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우후의 첫 흑자 달성에 전 세계는 다시 떠들썩해졌다.
세계 최고의 천재인 정우현이 전기차를 만든다기에 언론은 물론 대다수 사람이 주목했지만, 사실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긴 있었다.
우후가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처음으로 생산하는 신기술 회사였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신기술이지, 결국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실상 온갖 새로운 기술을 내세우며, 화려한 서포트라이트를 받고 대중 앞에 등장했다가는 어느새 사라지고 마는 회사들이 몹시도 많다.
그래서 소수의 사람은 우후에 관해 판단을 다소 미루고 있었다.
한데 이번에 달라졌다. 우후가 흑자를 달성했으니까.
따라서 이제 이와 같은 흐름을 굳히고, 더욱더 매출을 늘려 이익을 증대하는 일만 남았다.
한편 반기 첫 흑자 달성 소식에 우후의 주가는 250달러를 돌파했다.
이로써 우후의 시가 총액은 125조 원이 됐고, 정우현의 자산은 75조 원에 달했다.
* * *
“보스.”
미국 텍사스 우후 공장.
정우현이 일론과 함께 공장을 살펴본 뒤 사무실에 있었다.
이곳 공장은 원래 엔티의 공장이었으나, 엔티가 우후에 합병되면서 주로 모델 H, 즉 전기 트럭을 생산하는 곳으로 탈바꿈됐다.
“예?”
“이제 우리도 오로지 우리 제품으로만 먹고 살 수 있게 됐어.”
“하하하, 그러네요!”
일론의 말은 옳았다. 그간 우후의 시가 총액이 꾸준히 상승하기는 했지만, 이는 순전히 정우현과 그가 만든 전기차에 관한 기대감 덕분이었다. 즉 성공적인 투자 유치와 주가 상승이 빚은 결과였다.
하지만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했기에, 정작 제품과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자산이 줄고 있었다.
한데 이번에 흑자 전환을 하면서 우후는 오로지 제품을 팔고서도 자본금이 쌓이는 기업이 됐다.
“그래서 말인데 이를 기반으로 슬슬 다른 사업도 해 보는 건 어떨까?”
“뭐요?”
정우현이 흥미로운 눈빛을 하고 곧장 되물었다.
일론은 최근 물 만난 고기처럼 미국 전역을 누비며 전기차와 관련한 연구와 영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엔티를 이끌었을 때는 불안한 재정으로 사업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데 이제는 다르다. 우후의 풍부한 자금과 지원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그가 이제껏 생각해 왔던 모든 걸 유감없이 펼치고 있었다.
물론 일론이 우후 내에서 지분을 점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가 노력하는 만큼 그의 보상도 커지니까.
“으음.”
일론이 잠시 정우현의 눈치를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여러 개 있는데, 그냥 다 말해 봐도 돼? 아직 그저 구상 단계인 것도 있어서.”
“당연하죠, 전부 말해 보세요, 일론!”
“좋았어.”
하고 일론이 순식간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먼저 태양광이야. 태양 에너지를 전력으로 만드는 거지. 물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태양광이 개발되고 있지만, 알다시피 기술력이 낮아 에너지 전환율이 떨어져. 그래서 안정적으로 상용화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하지만 보스와 내가 함께하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 전환율을 달성하게 될 거야.”
“음,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우후에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지! 우리는 현재로서 전기만 동력으로 하고 있지만, 이 태양 에너지까지 효율적으로 쓰게 되면 훨씬 우수한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겠지. 거기에 친환경 및 재생 에너지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더욱 강화될 테고.”
“으음, 좋네요!”
이를 시작으로 일론은 자신이 꿈꾸고 있는 모든 사업을 빠르게 설명했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고속 철도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캡슐형의 자기 부상 열차. 새로운 운송 시스템인 지하 터널 등 일단 교통수단과 관련된 사업을 언급했다.
“그 다음은 인공 지능이야. 보스, 사실 내가 진작에 놀란 게 하나 있는데.”
“뭐요?”
“우리의 트럭, 모델 H 말이야. 거기 탑재된 자율 주행 시스템.”
하고서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엄청나더군. 인공 지능 부문에서 현시점,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선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일론이 정우현의 눈치를 살피고 물었다.
“그것도 보스 솜씨지?”
“…하하하, 그렇죠, 뭐.”
“….”
그러자 일론이 잠시간 말을 잃었다.
그러다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단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일론이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모델 H의 자율 주행 시스템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소수의 법칙이었다.
