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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47)화 (47/200)

47화

무려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자 부모는 잠시 말을 잃고 말았다.

이에 정우현이 한순간 밝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대통령이 너털웃음을 쳤다.

“하하하하하.”

마침 직원들이 들어와 다 먹은 음식을 치우고는 디저트를 대통령 앞 테이블 위에 올렸다.

진도에서 생산된 울금으로 달인 울금차였다.

한데 정우현과 동생 정다현의 디저트는 달랐다.

“하하하, 우현 군과 동생을 위해 특별히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봤습니다.”

하고 대통령이 정우현 앞에 놓인, 각종 과일 향이 나는 알록달록한 색의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지그시 웃고 말을 이었다.

“대통령인 저조차, 청와대에서는 처음 보는 디저트인 것 같군요, 하하하.”

“하하하하!”

정우현네 부모가 대통령의 농담에 다시 긴장을 풀고 웃었다.

대통령은 자신의 차를 몇 모금 마시고서는 동생 정다현을 보고 입을 열었다.

“우리 동생분은 참, 좋겠어요. 우현 군 같은 멋진 오빠가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동생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깜짝 놀라 다소 크게 말했다.

“…네에!”

그러고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진 채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좋아요, 우리 오빠…!”

“하하하하하!”

이에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크게 웃었다.

동생 정다현이 워낙 귀엽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녀의 작은 입술에, 노란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어 있던 것이다. 동생은 그것도 모르는 채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대통령에게 답을 했다.

“…아이구, 아기….”

이에 옆에 있던 어머니가 슬며시 미소 지으며 얼른 냅킨을 들어 동생의 입술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 줬다.

“하하, 참 좋습니다.”

대통령이 그 모습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띠고 말을 했다.

“우리 대한민국이 오랜 경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하여 이제 힘겨웠던 과거는 훌훌 털어 내고, 본격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아주 경사스러운 일로, 정우현 군 덕분에 함께 좋은 자리를 가지며 여유를 즐기니, 이럴 땐 정말, 아, 대통령 할 맛 난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

실상 대한민국이 외환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추진하기 힘들었던 오찬 자리였다. 아무리 정우현이 세계적으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 한들, 국민은 여전히 경제적 고난으로 힘겨워한다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자,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다시 정우현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정우현 군에게 부탁드립니다. 지금처럼 계속, 스스로의 재능에 집중해 주십시오. 물론 자유 민주주의, 민정 시대의 대통령으로서, 우현 군의 모든 재능을, 국가를 위해 힘써 달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현 군 본인이 지금처럼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는 가운데, 한편으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잊지는 말아 달라, 라고만 우선 당부드리겠습니다.”

하고서 대통령이 조금은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

이에 정우현이 곧장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힘차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 또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더군다나 국립 한국 영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저의 국적과 출신 학교가 영원히 따라붙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욱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정우현의 당찬 말에 대통령이 크게 웃었다.

“좋습니다, 좋아요!”

* * *

한편 정우현네 가족과 대통령의 오찬은 언론에도 일제히 보도됐다.

실상 그들이 함께 식사를 할 때 잠시 찍은 사진과 함께 기사가 난 것이다.

그리고 때는 2001년, 이제 인터넷도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본격적으로 덩치를 불리고 있었다.

이에 종이 신문보다는 인터넷 기사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는데, 드디어 기사 아래 댓글창이 활성화되며 네티즌들이 온갖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물론, 정우현과 대통령의 오찬 기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역시 우리 우현이. 대전 사는 50대 이모가 격하게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

-자랑스럽다, 정우현! 한국의 보물이다, 정우현!

-아, 너무 귀여워 ㅠㅠ 오구오구, 대통령 앞에서도 밥 잘 먹었어요? 오구오구

-솔까 대통은 관심 없고 우현이 얼굴만 보이네. 파이팅.

-뿌앵카레인지 뭔지, 하여간 우현이 앞에선 다 댈 것도 아니네. 이 기사 보고 오늘 저녁은 너로 정했다. 카레돈가스!!!! 

-위에 재밌음? -_-;; 정우현 기사에 이상한 댓글 달지 마셈. /우현댓글지킴위원회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다양한 표현을 보며, 정우현이 살며시 웃었다.

전생에서 숱하게 볼 수 있었던 인터넷 댓글이었지만, 이렇게 하나같이 자신을 언급하는 것을 넘어 온통 찬사하는 댓글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와 비슷한 일은 다음 날 한국 영재 학교에서도 계속됐다.

아이들이 모두 티브이 뉴스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정우현과 대통령의 만남을 보고 온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대애애애애애박!”

