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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86)화 (86/200)

86화

“하하하하하하하!”

정우현의 대답에 일론이 무지막지하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더니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구나, 좋아! 그래,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 인물이지!”

하고 그가 오히려 친근하게 말을 이었다.

“우현.”

“네.”

“너도 잘 알겠지만 말이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많다. 정말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지.”

“….”

“한데 그중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거든. 심지어 그리 똑똑하지 않은데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우현이 잠자코 일론의 말을 들었다.

“왜 어떤 사람은 그렇게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할까?”

“….”

정우현이 짐짓 가만히 있자, 일론이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가리켰다.

“머리보다.”

그러고서 그는 손가락을 내려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가슴이 훨씬 중요하거든. 이해타산에만 능하고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실패하는 걸 숱하게 봐 왔다. 하지만 우현, 너는.”

일론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딱히 부족함이 없는 것 같구나.”

“감사합니다.”

정우현이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 했다.

“하하, 그나저나!”

일론이 다시 웃고는 순간 빠르게 표정을 고쳤다.

“장차 만약 내가 지면.”

“….”

“네 다리 사이를 지나가겠다.”

정우현은 이 사람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잠시 그를 주의 깊게 바라봤다.

진심이었다. 일론은 정우현이 자신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음을 확신하고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작은 네 다리 사이를 기어가겠다는 말이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정우현이 곧장 말을 받았다.

“저는 솔직히 누군가를 상대로 이기고 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단지 제 신념대로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뿐이죠. 물론 제 계획대로라면 저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를 이끌게 될 겁니다. 알다시피 최고는 세상에 둘일 수 없고요.”

“으음.”

“그러니까 굳이 일론이 최고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제 다리 사이를 지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론은 일론대로 느끼는 게 있을 테니까요.”

“….”

정우현의 말에 일론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실상 그를 만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가 잠자코 말을 않는 것은.

그러다가는 한순간 다시 크게 웃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약간은 애써 웃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론이 약간은 긴장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서 그가 정우현의 눈치를 슬며시 살피다가는 한마디 했다.

“재밌구나, 아주 재밌어! 그럼 좋다!”

하고 오른손을 불쑥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잘해 봐라!”

“예, 일론도요.”

정우현이 일론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 * *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정우현이 한 가지 더 용무를 봤다.

바로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 항공기 제작회사와 연락을 했다.

정우현은 KGI 졸업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기에, 이제 지금처럼 해외를 다닐 일이 잦아질 게 뻔했다.

그래서 전용기를 사기로 결정했다.

“그럼, 그 모델로 진행하시겠습니까?”

미국 방위 산업체 산하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제트기 생산업체 골프스트림(Golfstream) 임원이 전화기 넘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하고서 임원이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비행기는 현재 정우현 님이 계신 곳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공항에서 탑승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제가 고맙죠.”

그러면서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여간 영광입니다. 정우현 님에게 저희 회사의 모델을, 그것도 이번에 새로 나온 최고급 기체를 인도할 수 있게 되어서요.”

이번에 정우현이 구매한 전용기는 항속거리 즉 주어진 조건에서 이륙 순간부터 탑재된 연료를 전부 사용할 때까지의 비행거리가 13,980km에 달하고 시속은 960km에 달하는 등 거리와 속도 면에서 세계 최고의 제트기였다.

“와아….”

엄규환이 정우현을 따라 전용기에 탑승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도련님.”

“네?”

“그 미국 올 때 탔었던 브래드 퍼트의 전용기보다 훨씬 좋은데요?”

“하하하하! 당연하죠!”

하고서 정우현이 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브래드의 전용기도 구매 당시엔 최고의 기체였겠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 기준으로는 과거 모델이죠.”

그러고서 그 또한 뿌듯한 눈빛으로 기체 여기저기를 보며 말했다.

“그에 반해 이건 최신이니까요!”

“하하하하, 그렇군요. 하기야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도련님이니만큼 세계 최고의 비행기를 타야죠, 하하하하!”

1,000억 원.

정우현은 이번 전용기를 사기 위해 무려 1,000억 원의 지출을 단행했다.

바로 에이치 그룹 회장의 매도 금지 조건이 해제된 에이치 자동차 주식을 일부 매도해 마련한 자금이었다.

거기에 전용기를 운전하는 조종수 및 엔지니어 심지어 요리사까지 고용했다.

그렇게 해서 전용기를 한번 타고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약 1억 원 정도 했다.

물론 단순히 비행기 삯으로는 어마어마한 비용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여기저기를 넘나들며 일을 하는 데 있어 전용기의 이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더군다나 정우현은 이제 엄연히 수조 원 대의 자산가다. 즉 엄청난 부자다.

그저 기분전환을 위해 이런저런 럭셔리한 것들을 마구 사는 일부 다른 부자들에 비하면 정우현은 오히려 알뜰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 * *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태평양 상공 정우현의 전용기 안.

엄규환이 반쯤 넋을 잃고 창밖을 보고 있다.

“아아….”

그는 그렇게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있었다.

정우현이 한국 영재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자신을 경호원으로 고용한 이래, 약 7년.

그 시간 동안 참 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무려 바다 위에서 다른 사람의 소유도 아닌, 자신이 모시는 정우현의 전용기를 탄 채 비행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도련님.”

순간 그가 고개를 돌려 정우현을 불렀다.

“…예?”

