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 누가 앞길을 막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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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누가 앞길을 막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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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누가 앞길을 막아 (2)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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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군영이가 알았으면 하오. 그러니 괜찮소.”
혹여라도 동군영이 주변을 둘러봤을 때 누군가라도 그를 응원하고 있다면 그것은 동군영에게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것을 설미수는 알고 있기에 쉬이 들어간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 저 역시도 동군영이 선택한 길일 것이기에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동군영이 비록 소심하다고는 하나 소심하다고 하여 자신이 하기 싫은 일까지 억지로 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설미수는 잘 알고 있었다.
소심한 것과는 달리 동군영의 심지는 굳건하다.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남에게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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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다치지만 말아다오.’
설미수는 가슴을 졸이며 동군영을 쳐다봤다. 그런 동군영의 뒤로는 높이 솟은 단상의 한 가운데 편한 자세로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만우가 설미수의 눈에 들어왔다.
왕(王).
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설미수는 만우에게 왕이란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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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리.”
필두는 그런 설미수에게 말했다. 설미수가 만우를 쳐다보고 있는 줄은 모르고 그가 동군영을 걱정하고 있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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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군영 나리는 열심히 성장하고 계시니.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나도 대장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필두도 때마침 만우를 입에 담았다. 설미수는 동군영이 비무대 위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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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공께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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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일쯤이면 이 비무대회도 끝나겠지요.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너무 가슴을 졸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두는 설미수를 진정시켰다. 그렇게 오늘의 비무대회가 끝나고 이제 남은 것은 총 8명이다.
그 여덟 명 중에 내공이라는 쥐뿔도 없는 동군영이 한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다음 대진표가 붙은 것을 보고 온 감령이 설미수와 필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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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에는 힘들겠는데?”
감령이 어깨를 으쓱했다.
동군영이 그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6강에서 상대했던 무당파의 다른 삼대제자를 만나는 것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동군영의 다음 상대는 무당파의 제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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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야. 일류.”
감령의 말에 필두가 설미수에게 말했다. 차라리 상대가 일류 정도로 동군영과 실력 차이가 명확하게 난다면 오히려 더 수월할 것이다.
몸 성히 패배하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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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소.”
설미수는 그런 필두의 말에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군영이 지기를 바라야 하는지, 승리하기를 바라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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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을 응원해 주십쇼.”
필두는 설미수에게 조언했다. 동군영은 저기 위에 오른 것 자체가 동군영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허니 결과보다는 과정을 응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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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 과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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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짝에 앉아 있는 양반 정도가 아니라면 살아가면서 몇 번 실패하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필두의 말에 설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두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동군영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가 한 일이 장하다고 칭찬을 해 주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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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군영아.’
설미수가 입 속으로 동군영을 만나면 꼭 해 주고 싶은 말을 되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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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이십니까들.”
문형일은 황룡객잔, 아니 이제는 발우수리 객잔이 된 객잔의 문을 빼꼼히 열고서는 불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가 괴검임을 알아본 중언도(重言刀) 팽중과 섬풍권(閃風拳) 황보영근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그 둘이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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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의 명을 받고 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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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公敵) 국연이 이곳에 있다는 연통을 무림맹으로부터 받았소.”
문형일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이 둘은 문형일도 안면이 있는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몸에서 풍기는 기세를 잘 갈무리하고 있었는데 그렇다는 것은 그들이 알아 주는 고수라는 뜻이다.
하북팽가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단인 군상단(群象團)의 단주인 팽중은 강호에 출도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 한 말을 어긴 적이 없다하여 중언도로 유명한 이였다.
그런 팽중의 옆에 선 황보영근은 황보세가에서 자랑하는 호랑당(虎狼黨)의 당주로 섬풍권(閃風拳)이라 불렸다.
둘 다 절정의 극에 달한 고수들로 하북팽가와 황보세가에서 자랑하는 고수들이다.
