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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인생이 너무 쉽다 (46)화 (46/200)

46화

각종 언론에서 정우현과 인터뷰를 하기 위한 시도가 빗발쳤다.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 특히 서방 선진 국가의 관심이 어마어마했다.

오랜 수학의 난제를 풀었다.

17세기 과학 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세계 문명의 진보와 기술의 대변혁 이래, 수학은 이 같은 흐름의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그간 과학 기술을 선도한 서유럽 및 북미 국가들이 그 어떤 나라들보다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정우현이 제출한 논문이 세계적으로 공식적인 검증을 받으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전 세계는 떠들썩해져 있었다.

또한 한발 늦은 러시아의 괴짜 수학자처럼, 세계 곳곳의 최정상급 수학자들이 빠르게 정우현의 논문을 검토하고는, 해당 수식이 오류일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을 속속들이 내고 있었다.

즉 정우현은 벌써부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명성을 드날리기 시작했다.

바로, 수학자였다. 이전의 그가 오로지 배우 정우현이었다면, 이제 그는 엄연히 학자 그것도 세계사에 길이 남을 탁월한 수학자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데 정우현의 업무용 핸드폰이 아니라 개인 핸드폰으로 왔다.

<인크레더블 킹 보이>의 세계적 대성공 이후, 그는 핸드폰 하나를 더 장만했다.

하나는 배우 일과 관련된 핸드폰, 하나는 가족과 김은정 박사 그리고 브래드 퍼트와 권유라 및 구태호 등 가까운 사람들만 번호를 알고 있는 개인 핸드폰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개인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이다.

“…여보세요?”

정우현이 평소와 달리 사뭇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태껏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장난이나 착오로라도 벨이 울리지 않았던 핸드폰이니 그럴 만했다.

“…정우현 군 핸드폰 맞습니까?”

중년의 남성이었다. 정중한 목소리였다.

“…예, 맞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하고 이어지는 그의 소개에 정우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대통령 비서실장입니다.”

“….”

“다름이 아니라 대통령께서, 정우현 군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 * *

사실 정부 즉 청와대는 일찌감치 정우현을 주시하고 있었다.

<겨울 방학> 때는 물론 영화가 흥행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국내의 한 아역 배우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리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한데 할리우드 영화 <인크레더블 킹 보이>가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결정적으로 정우현이 미국 아카데믹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오즈카 상을 받아 국가적 위상을 드높임으로써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당시에도 대통령은 정우현을 따로 만나지는 않더라도 축하의 메시지 정도는 전해 볼까 생각하다가 끝내 하지 않았다.

일단 당장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등 산적한 국정 사안이 많아 그럴 여유가 없었다. 또한 일개 배우 심지어 어쨌든 아역 배우인 그에게 일일이 의사를 표현하면 대통령으로서의 위신이 떨어진다는 참모진의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저했는데, 어느 날 대통령의 귀에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무려 정우현 군이, 정부가 인가한 특별 학교인 한국 영재 학교에 입학했다고. 그리고 약 1년이 지나 최근에, 그가 인류의 오랜 수학적 난제를 해결해 전 세계 모든 학계를 충격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이로써,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게 됐다.

“…얼른, 얼른 연락해 보세요.”

이에 어느 날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직 너무 어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린 게 이번 업적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오히려 더 그래서 대단한 거죠. 하여튼, 얼른 뜻대로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하고서 대통령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와 정우현에게 전화를 건 비서실장이다.

정우현은 물론 대통령의 부름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다만 비서실장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할 따름이었다.

“…실장님!”

“예?”

“저, 가족이랑 함께 참석해도 될까요?”

“음….”

하고서 비서실장이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괜찮다고 답했다.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지만, 아직 9살짜리 소년인 정우현.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더.

* * *

청담동 정우현의 집 앞.

청와대에서 보낸 리무진이 한 대 도착했다.

정우현의 부모는 한껏 긴장한 얼굴이었다.

한데 리무진에 있는, 정장을 입은 사람이 정우현네 가족 옆에 있는 역시 정장 차림의 엄규환을 보고 말했다.

“…이분은?”

“아, 우리 실장님이에요!”

정우현이 곧장 답했다.

“아.”

그러고선 리무진에 있던 청와대 직원이 대강 엄규환의 신분을 짐작하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대통령께서는 오직 정우현 군 가족과만 오찬 모임을 갖길 원합니다.”

하고 엄규환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실례지만, 실장님께서는 부득이 이곳에 남아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엄규환이 짧게 소리를 내며 정우현을 바라봤다.

이에 리무진에 있던 직원이 재차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십시오, 정우현 군과 함께 우리가 갈 곳은 청와대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보안이 탄탄한 곳이죠.”

엄규환이 그럼에도 대답은 않고 정우현만 바라봤다. 자신이 경호하는 정우현과 그의 가족이 아니라면 대통령이든 누구든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우현이 잠시 생각하고는 엄규환에게 말했다.

“…네, 실장님! 이번엔 우리 가족끼리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제야 엄규환이 정우현에게 허리를 숙이고는 한마디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것으로 청와대에서 온 리무진이 청담동에서 종로로 출발했다.

* * *

“…아아, 긴장되네.”

아버지가 뒷좌석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는 물론 아들 정우현이, 청와대 오찬에 초청됐다는 소식에 무척이나 놀랐다.

아들이 태어난 이래 그간 온갖 놀라운 일을 겪었지만, 무려 대통령과의 만남은 처음이니까.

“…여보, 나 괜찮아 보여?”

아버지가 자신의 넥타이를 매만지며 옆에 있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으응, 괜찮아. 당신 멋져…!”