먼저 권유라가 정우현을 보자마자, 교실이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우현아! 넌 진짜 최고야아! 대통령이랑 밥을 먹었다니!”

“…아, 하하하….”

정우현은 괜히 멋쩍어서 짐짓 웃어 보일 뿐이었다.

“에이, 나한텐 말 좀 해 주지!”

가까운 친구 즉 권유라와 구태호에게는 미리 말해 주고 싶었지만, 대통령과의 일정은 실제 오찬 시까지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비서실장의 당부에 잠자코 있었다.

모두 보안을 위해서다.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근데 어땠어? 어땠어? 아직 우리 아빠도 대통령이랑은 밥 못 먹어 봤다던데!”

그녀의 아버지, 에이치 자동차 사장을 말하는 것이다.

“아, 할아버지는 몇 번 봤다고 했고!”

이에 반해 대한민국 재계 서열 1, 2위를 하는 에이치 그룹의 회장은,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유력 정치인일 때부터 이런저런 자리에서 몇 번 얼굴을 봤었다.

“응? 하여튼 어땠어? 말 좀 해봐, 궁금해!”

“…그냥, 뭐 재밌었어.”

하고 짧게 답했다. 솔직히 이런저런 말을 더하고 싶기도 했지만, 어쩐지 친구들의 괜한 부러움만 살 것 같아 자제하기로 했다.

“…우리 아버지는.”

순간 옆에 있던 구태호가 불쑥 말을 했다.

“여러 번 먹었는데, 밥. 대통령이랑.”

“…와, 정말?”

권유라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구태호를 바라보고 되물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이니 알게 모르게 둘 사이 만남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응! 얼마 전에도 갑자기 밤에, 청와대 쪽에서 전화 왔다며 나가셨어!”

“…대단하다.”

권유라가 다시 한번 놀랐다.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또한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임에도, 단지 이 순간 구태호의 아버지가 대통령과 몇 번 밥을 먹었다는 얘기에 괜스레 몹시도 부러워진 것이다.

“…하하하.”

한편 정우현은 그런 권유라를 보며, 재밌어서 조금 웃었다.

하지만 권유라가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더 대단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정우현이었다.

“그래도 정우현이 최고네! 대통령이랑 직접 밥까지 먹었잖아. 그것도 무려 청와대에서! 아아, 나도 가 보고 싶다!”

하며 왈가닥 소녀의 모습으로 연신 정우현을 칭송하는 권유라다.

“그런 의미에서, 그럼!”

갑자기 권유라가 표정을 고치고 결심한 듯 말했다.

“…응?”

정우현과 구태호는 의아해져 곧장 물었다.

“오늘 우리 집에서 놀자! 엄마가 우현이 축하한다고 데려오면 맛있는 거 해 주시겠대!”

실상 권유라의 어머니가 아니라 보모 겸 가정부가 요리해 주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어머니가 한 말은 맞았다.

이에 곧장 구태호가 소리쳤다.

“아싸, 좋아아아!”

권유라의 어머니가 요리했든 가정부가 했든, 구태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네 가정식을 먹어 봤더니 무척 맛이 있다, 이 사실이 제일 중요했다.

“하하하하.”

정우현 역시 자신의 즐거운 동갑내기 친구들을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

* * *

한편 인터넷 문화가 더욱더 활성화되고, 네티즌들의 힘이 증대되면서 정우현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바로 팬클럽이 결성된 것이다.

사실 그가 수년 전 <겨울 방학>으로 데뷔한 이래, 전국 방방곡곡에서 정우현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했다.

하지만 그간 조직적으로 뭉치지 못해 정우현의 팬이라는 이름으로 집단 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인터넷의 발달로 포털 사이트 및 카페가 생겨나며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양한 포털 사이트에, 정우현의 팬들이 여러 카페를 우후죽순처럼 만들며 활동했다. 한데 곧 유력한 포털 사이트 한 곳에, 회원 수가 가장 많은 팬카페 하나가 사람들 눈에 띄더니, 곧장 소문이 나며 해당 카페로 팬들이 결집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당 팬카페 회원들이 온라인상으로 얘기를 나누다가는, 어느 날 드디어 오프라인상으로 만나 팬클럽을 창단한 것이다.

팬클럽 회장은, 놀랍게도 20대 후반의 현직 여성 변호사, 윤수정이었다.

“자, 여러분! 질서를 지켜 주십시오!”

정우현의 팬클럽 창단식 날, 서울 광장 앞.

팬클럽 회장 윤수정이 사람들 앞에서 소리쳤다.

