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이 일대에선 거의 최고의 물건일 겁니다!”
정장을 입은 공인 중개사가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빌딩 내부 층층이 정우현 부자를 안내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정우현은 한국에 돌아오고서 부동산 즉 빌딩을 알아봤다.
1999년 초, 느리긴 했지만 슬슬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보급화되고 있었는데, 정우현은 물론 컴퓨터를 구매해 인터넷 회선을 달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2년에 비하면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고, 이에 정우현은 각종 생활 신문, 그리고 전화 등 모든 수단을 이용해 여기저기를 알아봤다.
끝내 그는 명동과 신촌 그리고 강남역 근처 상가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유력한 공인 중개사들과 연락이 닿았고, 마침내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명동으로 온 것이다.
“…와아.”
아버지가 빌딩 내 다양한 사업장을 보며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1층의 카페부터 해서, 커다란 갈빗집, 병원과 약국, 학원 그리고 헬스장 등 없는 게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하나같이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공실은 전혀 없었으며, 사업장마다 손님과 고객이 넘쳐났다.
“여기 빌딩주 사장님이….”
공인 중개사가 엄청난 비밀을 발설하기라도 하는 듯 순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대에서 유명한 사람이거든요. 새파랗게 젊었을 땐 뭐 했는지 몰라도, 나이 좀 먹고서는 땅이고, 건물이고 손 안 댄 게 없어요, 없어.”
“…그렇군요.”
아버지 또한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를 들은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근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번에 싹 다 정리하고 외국으로 간다는 겁니다. 그것도 우리 정우현 고객님의 주 활동 무대인 미국으로요…!”
하고 틈틈이 깨알처럼 정우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공인 중개사였다.
“누군가는 가족들이랑 불화가 생겨 홀로 훌쩍 떠난다 그러고, 누군가는 가족들 전부 데리고 새로운 곳에서 터전을 잡으러 간다 그러고, 소문이 다 달라요. 하하….”
“예, 소문이란 게 그렇죠, 뭐.”
“하하! 어쨌든 고객님에게는 잘된 일 아니겠습니까? 보셔서 아시겠지만, 신축이나 다를 바 없는 깨끗하고 튼튼한 건물에! 거기에 또 목은 어때요! 이 근방에서 누가 뭘 하든 여기 모퉁이를 한 번은 지나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고서 공인 중개사는 이 빌딩이 마치 자기 것인 양 자랑스럽다는 듯 연신 건물 내부를 둘러보며 크게 말했다.
“막말로 여기서 무슨 사업장을 하든, 손님들 오지 마라! 난 그냥 망해 버리겠다! 하는 심정으로만 영업하지 않으면 다 잘될 수밖에 없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
과장이 조금 섞이긴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 빌딩 상가에 입점한 이래, 장사가 흥해서 더 큰 데로 이전한 사업장은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솔직히 저는 이 빌딩! 앞으로 더 잘되면 잘됐지, 잘못될 리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보십시오, 이 건물만 보면 누가 대한민국을 IMF에 불경기라고 생각하겠어요!”
특히 그는 정우현이 지난 강남 아파트를 매수할 때 거래를 중개한 겉과 속이 다른 여자 공인 중개사와 달리 진심으로 한국의 미래를 긍정하고 있었다. 지금의 힘든 시기는 언젠간 지나가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이 딱 적기라는 겁니다, 적기! 지금이 아니고서야 언제 이렇게 좋은 빌딩을 또 구할 수 있겠어요? 돈이 많으면 뭐합니까? 결국 좋은 물건을 파는 때를 잘 만나야, 그에 맞춰 좋은 물건을 또 살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않습니까, 고객님! 즉,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겁니다, 지금!”
하고서 그가 동의를 구한다는 듯 작은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정우현을 바라봤다.
솔직히 옆에 있는 아버지 정기석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 자신에게 전화한 이가, 정우현이었으며 무엇보다 그는 세계적으로 우뚝 발돋움한 스타였으니까.
나이가 몇 살이든, 그런 것은 돈 앞에서 하등 상관도 없는 것이었다.
“…어때?”
아버지도 정우현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듯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좋아요!”