정우현은 소수의 법칙을 활용해 인공 지능을 만들었고, 그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이러다 보니 우후의 자율 주행 시스템은 전생의 2022년을 기준으로 해도 훨씬 앞선 상태였다.
“…사실 인공 지능은 미국의 대형 IT 회사들이 꽉 잡고 있었는데, 이로써 우리 우후가 세계 1위인 분야가 하나 늘었다.”
“뭐든지.”
정우현이 얼른 말을 받았다.
“뭐든지 세계 1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작정한 모든 부문에서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매진해야 회사가 생존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세계를 선도할 것입니다.”
"옳은 얘기다."
하고 일론이 짧게 동의하고는, 자신이 구상하는 사업에 관해 계속 얘기를 이어 나갔다.
“하여간 이 인공 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의 뇌를 또 연구할 수 있어.”
“으음.”
“많은 사람이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인공 지능의 인격화를 두려워하고 있지. 언젠가 인간을 뛰어넘어 오히려 인간을 통제하지나 않을까 하고.”
“맞아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야 해. 인간의 뇌야말로, 미지의 영역이다. 즉 인공 지능을 활용해 뇌를 연구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더욱 증진할 수 있지. 뇌와 인공 지능을 연결한다면 말이야.”
정우현이 잠시 생각하더니 곧장 말을 받았다.
“결국, 뇌는 무수한 신경으로 이뤄진 일종의 복잡한 생체 시스템이니까, 이론상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겠군요.”
“그렇지!”
정우현이 일론의 말을 긍정하자, 일론이 신나서는 얼른 답했다.
그러면서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이야. 바로, 우주. 우리는 우주로 간다.”
“아아.”
“우주야말로 무한한 가능성, 그 자체지.”
그러고서 그가 정우현을 불렀다.
“보스.”
“예?”
“독도는 한국 땅이 맞지?”
“당연하죠. 독도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국제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엄연히 우리 대한민국의 땅입니다. 일론도 알다시피 우리 엔지니어 팀 중 일본인이 있는데, 그분 또한 일찍이 인정했다고요! 심지어 상식과 양심이 있는 일본인들은 모두 독도를 한국 땅으로 알고 있답니다.”
“그래, 그래. 당연히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 어쨌거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지구로 예를 들어, 전 인류가 독도보다도 작은 모래알만 한 섬 하나에 갇혀서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우스워? 지금 인간이 딱 그렇다는 거야.”
“그건 그래요.”
“지구가 전부인 양 살아가고 있지. 실상은 우주의 먼지와 다를 바 없는 작은 행성인데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로 가야 한다.”
그러고서 일론이 자신의 얘기에 한껏 심취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선은 가까운 데부터 가야 해. 화성을 탐사하고, 그곳을 인류 최초의 식민 행성으로 만드는 거다.”
“대단한데요.”
정우현의 칭찬에 일론이 다시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는 껄껄 웃었다.
“하하하하, 그렇지? 하지만 그 전에 위성부터 쏘아 올려서, 궤도 및 발사체 실험도 해 보고 그래야지.”
그렇게 그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고는 자랑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이게 전부야, 보스. 이게,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자, 사업이다.”
“훌륭합니다.”
하고서 정우현이 손뼉까지 쳤다.
짝! 짝! 짝!
어떤 면에서는 진짜 SF 영화에 나올 얘기 같았다.
하지만 정우현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전생에서 모두 일론이 실제로 펼치고 있는 사업이니까.
물론 어떤 부문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사람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아 정우현 또한 생소했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는 것도 있었다. 예컨대 우주 사업이라든가.
한데 그런 구상 단계라면 정우현 또한 생각해 둔 게 있었다.
“그런데 일론.”
“으음?”
“저도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뭐?”
“미래를 위해 인류가 개척해야 할 영역으로 저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게 뭐지?”
일론이 즉각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두 가지는 일론이 언급했어요. 바로 우주와 인간의 뇌요. 저도 그래서 일론의 방향성에 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예요.”
“그래, 그래!”
일론이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는 크게 답했다.
“나머지 두 가지를 저는 바다 즉 심해와 물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현재로서 아직 탐사되지 못한 깊은 바닷속과 만물의 근원인 물질 그 자체를 연구해야 합니다.”
“…으음.”
일론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또한 옳다.”
하고서 둘이 계속 이런저런 말을 나눴다.
장차 펼쳐질 온갖 기술과 그 기술이 변혁할 새로운 세계와 관련된 얘기였다.
한편으로는 실로 두 천재이기에 가능한 대화였다.
동시에 둘이 우후라는 회사에 모여 함께 꿈꾸고 심지어 현실화할 미래이기도 했다.
