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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85)화 (85/200)

85화

미국 캘리포니아 엔티 모터스 사무실 안.

정우현이 일론 마스크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데 순간 그가 내심 놀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이렇게나 비범함이 느껴지는 사람은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전생에서는 정우현 본인부터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실상 비범한 사람을 만날 기회조차 없거나, 어쩌다 봤다 해도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르다. 우선 천재적인 재능에 힘입어 그는 사람을 보는 통찰력 또한 남달랐다.

즉 첫인상만으로도 대략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능력과 인성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정우현은 이번 생에서 숱하게 비범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과 함께했다.

먼저 거의 아기일 때 지능 검사를 한답시고 처음으로 만난 외부인 즉 김은정 박사부터 그랬다.

그 후 장필도 감독과 김도진,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과 브래드 퍼트, 심지어 학교에서 만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된 권유라와 구태호까지 모두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여기 앞에 있는 일론과 비하면 다소 평범해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일론에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범함이 느껴졌다. 즉 그 또한 천재였다. 그것도 엄청난 천재였다.

그래도 굳이 이만큼 대단하게 느껴졌던 사람을 어떻게든 한 명 꼽아 보자면 누군가가 떠오르긴 했다.

바로 수년 전 KGI에서 유럽으로 단체 여행을 갔을 때, 권유라를 따라 참석해 실력을 겨뤄 볼 수 있었던 은빛 머리의 세계 해커 챔피언 소녀였다.

물론 당시 소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일론처럼 압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우현이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나이가 고작 13살임을 감안해야 했다. 이에 반해 일론은 현재 30대 중반이었다.

“하하하하! 네가 그 유명한 정우현이구나!”

일론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격 없는 말투로 정우현에게 입을 열었다.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우현 또한 밝게 인사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론처럼 아는 체를 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아야 했다.

전생에서 미디어를 통해 익히 봤던 그이지만, 마치 원래 알던 브래드 퍼트를 아는 체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일론 또한 정우현에게는 생면부지의 사람이어야 했다.

“으흠,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라이징 스타가 여기, 아직 사람들에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 대체 어떻게 온 거지?”

하고는 일론이 슬며시 웃으면서도 날카로운 눈으로 정우현을 바라봤다.

마치 그의 의중을 파악하겠다는 듯.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정우현을 보다가는, 일론이 한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너도 알고 있구나!”

“…하하.”

정우현은 멋쩍어서 그저 웃었다.

“전기차가 미래의 차가 되리란 걸!”

“맞아요!”

실상 일론은 자신의 판단에 따른 확신이고, 정우현은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한 확신이지만 어쨌든 상관없었다.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두 사람이 드디어 만났다는 게 중요하니까.

그것도 전기 자동차라는 같은 테마를 중심에 두고.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안에는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전기차를 타고 다닐 거다!”

하고서 일론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그때 즈음이면 사람들이 슬슬 신차를 구매할 때 내연 기관이 아닌 전기차를 고려하겠지!”

“네, 저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 전통적인, 거대한 자동차 회사들이 계속 내연 기관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우리 엔티 모터스 같은 신생 회사들이 전기차 업계를 선점하는 거지.”

그러고서 일론은 확신에 가득 찬 모습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하면 자동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 아니, 전 세계 모든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거다!”

하고서 그는 다시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완벽해! 아주 완벽한 계획이야!”

정우현은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봤다.

일론은 전생에서 보던 모습 이상으로 극적인 사람이어서, 마치 연극 무대에서 홀로 대사를 하고 웃기도 하는 사람 같았다. 그 정도로 그는 실제 괴짜였다.

“…으음.”

다시 일론이 한쪽 눈을 치켜뜨고는 정우현과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

“그나저나 우현. 그렇다면, 우리 회사에 온 진짜 목적은 뭐지?”

하고 그가 정우현의 속마음을 확인하겠다는 듯 다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나처럼 일단 투자하러 온 것 같지는 않고….”

“….”

사실 정우현이 엔티 모터스에 투자하는 건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엔티 모터스는 아직 미 증권 시장에 상장조차 안 된 아주 작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여기 온 목적은 단순히 투자나 돈이 아니었다.

“…으음?”

일론이 정우현의 대답을 재촉하며 재차 소리를 냈다.

이에 정우현은 숨김없이 말했다.

“아, 엔티 모터스의 모델도 살피고 기회가 되면 현재까지 진척된 전기차 기술을 좀 구매할 수 있을까 해서 왔어요!”

“오오….”

딱히 속이고 싶지 않았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정우현의 의외의 대답에 일론이 잠시 생각하더니 한순간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에이치 자동차도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인가?”

“아니요.”

“…응?”

“에이치 자동차는 전기차에 관한 논의가 아직 전혀 없습니다. 저도 회사에 따로 알리지 않고 여기 온 거예요.”

“아하, 그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얘기할 생각인가 보군.”

“그것도 아닙니다.”

하고서 정우현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기차를 직접 만들 겁니다. 한국에 돌아가 제가 회사를 설립해서요. 그래서 이렇게 여기를 찾아왔습니다.”

“….”

주저 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정우현의 모습에 일론이 잠시 가만히 있더니, 한순간 무척이나 큰 소리로 또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서 계속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그러니까! 훗날 라이벌이 되기 위해, 우리 회사의 기술을 가져가시겠다?”

하고는 다시 일론이 빠르게 표정을 고치더니 창립자를 보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사장!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알렸어야지.”

이에 창립자가 곧장 반론을 펼쳤다.