그런 그들이 발우수리 객잔에 왔다는 것은 그 둘이 각기 이끄는 군상단과 호랑당도 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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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객잔은 대장님의 반려께서 황보세가로부터 직접 받은 객잔이외다. 황보 대협이라면 아실 터.”
만약 군상단과 호랑단이 이 근처에 있다면 저들과 힘 대 힘으로 부딪친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물론 호선에 마익후까지 합세하고, 권비와 함께 나온 금의위들이 함께한다면 굳이 상대하지 못할 것은 없으나 그렇게 되면 발우수리 객잔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발길이 뚝 하고 끊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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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소.”
황보영근이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을 리 없다. 허나 이건 가문의 일이 아니라 무림맹의 일이고 정파의 일이다.
특히 연경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황보세가에서 그런 일에 나서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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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이 안에는 황상의 총애를 받는 후궁께서도 와 있으시오. 그렇다는 말은 금의위도 와 있다는 소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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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소.”
하북팽가와 황보세가에서 그런 것을 모르고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그것들을 전부 감안하고 움직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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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문.’
틀림없이 하북팽가와 황보세가에게 입김을 넣은 것이 활인문이리라. 활인문이 아닌 다음에야 이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이 발우수리 객잔에 군상단의 단주와 호랑당의 당주가 직접 찾아올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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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무림왕 전하의 영역이기도 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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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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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일은 마지막으로 만우가 번왕으로 왕위를 받았다는 것까지 거론했다. 제 아무리 하북팽가와 황보세가라고 해도 번왕과 얼굴을 붉히는 것은 무림인 만우와 충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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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가의 명을 받고 나온 것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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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하지만 그런 문형일의 마지막 한 수는 황보영근과 팽중에게 통하지 않았다. 문형일은 그 둘이 말하는 것을 보면서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세가의 명을 받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이로 인해 벌어질 문제를 전부 자신들이 떠안겠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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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활인문과 마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오?”
황보영근과 팽중이 이렇게 나올 정도로 활인문에서 양 세가에 강하게 압력을 넣었다는 소리다. 대체 마의와 활인문 사이에 무슨 악연이 있길래 활인문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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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문에서 대체 그대들에게는 무엇을 약속한 것이오.”
또한 활인문에서는 그 대가로 양 세가에 엄청난 것을 약속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는 군상단과 호랑당이 이렇게 전부 나설 리가 없다.
고오오!
문형일이 물었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대신하여 팽중과 황보영근이 공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문형일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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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활인문이 황상의 분노를 피해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 생각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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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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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과 황실이라. 대체 하북팽가와 황보세가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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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답무용(問答無用).
이미 전의를 다진 황보영근과 팽중을 보면서 문형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밀었다. 제 아무리 활인문이 대단하다고 해도 설령 천하제일인과 황실을 적으로 돌릴 만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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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고작 그대들뿐이오?”
문형일은 군상단과 호랑당이 하나 둘씩 기세를 드러내는 것을 느끼면서 황보영근과 팽중에게 물었다.
그 둘은 문형일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우가 없으니 그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 문형일에게까지 전해졌다.
문형일은 그것을 느끼면서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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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보였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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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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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일의 주변으로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문형일은 초절정의 고수다. 그렇다는 것은 팽중과 황보영근이 합공을 하더라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문형일은 혼자다.
아니 설령 객잔 안에 괴권인 마익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 봤자 초절정 고수 두 명에 불과하다.
반면 군상단과 호랑당을 합치면 그 수가 무려 일백 오십이다.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데려온 이들의 수가 일백 오십이다.
절정의 극에 달한 고수 두 명에 전원 일류로 구성된 일백 오십의 고수.
이들이면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두 명의 초절정 고수들을 능히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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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괴검이 천하제일인의 밑에서 수하를 자처한다고 하여.”
그러나 황보영근과 팽중은 문형일과 마주한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건 일종의 육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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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 정도로 이 문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을 후회하게 해드리겠소.”
황보영근과 팽중은 그런 문형일을 보면서 자신들이 간과한 것을 한 가지 깨달았다.
