연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게 됐는지 등등.”

모두가 궁금해하던 질문이었다.

이에 잠자코 있던 엘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제 소개를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그러고는 그녀가 놀랍게도, 오랫동안 숨겨 왔던 자신의 본명을 밝혔다.

“저는 엘라 로렌츠라고 합니다. 독일 사람이고요.”

하고 자신의 은빛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고는, 고개를 돌려 정우현을 바라보고 살며시 웃었다.

“제가 존경하는, 오직 정우현 님만을 믿고 이렇게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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