정우현이 크게 말했다.
“얼른 계약해요!”
“…와아아아!”
이에 공인 중개사가 허공에 어퍼컷을 한 방 날리며 몹시 좋아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그러고는 정우현에게 90도를 넘어 거의 120도에 가까울 정도로, 즉 머리가 지면에 닿을 정도로 꾸벅 인사했다.
“끝까지 정확하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 * *
400억 원.
이것으로 정우현은 약 400억 원짜리 빌딩 주인이 되었다.
매수하는 데 있어 혹시 모를 복잡한 권리관계라든가 각별히 주의해야 할 여러 요소는 중개사가 발 벗고 나서서 확인하고 또 확인해 깨끗하게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내 물건을 살 때처럼, 고객의 거래를 중개한다.’
이것이 그의 평소 직업 신념이었고, 맨손으로 시작해 중개업을 크게 번창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물론 정우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버지를 앞세워 등기소에 직접 찾아가 등기부 등본을 떼어 보고, 이런저런 법적 그리고 행정적 사항을 빠르게 점검하는 등 건물주가 되기 위한 전철을 철저히 밟았다.
물론 이러기까지 과거 학습한 부동산 등기법 등 여러 지식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와아.”
그렇게 당당히 16층짜리 빌딩주가 된 정우현이 처음으로 온 가족을 데리고 자신의 빌딩 입구에 섰다.
각 사업장에 인사도 하고, 작게나마 준비해 온 선물도 돌리기 위해 온 것이다.
한편 어머니는 안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꼿꼿이 서서는, 높은 빌딩의 꼭대기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 정말 오빠 거야?”
오히려 옆에 있는 여동생 정다현이 담담하게 정우현을 보고 물었다.
“응!”
“…병원도 있어?”
“당연하지!”
“…약국도?”
“하하하하! 그럼!”
정우현이 병원 놀이 장난감 세트를 사 준 이래, 동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것들을 가지고 놀았다.
심지어 정우현은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며, 병원과 관련된 장난감은 무엇이든 더 사서 동생에게 선물로 줬다. 그러자 동생의 방이 흡사 하나의 작은 의원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와아!”
병원과 약국이 있다고 하자 뒤늦게 놀라는 여동생이다.
사실 동생은 오빠 정우현이, 한 커다란 빌딩의 건물주가 됐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아직 어려서, 자산과 부 등 경제적 관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오빠 정우현이 무언가 커다란 건물을 마치 어떤 장난감처럼 갖게 됐는데, 그중 실제 병원과 약국이 있다는 것만이 동생의 큰 관심사였다.
즉 이 순간 동생에게 정우현은 세상에서 명백히 제일 멋진 사람이었다.
“자자, 뭐 해 얼른 들어가자고!”
정작 아버지가 제일 들떠서는 앞장서서 아내와 막내딸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그 모습이 괜히 얄미워 한마디 했다.
“…아니! 나는 우리 아들 우현이 허락 맡고 들어갈래요!”
“…하하하, 엄마!”
“들어가도 될까요? 우리 건물주 왕자님?”
어머니의 농담스러운 말에 정우현이 크게 웃으며 곧장 말을 이었다.
“당연히 들어가셔야죠! 제가 누구 아들인데요!”
정우현의 말에 어머니가 기뻐하며 역시 크게 말했다.
“하하하! 그래, 우리 아들! 엄마 아들이지! 엄마가 낳았어, 내가 열 달이나 배 아파서 낳았어!”
“맞아요, 맞아!”
하고 정우현이 모처럼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자, 아버지가 작은 목소리로 옆에서 한마디 내뱉었다.
“…아빠 덕분에 우현이가 생길 수 있었던 건데….”
“…뭐?”
이에 어머니가 즉각 남편을 바라봤다.
“…뭐라고 하셨나요, 지금?”
“…아니, 나 덕분에 우현이가 이런 완벽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거 아니겠냐고. 다 나 덕분에….”
“그게 어떻게 당신 덕분이야? 내 덕이지!”
“여보, 우현이는 내가….”
“하하하하, 그만요!”
정우현이 부모의 말을 끊고 불쑥 입을 열었다.
