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 검주 대 무림 (1)
(398/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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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검주 대 무림 (1)
2022.10.22.
김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 앞에 선 만우를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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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어찌 전하께옵서 제 딸아이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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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느냐?”
만우는 김 씨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과연 지금 이렇게 눈앞에서 김 씨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방매의 얼굴이 얼핏 보이는 듯했다.
아마 방매가 늙어 간다면 김 씨처럼 될 것이라고 만우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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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그 순간 만우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는 김 씨를 쳐다봤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김 씨 앞에서 이렇게 뻣뻣하게 서 있을 때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자 당연히 만우의 말투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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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녕한 듯 보이니 다행입니다. 전 방매의…….”
만우의 존대에 주고후의 눈이 커졌다. 그는 만우가 누군가에게 존대를 쓴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검주 만우는 그렇게 오연하게 타인의 위에 군림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듯한 사내였다.
반면 만우는 주고후가 뭐라고 생각하건 말건 순간적으로 자신을 김 씨에게 뭐라고 소개해야 되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답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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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아니, 정인 내정자인 만우라고 합니다.”
만우의 말에 김 씨와 주고후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김 씨는 지금 중원을 떨쳐 울리는 명성의 주인공인 만우가 자신의 딸인 방매의 정인이라는 것에, 주고후는 만우에게 정인이 있었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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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하지만 만우는 김 씨와 주고후가 놀라건 말건 스스로 그렇게 소개를 해 놓고는 뿌듯함에 씩 웃었다.
정인.
그 말을 자신의 입으로 내뱉었음에도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한 것처럼 가슴이 짜르르 하고 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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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라니. 그게…… 정말……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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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어머님.”
만우는 믿지 못해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김 씨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김 씨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만우가 말하는 방매가 자신의 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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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쇤네에게 그리 말씀하시는 걸 받잡을 수 없으니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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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무림왕이라는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만우는 김 씨가 자신을 어려워하는 것에 자신이 황제로부터 무림왕으로 봉해졌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그리 물었다.
그러자 김 씨가 슬그머니 눈을 돌려 주고후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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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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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큼. 부르셨소?”
입을 헤 벌린 채 정신을 놓고 있다가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린 주고후가 만우를 쳐다봤다. 만우는 김 씨를 슬쩍 쳐다보고서는 주고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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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왕과 김 씨의 관계가 어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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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모요. 한데 그건 왜.”
만우는 김 씨를 쳐다봤다. 김 씨는 부담스러운 듯 만우의 눈길을 피했고 만우는 곤란함을 느꼈다. 방매의 어머니인 김 씨가 자신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 난처했기 때문이다.
허나 김 씨는 평생을 미천한 신분으로, 한족들이 득시글거리는 명나라에서 공녀의 신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니 아무리 만우가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백날을 말해도 수십 년 동안 몸에 익어 온 버릇이 쉬이 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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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위세가 과연 대단하군.”
뜬금없는 만우의 구름 잡는 듯한 말에 주고후가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위세 운운하면서 말하는 만우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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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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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의 의붓동생의 어머니를 일개 유모로 쓰고 있다니,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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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순간 주고후의 눈이 커졌다. 반면 김 씨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우는 피식 웃으며 그런 김 씨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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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방매가 상왕 전하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임금의 동생이 된 것이고, 옹주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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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무슨……!!!”
김 씨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공녀 출신의 유모라고는 하나 그녀도 거의 수십 년을 황가에서 살아온 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우가 설명하는 말을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만큼이나 놀란 것은 바로 주고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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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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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에 연통을 넣어 알아 보면 될 일. 이번 사절단에는 옹주도 함께하였다는 것을 연경에서 확인해 줄 터이니.”
주고후는 만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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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면 한왕. 본주가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 들어볼 텐가?”
주고후는 만우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김 씨를 쳐다봤다. 김 씨는 돌아가는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했지만, 김 씨가 평생 자신의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주고후는 잘 알고 있었다.
유모는 주고후를 길러 준 어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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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제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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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의 버러지들이 강호의 질서를 들먹이며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 안에 내 정인이 휘말린 것 같으니.”
