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72)화 (72/200)

72화

정우현은 세계적인 자동차 엔진 기술자들을 영입하기 위한 행동을 바로 개시했다.

에이치 자동차가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한 것과 별개로 그들의 이메일 주소에 메일을 한 통씩 보낸 것이다.

정우현은 우선 짧게 자기소개를 했다. 긴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도 세계적 수학자인 정우현이 에이치 자동차 기술 이사로 선임됐음을 일찌감치 알고는 있었으니까.

그러고서 정우현은 자신이 이번에 신형 엔진을 하나 설계했다며, 해당 엔진의 특징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물론 그의 유창한 외국어 능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미국과 영국 등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나라의 엔지니어들에게 현지어로 알기 쉽게 글을 쓴 것이다.

이에 답 메일이 왔다. 정우현의 예상대로 그들 중 답을 하지 않거나 정중하게 거절을 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략 반 이상이 엔진에 관해 좀 더 얘기 나누기를 원했다.

평생을 자동차 엔진 연구에 매진한 정상급 엔지니어들답게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왜냐하면 정우현이 설계했다는 엔진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1류 회사에서 생산하고 심지어 연구 개발 중인 엔진보다 훨씬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즉 완전한 신기술이어서, 그들의 열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정상급 엔지니어들은, 관심과 감탄 혹은 의심의 답 메일을 보내왔다.

‘È davvero possibile? (과연 그런 게 가능합니까?)’

‘すごいですね!もう少し詳しく説明してください!(대단하군요!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Das ist interessant. Aber ich würde die Zeichnungen gerne selbst sehen. (흥미롭군요. 하지만 도면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이에 정우현은 답 메일에 따라 개별적으로 다시 답 메일을 보내고 누군가와는 연락이 닿아 전화 통화까지 했다.

감탄한 이들에게는 이 엔진을 만들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하자고 권유했고, 관심을 보인 이들에게는 새 엔진의 강점을 더 상세하면서도 매력적으로 어필해 그들의 구미를 더욱 당겼으며, 의심한 이들에게는 그들의 의문점을 일일이 해소시켜 주며 때로는 논쟁까지 하는 가운데 그들 한 명 한 명을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다.

다만 도면을 직접 보여 주지는 않았다. 엔진의 핵심 아이디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끝내 도면을 보지 못한 이들이 결국 의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마음을 접기도 했다.

반대로 정우현의 막힘 없는 설명 및 정우현이라는 네임 밸류 즉 이미 수학 부문에서 영원히 빛날 이름 석 자를 남긴 사람이 엔진을 설계했다는 것에 힘입어 한 번도 보지 못한 도면의 실체를 일단 믿는 사람도 있었다.

그 결과 답 메일을 보내온 사람 중 또 대략 반이 정우현과 직접적으로 에이치 자동차에서의 근무와 한국 생활에 관해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누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다섯 명의 핵심 기술자들이 정우현의 새 엔진 제작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다섯 명이면 결코 많은 인원은 아니다. 하지만 정우현의 설계도를 가지고 제조하는 첫 엔진이니만큼 오직 하나, 하나만 제대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해당 방식을 본떠 양산하면 되기에 딱 적절한 인원이기도 했다.

그들 대부분은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해도 자녀가 없거나 자녀들이 있다면 장성했거나 등 이국땅인 대한민국에서 생활해도 별다른 제약이 없는 자유로우면서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로 유명한 페루리(Ferruri)의 책임 엔지니어가 정우현의 엔진 팀에 합류하기로 한 게, 큰 힘이 되었다. 페루리 사는 엔진을 거의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세계 최고의 엔진 기술자였다.

뿐만 아니라 독일 그리고 일본 등 역시 정상급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들까지 합류했다. 그야말로 정우현이 설계한 엔진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한, 슈퍼 팀이 결성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정우현의 작업실.

정우현이 드디어 그들 앞에 도면을 공개했다.

이에 다섯 명의 엔지니어들은 즉각 눈을 크게 뜨고 도면을 면밀히 살폈다.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

“…Veramente! (정말이군!)”

이내 먼저 말을 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엔진 기술자였다.

