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5. 검주공적 (1) (395/400)


395. 검주공적 (1)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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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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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만. 지금 총관께서 가주께 직접 연통을 넣으러 뛰어 들어가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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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왔으니 이해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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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사합니다 전하.”

만우는 심통 난 표정을 풀지 않고서는 팔짱을 턱 하고 꼈다. 벽력손가의 문지기는 그런 만우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계속해서 눈치를 봤다.

자신의 앞에 지금 무림에 위명이 자자한 바로 그 천하제일인이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천하제일인이 그냥 평범한 검은 무복에, 검 한 자루와 수하들도 없이 떨렁 혼자 다닌다는 것이 문지기가 생각하던 천하제일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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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날 뻔했다.’

그렇기에 원래라면 그냥 헛소리 하지 말라면서 몽둥이를 들고 내쫓았겠지만 심통에 가득 찬 만우를 본 순간 문지기는 손을 몽둥이로 가져가는 대신 줄을 당겨 안에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 아마 문지기가 살면서 한 선택 중에 가장 잘 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심통에 찬 만우의 눈을 마주보는 순간 문지기는 자신이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건 누군가 말해 준 것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문지기에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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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좋아.”

만우가 팔짱을 턱 끼고 그렇게 말까지 하였으니까. 문지기는 가주님이 언제 나올까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만우의 눈치를 슬쩍슬쩍 살폈다.

다다다닥!

그런 문지기의 바람이 무색하지 않게 문 안쪽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오자 문지기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소리를 들은 만우 역시 팔짱을 슥 풀었지만 심통이 난 표정은 그대로였다.

끼익!

문이 열리고, 가문의 가보인 벽력신검의 별호를 그대로 물려받은 강동제일의 여고수인 손향이 나오자 만우가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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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청해 놓고 이리 문밖에 세워 놓다니, 벽력손가의 손님 대접이 이리 푸대접이란 것을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야 할까?”

만우의 심술궂은 말에도 손향은 순간적으로 멈칫했을 뿐, 당황하지 않았다.

무림에는 기인이사들이 모래알처럼 많다고 했다. 그들 중에 만우처럼 괴팍한 사람은 천 명도 더 넘게 있었으니 온갖 모진 풍파를 다 겪어 온 손향이 당황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향은 만우 앞에서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강동제일가라 불리는 벽력손가이나 상대는 천하제일인이며 무림왕이다.

그러니 만우에게 손향이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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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선객이 있다 하여 전하께서 직접 왕림하시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손향의 말투는 정중하였으나 그 속에 뼈가 있었다. 벽력손가의 청을 거절하고 직호모를 따라가 놓고는 우리를 탓하지 말라는 뜻이다.

만우는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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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 선객이란 작자들이 전부 본주의 손에 황천길로 가 버렸는 데도 본주를 문내로 들여보낼 건가?”

만우의 말에 손향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내 손향은 침착함을 되찾고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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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이 가는 길을 누가 막겠습니까. 들어오시지요.”

손향은 직호모가 어찌하여 만우에게 화를 입었는지 알지 못한다. 허나 손향은 만우의 말에서 대상으로 위장을 한 직호모와 그 상단이 무엇을 목적으로 남경에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검주의 심기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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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신검이 있다 하였지? 이전부터 본주는 그 검이 참으로 보고 싶었다. 중원에 소문난 신검(神劍)이라 불렸으니까.”

만우가 손향에게 말했다. 손향은 그에 자부심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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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전하께서 실망하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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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봐야지. 검으로 사기를 친 놈 때문에 본주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니, 벽력손가는 그런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말이야.”

손향은 뒷덜미가 쭈뼛하고 서는 것 같은 서늘함을 느꼈다. 그러나 손향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벽력신검이라면 제 아무리 콧대 높은 천하제일인이라고 할지라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검밖에 모르는 자라 불렸던 검주라면 더더욱 벽력신검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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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칙.]