“지금부터, 글로벌 스타 정우현 군의 팬클럽 창단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자, 자, 열을 맞춰 서 주시고요!”

광장 앞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윤수정의 눈빛이 번뜩였다.

윤수정은 20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사법 시험에 도전했는데 아쉽게도 연거푸 낙방했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절이었고, 시험을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 그녀에게 큰 힘이 된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바로 정우현이었다.

또다시 불합격 사실을 확인한, 슬픔에 젖은 어느 날, 그녀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영화관에 가게 된다.

그러고서는 당시 그저 개봉관 1위라서 우연히 본 영화가 바로 정우현의 <겨울 방학>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 힘들었던 만큼 영화 속 정우현의 슬픔에 공감하게 되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마치 그간 쌓여왔던 본인의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을 온통 쏟아 내듯.

끝내 삼촌과 재회하게 되는 영화 속 마지막 씬에서는, 다행히 그녀 역시 한껏, 웃었다.

그러고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사무치게 느끼고, 다짐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비록 지금은 뭣도 아닌 고시생 나부랭이지만, 나도 언젠가는 영화 속 정우현처럼 소망을 이뤄 시험에, 무조건 합격할 수 있다고.

그렇게 영화관에서 나와 집으로 향한 그 날의 그녀는,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이듬해, 다짐대로 그녀는 사법 시험 최종 합격 명단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다.

* * *

절치부심했다. 이를 악물고, 두꺼운 법학 서적을 공부하는 가운데, 힘들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영화 속 정우현을 생각했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영화관에서 내린 후 비디오테이프로 출시되자마자, 하나 구매해 집에서 끊임없이 돌려 봤다.

그 비디오테이프는, 그녀에게 무한한 힘의 원동력이었다.

그런 그녀가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한 일은 당연히 정우현의 팬 활동이었다.

사법 연수원에 들어가서도, 정우현의 소식이라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윽고 인터넷이 보급화되기 시작했고, 정우현의 팬카페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 이래, 그녀 역시 얼른 카페에 가입했다.

해당 카페는 다행히 장차 대한민국 1위가 될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정우현의 최대 팬카페였다.

그러고서 그녀는 엄청난 활동력과 정우현을 향한 뜨거운 팬심,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선보여 카페 운영진으로 승격됐다.

이 와중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공식적으로 변호사가 된 그녀가 어느 날 카페에 자신의 신분과 이름 석 자를 당당하게 밝히고 더욱더 가열 찬 활동 의지를 다짐하기까지 했다.

결국 이를 본, 팬카페를 만든 운영자가 카페 마스터 자리를 그녀에게 완전히 양도하게 된 것이다.

덩치가 커진 이 카페를, 정우현을 위해 잘 이끌어 달라며.

이에 윤수정은 사양하지 않고, 기쁘게 마스터 자리를 수락했다.

역시 정우현을 위해서라면,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자, 자, 조용!”

윤수정이 광장 앞에서, 사람들을 향해 재차 소리쳤다.

그리고 어느 정도 조용해지자 굳은 표정으로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무척이나 중요한 날입니다! 바로 정우현 군을 함께 사랑하고, 응원하고, 무엇보다 수호할 수 있게! 드디어 우리가 완전한 하나의 단체로 탄생했으니 말입니다!”

“와아아아아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우선 이렇게 모인 게 처음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을 빠르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사람들이 조용히 그녀를 지켜봤다.

“우리는 정우현 군의 팬으로서, 다음과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언약합니다. 정우현 군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우리는 괜한 팬심으로 우현 군의 앞길을 가로막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팬으로서 이렇게 모인 이유는, 우리가 아닌 정우현 군의 행복을 위해서니까요! 맞습니까, 여러분!”

“맞습니다아아아!”

이미 팬클럽 창단 모임을 가지기 전, 온라인 카페 활동을 통해 대략적으로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수칙 등을 정한 그들이었다.

“좋습니다! 행여 팬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이와 같은 수칙을 어길 시, 그 사람은 우리 팬클럽으로부터 영원히 추방당할 것을!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언약합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아아아아!”

“예, 그럼! 이상 우리 팬클럽의 이름을! 회장의 자격으로 여러분들 앞에서 선포합니다! 정우현 군과 함께할 처음이자 영원한, 우리 팬클럽의 이름은 ‘우현수호단’입니다! 아직 어린 우현 군을 세상으로부터 지키는 일! 그것이 우리 수호단에 있어 지상 최대의 과업이 될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

이로써 드디어, 오로지 정우현을 위한 탄탄한 단체가 하나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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