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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101)화 (101/200)

101화

114달러.

티커 네임 WOO 즉 우후는 나스닥 상장 당일 114달러로 마감했다.

공모가 10달러였는데, 무려 1000% 넘게 상승 종료했다.

이에 세계 언론은 곧 난리가 났다.

‘Woohyun Jung, Incredible CEO's Debut. (정우현, 인크레더블한 사장의 데뷔.)’

‘1000% ожиданий в одиночку? Кричите, woohoo! (기대감만으로 1,000%? 소리 질러, 우후!)’

‘WooHoo,成为新技术的象征. (우후, 신기술의 상징이 되다.)’

또한 이와 관련해 세계 네티즌들이 각종 SNS에 글을 남겼다.

-Trusting in the name of Jung Woo-hyun, I prepared all my assets, credit, and mortgages in advance. I thought that the only thing left to do was become rich, but looking at my account, I am already rich. (정우현이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전 재산에 신용에 주담대까지 일찌감치 준비해 몰빵했습니다. 이제 부자 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계좌를 보니 벌써 부자네요.)

-ああ、あまりにも遅く知ってしまったのです。米国長がオープンするとすぐに買わなければならなかったが。それでもまだとても安い価格です。今夜寝ないと待ってから買います。 $WOO (아아, 너무 늦게 알아 버렸지 뭐예요. 미국 장 오픈하자마자 샀어야 했는데. 그래도 아직 엄청 싼 가격이죠. 오늘 밤 잠 안 자고 기다렸다가 사겠습니다. $WOO).

-Aspetterò e vedrò per ora perché penso che salirà troppo alle stelle. Sono curioso del futuro di Woohoo. Non so se questo è ciò che mio figlio mi dice tra 10 anni. Papà, perché non hai comprato Woohoo allora? Perché è solo casa nostra? (너무 폭등이다 싶어 일단 관망할 예정. 우후의 미래가 궁금하다. 10년 후 내 아들이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빠, 왜 그때 우후 안 샀어? 왜 우리 집만 거지야?)

-대한민국 가리봉동 강철 주먹 형이다. 사랑한다, 우현아. 널 따르니 돈도 버는 구나. 형도 한국 장 열리자마자 샀다. 미장 보아하니 장차 국장에서 3연상은 기본, 화끈하게 10연상 가즈아~~~

사실 정우현은 미국 증권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상장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더 이른 시각에 거래된 한국 장에서 개장하자마자 1분도 안 되어 상한가를 치고 물량이 거의 하나도 안 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장에서도 성공을 예상했는데, 이렇게나 폭등하며 화려하게 상장하게 될지는 몰랐다.

“와, 대단하다, 우현아!”

해당 소식을 접하고서는 권유라에게 전화가 왔다.

“역시 우현. 너는 최고다.”

한결 남자다워진 구태호에게도 전화가 왔다.

‘…헤이, 우. 이제 나보다 더 부자가 되는 거 아냐?’

오랜 친구인 브래드 퍼트에게도 메시지가 왔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라고 정우현이 답문을 보냈지만, 사실 그의 자산이 브래드 퍼트를 뛰어넘은 지는 오래였다. 브래드의 자산은 수천억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단합니다, 어나니머스 님.’

이내 암호화된 이메일로 엘라에게까지 축하 메일이 왔다.

‘제가 오래도록 비트코인에 힘쓴 것 이상으로 어나니머스 님이 그 일에 집중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데 이렇게 시작이 좋을 줄은 저도 생각을 못 했네요. 음.’

자동차라고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면, 정우현의 신원을 쉽게 특정할 수 있기에 엘라는 일이라고만 표현했다.

‘제가 익명의 가면을 쓰고 음지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어나니머스 님은 또 나름의 신념으로 양지에서 떳떳이 해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네요. 하여간 동료로서,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D’

뿐만 아니라 스티븐 스틸버그와 장필도 감독, 김민정 교장과 김은정 박사 자매, 배우 김도진 등 그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거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그러고는 시간이 좀 더 지나, 한 사람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우현.”

일론이었다.

“안녕하세요, 일론!”

“축하한다, 뒤늦게 전화한다.”

“감사합니다!”

“대단하구나, 내가 생각하던 전기차의 미래가 벌써 조금 펼쳐졌군.”

그러고서 일론은 잠시간 말을 않더니 뒤늦게 입을 열었다.

“물론 그 주인공이 내가 아닌 너라는 사실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일론.”

“응?”

“요즘 엔티는 어떤가요?”

“아.”

하더니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별로다.”

이에 정우현이 곧장 물었다.

“왜요?”

“투자 유치에 실패했거든.”

“…이런.”

“사람들이 우후 얘기만 하고 엔티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우리도 공장을 하나 짓고 모델 판매를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음… 쉽지 않구나.”

정우현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제가.”

“응?”

“도와드릴까요?”

“…어떻게?”

일론이 놀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설마 내가 말한대로 특허를 철회하려고?”

“아니요, 그럴 수는 없고, 음….”

하고 정우현이 잠시 생각하더니 순간 입을 열었다.

“저희 핵심 기술을 무상으로 이전해 드릴게요.”

정우현은 이제 자신이 생겼다. 엔티와 격차를 확실히 해 놓았기에, 몇 가지 기술을 알려 준다고 해서 별다른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으음.”

하더니 이내 일론이 답했다.

“고맙지만 지금으로선 괜찮다.”

“…왜요?”

정우현이 곧장 되물었다.

