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89)화 (89/200)

89화

정우현은 곧장 회사 설립에 나섰다.

우선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당장은 규모가 작아도, 훗날 사업 확장 및 대외 신용도 등을 생각하면 당연히 법인 회사여야 했다.

사명도 정했다. WooHoo 즉 우후였다. 원래는 단순히 정우현의 이름 이니셜 WH로 하려다가, 이렇게 정했다.

먼저 미국에서 배우 활동 시 브래드 퍼트 등 동료 및 스태프들이 그를 우라고 부르던 것에서 착안했다. 국내를 넘어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전기 자동차 회사가 될 것이기에, 세계 어느 사람이 봐도 간단한 이름으로 지었다.

그렇게 woo에 이니셜로 시작하는 hoo를 또 붙이면 영어로 woohoo라는 단어가 되는데, 이는 한국어로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인 야호라는 뜻이었다. 이로써 WooHoo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느낌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고서 자본금을 납입했다. 정우현의 개인 자산 약 5조 원 중 무려 4조 원을 우후 법인 자본금으로 출자했다. 이로써 정우현이 회사 우후의 지분을 100% 소유하게 됐지만, 해당 자금은 이제 어디까지나 법인의 자본이었다.

물론 정우현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벌써부터 은행 등 여기저기서 투자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일단 자신의 자본만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제 막 회사를 시작하는 단계이니만큼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의 자율성을 갖는 게 중요했다. 그러고서 나중에 성과가 나올 때 즈음 대대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그들에게 신주를 발행해 줄 계획이었다.

그 후 회사의 자본금으로 서초구에 작은 빌딩 및 작업장을 하나 마련했다.

우후의 기념비적인 첫 건물이자 본사였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을 소재지로 한 이유는 아직 스타트업 회사이기 때문이다. 즉 많은 벤처 회사들이 그렇듯 당장 제품을 판매하지는 않고, 연구에 매진할 것이기에 서류 작업을 할 사무실과 전기 자동차를 개발할 작업장 하나면 충분했다.

그러고서 설립 등기를 하기 전날 밤 정우현의 집.

“우현아, 이제 진짜 네가 사장님이냐?”

아버지 정기석이 등기소에 제출할 서류를 보며 물었다.

“하하, 예, 아빠!”

“어머, 대단해, 아들….”

어머니 황희진도 말을 잇지 못하고 감격스러운 눈으로 여러 장의 종이를 연신 넘겨봤다.

“드디어 아들 이름으로 사업을 하네.”

부모는 그간 말없이 정우현을 돕고 있었다.

워낙 그가 어린 나이부터 놀라운 모습을 보였기에, 원체 그를 믿고 있었다. 다만 정우현이 에이치 자동차를 다니게 될 때는 걱정을 좀 하기는 했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 생활을 하기엔 너무 빨라 보였으니까.

하지만 곧 그가 일에 집중하고 놀라운 성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하자 이내 마음을 놓았다. 배우 생활을 하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아들 정우현에게는 회사 일 또한 즐거운 놀이와 다름없었다.

“그럼 이제 여기에 서명하면 된다는 거지?”

“네!”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펜을 들고 말했다.

현재 정우현의 나이 열네 살. 아직은 여전히 미성년이다.

미성년자의 법인 설립 시에는 법정 대리인 즉 보통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부모의 서명을 마지막으로 이제 법인 설립 등기 신청서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자, 했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쓰고는 말했다.

이에 정우현이 곧장 말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현아.”

아버지도 서명을 마치고는 입을 열었다.

“예?”

“그럼, 이제 엄청 바빠지는 거 아니야?”

“음, 그렇겠죠?”

“걱정이네. 아빠는 네가 그놈의 엔진 만든다고 집에 잘 때만 들어올 때도, 엄청 걱정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었지.”

“에이, 아빠! 재밌어서 한 건데요, 뭐! 결과도 엄청 좋았잖아요!”

“그래, 그렇지만…. 걱정이 된다 이거지. 거기다가 네가 이제 학교까지 관뒀으니….”

아버지는 정우현이 진학을 하지 않고 심지어 NIT에서의 교수직도 거절한다기에, 처음에 반대를 심하게 했었다.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 한다, 또래 친구들도 사귀고 얼마나 좋지 않냐고 반문을 했다.