손향은 만우를 직접 문내로 인솔하면서 손칙에게 전음을 보냈다. 손칙이 늘어진 귀걸이를 찰랑거리며 고개를 까닥 숙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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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의 말이 진짜인지 송화루에 사람을 보내라.]

직호모와 그 상단이 만우의 심기를 거슬러 화를 입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는 말은 그 안에 직호모와 그 상단이 가지고 있던 비밀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손향은 그 비밀을 손에 넣을 셈이었다.

스르륵!

손칙이 은밀하게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손향은 만우를 가주전으로 이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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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벽력신검.”

만우는 손향이 주변의 가신들을 물린 뒤 내놓은 기다란 목함을 보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손향은 그런 만우에게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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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전하. 저희 벽력손가의 자랑이자 전설 속 야장이 뇌정(雷精)으로 만들었다는 벽력신검이옵니다.”

파츠즈즉!!

손향이 목함을 쓰다듬자 그 안에서 하얀 불꽃이 팍 하고 튀어 오르며 손향의 손등을 때렸다. 하지만 벽력신공을 익힌 손향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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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독한 놈인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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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신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손조차도 댈 수 없으니까요.”

손향은 빙긋 웃어 보였다. 만우는 그런 손향의 눈에서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을 느꼈다. 손향은 천하제일검이라 불리는 만우조차도 벽력신검에는 손가락 하나 댈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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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있나?”

하지만 만우는 그에 불쾌해하지 않았다. 가문의 신기이니 손향의 저런 자부심도 얼마든지 인정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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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협.”

천하제일인인 검주를 가문에 빈객으로 초청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벽력손가에는 큰 이득이 된다.

더군다나 천자로부터 직접 무림왕으로 봉해지기까지 하였으니 무림뿐만 아니라 정계에도 큰 소리를 한 번쯤은 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벽력손가의 입장에서는 지금 검주가 벽력손가에 온 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었다.

드르륵!

때문에 손향은 목함의 뚜껑을 열었다. 받은 것이 있으면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파츠즈즉!!

목함의 뚜껑을 만지면서도 그 안에서 계속해서 하얀 불꽃, 아니 뇌전이 빠직거리면서 튀어나왔다. 아마 손향이 익힌 벽력신공이 아니면 금세 까만 재가 되었으리라 짐작이 될 정도로 강렬한 뇌기(雷氣)가 느껴졌다.

만우의 얼굴에 그 뇌기가 뿜어내는 빛이 번쩍이면서 비쳤지만 만우는 눈꺼풀 한 번 까닥이지 않고 목함의 뚜껑이 완전히 열리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척!

손향은 그런 만우의 시선을 느끼면서 목함 속 벽력신검의 검병을 손에 쥐고는 꺼내들었다.

파츠즈즈즉!!!!

그러자 벽력신검의 검신에서 일어난 뇌기가 검병을 통해 손향의 몸속으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손향이 전력으로 벽력신공을 운용하자 그녀의 몸속으로 주입된 뇌기가 벽력신공과 합일하면서 손향의 경지가 벽을 강제로 뚫었다.

화경.

손향은 중독에 가까운 고양감을 느끼면서 눈을 반개했다. 그런 손향의 두 눈에서 뇌기가 번쩍하고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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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 신가요 전하.”

하지만 손향의 고양감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원래라면 그 고양감에 한껏 도취되어 있어야 할 테지만, 만우를 본 순간 손향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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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

강제적이기는 하나 벽력신검을 쥔 손향은 화경의 고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향은 만우를 본 순간 끝도, 높이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푸른 하늘을 마주한 듯한 막막함을 느꼈다.

망망대해도,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이 치솟은 산맥도 품을 수 있는 무한한 푸른 하늘.

그 푸른 하늘 앞에서는 손향의 벽력(霹靂) 역시 한 줄기 실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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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검이군.”