정우현 또한 전용기를 타고 처음으로 비행하는 만큼 모처럼 편히 쉬며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하하, 뭐가요.”

“그냥, 이 모든 게 감사합니다. 도련님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정말 그저 다른 것 하나 모르고 도련님만 잘 따르며 모셔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어느새 이런 모습으로 있지 않습니까.”

하고서 그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전용기 내부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또한 엄규환의 연봉은 매년 대폭 상승했다. 애초 채용 당시 대기업 경호원 부럽지 않은 고액 연봉이, 가파르게 올라 이제는 억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돈을 통장에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었다.

“하하하! 뭐, 실장님도 항상 열심이셨잖아요!”

“열심히 한다고.”

그가 재차 정우현을 보고 말했다.

“다 이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하자면 저는 운이 좋았던 거죠. 도련님을 모시게 된 운.”

“으음.”

하더니 정우현이 답했다.

“그렇게 치면 저도 운이 좋은 거죠!”

“…하하하, 도련님은 다르죠. 모두 스스로 해낸 거니까요.”

이에 정우현은 답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삶.

세상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것부터 그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한데 심지어 무엇이든 집중하기만 하면 이룰 수 있는 온갖 재능까지 갖고 다시 살게 됐다.

이야말로 최고의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사람도 그렇겠죠?”

순간 엄규환이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요?”

“그, 작은 자동차 회사에서 만난 일론이라는 사람이요.”

“아.”

“그 사람이 자동차도 그냥 한 대 줬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전용기 차고에 있는.”

“하하하, 맞아요.”

“뭐, 제대로 굴러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지금은 아니어도, 조만간 쌩쌩 잘 달리게 될 거예요!”

“…그렇습니까? 하여간.”

하고서 그가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 사람. 저는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여태 그 누구도 도련님 앞에서 그리 큰 소리를 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물론 엄규환은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정우현을 따라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듣는 것만큼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능한 경호원답게 사람을 관찰하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능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보기에도 일론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하하하, 그런가요?”

정우현이 반문하고는 곧장 말을 이었다.

“뭐,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는 거겠죠!”

“으음….”

“걱정 마세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하하! 그렇죠! 그러고 보니 저 또한 여태 도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와우,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하고서 정우현이 일론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흥미로워요. 그 사람 덕분에 뭔가 오히려 더 자극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

그러고서 그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라이벌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라이벌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하여간 얼른 그를 다시 보고 싶네요! 하루 빨리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서요!”

“아아, 좋습니다, 도련님!”

엄규환이 손뼉까지 치며 말했다.

“그렇죠, 이게 우리 도련님이죠! 세계 최고의 수학자이자 자동차 공학자!”

그러고는 짐짓 미간을 찌푸리며 우스꽝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리 물렀거라! 일론 마스크!”

“하하하하하!”

그 모습에 정우현이 재밌어서 웃었다.

* * *

대한민국 청담동 정우현의 집.

본격적으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기에 앞서 정우현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바로 에이치 자동차로부터 독립하는 일이었다.

사실 이 문제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사람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권유라와 그의 아버지인 에이치 자동차 사장에게, 말을 해야 했다.

이제 에이치 자동차를 떠날 거라고.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결심한 건 아니었다.

애초 에이치 자동차 소속으로 전기 자동차를 개발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에이치 자동차 사장뿐만 아니라 에이치 그룹 회장까지 모두 정우현을 진심으로 좋아하며 물심양면 그를 지원했다.

그럼에도 에이치 그룹 산하 에이치 자동차는 어쨌든 권 씨 재벌 가문의 것이었기에 정우현의 의지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그의 직함인 이사의 권한으로는, 무엇 하나를 추진하는 데 여러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최대 주주이기는 했지만, 정우현의 지분이 사장과 계열사 지분의 합보다는 작았기에 역시 또 맘껏 회사를 이끌 수 없었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 훗날 권 씨 가문의 그룹 후계자 결정 시 괜한 갈등에 휘말려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물론 에이치 자동차 산하 물적 또는 인적 분할로 전기차 법인을 새롭게 설립하려는 계획도 포기했다.

그렇게 되면 새 전기차 법인의 지분에 에이치 자동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좋든 싫든 에이치 자동차가 새 법인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정우현은 생각 끝에 아예 에이치 자동차에서 나와 완전히 새로운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앞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우현아!”

바로 권유라였다.

정우현은 한국으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권유라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이에 권유라가 예쁜 겨울 코트를 입고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정우현이 단둘이, 그것도 저녁에 자신과 함께하자고 하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그녀로서는 정우현이 자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것 같았다.

“오래 기다렸어?”

권유라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며 말했다.

“아니.”

“아, 그래? 다행이다, 헤헤.”

사실 권유라는 약속 시간에 훌쩍 늦었다.

모처럼 정우현과 단둘이 만난다기에 이런저런 옷을 잔뜩 입어 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정우현을 보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 한껏 웃었다.

그리고 내심 설레기도 했다.

권유라의 나이 14살. 키도 성인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커진 가운데 사뭇 여성스러워지는 등 어느덧 완전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그런 그녀가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전적으로 따르는 정우현을 보고서 새삼 설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근데 웬일로 네가 나를 따로 보자고 해?”

하고서 권유라는 입술을 오므리며, 괜히 여기저기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다가 사뭇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것도 이런 으슥한 저녁에….”

“아, 유라야.”

하지만 정우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건조했다.

“사실은.”

하고 이제 본론을 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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