만우는 그 말을 하면서 김 씨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김 씨는 방매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두 귀를 쫑긋한 채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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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일에 휘말렸어도 본주가 안배해 둔 것이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본주는 더 이상 무림맹이란 종자들이 개국공신이란 이름을 등에 업고 강호의 도리를 해치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게 된 즉.”
주고후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 말하는 만우의 두 눈에서 주고후를 당황케 할 정도의 기백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만우에게서 느껴진 기백은 주고후가 전장을 내달리며 일만의 병사들을 마주했을 때도 느껴 본 적이 없었던 기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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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존의 법칙으로 무림의 질서를 다시 써 내려갈 생각이니. 마침 황실의 일원인 한왕 그대가 보증인으로 함께 서 주면 어떠할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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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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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强者)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무림의 법도에 따라 본주는 무림맹에 대해 재판을 열 생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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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을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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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대하는 이들까지도 모두 집결하라 하였으니.”
주고후는 전율을 느꼈다. 눈앞의 만우가 천하제일인이란 것은 알고 있었으나 무림맹을 상대로 이런 미친 짓을 할 줄은 상상치도 못 했기 때문이다.
무림맹을 천하제일인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
이는 곧 정파 전체를 자신의 적으로 돌리겠다 선전포고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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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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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못 할 것 같나?”
만우가 주고후를 향해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고후가 보기에 만우는 미친 짓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전장을 내달렸던 주고후에게 있어 개인의 힘이란 결국 다수의 힘에 굴복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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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건 본주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래서 한왕은 보아하니 중원 유람을 하는 것 같은데 재밌는 구경이나 하지 않으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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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인이자 목격자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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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 속하지 않았으면서도 강력한 이가 하나 필요하니, 황족이라면 적절할 듯싶소만.”
만우의 말에 주고후는 김 씨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만우는 그런 주고후의 시선을 알아채고는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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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매의 어머님이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으셨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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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주고후는 어깨를 으쓱했다. 만우는 그런 주고후를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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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매와 어머님도 만나게 해드릴 겸, 한왕 그대도 동군영에게 관심이 있는 듯하니 동행하는 것이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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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 으로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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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귀하는 상관없소. 보증인이니 목격자이니 하는 것도.”
만우의 기백이 또 다시 태산처럼 거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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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자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 역사이니까.”
그런 만우는 오만해 보였지만 또한 천하를 오시하는 강자처럼 보였다. 주고후는 만우가 그런 제안을 한 것이 자신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유모가 필요해서란 것을 깨닫고는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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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
허나 주고후는 김 씨를 위해 한 가지쯤은 제대로 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김 씨가 평생을 염원하던 딸을 보는 것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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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겠소. 산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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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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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사람까지 부려 소문을 내고 있으니 재밌을 것 같소만.”
주고후가 말한 것은 객잔에서 방금까지 떠들어대던 수상한 자들이다. 주고후는 그들이 일부러 소문을 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만우는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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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영민하시오. 황제의 총애를 받을 만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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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빨리 가야 할 것 같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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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하. 허…… 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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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된단 말인가?”
주고후가 눈을 흘기자 황제의 하사품을 관리하고 있는 조정대신이 땀을 뻘뻘 흘렸다. 설미수와 둥군영은 꼬시다는 표정으로 그 조정대신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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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통이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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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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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어찌 잘 풀리나 싶었네만, 역시나 이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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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동군영과 설미수가 씁쓸하게 웃었다. 남경에 입성할 때까지만 해도 둘은 일이 술술 잘 풀릴 줄만 알았다.
특히 여러 번 사절단의 일원으로 명나라에 와 본 설미수는 복잡한 절차 없이 단박에 남경에 입성하였다는 것에 기시감까지 느낄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선에서 왔다고 하여 소국이라 무시 받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황제의 칙서를 들고 왔기 때문에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지만,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일의 진행을 늦춘다는 식으로 나온 것이다.
그에 설미수와 동군영이 따져 물어도 그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면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지, 그들은 대놓고 설미수와 동군영의 항의를 무시하곤 했다.