만우는 백청색으로 빛나는 벽력신검의 검신을 보면서 감탄했다. 검을 만든 야장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보다도 백청색의 검신 자체가 품고 있는 뇌기가 감탄스러웠기 때문이다.

저 정도의 뇌기를 뿜어낼 정도라면 검신 자체가 뇌정(雷精)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만우는 손향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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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주가 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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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얼마든지…….”

손향이 손에 든 벽력신검을 내밀려고 하는 순간 만우가 손을 들어올렸다. 손향은 만우의 그 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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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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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의 손에 벽력신검을 올려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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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손향은 만우가 만용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만우가 지금의 손향으로서도 막막함을 느낄 정도의 고수란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력신검을 만우가 손에 쥐려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강제적으로 경지를 뚫고 화경에 올라선 손향도 벽력신검의 모든 힘을 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벽력신검이 품고 있는 힘은 경천동지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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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만우가 내민 손바닥에서 푸른 창천의 기운, 기천(氣天)이 스멀거리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만우는 손향의 눈을 보면서 씩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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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본주가 저 검을 쥘 수 없다면 벽력손가의 빈객으로 다음 오 년 동안 머물도록 하지. 허나 만약 본주가 저 검을 손에 쥘 수 있다면.”

손향의 두 눈이 커졌다. 만우가 내건 조건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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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손가가 본주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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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에 해가 되지 않는 조건이라면 본녀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손향은 벽력손가가 아니라 자신에게로 국한시켰다. 빠르게 머리가 돌아가는 손향에게 만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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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에게도 나쁜 일은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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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를 알려주신다면 고려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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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가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만우의 두 눈이 푸른 하늘을 담았다. 손향은 만우의 말에 실린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턱에 힘을 주고 등을 꼿꼿하게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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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에 견디지 못할 무게는 없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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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것도 본주가 신검을 손에 쥐었을 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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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으셔야지요.”

손향은 걱정하는 것 반, 기대하는 것 반의 심정으로 만우에게 벽력신검의 검병을 내밀었다. 벽력신검은 손향의 의중을 파악했다는 듯, 손쉽게 자신을 허락해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뇌기를 연신 토해 내며 만우를 위협했다.

흔히 무림인들은 검을 일컬어 모든 병장기의 왕,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 부른다. 허나 그 만병지왕의 주인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검주(劍主), 만우다.

만우는 가소롭다는 듯 앙탈을 부리는 벽력신검의 손잡이를 손에 쥐었다.

파츠즈즈즈즉!!!!!

벽력신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벽력신검을 쥐면 새카맣게 타 죽는다.

손향은 알려진 그대로 검병을 쥔 만우의 손 안에서 눈부신 뇌기가 치솟으며 만우의 전신을 타고 흐르자 두 눈을 크게 떴다.

벽력신검이 품고 있는 뇌기는 손향이 가늠도 하지 못할 정도다.

만우의 손으로 벽력신검이 넘어가면서 강제로 돌파했던 무공의 경지가 다시 초절정으로 돌아왔지만 손향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작게 벌렸다.

벽력신검의 주인이라고 하나 손향은 벽력신검의 진정한 힘을 본 적이 없었다.

손향을 비롯한 벽력손가의 그 어느 누구도 벽력신검의 힘을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하나.

벽력손가가 세워진 이래 단 한 명, 천 년 전에 뇌제(雷帝)라 불렸던 벽력손가 사상 가장 강한 고수였던 손무가 선보였던 신위에 대한 기록이 벽력손가에 남아 있었다.

[뇌제가 손에 벽력신검을 쥐고 휘두르자 하늘이 벽력에 의해 울었고 수평선을 가득 뒤덮었던 간악한 왜구들은 비명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까만 재가 되어 하늘로 흩날렸다.]

해안가에 위치한 강동의 지리적 특성상 아주 오래 전부터 강동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해안가를 타고 기승을 부렸던 왜구다.

그런 왜구 일 천을 단 일 검에 도륙 내었던 벽력신검의 신위가 벽력손가에 역사로 전해져 내려왔다.

