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0. 호광 비무대회 (4) (380/400)


380. 호광 비무대회 (4)
2022.08.20.


데엥-!!!


“자! 그러면 이차전을 시작하겠소! 사대 사! 같은 조끼리 모였으면 바로 건너편에 있는 상대와 싸워 이긴 조가 다음에 진출하오!!!”

공력으로 증폭시킨 만박자의 목소리가 비무대 위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동군영은 두근거리는 가슴께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 얼마나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뛰는지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척사영이라. 이름이 참 멋지오.”

주고후는 동군영에게 물어봐서 알아 낸 척사영의 이름을 입 속으로 되뇌었다. 동군영은 긴장하는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주고후를 부럽다는 듯 쳐다봤다.


“긴장하지도 않으십니까.”

“긴장? 긴장이라.”

주고후는 피식 웃었다. 몇 만의 군대가 격돌하는 그 전장에도 섰던 주고후다. 고작해야 상대가 네 명밖에 안 되는데 주고후가 긴장 따위를 할 리 없다.


“최선을 다해 부딪치면 그만이오. 더군다나 죽고 죽이는 전장도 아니지 않소.”

주고후는 그리 말하면서 자신들의 곁으로 쭈뼛거리며 다가온 같은 조원들과 상대 쪽에 선 네 명을 보고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죽고 죽이는 전장이 아니라면 내가 질 일은 없소.”

주고후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듬뿍 묻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비무대회에 출전한 이들 중 태반은 별 볼일 없는 오합지졸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명심에 어떻게든 얼굴이라도 알릴까 나온 고만고만한 자들이 태반이었다. 개중에서 쓸 만한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니 척사영과 슌스케의 비범함이 주고후의 눈에 확 띈 것이다.


“척사영이란 낭자는 무엇을 좋아하오?”

그렇기에 주고후는 상대가 될 네 명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동군영이 그런 주고후의 질문에 난처해하자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상대편이 발끈했다.


“개봉의 장이라고 한다! 장가사검(長家四劍)이라 불리고 있지! 들어는 봤느냐!”

동군영은 형제로 보이는 네 명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두 눈에 긴장이 서렸다. 그것은 주고후를 제외한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동군영이야 만우에게 수련만 죽도록 당해 봤지 한 번도 누군가와 겸을 제대로 겨뤄 본 적이 없었고 나머지 둘은 실력이 고만고만했다.

그리고 주고후는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 명을 맡아 보시겠소?”

주고후는 오히려 원하면 그렇게 해 주겠다는 듯 동군영에게 물었다. 그러자 동군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 한 명을 말이오?”

“소심함에도 검을 쥐고 나왔으니 그대가 쌓은 성과를 한 번 시험해 보겠다는 뜻일 터. 난 그쪽에게 잘 보여 척 낭자를 만나고 싶으니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는 것이오.”

동군영의 눈가에 망설임이 서렸다. 하지만 동군영은 그 망설임을 내리눌렀다. 나아가야 한다. 휘두르지 않는 검은 백날 배워 봤자 소용이 없다.

만우도 그것을 알기에 자신을 이곳에 내보낸 것이리라.

혼자서 휘두르는 검과 남을 상대하면서 휘두르는 검은 다른 법이니 말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동군영은 용기를 냈다.


‘나도 할 수 있다!’

만우는 천하제일이다. 천하제일에게 검을 배웠으니 자신에게도 어쩌면 자신이 모르던 무엇인가가 생겨났을 수도 있다.

그것이 동군영으로 하여금 용기를 내게 했다.


“부탁드리겠소.”

동군영의 눈동자에 서린 망설임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결연한 의지와 긴장감이 채우자 주고후는 씩 웃었다.

동군영의 무위는 별 볼 것이 없었지만 저런 용기를 내는 이를 주고후는 마음에 들어 했다.


“걱정은 하지 마시오. 위험하면 내가 끼어들 테니.”

“이, 이이익!!!”