칙서에는 언제까지 내어주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명나라의 대신은 그것을 빌미로 삼아 하사품을 준비 중이라며 세월아 네월아를 한 것이다.
만우라도 함께 대동했으면 모르련만 그는 남경을 휩쓸고 다니며 강호무림에 파란을 몰고 다니느라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미수와 동군영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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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나으리. 저한테 시키시면 간단한 일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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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조정대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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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나라의 녹을 받아먹고 사는 몸도 아닌데. 산적이나 수적이 사고 한 번 친다고 해서 무에 그리 달라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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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처리해서는 아니 되오.”
감령과 필두는 몇 번이고 동군영에게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나섰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감령과 필두를 오랫동안 보아 온 동군영은 보지 않아도 그들이 어찌 행동할지 뻔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우에게 쥐 잡히듯이 잡히고 살아가나 감령과 필두가 이 넓은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란 것을 알게 된 동군영이다.
그러니 그들의 방책이란 것은 담벼락을 넘는 것임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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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스케. 너도 이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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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슌스케는 감령에게 대꾸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슥 돌렸다. 감령은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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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 대장님이 무림왕인데 대신 집 담장 한 번 넘는 게 뭐 큰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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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무식한 놈 때문에 무림인들이 칼잡이라고 무시를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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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머리 미꾸라지가. 어디서 시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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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감령과 필두가 또 다시 투닥거리려고 하는 찰나에 주고후가 씩 웃으면서 돌아왔다. 주고후는 동군영에게 친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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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선비. 아마 오늘 중으로 하사품은 전부 준비가 될 걸세. 내일 오전에 출발하면 될 듯싶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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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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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긴.”
동군영과 설미수는 자신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주고후에게 예를 차렸다. 주고후가 기꺼운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재차 입을 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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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만나 동행하게 된 것도 인연인데, 백련관에 연회를 여는 것이 어떻겠나. 본왕이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에서 자리를 마련하라 일러두었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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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연회!”
연회란 소리에 가장 반색을 하는 것은 동군영이나 설미수가 아니라 바로 감령이었다. 주고후는 감령이 반색하는 것을 보고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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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산중호걸이라 그런지 그 기개가 호탕하기 그지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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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를 아시는 분이 황족에도 있을 줄이야. 핫핫핫!”
도자기로 빚어 놓은 듯한 감령이 주고후와 금세 죽이 맞아 파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필두와 슌스케는 그런 감령을 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히 필두는 살다 살다 설마 황족이 녹림의 우두머리, 그러니까 산적 두목인 감령을 산중호걸이라 부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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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왕이 본래 무림의 여럿 호걸들을 만나는 것을 즐겨함이니, 너무 이상타 생각하지는 말게. 자, 그럼 가세나. 응?”
주고후는 진정으로 즐거운 듯 감령과 필두, 슌스케를 향해서도 손을 내밀었다. 지금껏 그들이 머릿속으로 생각해 오던 황족과는 확연하게 다른 그 배포와 호탕함에 사내로서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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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혹시…… 무림왕의 소재를 아십니까?”
하지만 동군영은 그전에 주고후에게 먼저 만우의 소재를 물었다. 갑자기 한왕 주고후가 떡하니 나타나 만우가 보내서 왔다고 한 소리에 놀라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 이제야 여유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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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왕?”
주고후는 동군영을 보면서 짙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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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폭풍을 몰고 다니는 자이니, 지금도 폭풍을 몰고 다니겠지. 우린 그저 그 바람을 피해 있으면 될 뿐.”
현학적인 주고후의 말에 동군영은 눈을 데굴거리며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남경에 자리 잡은 무림문파는 백여 개가 넘는다.
물론 강력하기 짝이 없는 황권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도사리고 있기에 다른 지역처럼 활발한 무림인들의 활동은 없었으나, 수도라는 이점과 편의성으로 인해 수많은 무림문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세가 큰 것은 단연 강동제일가라 불리는 벽력손가였고, 바로 그 다음이 강맹한 조법(爪法)으로 유명한 남경휘가였다.