파츠즈즈즉!!!

손향이 정신을 빼놓고 다른 생각을 하건 말건 만우는 손에서 앙탈을 부리는 벽력신검을 보면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뇌정을 품은 검, 벽력신검.

하지만 만우는 벽력신검의 비밀을 한 눈에 꿰뚫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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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기(仙氣)를 품은 검이라니.”

오늘이 무슨 날인 것인지 만우는 지난 수년 간 강호를 유람하면서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던 선기를 품은 검을 두 자루나 하루에 만났다.

그중 하나는 모조 신왕검을 들고 왔던 직호모였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앙탈을 부리고 있는 벽력신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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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모조처럼 죽은 검은 아니구나. 살아 있는 검이라니.”

만우는 한 눈에 벽력신검과 신왕검의 차이점을 눈치챘다.

모조 신왕검은 강제적으로 평범한 검에 선기를 머무르게 한 것이고, 이건 검 자체가 선기를 품고 있었다.

만우가 만나 봤던 신수나 성수들처럼 말이다.

웅!!!

그 순간 만우는 단전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만우가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단전에서 일어난 온기가 전신을 타고 움직이더니 만우가 쥔 벽력신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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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

그 익숙한 온기는 문경 하늘재에서 만났던 주작이 심어 놓았던 주작의 기운이다.

그 따스한 화기가 만우의 손을 타고 벽력신검으로 넘어가자 순간적으로 신검에서 느껴지는 뇌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빠지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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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는 그 뇌기를 호신강기로 버텨 내면서 벽력신검을 쥔 손아귀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기천과 뇌기가 서로 치열하게 충돌하다가 어느 순간 벽력신검의 검신에서 붉은 화기가 치솟아 올랐다.

주작의 기운.

벽력신검으로 넘어간 주작의 기운이 화기가 되어 뇌기와 함께 분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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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것을 본 손향은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랐다. 벽력신검의 뇌기를 버티고 있는 만우만 해도 놀라울 지경인데 갑자기 화기가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우는 화기가 솟아오른 순간 뇌기의 기운이 한풀 꺾인 것을 느꼈다.

주작의 기운은 원래 벽력신검이 품고 있던 기운이 아니라 만우의 몸을 타고 넘어가 뇌기를 밀어내고 자리를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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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만우의 전신에서 기천이 뭉글거리면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피어오른 기천이 벽력신검을 감싸 안자 벽력신검이 발작적으로 뇌기를 흩뿌리면서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도처럼 밀려드는 만우의 기천 앞에 벽력신검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화르르륵!!!

벽력신검의 뇌기를 찍어 누르는 것은 비단 만우의 기천뿐만이 아니라 주작의 기운도 함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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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날 괴롭히지 마!]

그 순간 벽력신검으로부터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만우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만우는 그것이 벽력신검의 뇌정(雷精), 아니 이제는 검령(劍靈)이 된 선기의 주인임을 눈치채고는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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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검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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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뇌기를 다루는 자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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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기를 다루지 못하는 본주의 손에 붙잡힌 놈이 말은 잘하는구나.”

만우가 비릿하게 웃으며 기천으로 벽력신검을 찍어 눌렀다. 그러자 더 이상 검령의 목소리가 만우의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벽력신검.

벽력신공을 익히지 않은 자는 손가락만 가져다 대더라도 까맣게 타 죽고 만다는 전설 속의 그 신검이 만우에게 완벽하게 제압을 당한 것이다.

우웅!!!