그러고서 독일과 일본 그리고 북미에서 온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연이어 극찬하기 시작했다.

“So etwas habe ich noch nirgends gesehen… Es ist ein ganz neuer Weg. (이런 건 아직 어디서도 보지 못했는데…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군.)”

“しっかりしながらも美しいです。 6気筒ですが、体積は大きく占有されません.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워요. 6기통인데도 부피는 크게 차지하지 않고.)”

“Ah, it was nice to come. To be honest, I came to Korea thinking it was a bit of a gamble, trusting only Woohyun Jung, and I think it could be the best career I've ever made. (아아, 역시 오길 잘했습니다. 정우현 이사를 믿고 솔직히, 조금은 도박이라 생각하고 한국에 왔는데… 이것만 만들어 내면 제 평생 최고의 커리어가 될 수 있겠군요.)”

그들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각자의 고국과 탄탄대로의 경력을 뒤로하고 홀연히 대한민국에 온 이유는, 모두 정우현과 그가 설계한 엔진 도면을 향한 기대감 덕분이었다.

만약 정우현의 말대로 그 놀라운 엔진을 직접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다른 것들은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동차 엔진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이들이, 여기 모인 엔지니어들이기 때문이다.

한데 이렇게 도면을 직접 봄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목표가 한결 더 가까워졌음을 단박에 깨달았다.

이제 남은 일은, 아직은 종이 안에 갇혀 있는 정우현의 엔진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것뿐이었다.

“하하하, 저 또한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분들과 같이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모든 것을 다해 여러분과 함께할 테니, 여러분은 오로지 이 엔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 주세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저에게 얘기하시고요!”

하고 정우현이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 결성된 팀이니만큼 언어가 조금 문제가 됐지만, 영어를 쓰면 대체적으로 모두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오직 일본인 엔지니어만 영어에 약한 모습을 보여, 해당 엔지니어와 대화할 때는 정우현이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나머지 유럽 엔지니어들도 자신의 의견을 좀 더 자유롭고 상세하게 표현하고자 할 때는 각자의 모국어를 사용해, 또한 정우현이 즉석에서 현지어로 대화를 하며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 * *

그렇게 해서 정우현이 설계한 엔진 제작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정우현은 방학을 맞이해, 이제 학교에 가는 일은 없이 아침이면 곧장 자신의 작업실로 출근했다. 물론 자신이 꾸린 다국적 엔진 팀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온 엔지니어는 아예 숙식을 작업실에서 해결했다. 밤낮으로 눈만 뜨면 엔진 제작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는 정우현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치 자동차 기술 이사가 된 이래, 지금보다 즐거운 순간은 없었다. 도면을 펼치고 설계를 하고 마침내 제작하는 내내,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차갑지만 정교한 쇳덩이인 엔진만 생각하면 그랬다.

한편 예상대로 각국에서 모인 엔진 팀은, 몹시도 능숙했다. 이론이든 실전이든 그간 온갖 학습을 거듭한 정우현조차 처음 보는 기술이 여럿 있었다.

사실 정우현이 외부 인재를 영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책으로 자동차를 학습하고 그에 맞춰 이런저런 자동차를 실제 분해하며 연구해도, 선진 기술은 어디까지나 직접 눈앞에서 보고 손으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우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보고 배울 사람이 필요했다. 그들이 바로 지금 정우현과 함께하고 있는 엔진 팀이었다.

“아들!”

그렇게 한창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작업실에 들어서며 정우현을 불렀다.

어머니 황희진이었다. 어머니가 정우현과 엔지니어들이 먹을 음식을 잔뜩 준비해 온 것이다.

제육볶음과 스시, 그리고 파스타, 햄버거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요리였다.

“이거 먹고 해!”

“아, 엄마!”

정우현이 뒤를 돌아보고 어머니를 보고서 싱긋 웃었다.

물론 엔진을 제작하는 가운데, 회사의 지원 아래 하루 세끼 모든 끼니가 지원됐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잘 챙겨 먹지 않았다. 조금 번거롭게도 회사 구내식당으로 이동을 해야 했고, 그리고 또한 보통은 입맛에 맞지 않는 한식이 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음음.”