휘가조법(徽家爪法)은 환(幻)과 변(變)의 이치를 극한까지 살린 상승무학으로 이를 대성하면 휘가조법을 펼치기 위해 양손에 껴야 하는 철조(鐵爪) 사이에서 매가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하여 곡응조(哭鷹爪)라 불리기도 했다.
그곳의 가주인 휘경이 벽력손가의 가주인 손향과 함께 만우를 찾아온 것은 만우에게 있어서는 의외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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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휘가의 가주, 휘경이 천하제일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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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 만우다.”
손향에게서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모르지만 휘경의 태도는 정중했고 고아했다. 그의 허리춤에서 절그럭거리는 두 개의 철조가 아니었다면 고매한 학자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법한 생김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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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주가 본주를 만나고자 기별을 넣은 이유가 있나?”
만우는 복잡한 미사여구를 단박에 건너뛰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것보다 단도직입인 것을 선호하는 만우의 태도에 휘경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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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신검에게서 들은 그대로십니다. 검주께서 허례를 싫어하신다 하니 직접적으로 말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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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우는 대답 대신 휘경을 빤히 응시했다. 어서 말을 하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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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휘가의 가주이자 무림의 동도들로부터 낙화영(落化影)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이 휘경, 검주께 한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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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만우가 두 눈에 이채를 띠고는 손향을 쳐다봤다. 손향의 표정이 평온한 것을 보니 그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을 예상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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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 신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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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께서 이 무림에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니 그 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 자격이 있다는 것에 이리 무례를 범하고자 합니다.”
휘경이 두 손을 내렸다. 그리고 휘경이 다시 두 손을 들어 올렸을 때, 휘경의 양 손에서는 시퍼런 예기를 뿜어내는 두 개의 철조가 장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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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존.”
휘경의 양손에서 아지랑이처럼 유형화 된 공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란 것에 만우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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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께서 그 강자존에 적합하다는 것을 이 휘 모가 몸소 느끼고자 하니 허락해 주소서.”
파앗!!!!
매서운 바람을 전신에 휘감은 휘경의 철조가 천변만화(千變萬化)를 일으키며 만우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 모습은 마치 꽃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어지럽게 흩날리는 것 같았기에 만우는 그런 휘경의 모습이 낙화영이라는 그의 칭호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며 기천검의 검병에 손을 얹었다.
잘 어울리는 것은 어울리는 것이고, 휘경을 맞이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쩡!!!!!
휘경과 만우의 신형이 교차했다.
정확히는 달려든 휘경의 신형이 만우를 스쳐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금속끼리 맞부딪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휘경이 우뚝 하고 멈춰 섰다.
후두둑!!!
휘경이 자리에 우뚝 멈춰선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남경휘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철조의 날이 모두 잘려서는 휘경이 멈춰선 다음에야 후두둑 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만우는 휘경이 달려들 때 검병에 손을 얹은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검이 제대로 뽑히는 것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만우는 그대로 서 있을 뿐이었고, 휘경의 철조는 예리한 것에 그대로 잘려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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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휘경은 땅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진 철조의 칼날들을 쳐다보다가 쿨럭하고 기침을 했다. 철조의 끝에서 피어오르던 공력이 철조가 잘리면서 깨진 탓에 그 반동으로 내상을 입은 것이다.
허나 그리 중한 내상은 아니었기에 휘경은 가슴을 한 번 손바닥으로 쓸어내리고는 뒤돌아서서 포권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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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천하제일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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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역시, 낙화영이라 부른다 하더니. 그럴 만하군.”
만우는 그 짧은 순간에 천변만화를 담은 휘경의 공력이 자신의 소맷자락을 할퀸 것을 보고는 빙긋 웃었다.
만우와 휘경 사이의 격차는 그 한 수로 간단하게 증명이 되었다.
일초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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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속을 봐주신 것에 감사드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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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조법이었다.”
만일 이것이 비무가 아니었더라면 휘경은 철조와 함께 자신의 상반신이 단 일 검에 베였을 것을 깨달았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휘경이 느낀 것은 패배감이나 굴욕감이 아니었다.