하지만 기이한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압을 당한 벽력신검으로부터 웅웅거리는 공명음과 진동이 일어나더니 기천으로 둘러싸인 벽력신검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천 사이로 붉은 빛이 치솟더니 주작의 기운이 스윽 하고 빠져나와서는 꾸물거리면서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눈을 가늘게 좁혀 뜬 만우가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사이 그의 주변을 꿀렁이면서 물들이고 있던 기천이 주작의 기운과 합일하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작은 폭풍이 일어나듯 기천과 주작의 기운이 합일하기 시작하자 만우는 빠르게 내공이 소모되는 것을 느꼈다. 그 속도가 제법 빨랐기 때문에 만우는 몸속에서 내공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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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기이한 현상이었지만 그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만우는 내공을 끊지 않았다. 개인적인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그렇게 16갑자에 달하는 만우의 내공이 절반까지 줄어들었을 때, 무려 8갑자가 되는 내공을 꿀꺽한 주작의 기운과 기천이 서서히 안정화가 되면서 그 안에 가려졌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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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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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신검!!!”

그 안에 드러난 것이 검이었고, 그 외형이 벽력신검과 똑같았기에 손향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벽력신검과 합일된 기운이 가라앉으면서 드러난 검에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뇌정을 품어 백청색을 띈 벽력신검과는 달리 새로이 만들어진 검의 검신은 명확하게 푸르렀다.

푸른 철이란 것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푸른 철로 검을 만든다면 저런 색의 검신을 띌 것 같았다. 또한 만우는 그 검심의 푸른색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푸른 하늘, 기천.

그 푸른색이 검신의 푸른색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또한 검병은 주작의 기운과 합일이 된 탓인지 붉은색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색이 검신과 묘하게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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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더니. 이거였나?”

만우는 주작이 자신에게 그녀의 기운을 남긴 이유를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신수인 주작은 만우가 검을 잃을 것까지 예측한 모양이었다.

휘익!

처억!

만우가 허공섭물로 새로이 탄생한 검에 손을 까닥하자 새로운 검이 만우의 손으로 날아들어서는 손에 착 하고 감겼다.

그리고 검을 손에 쥐는 순간, 만우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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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이 되지 않은 검이다.’

새로운 검은 매우 뛰어났으나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손색이 없는 명검이나 만우는 이 검이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쿵쿵!!

그렇다면 지금도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검이, 제대로 완성이 되면 어떻게 될까?

만우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의제, 간장을 떠올렸다.

세계제일검(世界第一劍)을 만들어 주겠노라 불철주야 노력을 하는 간장.

만우가 아는 한 최고의 실력을 가진 검장(劍匠)인 간장이라면 이 검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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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만우는 손가락으로 푸르른 검신을 쓸었다. 그러자 검신이 키잉 하고 떨면서 주인을 알아보는 것처럼 검명(劍鳴)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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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천을 담았으니 기천검(氣天劍)이라 부르도록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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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흐뭇하게 손에 들린 한 자루의 검을 보면서 웃고 있는 만우의 모습에 손향은 말을 더듬었다. 믿을 수 없는 기사(奇事)가 연달아 눈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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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시 가져가도록.”

만우가 손가락을 까닥하자 기천에 짓눌려 있던 벽력신검이 스르륵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원래 들어가 있던 목합 속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그런데 원래라면 건들기만 해도 짜증스럽게 뇌기를 뿜어냈을 벽력신검은 신혼 초야의 새색시처럼 고분고분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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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신검이.’

손향은 크게 충격을 먹었다. 벽력신검의 저 모습은 만우에게 완벽히 굴복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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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신검이라 했지.”

만우는 자신의 품 안에 검집조차도 없는 기천검을 소중하게 끌어안고서는 손향에게 말했다. 그런 만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손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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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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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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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우의 칭찬에 손향은 경악이 조금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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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쥐더라도 마치 원래부터 쓰던 검처럼 손에 딱 맞는 검이다. 저 검을 만든 검장은 분명 검을 수천 자루는 만든 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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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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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했지.”

만우는 흐뭇하게 웃으며 푸른 검신에 붉은 검병을 한 기천검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러자 마치 기천검이 만우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키잉 하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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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물도 얻었으니 한 가지 충고를 해 주도록 하지.”

