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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77)화 (77/200)

77화

정우현의 단편 영화 촬영이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러고서 정우현과 친구들은 이번 영화의 제목을 붙였다.

<자승차>였다. 애초 역사 및 공학적 가치가 있는 과제 겸 영화이니만큼, 작품 내 하백원의 발명품 이름을 그대로 제목에 붙였다.

한편 김도진은 하이라이트 씬을 결국 멋지게 해냈다.

정우현의 말에 힘입어, 그 역시 자신의 내면 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실로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한 그였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즉, 김도진은 정우현 덕분에 연기력이 늘었다.

“우현아, 고맙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간단히 김도진과 식사를 하는 자리.

김도진이 미소를 짓고 정우현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삼촌! 저희가 고맙죠!”

정우현의 말에 옆에 있는 권유라 그리고 구태호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하하하하.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에 엄청난 소득을 얻었단 말이다.”

하고서 그가 소갈비를 쌈에 넣어 싸 먹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 자신감이 생겼어. 나도 이제 다양한 연기에 도전해 봐야겠다. 멜로나 드라마 같은 진지한 장르의 시나리오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좋은 생각이에요, 삼촌!”

“그나저나 우현아.”

김도진이 순간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우현을 불렀다.

“예?”

“이렇게 된 거. 다시 영화 할 생각 없니?”

“…아.”

정우현이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요….”

“알지, 알지. 우리 우현이가 얼마나 바쁘게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는지.”

그러고서 그가 소갈비를 몇 점 집어 커다랗게 쌈을 만들고는 정우현의 입에 넣어 주고 말했다.

“한데 말이다. 나는 이번에 또 확신했어. 우현아, 너는. 영화를 해야 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꼭 영화를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 공부도 좋고 회사 일도 좋아. 하지만, 네가 알다시피, 영화는 영화만의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거든.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

정우현은 김도진이 입에 넣어 준 쌈을 계속 씹어 먹으며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한데 네가, 그 누구보다 영화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너의 동료 배우로서 부탁한다. 우현아, 꼭 영화판으로 돌아오렴. 알았지?”

대답하고 싶은 정우현이, 입안 가득 있는 쌈에 말은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보였다.

“하하, 그래! 기대하겠다!”

* * *

이것으로 정우현 그리고 권유라와 구태호는 팀 과제물을 제출했다.

단편 영화 <자승차>였다.

김민정 교장을 포함한 모든 선생은, 학생들이 영화를 한 편 촬영한 것을 두고 몹시도 놀랐다.

왜냐하면 한국 영재 학교는 말 그대로 지능이 높은 똑똑한 학생들만 있는 영재 학교.

그에 따라 6년 내내 학생들에게 온갖 수준 높은 학문은 가르쳤어도, 영화를 촬영하는 방법 같은 건 가르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예술 학교가 아니라는 뜻이다.

KGI 학생들이 비록 영재임에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때는 여느 학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던 것처럼 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촬영하는 것 등은 당연히 선생들조차 잘할 줄 몰랐다.

그런데 학생들이 팀 과제로 단편 영화를 만들어 오니 그야말로 놀랄 따름이었다.

“너희들이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소품도 준비하고 촬영도 하고 다 만들었다고?”

김민정 교장이 정우현과 그의 친구들을 보고 물었다.

팀제 과제는 누군가에게는 졸업 과제였기에, 특별히 교장 선생이 담당하고 있었다.

“예!”

“음… 대단하구나, 일단 영화를 봐야 알겠지만….”

하고서 그녀가 그들을 보고 말을 이었다.

“애들아.”

“네?”

“이 영화, 강당에서 모든 선생 및 전교생과 함께 봐도 될까?”

“물론이죠!”

이에 정우현이 답했다.

“그러면 저희야말로 감사하죠! 애써 만든 영화인 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고 칭찬받으면 좋은 일이니까요!”

하고서 그가 친구들의 얼굴을 살폈다.