지형의 이점.
문형일은 장판교를 홀로 막아선 장비처럼 발우수리 객잔의 문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는 허리춤의 곡도에 손을 올렸다.
문형일은 지켜야 하는 입장이니 굳이 움직일 필요 없다.
저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입구만 막아서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황보영근과 팽중이 점하려고 했던 수적 우세의 이점이 절반이 돼 버린다. 좁은 문 앞에 버티고 선 이상 한 번에 달려들 수 있는 인원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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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오.”
괴검 문형일이 공력을 끌어올린 채 안광을 번뜩이며 황보영근과 팽중을 향해 말했다. 황보영근과 팽중은 그런 문형일을 보면서 이를 악물고는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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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국연을 추포하라!!!”
우와아아아!!!!
군상단과 호랑당의 무인들이 황보영근과 팽중의 뒤를 따라 발우수리 객잔을 향해 달려들었다.
*****
선비가 검을 들었다는 이 사실을 꼬장꼬장한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듣는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동군영은 자신에게 몰아치는 검격을 받아 내다가 문득 그런 소리를 들었다.
캉-! 캉-!!
동군영의 손바닥은 이미 누적된 충격으로 인해 마비가 된 것처럼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핏물이 배어나오는 것을 보니 손바닥이, 호구가 찢어진 것이 분명했다.
데구르르!!
파바박!!
동군영은 머릿속에서 파편처럼 흘러가기만 하는 수많은 생각들을 물처럼 흘려보내며 본능에 따라 바닥을 굴렀다.
그러자 동군영이 구른 곳으로 강무의 매서운 주먹이 비무대의 바닥을 사정없이 찌르고 지나갔다.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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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하악, 하악.”
폐가 찢어질 것 같았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뼈가 시큰거렸다. 다리는 힘이 빠져 달달 떨리기 시작했고 검을 쥔 팔에서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군영은 바닥을 구르고 또 굴렀다.
무서웠으니까, 아프고 싶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도 그리 쉽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콰각! 콰가가각!!
소림의 최연소 나한당주인 강무는 그런 동군영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공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은 동군영임에도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어떻게든 강무의 공격을 계속해서 피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동군영이 내공 한 톨 없는 일반인이란 것이 강무로 하여금 마음을 독하게 먹지 못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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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 검주 만우가 엄포를 놓은 바로 그자.’
무천대사로부터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바로 그자가 눈앞의 이 선비란 것을 강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의 추는 이미 강무에게로 기울어 있었다.
동군영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처절하게 바닥을 구르는 일밖에는 없었으니까.
동군영의 살짝 풀린 듯 보이는 눈과 부들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몸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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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러면서까지도 포기하지 않는 것인가.’
강무가 궁금한 것은 동군영이 왜 저리 처절하도록 승리하려 하느냐였다. 동군영은 무림인이 아니다. 기본기와 체력이 튼튼하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류 고수 정도에게 까지만 통하는 법이다.
더군다나 만약 지금이 비무가 아닌 실전이었다면 저 선비는 삼류 무사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의 방심과 이곳이 비무대회라는 그 특수성 때문에 어찌어찌 8인에 들었다고 해도, 자신을 만난 이상 저 선비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 대체 왜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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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혹여나 힘과 실력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나 싶어 강무는 주먹에 공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주먹을 내뻗자 권풍이 팡 하고 터져 나가면서 동군영을 스치고 지나갔다.
일부러 동군영을 빗나가도록 쏘아 보낸 권풍은 동군영을 스쳐지나가서는 비무대의 바닥을 크게 할퀴었다.
그러면서 튄 파편이 후두둑 하고 동군영의 다 헤진 두루마기에 맞았지만 그는 여전히 풀린 눈을 한 채 강무를 향해 낡은 철검을 들어올렸다.
뚜둑!
챙그랑!
그 철검을 강무가 손등으로 후려치자 결국 금이 간 철검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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