만우의 말에 손향의 두 눈이 커졌다. 그리고 손향은 얼른 옷매무새를 고쳤다. 만우 정도 되는 고수가 해 주는 충고는 그냥 충고가 아니라 그의 심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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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劍靈)이란 것, 들어 본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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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본 적 있습니다.”

검을 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쳐 지나가면서라도 검령이란 것을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그것은 손향도 마찬가지다.

검령.

말 그대로 검의 혼령을 뜻한다. 한 무인이 오랫동안 소중히 여기며 휘둘러 온 검에는 영혼이 생긴다 무림인들은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병장기를 자신의 애인마냥 소중하게 다뤘다. 그게 얼토당토 않는 말이라고 하기에 무림인들 중에는 병장기의 목소리를 들은 자들이 있었다.

신검합일(身劍合一).

무아지경(無我之境).

망아지경(忘我之境).

벽을 넘은 무림인들이 다들 한 번씩은 겪어 본 기이한 그 경험들은 바로 그런 것들에서 기인했다.

어느 순간 병장기가 자신에게 말을 하는 느낌이 들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정신이 들면 벽을 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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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에게도 있으니 잘 다뤄 봐. 그놈이 뇌기의 주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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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향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목함을 쳐다봤다. 만우의 말에 벽력신검은 별 다르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손향은 만우의 말을 의심할 수 없었다.

벽력신검을 제압하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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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너무 그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진 말도록. 신병이기에 무인이 의지하는 순간, 네 경지는 그 자리에서 평생 답보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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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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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가 무공에 대해 모르는 것은 없다.”

손향이 숨기려고 했던 비밀이 만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벽력신검을 쥔 손향은 초절정 고수에서 단박에 화경의 고수가 된다.

허나 그 때문에 손향의 경지는 초절정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가 돼 버렸다.

강제적으로 화경의 경지에 들게 된 순간 그녀의 힘으로 초절정에서 화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깨달음을 잃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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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말고 깨달음을 갈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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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란 자리가 그리 만만하지 않은 터라.”

손향은 쓰게 웃었다. 그리도 노력하여 손가의 가주 자리에, 여성의 몸으로 앉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녀를 가주로 만들어 주었던 무공의 수련에는 소홀해졌다.

강동제일가를 경영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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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은 결국 무공으로 말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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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겠습니다.”

손향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쨌거나 벽력신검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손향이 얻은 이득은 작지 않다.

물론 만우의 손에 벽력신검을 쥐어 준 덕분에 손향은 만우가 부탁하는 것을 하나 들어줘야만 하게 되었지만 손향은 그것이 손해는 아닐 것이라는 직감을 강하게 느꼈다.

새로운 천하제일인과 어떤 식으로든 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벽력손가에게는 득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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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님!”

그런데 그때 가구전 바깥에서 손향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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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면산군과 필수교어가 검주 대협을 찾아왔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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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옥면산군과 필수교어라는 소리에 손향이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다가 만우를 보고서는 멈칫했다. 정사지간의 벽력손가이나 강과 해안가에 인접한 벽력손가는 수적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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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연유냐!”

그 때문에 손향은 한 번 필수교어에 대해서 참고는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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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대로 읊어 보자면.”

만우는 가구전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감령과 필두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은 무언가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만우는 기이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건 스스로의 손으로 천명을 끊고 탈각자가 된 후로 처음으로 느껴보는 일종의 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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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수리 객잔에 변고가 생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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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수리 객잔? 전하, 혹시…… 큿?”

손향은 고개를 돌려 만우를 쳐다보려는 순간 거대한 파동이 자신을 덮친다는 것을 느끼고는 크게 놀라며 벽력신공을 끌어올렸다.

꽈릉!

그러자 손향의 몸속에서 뇌우가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손향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볼 수 있었다.

후두둑!!

방금 전까지 만우가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박살이 나 버린 바닥과 구멍이 난 천장에서 후두둑거리며 떨어지는 잔해만이 그곳에 방금 전까지 만우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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