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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98)화 (98/200)

98화

정우현이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다른 배우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또 있었다.

바로 본인이 아직 미성년이기 때문이다. 즉 정우현이 멋진 모습으로 광고에 나와 직접 제품을 홍보해도 결정적으로 그가 연출할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운전이었다. 그는 미성년이기에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자동차 광고를 하는데, 운전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그래서 그는 성인 배우를 물색해야 했고, 이내 떠오르는 사람이 김도진이었다. 김도진 이외에 다른 누구는 생각나지 않았다.

“…근데 이거.”

김도진이 정우현의 말을 듣고 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지막으로 한마디 물었다.

“네?”

“그, 영화사 쪽에 얘기는 된 거냐? <겨울 방학>의 판권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예의상 장필도 감독에게도….”

“하하하!”

하는데 정우현이 크게 웃었다.

“당연하죠!”

그러고서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영화사에 판권 사용료를 지급한 것은 물론 장필도 감독님에게도 미리 전화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 그럼 다행이다.”

“예, 감독님은 자기도 출연할 수 없냐며 아쉬워하시던데요?”

“그래? 하하하하. 양반이 욕심이 많으시네. 영화나 찍을 것이지.”

“하하하하!”

그러고서 촬영은 시작됐다.

김도진이 모델 W에 탑승해 운전하고 조수석엔 조카인 정우현이 앉아 있다.

물론 차는 정차 중이지만, 후에 CG 처리해 강원도 수풀 길을 주행하는 모습으로 연출될 예정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김도진이 거의 고요함에 가까운 실내음 속에 운전대를 만지며 주행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는 슬쩍 옆을 본다. 옆에는 조카인 정우현이 곤히 자고 있다.

김도진이 그런 정우현을 보다가 한순간 크게 소리친다.

“우현아!”

“…어?”

이에 정우현이 잠에서 깨고는 김도진을 바라보며 묻는다.

“저 언제 잠들었죠?”

“인마! 삼촌이랑 모처럼 놀러 나왔는데! 재미없게 잠들면 어떡해!”

“아아….”

그러고서 정우현이 차창 밖을 바라본다. 창밖은 물론 강원도의 수풀이다.

“몰랐어요, 삼촌. 계속 달리고 있는지.”

이에 전직 깡패인 삼촌 김도진이 껄껄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인마, 이게 전기로 굴러가서 그래! 아주 조용하고, 승차감도 퍼펙트!”

그러고서 그 또한 창밖을 바라보며 크게 외친다.

“유지비도 퍼펙트! 자연에도 퍼펙트! 자, 가즈아아아아아!”

이에 정우현이 자신의 귀를 양손으로 막으며 말한다.

“삼촌, 귀 떨어지겠어요!”

“하하하하하하!”

그러고서는 곧 화면이 바뀌면 무대가 바뀌어 차가 정차되어 있고, 정우현과 김도진이 근사한 정장을 입은 채 옆에 서 있다.

김도진이 먼저 진중한 목소리로 카메라를 보고 말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전기차.”

이내 반대편에 서 있던 정우현이 한마디 한다.

“모델 W와 함께 처음으로 시작하세요.”

하고 정우현과 김도진이 동시에 말한다.

“우후.”

촬영 감독이 곧 소리쳤다.

“컷, 오케이!”

이것으로 광고 촬영이 끝이 났다.

* * *

모델 W의 광고는 곧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기차라는 신기술의 결정체가, 클래식 영화가 된 <겨울 방학> 속 인물들과 함께 대중 앞에 펼쳐졌다.

이에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모델 W가 무척이나 친숙하게 다가왔다.

거기에 단순히 배우임을 넘어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된 정우현이 아주 오랜만에 직접 출연해 자신이 만든 회사의 제품을 홍보하니 사람들은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정우현의 팬클럽 우현수호단이 모델 W의 출시에 맞춰 다시 한번 친환경 운동을 하며 자체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심지어 단장인 윤수정은 이미 자신 명의의 개인 차량은 물론 변호사 사무소 명의의 법인 차량도 있었는데, 우후의 모델 W까지 한 대 더 사서 끌고 다녔다. 즉 첫 달 모델 W 판매 대수 243대 중 한 대는 윤수정이 구매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의 우현스가디언도 우현수호단을 따라 친환경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델 W는 아직 해외에서 생산을 안 한다. 정 해외에서 구매하고 싶으면 국내에서 생산한 모델 W를 해외로 탁송하는 방법이 있긴 있었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국외의 잠재적 고객들은 우후가 해외에도 생산 시설을 짓고 가동하기까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이번 달은 몇 대냐?”

한 달 후 아버지가 집에서 정우현에게 물었다.

정우현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예전 그의 배우 활동을 도왔던 것처럼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있었다.

“1,423대요!”

정우현이 기뻐하며 답했다.

“…좀 늘었구나.”

“좀이라뇨! 무려 일곱 배 상승인데요!”

모두 정우현의 광고와 팬클럽 활동 덕이었다.

“그래 일곱 배지. 하지만 숫자에 속아선 안 된다. 고작 한 대를 팔다가 어느 날 열 대를 팔면, 무려 열 배 상승이지. 즉 우후는 여전히 적자고, 이익이 나기까진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작지만 이런저런 임대 사업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아버지는 어느새 숫자에도 밝아져, 정우현의 사업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에이, 아빠! 전기차에요, 무려 전기차! 우리 회사에서 내연 기관의 자동차도 함께 생산하면 모를까, 당분간 적자는 어쩔 수 없다고요!”

“으음….”

“중요한 건 매출 및 점유율의 성장세예요. 이대로 가파르게 성장하면, 저 못지않게 아빠도 좋아할 겁니다!”