권유라와 구태호도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그럼, 내일 당장 보자꾸나.”

* * *

그렇게 KGI 대강당 커다란 스크린에 상영되기 시작한 <자승차>.

선생 및 학생들, 즉 관객들은 처음부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명 배우인 김도진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감탄하게 됐는데, 먼저 인물들의 복장 및 소품 등 모든 배경이 완전히 사실적이어서 그랬다.

또한 곧이어 영화 속 김도진이 설계도를 그리고 그에 따라 직접 자승차를 제작하는 과정이 무척 섬세하게 표현됐는데, 이는 권유라 덕분이다.

권유라가 자승차를 실제 제작하며 각 단계로 모형을 여러 개 만들어 일일이 소품으로 썼다. 즉 영화 속 흐름에 따라 점차 모양을 갖추게 되는 자승차는, 권유라가 실제 만든 자승차의 중간 과정 모델들이었다.

“아아…!”

그리고 마침내 하이라이트 씬에서는 관객 모두 탄성을 내질렀다.

실제 자승차가 쉼 없이 작동하며 물을 퍼 올리는 가운데, 하백원이 환호성을 내지르다 끝내 철퍼덕 주저앉고 행복의 눈물을 흘린다.

영화의 모든 강점이 하나로 집약된, 울림이 있는 씬이었다.

이윽고 영화가 끝나고 다시 강당의 불빛이 환히 켜졌다.

시종일관 줄곧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던 교장이 천천히 단상 앞에 서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참, 가슴 벅차네요.”

교장이 수 초 더 입을 다물다가는 재차 말했다.

“훌륭합니다. 아니요, 훌륭하다는 말도 부족해요. 무엇보다 제가, 너무나 보람차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한국 영재 학교를 처음으로 열고, 초대 교장으로 부임해 5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킨 끝에, 이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합니다. 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요.”

그러고서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표정으로 학생들을 둘러보다가는, 이 영화를 만든 정우현 그리고 권유라와 구태호를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세 명의 뛰어난 학생들이 만든 놀라운 결과물입니다. 이 영화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어요. 먼저 조선 후기 과학 기술이 움트기 시작한 시대상을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 생생히 느낄 수 있고요. 그리고 영화 속 발명품인 자승차를 통해 우리의 과학적 호기심을 강렬히 자극하죠. 끝으로 이처럼 일평생을 발명에 매달린 한 사람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목도함으로써, 우리는 감동을 느끼고 삶을 향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하고 그녀가 이 영화의 제작자인 정우현과 친구들을 향해 양팔을 뻗고는 외쳤다.

“자, 일어나세요, 정우현 군, 권유라 양, 구태호 군!”

이에 셋이 설레는 표정으로 일어났다.

“모두 박수!”

교장의 외침에 전교생은 물론 선생들도 뜨겁게 손뼉을 쳤다.

“오직 우리 KGI 학생들이라서! 우리 KGI 학생들이 함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자승차>입니다! 이 영화야말로 우리 학교와 여러분이 함께한 지난 시간의 놀라운 가치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짝짝짝! 짝짝짝!

교장의 말이 끝나도, 박수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 * *

이것으로 정우현은 KGI에서의 팀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슬슬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KGI에 남아 중고등학교 과정까지 다닐 것인지, 혹은 해외를 포함한 다른 학교로 진학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학업을 마치고 다른 무엇을 할 것인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정우현이 제작한 엔진 WH-X가 ‘세계의 엔진 상’을 받은 것이다.

이 상은 각국의 자동차 전문가 90명이 매해 투표로써 8개의 기준을 걸쳐 우수한 엔진을 뽑고, 그중에서도 최고인 엔진에 수여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즉 한 해 발명된 모든 자동차 엔진 중 최고의 엔진에 상을 준다.

한데 정우현의 엔진이 상을 받게 됐다.