“당연히 저는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낳고 키우셔서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얼른 그만 들어가요!”
하고 부모의 등을 밀며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때때로 아버지 어머니가 이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우현에게는 크나큰 행복이었다. 전생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 * *
“안녕하세요!”
1층의 카페 사장이 정우현의 부모를 보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자신을 극진히 대하는 중년의 덩치 큰 사장의 인사에, 어머니는 적응이 되지 않아 조금 당황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하며 카페 사장이 새로운 건물주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고는, 세입자로서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3년, 3년째 여기서 성실히 영업 중인 사람입니다! 월세는 물론 단 한 번도 밀린 적 없고요!”
이에 어머니가 곧장 말했다.
“…아, 네, 근데 이번에 바뀐 새 주인은 정확히 하면….”
그러면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소개하려 하는데 카페에 있는 고객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우현이다아아아!”
“…정말?”
“인크레더블 킹 보이이!”
사람들이 정우현을 알아본 것이다. 한국에 오고 나서부터 브래드가 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돌아다니는데도, 사람들이 어쩐지 곧잘 알아봤다.
카페가 금세 소란스러워졌고, 정우현이 더 이상 사람들을 모른 체할 수만은 없어 끝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와아아아아!”
“…와, 정우현이 우리 카페에….”
하고 사장 또한 그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하하하, 다름이 아니라…!”
어머니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거의 소리를 치듯 말했다.
“예?”
“우리 애가 새 주인이에요…!”
“….”
카페 사장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잠자코 정우현과 어머니를 번갈아 봤다.
“우리 아들, 정우현! 우현이가 이 빌딩의 새 건물주라고요…!”
“…아….”
하더니 순간 사장이 이제 좀 알겠다는 듯 재차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그렇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고서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대박이다! 정우현이 건물주라니…! 오케이, 카페 손님이 더 늘겠어! 이런 식으로 아주 가끔이라도 정우현이 내 카페에 들를 테니 말이야!’
하고 그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갑자기 뒤로 돌아 크게 소리쳤다.
“애들아!”
“…네!”
아르바이트생들을 부르는 것이었다.
“여기 새 건물주 사장님이랑 가족분들 오셨다! 음료 제일 좋고 큰 거로 네 잔! 네 잔 가져와라, 얼른!”
그러고서 정우현네 가족과 임대 및 사업장과 관련해 대화를 더 나눴다.
* * *
그런 식으로 각 사업장을 들러 사장들과 인사를 하게 된 정우현네 가족이다.
갈빗집에서는 갑자기 고기를 굽고 한 상을 가득 차리더니 그들 가족에게 얼른 한 끼 먹고 가라고 했고, 헬스장에선 아버지 정기석의 볼록 나온 배를 보며 언제든 와서 자유롭게 운동을 하다 가라고 했으며, 화장품 가게에서는 이것저것 선물을 잔뜩 챙겨 주며 어머니 황희진에게 피부가 참 곱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물론 그들 모두 새 건물주 정우현을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자연스레 그의 가족 즉 부모들 또한 깍듯이 대했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더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며 온갖 친절을 마다하지 않는 것.
실상 부모들은 이와 같은 사람들의 태도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진 것을 피부로 느꼈다.
이는 모두 그들의 아들인, 글로벌 스타 정우현이 이룩한 놀라운 결과였다.
* * *
한편 정우현네 가족은 마지막으로 병원과 약국을 들렀다.
점잖은 의사와 약사들도 새 건물주 정우현 앞에서는 한 명의 팬이자 한편으로는 그저 세입자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한 층을 전부 임차한, 널찍한 병원의 여의사는 손뼉을 치며 이렇게까지 말했다.
“와, 우현 군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다니, 제가 다 출세했네요! 하하!”
정작 그들 못지않게 좋아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여동생 정다현이었다.
매일 방에서만 가지고 놀던 모든 것들이 있는 병원과 약국에 실제로 와 마음이 들뜬 것이다.
동생은 몸도 튼튼해,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더 어렸을 적 이후 병원을 찾은 일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두 눈으로 각종 의료 시설을 보니 무척 신기했다.