하지만 이내 정우현은 친구는 권유라와 구태호면 충분하고, 이제 학교보다는 학교 밖에서 훨씬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렇듯 그런 정우현에게 조용히 힘을 실어 줬다. 정우현이 아기일 때부터 누구보다 그를 믿고 절대적인 지지를 한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으니까.

“하하, 걱정 마세요, 아빠! 만약 힘들다 싶으면….”

하고 그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언제든 집에 와서 쉬죠! 이제 제가 사장이니까 그래도 돼요, 하하하하!”

“그래, 그건 그렇지. 이제 네 뜻대로 일할 수 있게 됐구나.”

아버지가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한편 잠자코 가족의 얘기를 듣고 있던 동생 정다현이 말했다.

“응?”

“축하해.”

“고마워, 다현아.”

동생은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 키도 부쩍 커 슬슬 청소년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전기 자동차를 만든다고?”

“응!”

“…기존의 자동차들보다,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까?”

“그럼, 그럼! 전기차는 일단 차량 소음이 엄청 작아! 내연 기관 차량보다 훨씬 작지! 그리고 유지비도 훨씬 적게 들어!”

“그렇구나.”

엄연히 한 기업의 사장이 된 오빠 정우현에게, 회사의 이윤이 아닌 차량의 효용성부터 묻는 동생이다.

그만큼 그녀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최근 자신의 진로도 조금씩 고심하기 시작했다.

“또 다현아.”

“응?”

“이게 어떻게 보면 가장 큰데, 전기차는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외부로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아.”

“산업 발달로 환경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 당장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차원에서 친환경 제품이 각광 받는 시대가 올 거야. 즉 시대적 흐름이라는 거지. 그때가 되면 전기차는 더욱더 주목받게 될 거야.”

“좋다.”

하고서 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경 오염을 막는다는 얘기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 자, 그럼!”

어머니가 순간 가족들을 둘러보고 말했다.

“오늘은 아들이 드디어 회사 사장님이 되는 날이니만큼 특별한 요리를 해 주겠어요.”

“오우!”

하더니 아버지가 곧장 크게 외쳤다.

“그럼, 난 소갈비!”

“아니, 아니!”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더니 곧장 말을 이었다.

“여보 말고 우리 우현이 주문부터 받을 거야!”

“아아….”

“하하하!”

정우현이 또다시 티격태격하는 부모를 보고 재밌어서 웃었다.

“응? 우현아. 뭐 먹고 싶어?”

어머니는 아랑곳 하지 않고 표정을 빠르게 고치고 환히 웃으며 물었다.

“음….”

정우현이 잠시 생각하다가는 한마디 했다.

“된장찌개요.”

“….”

“된찌 먹고 싶어요, 엄마.”

“…또 된장찌개?”

“하하하하하하!”

이번에는 아버지가 기가 살아서 크게 웃었다.

어머니는 실망스러운 듯 조금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현아, 다른 거 없어? 된장찌개 말고….”

“아니요, 엄마. 전 엄마가 만드는 된장찌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그 어떤 산해진미가 있어도, 저는 엄마의 된장찌개를 먹을 거예요.”

“….그래?”

어머니가 정우현의 말에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는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좋았어! 우현이는 그럼 황희진표 된장찌개! 여보는 소갈비! 그럼 다현이는? 다현이는 뭐 먹고 싶어?”

“음….”

하더니 동생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먹고 싶은 거.”

“…응?”

어머니가 되묻자 조금 큰 목소리로 재차 말하는 동생이다.

“저도 된장찌개요. 오빠가 먹고 싶은 거.”

“어머!”

하더니 어머니가 놀라서 되물었다.

“다현아! 너는 된장찌개 안 좋아하잖아!”

“…그냥 오늘은….”

그러고서 동생이 괜히 오빠를 한번 잠깐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

“…오빠가 먹고 싶은 거 먹을래요. 오빠를 위한 날이니까.”

“어머, 우리 공주님!”

어머니가 크게 말했다.

“어쩜 이렇게 마음씨도 착하고 천생 공주일까.”

하고서는 동생에게 다가가 그녀를 쓰다듬고 안았다.

“우리 애기는 평생 엄마랑 붙어 있자?”

“하하하, 여보!”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다현이도 많이 컸어! 애기는 무슨 애기야!”

“아니야, 우리 애기는 다 커도 애기지. 그치, 애기야?”

“….”