주고후가 굳이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기 때문에 장가사검이라 불리는 사 형제의 목까지 시뻘겋게 물들었다.

사람을 앞에 놓고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저것은 도를 넘어선 행동이기 때문이다.


“본때를 보여 주자!”

“장가사검의 이름을 강호에 알리자!”

“차앗!!‘

사형제답게 그들은 한 몸이 된 듯 능숙하게 합격진을 짜서는 주고후에게 달려들었다. 주고후는 달려드는 그들을 심드렁한 눈으로 쳐다봤다.

주고후의 무위는 일류와 절정의 사이. 반면 저들은 합격진이라고 짜서는 달려오고 있었으나 잘 쳐 줘야 삼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오합지졸들이다.

이류 정도라면 그래도 어디 표국이나 중소문파를 들어가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삼류면 내공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풋내기들.

주고후는 그 사형제 중 가장 약해 보이는 이를 골라서는 씩 하고 이를 드러냈다.


“동 선비는 가장 왼쪽에 있는 저자를 맡으시면 돼요.”

“예. 예?”

주고후의 말에 동군영이 눈을 크게 떴지만 그 사이 주고후는 달려드는 장가사검 사이로 파고들어서는 가장 왼쪽에 있는 사형제 중 하나를 끊어 냈다.

퍼벅!

퍽!

퍼버벅!


“끄악!”

“끅!”

“꺼억!”

그리고 주고후가 손을 몇 번 휘적거리자 장가사검 중 셋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주고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 차이였다.

그에 형제들을 위해 달려들려던 남은 장가사검 중 하나가 멈칫거렸다. 주고후는 그를 보면서 씩 웃은 후 턱짓으로 동군영을 가리켰다.


“네 상대는 저기 있는 선비. 이기면 몸 성히 보내 주마.”

장가사검의 형제 중 유일한 생존자는 자신이 주고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주고후가 내민 조건에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이오?”

“그러면. 여기서 다 이 꼴로 만들어 줄까?”

입에 거품을 문 채 기절한 형제들을 본 생존자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형제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도 저 꼴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왕 떨어진다면 몸이라도 성하게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믿겠소.”

“아참. 저 나리가 다쳐도 안 된다?”

스윽

장가사검의 생존자는 동군영을 쳐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동군영이 딱딱하게 굳자 장가사검의 생존자는 그 와중에도 씩 웃어 보였다.

한눈에 동군영의 상태가 가늠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이오.”

장가사검의 생존자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동군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압!!!”

동군영의 얼굴에 서린 긴장감이 더욱 짙어졌다. 동군영의 어깨와 팔, 다리는 딱딱하게 굳어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도 없어 보였다.

그런 동군영을 보며 장가사검의 유일한 생존자는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멀쩡하게 비무대회를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일단 지고 나서 나가는 것이기는 하여도 몸 멀쩡히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차후라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는가.


‘무림의 원한은 백 년이 가도 빛이 바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장가사검의 유일한 생존자는 주고후를 보면서 복수심을 불태웠다. 그대로 장가사검의 손에 들린 검이 휘둘러졌다.

후웅!!


“으윽!”

비무대회라고는 하지만 당연히 무림인인 만큼 전부 진검의 소지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동군영은 날아드는 시퍼런 예기가 서린 검을 보고는 겁을 집어먹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났다.

후웅! 후웅!!

그런 동군영을 향해 후속타가 연달아 날아들었다. 동군영은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자신을 베어 버릴 것 같은 검의 예기에 바짝 얼어붙었다.


“히이이익!”

 

 
동군영은 새된 소리를 지르면서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표정으로 날아오는 검을 지켜봤다. 그리고는 다시금 검이 동군영을 베기 직전에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종이 한 장 차이로 검을 피해 냈다.

당장이라도 검에 베여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는 동군영의 상태였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자 동군영을 지켜보던 주고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잘…… 피하잖아.”