“우현 군 동생인가요?”
마른 체형의 30대 약사가 알약을 약 봉투에 넣으며 부모에게 물었다.
동생 정다현이 또 이 모습을 넋을 잃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아, 예! 얘가 요즘 병원 놀이에 빠져가지고, 하하…!”
“하하, 귀엽네요. 하여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약사가 슬며시 웃으며 말하는데, 그때 한 손님이 약국을 방문했다.
“…나 약 좀 줘….”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왼쪽 무릎을 양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때는 1999년 상반기. 아직 의약분업을 시행하기 전이기에 약사는 환자의 증세를 듣고 스스로 판단해 약을 처방할 수 있었다.
“…그제부터 무릎이 너무 아파. 막 쑤시고….”
“…아, 그러면….”
하고 약사가 잠시 생각 끝에 말을 이으려는데 순간 정우현이 말했다.
“…나트록센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
약사는 깜짝 놀라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일단 스테로이드가 들어가지 않아 부작용이 덜하니까요!”
할머니가 말없이 정우현을 잠깐 보고는 약사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맞수?”
아쉽게도 할머니는 연로한 데다, 평소 미디어에 관심이 없어 정우현을 알지 못했다. 어쩌다 티브이에서 그를 몇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새로웠고 결정적으로 금세 잊어버렸다.
“…예, 맞습니다.”
약사가 천천히 답했다.
이에 정우현이 곧장 말했다.
“다만 할머니, 평소 소화가 잘 안 되시거나 하면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위장 쪽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이거든요! 그래서 에소메트라랑 같이 드시면 좋을 거예요! 소화기 계통 장애에 효과가 있으니까요!”
“…아아.”
“혹시나 약 드셔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요, 병원에 꼭 바로 가보시고요!”
약사가 입을 크게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우현이 한 말이 모두 정확했기 때문이다.
이내 약사는 그가 말한 그대로 약을 즉 나트록센과 에소메트라를 처방해 할머니에게 주고 돌려보냈다.
“…하하하!”
어머니가 약사를 보고 멋쩍게 웃으며 뒤늦게 말했다.
“…아, 우리 우현이가!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책을 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중에 약과 관련된 책도 있었고요. 그렇지, 아들?”
“예!”
보통 정우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좀처럼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았다. 당장 그 지식을 통해 실용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럴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다.
한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모처럼 약국에 왔는데 우연히 손님이 들어와 증세를 얘기하기에, 과거 자신이 학습한 지식이 옳은지 그리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러나저러나 해맑게 답하는 정우현의 모습에 약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걸 다….”
그러자 어머니가 괜히 민망해 전보다 더 크게 웃어 보이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 아들! 책 좀 적당히 읽으래두!”
하고서 급히 약사에게 인사했다.
“하여간 우린 가 볼게요! 약사님 수고하시고, 약국 더 번창하길 바랄게요!”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기.”
하고서 약사가 뒤늦게 정우현네 가족을 불렀다.
“예?”
이에 아버지가 곧장 뒤돌아 대답했다.
“…이거 이번에 새로 나온 건데요.”
약사가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손에 들기 시작했다.
“…일단 기본 종합비타민에 아버님은 간에 좋은 밀크씨슬, 어머님은 피부에 좋은 콜라겐 그리고 우리 새 주인이신 정우현 군과 귀여운 여동생은 DHA랑 칼슘까지 함유된….”
하며 이런저런 말을 끊임없이 하면서, 커다랗고 하얀 비닐봉지에 여러 제품을 잔뜩 집어넣는 약사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그러고서 약사는 하얀 비닐봉지를, 사양하려는 아버지의 손에 강제로 쥐어 줬다.
“별거 아닙니다. 어차피 대부분 신제품에 홍보용으로 나온 거라 여기저기 선보여야 하기도 하고요. 하여간 이 정도는 제가 챙겨드릴 수 있으니, 필요하시면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하고서 고개를 숙이는 약사였다.
“…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우현도 큰 목소리로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고서 그들 가족은 약국 밖으로 나갔는데, 약사는 그중 정우현의 뒷모습을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엄청난 아이구나.’
새 건물주 정우현이 시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