“그래, 그렇게 되기만을 바란다.”

정우현의 말은 옳았다. 실상 전생을 기준으로 해도 전기차의 생산 및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단적인 예로 일론의 회사는 2012년 양산형 상업 모델을 처음으로 출시한 뒤 2020년에야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다. 즉, 모델 출시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탈출했다.

한데 지금은 2008년. 정우현이 놀라운 연구 개발 속도로, 전생의 일론 회사보다 4년이나 빨리 양산형 모델을 출시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흑자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 * *

한편, 우후의 전기차가 팔리면서 구매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곧 입소문이 퍼졌다.

차가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성능이 좋다고.

사실 광고 중 제일 확실한 광고는 상품을 구매해 만족한 고객의 구매 후기다. 그만큼 확실히 상품의 우수함을 보증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실로 세상 모든 회사의 일이란 특정 상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해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기에, 반응이 좋은 구매 후기야말로 회사의 성공을 반쯤 말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단순히 회사나 팬클럽의 홍보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이내 모델 W는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더 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야.”

우후의 작업장. 다국적 엔지니어 팀이 정우현과 함께 있는 가운데, 모델 W의 매출 증가세를 알리는 티브이 뉴스 보도를 보고 이탈리아 엔지니어가 말을 했다.

“단순히 전기차라는 게 다가 아니야. 우리가 수십 년 터득한 노하우를 모델 W에 모두 녹여냈다고. 즉 전반적인 성능에 있어서 모델 W는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하하하, 맞습니다.”

이에 일본인 엔지니어도 몇 마디 거들었다.

“사람들이 아마 간과했을 거예요. 갑자기 전기차라고 하기에, 오로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의 자동차라고만 생각하고, 다른 모든 성능은 자동차 업계 평균이거나 평균 이하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아니거든요.”

정우현이 그런 엔지니어들을 보고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우리의 모델 W는 모든 면에서 기존의 내연 기관 자동차를 능가합니다. 아마 굳이 꼭 내연 기관 자동차를 타야겠다고 고집하거나 편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필시 우리 자동차가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될 거예요. 이 같은 정보는 먼저 구매해서 타 본 초기 고객들을 중심으로 널리 퍼질 거고요.”

그러고서 그가 엔지니어들을 향해 머리를 꾸벅 숙여 보였다.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각국에서 세계 최고의 내연 기관 자동차를 만들었던 여러분이 여기 우리 회사에 있기에, 또다시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에헤이.”

그러자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가운데, 이탈리아 엔지니어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또 그런 소리를 하네, 보오스. 우린 그저 보스만 보고 달려왔다고 대체 몇 번을 얘기해. 그런 소리 말고, 보스는 모델 판매 등 여기저기에 좀 더 힘을 써 달라고. 우리 엔지니어들은 일단 현재로서 할 일을 다 한 것 같으니.”

“하하, 알겠습니다!”

“자, 그럼! 아주 오랜만에 다들, 휴식 시간을 가져 봅시다! 각자 원래 살던 나라도 다녀오고, 하여간 휴가를 떠나요!”

이탈리아 엔지니어의 말에 나머지 엔지니어들이 크게 답했다.

“좋아요!”

“아아.”

한데 이탈리아 엔지니어가 그들을 둘러보며 표정을 고치고 한마디 더 했다.

“고국으로 돌아간 김에, 모델 W 홍보하는 것도 잊지 말고. 나도 이탈리에로 돌아가면, 입이 닳도록 얘기할 테니.”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 * *

그렇게 모델 W의 국내 판매량이 늘어가는 가운데, 정우현과 계속 만나기를 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돈 냄새를 가장 먼저 맡는, 투자자들이었다. 그것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투자자도 있었다.

다만, 커다란 기관은 없었다. 우후는 어쨌든 아직 이익이 나지 않는 신생 회사인 데다 그것도 전기차라는 초유의 상품을 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기에, 규모가 큰 자금을 운용하는 비교적 보수적인 기관은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 및 소규모의 헤지 펀드들이 먼저 우후의 문을 두드렸다.

실상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단순히 정우현의 이름 하나만을 믿고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정우현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아직 아무런 제품도 생산하지 않는 기업이 벌써부터 투자를 받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우현 개인 자산으로 출자를 한데다, 자본금이 딱히 부족하지도 않았고.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명백히 사람들에게 팔리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모델 W가 있었다. 즉 자신이 있었다. 이에 투자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아가 앞으로의 사업 확장과 자본의 유동성 그리고 비즈니스에서의 신뢰를 생각하면 오히려 투자는 필수적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거리낌 없이 투자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대략 1조 원의 투자금을 지원받았다. 개인 투자자부터 여러 중소 투자 법인까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다. 투자금은 곧장 법인 우후의 자본금에 편입됐다.

정우현은 이내 그들에게 신주를 발행해 줬다. 이로써 정우현은 발행 주식 수를 기준으로 지분이 100%에서 대략 80%로 변경됐다.

물론, 그만큼 회사의 시총은 커졌다.

“…으음.”

한편, 이 소식을 접한 아버지가 정우현에게 말을 붙였다.

“자금이 늘었구나.”

“예!”

“그럼, 이제 어떡할 거니? 전기차 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었고, 네 말대로 판매는 물론 투자까지 순조로운데 말이다.”

“해외에.”

“응?”

“해외에 공장을 지을 거예요. 우후 최초의 해외 생산 공장.”

“오, 그렇구나. …그럼 어디에?”

아버지의 물음에 정우현이 환하게 웃더니 짧게 답했다.

“미국이요.”

그러고서는 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먼저 북미 시장을 선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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