“이미 우리 나름의 자체적인 기술로 모델을 완성했단 말이다. 물론 너희보다는 떨어지지만…. 한데 새롭게 기술 이전을 받고 다시 연구 개발에 들어가 모델을 만든다면, 처음부터 제품을 완성하고 출시하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린다. 즉 여유가 없다는 말이지.”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정우현은 일론을 돕고 싶었다. 비록 자신을 만만히 보고 언론에까지 나가 우후는 엔티로부터 시작된 회사라는 등 자극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그가 이대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건 원치 않았다.

먼저 정우현이 과거 엔티 모터스의 초기 모델을 무상으로 양수해 전기차 연구에 큰 도움을 받은 건 어쨌든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마음의 빚이 있었다.

또한 일론의 말대로 장차 전기차 생태계 조성을 생각하면 일론이라는 사람의 재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전생을 비추어 보면 그의 사업적 능력과 기술력은 어쨌든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쩐지 일론이 싫지는 않았다. 현재로서는 경쟁자에 이상한 언론 플레이도 하는 등 썩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실제 만나서 얘기를 하고 이렇게 전화 통화를 하다 보면 어딘가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괴짜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하고 정우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금을 좀 지원해 드릴까요?”

“…아니다, 아니야. 우현.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니.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일시적인 자본으로는….”

그러더니 일론이 갑자기 목소리를 바꿔 크게 얘기했다.

“우현!”

“…예?”

정우현도 깜짝 놀라 의아한 목소리로 답했다.

“투자.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해 줄 수 있겠어?”

“…투자요?”

“그래! 우후의 이름으로 엔티에 투자를 해다오! 그러면 우리는 우리 회사대로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고, 우후는 우후대로 미국 현지 전기차 법인인 엔티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냐?”

“아아.”

하고 정우현이 잠시 생각했다.

그러다가는 회사 사람들과 좀 더 상의해 보겠다고 하고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사실 상의할 필요는 없었다. 상장한 우후의 주식 중 정우현의 지분이 과반수였기에, 그가 뜻을 정하면 그대로 굳혀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주식회사 우후의 지분은 이렇다. 상장 전 기업 공개 시 몇몇 대형 기관의 투자를 받아 신주를 발행해 우후의 시총이 커지는 한편 정우현의 지분이 다소 떨어졌다.

그리고 증권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를 위해 10%를 추가적으로 풀어 최종적으로 60%의 지분율을 점하게 됐다.

그렇게 상장 직전 우후의 시가 총액은 약 5조 원 정도 했기에, 정우현의 우후 내 주식 자산은 약 3조 원이었다.

한데 상장 이후 놀랍게도 주가가 열 배 이상 상승해 우후는 시총이 50조 원을 돌파했고, 자연스레 정우현은 30조 원이 넘는 자산가가 되었다.

* * *

정우현이 좀 더 생각해 보고서는 드디어 일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엔티에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딱 1조, 1조 원을 투자하려 했는데 일론이 거절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비상장회사인 엔티 주식의 과반수가 정우현에 속하기 때문이다.

즉, 엔티의 사장이 일론에서 정우현으로 바뀌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맙지만, 딱 반, 거기에 반만 투자해다오.”

“알겠습니다.”

정우현은 별다른 이의 없이 알겠다고 했다. 일단은 위기에 빠진 일론에게 힘을 실어 줘, 함께 전기차 업계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했다. 물론 이참에 엔티에 관한 우후의 지배력을 높이면 좋은 일이기도 했지만.

“…고맙다, 이것으로 우리도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어.”

“어디에 지을 건가요?”

“텍사스다. 규제도 적고 세금 혜택도 좋지.”

“오, 잘됐네요!”

“하여간 정말 고맙다, 우현.”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일론. 오래전 제게 도움을 줬으니, 그에 따라 보답을 받는 거라 생각하세요, 그냥.”

즉 양도받은 엔티 모터스의 초기 모델 한 대를, 수년 만에 5,000억 원이라는 투자금으로 엔티에 다시 돌려준 셈이었다.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야 또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제대로 빚을 갚는 사람은 세상에 몇 없단다, 우현.”

“하하, 그런가요?”

하고 정우현이 일론과 대화를 더 나누다가는 끝인사를 했다.

“일론! 그럼 저는 이만 일하러 가 보겠습니다. 일론도 이제 계획대로 엔티의 모델을 양산하고 불티나게 팔러 가 보세요!”

* * *

한편 청담동 정우현의 집, 그의 방 안.

“왜?”

동생 정다현이 오빠 정우현의 부름에 그의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올해 열다섯 살로, 사립 중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다현아, 요즘 무슨 일 있어?”

“…아니, 왜?”

동생이 조금은 경계하듯 물었다. 사춘기 여학생 특유의 새침한 모습이었다.

“그냥, 예전엔 거실에 나와서 가족들이랑 같이 있고 그랬는데, 요즘은 거의 종일 방 안에만 있는 것 같네?”

그러자 동생이 정우현을 잠시 가만히 보더니 짧게 답했다.

“아무 일 없어.”

“음.”

정우현이 잠자코 동생을 바라봤다.

이대로는 그녀가 아무런 말도 할 것 같지 않았다.

이에 그가 동생 앞에서 모처럼 굳은 표정을 지었다.

동생은 아기 때부터 워낙 순했기에, 딱히 엄한 모습으로 얘기를 할 필요가 한 번도 없었다. 말도 잘 듣고, 알아서 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동생은 사춘기라는 무지막지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청소년. 그것도 소위 중2병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학교 2학년의 여중생이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오빠로서의 위엄을 보여야 할 때였다.

“정다현.”

정우현이 굵은 목소리로 동생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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