강자에 대한 순수한 동경과 경외. 그것이 휘경의 두 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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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경휘가에서는 검주배첩에 응하여 기꺼이 산동 봉래에서 열릴 대협의 심판의 증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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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군.”
휘경의 선언에 만우는 고개를 까닥하고 숙여 보였다. 그 둘을 쳐다보던 손향도 만우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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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손가 역시 남경휘가와 함께하겠어요.”
손향과 휘경의 선언에 만우는 씨익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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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가 새롭게 세울 무림의 질서에 편승하려는 두 가주들의 생각, 아주 칭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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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산동 봉래는 본래 명과 조선을 오가는 포구가 있는 곳으로 산동에서도 제법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한 달 전부터 갑작스럽게 몰려들기 시작한 인파는 어느덧 봉래 전체의 인구보다도 더 많아졌고, 그 때문에 봉래는 더할 나위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모든 객잔들이 발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들어찼고, 몇몇 돈이 많은 문파에서는 아예 장원을 사들여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누군가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지난 한 달 동안 무림은 평화로웠다.
허나 그 평화는 모두의 신경이 다른 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지 모든 전쟁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다들 그 다른 쪽을 의식해서 쓸데없이 힘을 빼려고 하지 않은 것일 뿐, 한 달 동안 산동 봉래에 쌓인 무림인들의 혈기는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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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파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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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찌끄래기가 뭐라는 거야!”
쾅!!
챙챙!!
봉래 전역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검이나 창 같은 전통적인 무기들은 물론이고 각기 기괴한 괴병들을 찬 수만 명이 몰려들었으니 필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안에 기름과 물처럼 섞일 수 있는 정파와 사파의 무림인들이 섞여 있다면 고성이 오가고 무기가 부딪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봉래를 다스리는 이들과 그 휘하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만 매일처럼 극한의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봉래에 중원의 모든 시선이 쏠렸다는 것이다.
하도 난리가 난 나머지 심지어는 무림의 인사들뿐만 아니라 황실과 조정의 대신들, 그리고 지방의 유력 인사들까지도 봉래를 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봉래에서 가장 치열한 곳을 꼽자면 단연 봉래의 외곽에 위치한 한 장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는 외곽에 위치한 장원이었으나 수만 명이 달하는 인파가 몰리면서 외각이라고 더 이상 불릴 수 없는 지역의 장원이 모두의 여흥을 달래 주는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기 위해 봉래에 몰려든 수만 명의 무림인들 중 이 할 이상이 그 근처에 자리를 잡았고, 수천 명이 그 주변에 운집하여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장원을 주시하는 일을 매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분해서 다른 곳으로 가기는커녕 매일 같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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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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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어서 가서 보세. 주먹밥은 좀 챙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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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저것만큼 요새 좋은 구경거리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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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떽! 구경거리라니! 황보세가와 하북팽가의 무공을 견식할 수 있는 기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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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말이 그렇다는 것일세!”
난데없이 터져 나온 굉음이지만 주변의 무림인들은 익숙하다는 듯 놀라지 않고는 재빨리 달려 나와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개중에는 돗자리를 이고 나온 이도 있었고 품 한 가득 먹을 것이 든 광주리를 안고 나오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전부가 봉래에서 할 일 없는 무림인들에게 유일한 여흥이 되어 주고 있는 한 장원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었다.
쾅! 콰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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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권이 색목인에 거구라고 하더니. 과연 무시무시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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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인데, 그게 어디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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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는 없는 권법일세.”
구경꾼들은 장원 안에 들어가려는 자들과 그들을 막아서는 자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각자의 감상을 서로 나눴다.
막아서는 자 중에 하나인 마익후가 철로 만들어진 권갑을 낀 채 두 주먹을 부딪치자 공력으로 인해 증폭된 굉음이 터져 나오며 주변에서 달려들던 황보세가의 무인들을 주르륵 쓰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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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의 묘리가 숨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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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팽가의 고수들이네!”
뚫으려는 자들은 하북팽가와 황보세가의 고수들이었다. 연경의 발우수리 객잔에서 산동으로 방향을 잡고 도주하던 방매의 일행은 결국 봉래에 와서는 도망갈 길이 더 이상 없어 자리를 잡고 눌러 앉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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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검이다!!!”