하지만 모처럼 정우현의 어머니 덕에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작업실 내 여기저기에 대강 걸터앉아 어머니가 가져온 음식을 빠르게 먹어 치웠다.

그러는 한편 눈을 크게 뜨고 엄지손가락을 번쩍 드는 사람도 있었다.

“엄청 맛있군요!”

곧 모든 엔지니어가 음식 솜씨가 훌륭하다며 어머니를 극찬했다.

이에 정우현이 얼른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람들이 엄마 요리 끝내준대요.”

“…오, 그래?”

원래 한식이라면 자신이 있었던 어머니는 최근 몇 년 재력을 갖추고 여유가 더 생기면서 양식, 그리고 일식 등 이것저것 요리를 많이 배워 익힌 상태였다.

한데 모처럼 솜씨를 발휘한 날이 오게 됐다.

“하하하, 다행이네.”

“…어?”

한데 작업실 입구에서 익숙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님 오셨어요?”

권유라였다. 권유라가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작업실에 왔다. 그녀 역시 방학을 맞이해 이따금 정우현의 작업실에 들러 이것저것 궂은일을 돕고는 했다.

물론 원래 엔진 작업과 관계되지 않은 사람은 이곳에 출입할 수 없었지만, 권유라는 에이치 자동차의 사장 딸. 이곳에 오기까지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더군다나 다행히 그녀 또한 엔진에 관심이 많아 일하는 데 꽤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머, 유라 왔구나!”

“네!”

하고서 권유라는 살살 웃으며 이런저런 말로 정우현의 어머니를 싹싹하게 대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불쑥 말했다.

“유라야.”

정우현이었다. 어느새 음식을 다 먹은 정우현이 다시 공구를 들고 작업대 앞에 서며 권유라를 불렀다.

“응?”

“밥은 먹었어?”

“응! 당연히 먹고 왔지!”

“그럼 얼른 일하자.”

“아.”

정우현의 진지한 모습에 어머니가 말했다.

“아들, 좀 쉬엄쉬엄하지 않고.”

“아니에요, 엄마.”

정우현이 곧장 답했다.

“탄력 붙었을 때 집중적으로 해야 해요. 그래야 효율이 있거든요.”

“…하하하하!”

권유라가 조금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나 단단히 준비하고 왔다고!”

그러고서 그녀가 얼른 탈의실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밖으로 나왔다. 물론 예쁜 원피스가 아닌 작업복 차림이었다. 긴 머리마저 묶어 올려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음.”

정우현이 그런 친구의 모습을 주의 깊게 보고는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오케이!”

권유라가 크게 외쳤다.

이로써 하루가 또 지나갔다. 정우현의 작업실에서는 종일 이런저런 기계음과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는 엔지니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도록 불빛이 꺼질 줄 몰랐고,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사람들이 하나둘 작업실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작업실이 어두워졌다.

“우현아!”

어두운 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권유라가 정우현에게 말을 붙였다.

“응?”

“나, 오늘 잘했지?”

“하하, 그래 잘했어.”

작업장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정우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우현은 일할 때는 오로지 일에만 집중했다. 또한 자동차 엔진을 만들다 보면, 각종 기계 및 공구를 다뤄야 할 일이 잦아 혹시 모를 사고에 항상 주의해야 했다. 그래서 더 작업장 안에서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치? 하하하.”

권유라는 물론 이와 같은 정우현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몇 발자국 더 걷다가는 짧게 한마디 했다.

“기뻐.”

정우현은 곧장 되물었다.

“응?”

“아, 너한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고 그녀가 어울리지 않게 말을 않았다.

권유라의 나이 올해로 열두 살. 사실 이제 마냥 아이라고 하기엔, 제법 성장해 있었다.

더군다나 여자들은 보통 남자들보다 2차 성징 즉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다. 한마디로 권유라는 이제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내일 또 올게, 안녕!”

하고서는 그녀가 주차장에 도착해 자신의 경호원들과 함께 차에 타고는 밝게 외쳤다.

정우현이 그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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