동생이 아무 말은 않고 그저 조금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아들 정우현이 워낙 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거의 지내다시피 해, 동생 정다현만큼은 거의 항상 품에 안고 키웠다.

“무슨! 나중엔 당신보다 더 클 건데!”

“아니야, 다현이는 엄마보다 커도 애기지?”

하고 연신 동생을 끌어안는 어머니와 품에 있는 동생 옆에 있는 아버지를 보며 정우현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단란하고 행복한, 완전한 가정이었다.

* * *

등기소에 가 드디어 회사 설립 등기를 냈다.

이로써 드디어 정우현이 회사 우후를 설립했다.

이에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이 곧장 정우현을 조명했다.

‘Can Jung Woo-hyeon, who founded the company WooHoo, be able to start WooHoo again? (회사 우후를 설립한 정우현은 또다시 우후할 수 있을까?)’

‘Новый вызов для гениев: электромобили. (천재의 새로운 도전: 전기차)’

‘Woo-hyun Jung, der den Schlüssel zum zukünftigen Auto hält. (미래 자동차의 열쇠를 쥐게 된 정우현)’

이에 포털 사이트에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정우현의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실렸다.

밑에는 물론 댓글이 마구 달렸다.

-대전 사는 50대 이모가 어느덧 환갑이 됐네요. ^^…. 우현 군, 여전히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형, 가리봉동 사는 강철 주먹이다. 우현이는 사장이 됐고, 나는 애 아빠가 됐구나. 우리 딸랑구도 우현이처럼 씩씩하고 예쁘게 자라 주길. 파이팅이다.

-우현이 ㅠㅠㅠㅠ. 점점 더 멋있어지고 있잖아. 하아…. 대왕 귀요미가 대왕 훈남이 되고 있네. 이러다가 오빠라고 부르게 될 듯…. 우현아, 일도 일이지만, 영화 한 편만 더 찍어 주라. 그 얼굴 언제까지 썩힐 거니 ㅠㅠㅠㅠ

-대한민국 최고의 보물! 이제 세계 제일의 기업인이 될 일만 남았다! 가즈아~~~~~

-한국대학교 수학과 학부생입니다. 자동차도 좋지만, 우현 군이 또 수학의 난제를 해결해 줬음 하네요. 우현 군, 심심할 때 어떻게 또 한 문제 안 되겠습니까.

-난 그냥~~~ 우혀니가 행보카길 바래~~~ 암것 두 안 해두 되~~~ 행보칸게 쵝오지~~~

한편 정우현의 회사 설립 소식에 국내 팬클럽 우현수호단과 해외 팬클럽 우현스가디언이 긴밀히 연락을 취해 팬클럽 회장 윤수정을 중심으로 하나의 이벤트를 계획했다.

바로 대중교통 출퇴근 및 쓰레기 줍기 등 친환경 자연 보호 운동이었다.

정우현이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보고서, 탄소 배출을 낮추고 자연을 보호하고자 딱 3일만 실시하는 기획 이벤트였다.

이는 훗날 정우현이 전기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 정우현의 제품 홍보와 직결되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여러분!”

우현수호단 단장 윤수정이 모처럼 서울광장에서 우현수호단을 모아놓고 크게 소리쳤다.

“네!”

“드디어 우리 우현 군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습니다!”

“와아아아아!”

물론 정우현이 그간 수학의 난제를 해결하고 세계 최고의 엔진을 만들 당시 팬클럽이 뜨겁게 열광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우현이 어디까지나 특정 학교 및 회사의 소속이었기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학교 및 회사에 괜한 피해를 줄까 봐서 그랬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잔뜩 우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우현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이 됐기 때문이다.

“자, 새롭게 만든 팬클럽 구호를 외쳐봅시다!”

“와아아아아!”

“모두 배에 힘 주시고오오오!”

“….”

“전방에 구호 10초간 발사아아아아!”

윤수정은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리더십을 위해, 군대에서의 훈련법을 도서 및 영상으로 따로 학습했다.

바로 이런 순간 빛을 발하기 위해서다.

“우우우우우우후우우우우우우!”

팬클럽 모두가 정우현의 사명을 오랫동안 크게 외쳤다.

사명은 이렇듯 일종의 구호나 추임새처럼 간결하게 외치기도 쉬웠다.

그렇게 팬클럽은 구호를 외쳤는데, 그 모습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이미 오로지 정우현을 위해, 오랫동안 여러 번 손발을 맞춰 본 그들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