그것도 환경상과 베스트 퍼포먼스 상까지 독식하는 등 2등 엔진과 압도적인 차이로 상을 받게 됐다.

이에 정우현은 엔진 개발자로서 상을 받기 위해, 시상식이 개최되는 영국으로 가게 됐다.

그것도 에이치 자동차 전용기를 타고.

사장은 물론 정우현보다도 기뻐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우현아, 잘 다녀오렴!”

“예!”

“하하하하, 케이 자동차 사장이랑 미팅만 없었어도 나도 가는 건데!”

“아니에요, 사장님. 항상 바쁘시잖아요!”

“그래, 그래, 간 김에 유럽 여기저기 둘러보고 좀 쉬다 와도 된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러고서 사장이 정우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정말 고맙다. 네 덕분에 우리 에이치 자동차가 세계의 기라성 같은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어.”

정우현이 웃는 낯으로 사장의 말에 화답하며 몇 마디 더 얘기를 나눴다.

사실 에이치 자동차는 그간 한 번도 이 엔진 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전생을 기준으로 해도 2022년까지, 한국 자동차 회사는 권위 있는 국제적 엔진 상을 단독으로 받은 일이 없다.

한데 그 일을, 정우현이 무려 2005년에 해냈다.

이에 정우현은 이번 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뛰어들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KGI 진학 여부와 맞물려,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하나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대략적으로 결정 짓는 중대한 문제였기에, 쉽게 결론을 내릴 사항은 아니었다.

* * *

런던 로열 앨버트 홀 세계의 엔진 상 시상식장.

정우현이 엄규환 그리고 에이치 자동차의 직원 세 명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장엔 해외의 언론들이 즐비했다. 세계의 엔진 상도 상이지만, 무엇보다 세계적 유명 인사인 정우현이 또다시 업적을 이뤘다는 소식에 마구 몰려들었다.

한편으론 다른 경쟁 자동차 회사의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작년과 달리 에이차 자동차 한 회사가 최고의 상은 물론 여러 부문의 엔진 상을 휩쓸었다. 이에 수상을 하지 못한 다른 자동차 회사 인원들은 참석하지 않으리라 예상되기도 했다. 한데 놀랍게도 거의 변함없이 또 참석했다.

사실은 그들 모두 일반 기자들과 다름이 없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룬 정우현을 직접 가까이서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환경 상과 베스트 퍼포먼스 상 수상으로 벌써 두 번이나 무대에 나간 정우현이 마지막 세계의 엔진 상 수상으로 세 번째 무대에 나갔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정우현이 커다란 트로피를 받아 손에 쥐었다.

“정우현 이사!”

상을 수여한 대회 주최자가 말했다.

“예.”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사실 올해 세계의 엔진 상은,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며 일찌감치 정 이사가 제작한 WH-X를 꼽았는데요. 내연 기관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엔진을 그것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하하, 감사합니다! 자동차 엔진에 있어 좀 더 진보된 기술을 꿈꾸고, 운이 좋게도 끝내 실현했습니다만, 결과가 이리 좋을 줄은 저도 몰랐네요. 그저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동시에 더 깨끗한 엔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예요!”

갈색의 콧수염이 난 주최자가 곧장 말을 받았다.

“이제껏 세계의 엔진 상을 받은 엔진은 많아도, 환경 상과 베스트 퍼포먼스 상까지 한꺼번에 받은 엔진은 없죠. 이 말은, 정우현 이사가 제작한 WH-X가, 환경친화적인 것은 물론 폭발적인 무브먼트까지 선보였다는 겁니다. 즉 이제껏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상반된 두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한 것입니다. 바로 환경과 성능이죠!”

“감사합니다, 과학의 놀라움은 바로 이런 데에 있죠. 기술 진보와 함께 우리의 상식과 선입견을 언제든 넘어설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서 그는 몇 마디를 더하고서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물론 정우현이 무대에 오르고 내리는 내내,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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