황보세가의 고수들이 쓰러진 그 뒤에서 달려 나오던 팽가의 고수들에 맞서 이번에는 문형일이 달려 나왔다.
중원의 도가 아닌 천축국의 도를 쓰는 문형일의 도는 과할 정도로 꺾여 있었는데, 문형일은 그 곡도를 팔뚝에 딱 붙인 채 팽가의 고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까가가가가강!!!
팽가의 고수들이 휘두른 도에서 수십 개의 불똥이 튕겨져 나오며 모두 도를 든 채로 벌러덩 하고 드러누웠다.
그 위를 넘어 팽가 고수들의 전열을 흐트러뜨리며 날뛰는 문형일은 양 떼 속에 뛰어든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날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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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거기선 그렇게 휘둘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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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한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거의 한 달 동안 계속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구경하는 무림인들은 이제 편을 나눠 응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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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삼선녀(羅衫仙女)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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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 저기! 담장 위에 계신다!!!”
하지만 그중에서 무림인들이 손을 모아 기다리는 이는 바로 나삼선녀라 불리는 여인이었다. 속이 비칠 것처럼 얇은 나삼을 흩날리는 나삼선녀의 용모는 가히 초선, 달기에 능히 비할 수 있다 하여 무림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나삼선녀는 단순히 용모뿐만이 아니라 괴검, 괴권에 버금가는 무서운 주술사였다.
화르르륵!!!
휘오오오오!!!
나삼선녀, 호선이 두 손을 휘두르자 선기가 그녀의 손짓을 따라 움직이면서 거대한 불바람을 만들어 냈다.
그에 사람이기에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 올려 하북팽가와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얼굴을 가린 사이 괴검과 괴권이 달려들어 수십 명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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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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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황보세가와 하북팽가의 반응도 기민했다. 그간 달포 동안 괴검과 괴권, 그리고 나삼선녀의 조합에 번번이 가로막혔던 황보세가와 하북팽가다.
거기에 저들은 마치 그 두 가문을 조롱이라도 하듯 치료가 필요한 자들의 마혈을 짚어 장원 안으로 들여보냈다가 멀쩡하게 치료해서는 내보내게 해서 사상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생사마의 국연.
황보세가와 하북팽가를 이곳 산동의 봉래까지 다다르게 만든 그 주범이 두 가문의 무림인들을 치료까지 해 줘서 다시 내보낸 것이다.
그 때문에 지난 달포 동안 하북팽가와 황보세가의 무림인들은 실전을 계속해 나가면서 실력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단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선 것이 두 명의 초절정 고수와 한 명이 영물이란 것 때문에 체감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그들은 아마 무릎을 꿇고 고맙다면서 절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허나 그것들은 전부 나중의 일이었고, 지금 그 두 가문에서는 어떻게든 장원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안 돌아가는 머리까지 총동원했다.
촤라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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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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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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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아니면 안 된다!!”
우오오오!!!
하북팽가와 황보세가 무인들의 두 팔에 근육이 불끈거리면서 솟아올랐다. 두 가문은 정파에서 신력(神力)이라면 둘째라 하는 것이 서러운 가문이었다.
이들과 비할 수 있는 곳은 마교의 곤명웅가밖에 없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힘이라면 알아주는 이들만 모인 곳이 바로 황보세가와 하북팽가다.
그중 황보세가의 호랑당을 이끄는 황보영근과 하북팽가의 군상단을 이끄는 팽중을 필두로 각 세가의 무림인 쉰 명이 삼인 일조로 뭉쳐 손에 들고 있던 그물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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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정강을 실처럼 길게 뽑아 만든 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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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번 빠져나가 보아라! 크하핫!!”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던 황보영근과 팽중은 광소를 터뜨리며 그물을 뿌렸다. 그러자 삽시간에 허공이 그물로 새까맣게 뒤덮여서는 문형일과 마익후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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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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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압!”