동군영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장가사검의 검을 피해 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검이 그의 털끝도 베지 못했다.

항상 못 피할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동군영의 몸이 아슬아슬하게 움직여 결국 검로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이익!!”

후웅! 후웅! 후우웅!!!

그런 상태가 지속되자 장가사검도 당연히 입 안이 바싹바싹 마를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툭 쳐도 항복할 것 같아 보이는 서생이 자신의 검을 계속해서 피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검만으로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해 보이는 상대였는데 그 상대가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종이 한 장 차이로 자신의 검을 피해 내고 있었다.

그 사실이 장가사검을 자꾸만 약이 오르게 만들었다.


“후우, 후우!”

어느새 장가사검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었다. 공격 일변도로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하지만 동군영은 그런 장가사검보다 훨씬 더 숨을 헐떡였다.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격하게 몸을 움직이다 보니 체력 소모가 장가사검보다 훨씬 더 컸던 것이다.

그러나 주고후는 동군영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냥 서생이 아니군.’

동군영은 그가 말한 대로 처음 이런 자리에 나와 본 듯 자세가 어설프고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켜보다 보니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주고후는 눈치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날아오는 검에서 눈을 떼지 않아.’

동군영은 장가사검이 휘두르는 검에서 눈을 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동군영 정도로 몸이 바짝 굳고 긴장했다면 날아드는 검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지레 포기해서 눈을 감을 법도 했다.

하지만 동군영은 단 한 번도 눈을 깜박이지 않고 날아오는 검을 끝까지 쳐다봤다.


‘품(品)자 형태의 보법. 서생 같아 보이는데 하체 힘도 제대로 들어가 있고. 기본기가 탄탄한데.’

일류의 경지에 오르는 것만 해도 보통의 검을 쥔 이들에게는 요원한 일이다. 거의 십 년 이상을 검을 휘두르는 것에만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일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 위의 절정이나 초절정, 그 이상은 훌륭한 스승과 수백 년 동안 체계화가 된 내공심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류 정도의 수준까지는 내공 심법의 유무에 상관없이 기본기와 실전 감각만으로도 얼마든지 승부의 추가 뒤집힐 수 있는 수준이기도 했다.

그만큼 기본기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지까지가 일류이다. 그렇기에 주고후는 장가사검의 검을 피해 내는 동군영의 기본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훌륭한 스승을 둔 것인가? 보기에 비해 체력도 괜찮아.’

동군영은 훌륭한 기본기와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상대의 검에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는 배짱도 있었다.


‘실전 감각만 더해진다면 무섭도록 성장하겠군.’

주고후는 왜 동군영이 이런 비무대회에 출전하였는지 이해했다. 동군영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 감각과 자신감이었다.

만약 그 두 가지만 갖춰진다면 동군영이 일류의 경지에까지 오르기까지는 시간문제일 것이라 주고후는 예상했다.


‘길어야 5년.’

선비라 부르는 것을 보니 검과는 별로 인연이 없어 보였지만 만약 검을 계속해서 잡고 실전을 경험한다면 길어야 5년이면 일류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주고후는 동군영에게 은근한 호승심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점점 장가사검의 검을 여유를 두고 피해 내기 시작한 동군영을 쳐다봤다.


“으아아악! 왜 안 맞는 것이냐아아아!!! 헉헉!!”

점점 더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 동군영과는 달리 장가사검은 악을 지르면서 동군영을 향해 맞지도 않는 검을 휘둘렀다.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오니 검 끝은 더욱더 많이 흔들렸고 결과적으로 동군영에게 훨씬 더 많은 여유를 주고 있었다.


“훅, 훅, 훅.”

동군영은 어느새 무분별하게 낭비되던 호흡을 스스로 조절하기 시작했다. 체화되어 있던 만우의 기본기가 알게 모르게 장가사검의 검을 피하면서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만우는 동군영을 철저히 기본기 위주로만 훈련을 시켰다.