“자본금이 부족하잖아, 일론. 돈이, 돈이 없다고. 당장 공장부터 지어야 하는데, 기술 몇 가지 판다고 어떻게 되기라도 하겠어? 자네도 알다시피 대형 투자자들은 전기차라는 얘기를 들으면 코웃음부터 치니까.”

“….”

일론이 창립자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는 답했다.

“난 기술을 파는 것 자체에 관해 뭐라 하는 게 아냐. 우리 회사의 최대 주주로서, 이런 굵직한 사안을 미리 통지받지 못했다는 것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거다.”

그러고서 둘은 몇 마디 더 말을 주고받았으나, 정우현이 보기에 그들 사이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일론이 창립자에 관해 불만이 있는 게 분명했다.

과연 둘이 계속 옥신각신하더니 일론이 순간 고개를 홱 돌리고 정우현에게 말했다.

“우현!”

“예?”

“그냥 가져가라.”

“…네?”

“여기 있는 초기 모델. 그냥 가져가라고. 가서 전기차를 맘껏 연구해 봐.”

믿을 수 없는 말에 정우현보다는 창립자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일론! 지금 뭐 하는 건가!”

그러자 일론이 다시 창립자를 보고 말했다.

“보면 모르나? 우리 전기차 모델을 주는 거지. 한국에서 온 천재 공학자에게.”

“…그러니까 왜 그러는 거냐고! 돈 받고 팔아도 모자랄 판에! 더군다나! 나는 애초 핵심 기술은 팔지도 않을 생각이었어!”

“하하하.”

일론이 여유만만하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는 항상 그게 문제야. 머리는 좋은데 감각이 없어. 이봐, 우리는 장차 이 전기차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대량으로 생산해 사람들에게 판매해야 해. 즉 지구 위 도로를 덮고 있는 수많은 내연 기관 자동차들을 몰아내고, 대신 전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는 거지.”

하고서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창립자를 바라봤다.

“그건 단순히 자동차 기술의 문제가 아니야. 바로 사업, 사업이라는 거다. 우리는 발명가인 동시에 사업가가 되어야 이 자동차 업계를 선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아쉽게도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고.”

“….”

창립자가 일론의 말에 고심하기 시작했다.

일론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즉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를 생산하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적으로 전기차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거지. 그러지 않고 우리 홀로 전기차를 만들고 사방팔방 목소리 높여 영업하면, 모델이고 뭐고 전부 고철 덩어리가 되고 말 거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모델을 여기 정우현에게 그냥 준다는 거다.”

한편으로 일리 있는 말이긴 했으나, 실로 괴짜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실제로 일론은 전생에서 자신이 이끄는 전기차 회사의 모든 특허를 어느 날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만다. 오로지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한 일념 하나로 그랬다.

그런 그가 정우현에게 애써 만들고 있는 회사의 전기차 모델을 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지….”

하고 창립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정우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 이사가 장차 우리를 뛰어넘으면 어떻게 할 텐가.”

“하하하하하하하!”

창립자의 말에 일론이 다시 껄껄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정우현을 보고 말했다.

“그럴 일은 없어!”

“….”

정우현은 그런 일론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어! 나 일론이 있는 한 절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하고 아예 정우현에게 말까지 붙였다.

“우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그저 내가 너무 대단할 뿐이니까!”

“…하하하. 예.”

정우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그의 장단에 맞춰 줬다.

“하여간 지금은 전기차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게 훨씬 중요하고! 그리고 이 모델을 연구한다 해도, 하루아침에 우리의 기술을 넘어설 수는 없으니까! 그냥 가져가라는 거다!”

어쨌든 정우현은, 군말 없이 기술을 습득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돈을 주든 안 주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가장 우려했던 점은 엔티 모터스에서 기술의 유출 자체를 막는 것이었으나, 다행히 그럴 일은 없게 됐다.

물론 정우현이 아예 처음부터 전기차를 연구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릴 게 뻔했다.

“저는 아무렴 상관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저 기술을 습득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그러니까 두 분이 상의하시고 결정해 주세요.”

“….”

이에 창립자가 일론의 눈치를 슬쩍 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일론, 조금이라도 돈을 받는 게 좋지 않나.”

“됐다니까.”

일론이 재차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장사할 때가 아니야. 파이를 최대한 키워야 할 때지. 장차 전기차 시장을 몇몇 업체와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성장시키는 게 우선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전기차는 북미는 물론 세계 어느 자동차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아직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러고서 그가 미간에 힘을 주고 말했다.

“이 얘기는, 현재로서 우리 경쟁자는, 장차 두각을 낼 여타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매일 수많은 자동차를 쏟아 내는 내연 기관의 거대한 기존 자동차 업체라는 거지. 그러니까 당장 이 모델을 줘 버리라고.”

“….”

창립자가 그럼에도 말을 않자 일론이 단단히 못을 박았다.

“회사의 대주주로서 말하는 거다, 사장.”

이로써 엔티 모터스는 초기 모델 한 대를 정우현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

아직 전기차로서 온전하게 작동하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 정우현에게는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 * *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엔티 모터스 사무실.

정우현이 일론과 마주 앉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일론.”

하고 그가, 모델 무상 양도에 관해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하하하, 내가 고맙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똑똑한 네가 이 전기차에 뛰어든다니! 나로서도 무척 고무적이다!”

결국, 가장 똑똑한 사람은 일론 본인이라는 뜻이었다.

정우현은 물론 잠자코 있었다.

이에 일론이 슬며시 웃으며 정우현을 보다가는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우현.”

“예?”

“솔직히 물어보겠다.”

“….”

“장차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정우현이 잠자코 있다가 대답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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