문형일과 마익후도 그것을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문형일의 곡도가 은빛 섬광을 흩뿌리며 떨어져 내리는 철을 꼬아 만든 그물들을 갈랐고 마익후도 권풍과 권기를 섞어서 쏘아 보내며 보법으로 그물들을 피했다.
하지만 하북팽가와 황보세가에서 준비해 온 그물의 양은 달포 동안 누적된 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수가 백여 개에 이르자 결국 문형일과 마익후고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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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읏!!!”
문형일의 곡도가 결국 그물에 휘말렸다. 문형일의 곡도에서는 도기가 이글거리고 있었지만 보통 그물이 아니라 백련정강을 꼬아 만든 철그물이라 단박에 끊어 내지 못한 것이 결국 팔에까지 철그물이 감기고 만 것이다.
베는 것이라면 모를까 철그물의 무게는 문형일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무지막지했다.
신력으로 유명한 하북팽가와 황보세가니까 그것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이지 문형일은 공력을 끌어올려 간신히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철그물들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문형일은 철그물에 발목이 잡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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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퍼억!!!
문형일이 비겁하다며 소리쳤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갔다. 황보영근이 주먹으로 문형일의 얼굴을 후려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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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생한 것을 떠올린다면 당장 목을 베어 내도 분이 풀리지 않겠으나!”
문형일은 코에서 뜨끈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도끼눈을 치켜뜨고는 황보영근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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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풀고 붙으면 십초지적도 되지 않을 놈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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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황보영근이 다시 주먹을 들어 올리려는 찰나 장원의 문이 끼익하고 열렸다. 그러자 팽중이 손에 든 도를 휘두르기 위해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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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아아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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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매가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걸어 나와 있는 힘껏 소리를 빼액 하고 질렀다. 그런 방매의 뒤에 호선이 그림처럼 내려와 착지하자 모두의 시선이 방매에게로 쏠렸다.
사실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장언에서 괴검, 괴권과 나삼선녀의 보호를 받는 방매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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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집이 어르신들이 있는 데서 소리를 지르다니!”
허나 추측은 추측이었고 팽가와 황보세가의 무림인들은 방매와 그 일행 전체에 대한 독기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고작 한 줌도 안 되는 이들을 쫓기 위해 자신들이 한 고생을 생각하면 산 채로 씹어 먹어도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웬 조막만 한 방매가 나와 빼액 하고 소리를 지르니 팽가 무인들의 눈이 회까닥 돌아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촤자자작!!!
하지만 팽가 무인은 방매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호선이 손을 치켜들자 웬만한 검기보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 풍검(風劍) 수십 개가 방매를 보호하기 위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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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거지로 몰려와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남의 업장을 방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죽일 것처럼 몰려온 소인배들 주제에 뭐?”
그리고 그 너머에서 방매의 독설이 쏟아졌다. 그에 방매에게 욕을 한 팽가 무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방매는 그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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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선 언니. 이거 풀어. 내 저 건방진 근육덩어리를 혼쭐을 내줘야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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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파바밧!!
방매는 그 말과 함께 수박희의 품(品)자 보법을 밟으며 앗 하는 사이에 팽가 무인에게로 튕겨지듯 달려들었다. 설마하니 방매가 먼저 달려들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팽가 무인이 어어, 하는 사이에 방매의 다리가 허공을 갈랐다.
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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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
방매의 다리가 팽가 무인의 사타구니에 틀어박혔다. 방심한 것도 있었고 방매의 각법이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팽가 무인이 다리를 오므리고는 입을 떡 벌렸다.
고통에 자연스럽게 수그려진 팽가 무인의 관자놀이를 방매의 또 다른 발차기가 직격했다. 방매는 손을 탁탁 털면서 문형일 앞에 주먹을 치켜들고 있는 황보영근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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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하게 묶어 놓고 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좀 해요! 안에서 보자보자 하니까 못 봐주겠네!!!”
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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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主母), 조심.”
그 사이 마익후는 힘으로 철그물들을 다 끊고 뛰쳐나와서는 방매 앞을 가로막고 섰다. 마익후의 전신에서는 얕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철그물에 쓸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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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주모?”