마보 자세로 체력과 하체의 근력을 길렀고 찌르기와 상단, 하단베기 만을 몇 천 번씩 시켰다.

어차피 동군영의 재능은 만우가 상승검법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그것을 소화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만우는 동군영에게 많은 것을 보여 주었다.

검의 세계.

만우와 함께 온갖 일을 겪으면서 동군영은 만우의 곁에서 무수히 많은 검들을 보고 느꼈다.

비록 그것이 동군영에게 온전히 녹아들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지금까지 옆에서 보고 경험한 것이 전부 다 허투로 흘러 나가는 것은 아니다.


‘만우가 휘두르는 검보다 느려.’

그 어떤 검도 만우가 휘두르는 검보다 빠를 수 없다.


‘만우가 휘두르는 검보다 단순해.’

그 누가 휘두르는 검도 만우가 휘두르는 것보다 화려할 수는 없다.


‘만우가 휘두르는 검보다 약해.’

세상 그 누가 오더라도 만우가 휘두르는 검보다 강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동군영은 점점 더 장가사검의 검을 피하는 것이 쉽게 느껴졌다. 피하는 동군영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이렇게 쉽다고?’

‘무림인인데?’

‘검만 매일 쥐고 살아 온 이인데.’

동군영은 아직 철검을 뽑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피하고만 있음에도 장가사검은 점점 더 지쳐 가고 있었다.

동군영은 자신을 보면서 파르르 떨리는 장가사검의 눈을 보고는 깨달았다.


‘약자의 눈이다.’

저것은 자신을 강자(强者)로 쳐다보는 약자의 눈이다.

동군영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강자가 되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동군영은 저런 약자의 눈을 보자 어찌할 줄을 모르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때, 장가사검의 눈이 돌변했다.

무림인은 끝까지 최후의 한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는다. 검에 모든 것을 건 이들이기 때문에 이들 앞에서는 찰나의 빈틈도 치명적으로 돌아오게 된다.

쉬익!!!

동군영이 흔들리는 것을 포착한 장가사검이 매섭게 그 빈틈을 찌르고 들어왔다. 그에 동군영이 당황해 딱 굳은 순간 검은 그림자가 장가사검의 뒤에 내려앉았다.

퍼억!!!


“끄르…….”

“뭐 끼어들진 않기로 했지만.”

주고후는 허물어지는 장가사검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자신이 어기게 된 셈이다.

허나 동군영을 안전하게 지켜 주겠다고 한 것도 주고후가 한 말이다. 거기에 주고후는 동군영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 여무사가 이자를 가르친 것인가?’

대체 누가 이렇듯 완벽할 정도로 이 허약한 선비에게 기본기를 주입시킨 것일까. 동군영의 몸에는 그 기본기가 각인되듯 새겨져 있었다.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자신이 해낸 일에 스스로가 놀라 그 마지막에 빈틈을 드러낼 리 없다.


“그대가 품에 안은 그 검은 장식이 아니오. 모든 것을 걸고 비무를 하는 것이니, 망설이지 마시오. 그 망설임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음이니.”

“아…….”

동군영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주고후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주고후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하오.”

“내 입으로 한 약속을 지켰을 뿐이오. 그러니 그 여인을 내게 소개시켜 준다는 말, 잊지 마시오.”

주고후가 동군영을 보면서 씩 웃었다. 동군영은 여전히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은 채 땅에 쓰러진 장가사검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동군영의 머릿속에 만우의 가르침에 따라 검을 수백 번, 수천 번도 넘게 휘두르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만우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이것이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제는 만우의 가르침의 효과를 부정할 수 없다.

효과가 있었다.

꿀꺽.

하지만 동시에 이 검이란 것이 자신을 정말로 죽일지도 모르는 확실한 세상 속에 자신이 발을 내딛었다는 무게감이 확 느껴졌다.

검(劍).

검 끝에서 벌어지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

그것이 확 실감이 났다.


[무림의 세계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나으리.]

만우의 전음이 동군영의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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