평소 아버지는 정장을 입어도 넥타이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답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백화점에 가, 값비싼 넥타이를 하나 장만했다.

“…아들은 괜찮지?”

이번엔 어머니가 정우현을 보고 물었다.

어머니 또한 긴장됐지만, 자신이 긴장하고 말고가 중요한 자리가 아니었다.

아들 정우현이 또다시 무척 놀라운 일을 해내, 대통령에게 초청을 받아 당장 같이 밥을 먹게 됐다는 게 중요했다. 즉 아들의 상태가 가장 중요했다.

“예!”

하고선 곧장 밝게 말을 잇는 정우현이다.

“기대돼요!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

“하하하하!”

아들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태평한 모습을 보이자, 그제야 어머니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젤리.”

한편 리무진 좌석 한편에서 평소처럼 잠자코 있던 정다현이 짧게 한마디 했다.

“…응?”

“거기에도 젤리 있을까…?”

“하하하! 다현아!”

무럭무럭 성장해 내년이면 역시 학교를 다니게 될 여동생이지만, 젤리를 좋아하는 건 유아기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 * *

청와대 외빈 접견 및 오찬 장소인 영빈관.

정우현네 가족이 먼저 자리에 와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대통령이 들어왔다.

대통령이 들어와 환히 웃으며 정우현에게 다가온 것이다.

정우현은 물론 가족들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가워요, 우현 군.”

대통령은 먼저 손을 내밀에 정우현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도 반갑습니다!”

이에 정우현이 크게 답하며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대통령은 정우현과 악수를 마치고 옆에 있는 부모들과도 한 번씩 악수를 했다.

그러고는 정다현을 보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더 작은 손님도 왔군요, 하하.”

이윽고 정우현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고, 직원들이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돈가스였다. 무려 청와대 오찬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가 나온 것이다.

“…원래 저는.”

대통령이 자신 앞에 놓인 돈가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비빔밥이나 불고기 같은 정통 한식을 즐겨 먹지만, 이번에 우리 우현 군과 식사를 함께하게 되어, 특별히 돈가스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그는 젓가락을 들어 돈가스를 하나 집어 먹었다.

“…맛있군요. 저번에 우리 손자랑 함께 사 먹은 돈가스보다 훨씬 맛있어요.”

“하하하!”

대통령의 친근한 말에 부모가 긴장을 풀며 웃었다.

정우현도 얼른 돈가스를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먹어보았다.

맛있었다, 이번 생은 물론 전생을 통틀어 가장 맛있는 돈가스였다.

국내 최고의 셰프가 국내 최고의 재료 즉 제주도 흑돼지로 만든 요리이니 그럴 만했다.

“어때요, 우현 군. 입에 좀 맞나요?”

대통령이 정우현을 바라보며 눈웃음을 짓고 물었다.

그러자 정우현도 활짝 웃으며 크게 답했다.

“예! 너무 맛있어요!”

* * *

대통령의 이런저런 덕담과 함께 오찬이 진행된 가운데,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우현의 업적에 관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현 군, 축하드립니다. 엄청나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해결했다고요.”

“아, 예, 감사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검증받으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거예요!”

“예, 예, 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수학자들이, 우현 군의 논문이 검증받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하더군요,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그럴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통령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참 대단합니다. 더 어릴 때부터 배우 활동을 한 것으로 아는데요.”

지금의 대통령은 1998년에 취임했고, 정우현의 데뷔작 <겨울 방학>은 1997년에 개봉했다.

즉 국내에서만큼은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기 전에, 정우현이 배우로서 이름을 먼저 알렸다.

“…아, 예!”

하고서는 정우현이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엄마가 오디션에 지원해보라고 해서요!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렇게 많은 것들이 달라졌네요!”

“하하하.”

대통령이 웃으며 정우현의 부모에게 말했다.

“참 현명한 판단이었네요. 아드님이 무척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무려 대통령이 면전에서 직접 칭찬을 하니, 괜스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하고 대통령이 이제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톤으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대단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까? 영화 촬영하랴 배우 활동하랴, 시간이 별로 없었을 텐데요.”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눈빛이었다.

이에 어머니가 괜히 또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아들, 그러니까 우리 우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엄청 읽어서요…! 지금도 그렇고요!”

“으음….”

대통령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말을 않았다.

그러고서는 다시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참, 잘된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우현 군이 그렇게 위대한 일을 해내서요.”

“…예.”

부모는 대통령의 말뜻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듯 그저 긍정의 대답만 짧게 했다.

“부모님께서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개교함과 동시에 우현 군이 입학한 한국 영재 학교. 참 반대 의견이 많았거든요. 지금도 그렇고.”

“…아, 예, 그렇죠….”

“솔직히 저도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굳이 초등학교 과정부터 그렇게 해야 하나. 한데 워낙 설립을 추진하는 측에서 확신에 가득 찬 채 강력히 얘기하기도 했고, 그리고 여차하면 나중에라도 어떻게 변경하면 되니, 조금은 실험적인 의도로 설립을 인가한 학교가 바로 초중고 통합 과정의 한국 영재 학교입니다.”

“…아, 그렇군요.”

KGI 설립 배경의 뒷이야기를, 그것도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그저 놀랍기만 한 부모였다.

“예, 근데 이번에 우리 정우현 군이….”

하고서 대통령이 고개를 돌려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정우현을 보고 말을 이었다.

“…엄청난 성과를 내서, 즉 KGI 재학생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서, 대통령인 저로서는 참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러고서 그는 수저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술을 닦은 다음, 정우현네 가족을 향해 놀랍게도 고개를 깊이 한번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우현 군.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우현 군 덕분에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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