둘은 한참을 대화하다가는 한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한 말을 빠르게 되새기면서도, 공동의 목표와 이상에 한껏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러다가는 순간, 정우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론.”
“응?”
“이 모두를, 할 수 있겠어요?”
그들이 말한 온갖 미래 사업을 일론이 해낼 수 있겠냐는 물음이었다.
“…당연하지.”
일론이 나지막하게 답했다.
“오직 나라서 할 수 있다.”
그러고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보스와 함께, 하하!”
“좋아요.”
정우현이 답했다.
“전부, 전부 추진해 보세요.”
“…전부?”
일론이 모처럼 놀라서는 답했다.
“예, 전부요.”
“…물론 나도 당장 몽땅 연구하고 싶지만, 알다시피 돈이….”
하고 일론이 조금 당황스러워하자, 정우현이 불쑥 말했다.
“그건 걱정 마세요. 돈은 제가 마련할 거고요, 그래도 부족하면 뭐, 투자 유치를 하든 뭘 하든 어떻게든 해내죠. 그러니까 당장, 당장 시작하세요.”
그러고서 정우현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돈 걱정해야 할 사람은 일론이 아니라, 저입니다. 그러니까 일론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 절대 주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알겠죠?”
하고서 정우현이 오른팔을 뻗어 일론에게 내밀었다.
이에 일론이 그의 손을 곧장 굳게 잡으며 답했다.
“그래.”
하고 그가 정우현을 신뢰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동시에 우후에 합류해서 참 다행이고 행운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 * *
일론이 우후에 합류한 건 정우현에게도 무척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일론에 의해 처리되고 해결되기 때문이다.
기술이면 기술, 사업이면 사업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전생에서 세계 최대의 자동차 및 최고의 전기차 회사를 이끌며 온갖 부문에서 업계를 선도한 사람이니까. 심지어 그는 그렇게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기도 했다.
한데 이번 생에선, 그런 사람이 정우현의 밑에 있게 됐다.
즉 명실공히 우후의 2인자였다.
그러니 정우현은 편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걸 다 혼자서 해내야만 했다. 한데 일론이 합류한 이후로는 그런 수고로움이 훨씬 덜해졌다.
이에 한층 더 여유가 생겼다. 심지어 때로는, 거의 항상 집에만 있었던 아주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했다.
한마디로 인생은 더 쉬워지고, 하루하루는 더 즐거워졌다.
* * *
대한민국 청담동 정우현의 집.
“우현아.”
아버지가 정우현을 불렀다.
어머니랑 동생은 백화점에 가 집에 없었다.
“예?”
“너 요즘 왜 아빠한테 사업 얘기 잘 안 하냐? 예전에는 아빠가 나름 조언도 좀 해 주고 그랬는데.”
“아.”
하고서 정우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믿음직한 사람이 생겼어요!”
“…회사에?”
“예!”
“누구?”
“일론이라고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에요!”
“…아, 너랑 같이 일하게 된 그 백인 양반이구나.”
“예!”
그러자 아버지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근데 세계에서 제일 똑똑하다니? 그 사람이 너보다 똑똑해?”
“하하, 뭐 본인 말로는 그러던데요?”
“에이, 아니지. 내 아들 정우현보다 똑똑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하하하, 아빠, 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회사가 훨씬 탄탄해졌다는 거니까요!”
“으음.”
아버지가 잠시 생각하더니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서 그런가, 우현이 너, 요즘 부쩍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맞아요! 회사에 워낙 유능한 사람이 많다 보니, 이제 알아서 잘 굴러가네요!”
정우현의 말도 옳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사업 초기에 기반을 탄탄히 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잘됐군, 잘됐다. 그래, 사장은 뒤에서 놀고먹는 게 최고지.”
“하하하하, 아빠, 그런 건 아니고요!”
하고서 정우현이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음, 아빠, 우리 오랜만에 같이 영화 보러 나갈까요?”
“영화? 좋지! 너랑 영화관 간 게 대체 언제냐?”
“그러게요, 음.”
“잊지 마라, 우현아. 너는 배우다. 아, 단편도 하나 직접 만들어 상까지 받았으니까 감독이기도 하지. 어쨌든 지금 하는 일도 좋지만, 아빠는 네가 영화도 다시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항상 해요.”
“하하하, 알았어요! 하여간 얼른 보러 가요!”
"그래, 그래, 얼른 가자!"
하고서 아버지가 잠깐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음, 모처럼 엄마랑 다현이도 없고, 우리끼리니까, 화끈한 액션으로 한 편 때리자! 끝나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좋아요, 좋아!”
즐거운 부자지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