방매를 쫓기는 했지만 그간 방매가 누구인 줄은 몰랐던 황보영근과 팽중의 두 눈이 커졌다. 마익후가 방매를 주모라 불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머릿속에서 슬금슬금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마익후는 검주를 따른다.
그런 마익후가 방매를 주모,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부인이라 칭했다.
그렇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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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인이 검주의 정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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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가 언제 혼인을 하였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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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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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검주가 분노하여 검주배첩을 돌린 것이!!”
사방에서 수군거림이 천둥소리처럼 커졌다. 그와 동시에 황보영근과 팽중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검주의 정인이라니.
조선에서 검주와 함께 동행한 일행이라고만 생각했던 황보영근과 팽중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무림공적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천하제일인이 내세운 명분이 이해가 간 것이다.
은원(恩怨).
무림의 은원이란 매우 깊고 매우 질기다. 그런데 그 원(怨)이 천하제일인의 것이라면?
휘오오오오!!!!
그 사이 호선이 도술로 광풍으로 황보영근을 밀어내고는 흡(吸)의 이치를 섞어 도술을 이용해 문형일을 일으켜서는 방매 앞으로 데려왔다.
문형일은 호선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입가를 손등으로 슥 닦아 내고는 사납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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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고 뭐고, 피를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네놈들이 자극한 것이다.”
황보영근의 주먹은 꽤나 묵직했다. 그 때문에 문형일의 골이 지잉 하고 울렸지만 그 정도로 문형일의 투지를 꺾어 놓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고작 절정밖에 되지 않는 놈에게 쪽수에서 밀려 한 대 맞았다는 것이 훨씬 더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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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하지만 황보영근을 비롯한 팽중은 섣불리 아까처럼 문형일과 마익후를 향해 투지를 끌어올릴 수 없었다.
마치 주홍글씨와도 같은 검주라는 한 마디 때문이다.
그저 예전의 무림십좌의 말석도 아닌, 무림십좌 위에 군림하는 천하제일인이 된 검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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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해야 하는가.’
그중에서도 황보영근은 그의 가문이 연경에서 검주에게 한 번 크게 데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두 눈을 뜬 채로 황룡객잔을 검주에게 내어줘야만 했으니 말이다.
한데 그 황룡객잔에 무림공적인 생사마의 국연이 숨어들었다는 소리에 옳다구나 하면서 냉큼 출전을 자처한 것은 다름 아닌 황보영근이었다.
그런데 설마 그 객잔을 넘겨받은 주인이 저 어려 보이는 여인이라니, 그리고 그 여인이 바로 검주의 정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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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가 정인이라는 거야!!!”
뒤늦게 방매가 수군거림을 듣고는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주변의 무림인들은 방매보다는 마익후의 말을 더 믿었다.
괴검과 괴권이 방매 앞을 철통 같이 틀어막은 것 자체가 괴권의 말이 맞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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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백도 못 받았다고!!”
방매는 만우에게서 고백도 받지 못했는데 정인 소리를 듣는 것이 퍽 억울한 표정이었지만 주변의 수군거림이 훨씬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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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삼선녀는 우리가 맡겠소!”
그런데 바로 그때 황보영근과 팽중 뒤쪽의 인파가 좌우로 갈라지더니 하얀 도복 자락을 휘날리는 이들 수십 명이 경신법을 밟으며 황보세가와 팽가 옆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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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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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파의 화령도사(畵靈道士)다!!”
황보영근과 팽중의 눈도 커졌다. 거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모산파의 도사들이 함께 할 것이라는 소리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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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의 소식을 듣고 무림에 출도하였소이다.”
뛰어난 도술로 인해 죽은 영혼까지 불러낼 수 있다는 화령도사가 배까지 내려온 가는 수염을 손으로 꼬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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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풍권 황보영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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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언도 팽중이라 하오. 나삼선녀를 막으실 수 있겠소?”
팽중이 황보영근보다 성격이 더 급했다. 그에 팽중이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자 화령도사가 씩 웃어 보였다. 입술 위에 난 큰 점이 그에 따라 씰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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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외다. 왜 모산파가 신비문파라 불리는지 그 진면목을 보실 수 있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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