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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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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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들 (4)
2022.08.06.
생사마의 국연은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나온다면 국연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제자를 만들지 않고 홀로 떠돈 국연과는 다르게 청수신의 이극은 활인문을 만들어 제자들을 길러 냈으니까.
그 제자들이 의원이 되어 중원 전체를 누비며 쌓은 신망과 명성은 금자탑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나도 생각이 있어 이리 온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게.”
국연은 딱 잘라서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도 있었다.
“걱정은 무슨! 오늘 입은 피해가 얼마인데. 할아버지가 책임지실 거예요?”
방매였다.
방매가 허리에 손을 척 올려놓고 따지자 국연이 고개를 돌려 문형일을 쳐다봤다. 문형일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분의 반려십니다.”
“반려는!!!”
“호오. 천하제일검의 반려라?”
방매가 얼굴을 붉히면서 문형일에게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국연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방매를 아래위로 훑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군.”
“조선의 옹주십니다.”
“허어!”
국연은 문형일의 말에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설마하니 조선의 옹주가 객잔의 주인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과드립니다, 옹주. 이 늙은이가 옹주께 피해를 끼치게 되었소. 어찌 갚으오리까?”
국연이 저자세로 나오자 방매의 기세가 슬쩍 누그러졌다. 안국방의 조 씨 할아범을 연상시키는 국연의 모습에 더 이상 큰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 음…….”
입을 우물거리던 방매가 눈을 반짝하고 떴다.
“할아버지. 의원이세요?”
생사마의 국연을 모르는 무림인은 없다. 하지만 무림인이 아닌 일반인은 다르다. 국연은 신선한 질문에 허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 늙은이보다 의술에 밝은 이는 이 중원에 없을 겁니다.”
그것은 청수신의 역시 마찬가지다. 청수신의가 제자를 기르는 동안 국연은 전국을 홀로 떠돌아다니면서 의술을 연마하여 미진한 부분을 채워 왔으니 말이다.
“호오…… 그렇다는 거죠? 그러면 약초도 엄청 잘 아시겠네요?”
방매가 두 눈을 반짝였다. 문형일은 그런 방매를 보면서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생사마의 국연을 방매는 마치 약초를 잘 아는 노인 취급을 하고 있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방매는 조선에 가져가 비싸게 팔 약초를 찾고 있었다.
“알다마다요. 한데 어이하여 그리 물으시는지?”
방매가 그런 국연을 보면서 씩 웃었다.
“제 객잔에 입힌 피해 갚으시라고요. 뭐 하시면 될지는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허허허헛. 그러시지요.”
국연은 방매의 진면목을 모른다. 그러니 그저 방매가 신기하고 손녀처럼 귀엽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허나 방매의 재물에 대한 집착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문형일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생사마의라. 대장님이 없어도 이리 사건이 꼬이나.’
쿵쿵쿵!
객잔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형일은 인상을 딱 굳히고는 고개를 돌려 마의를 쳐다봤다. 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세가와 하북팽가.
오대세가 중 그 두 세가가 발우수리 객잔 앞에 나타났다.
*****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만우란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진해진인의 전의는 완전히 꺾였다.
천하제일인 검주 만우.
거기에 일개 도사에 불과한 진해진인이 무림왕으로 봉해지기까지 한 만우를 홀로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호광 비무대회라.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애들이 좀.”
만우는 자신의 질문에 고분고분 대답하는 진해진인과 그의 뒤에 쪼르르 앉은 무당파의 삼대제자들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의대로 조선에 임무를 나갔던 무당의 제자들이 상해를 입는 바람에 그리 되었습니다.”
“설마. 마교랑 전쟁이라도 벌이고 있는 건 아니지?”
정마대전이 벌어졌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다. 허나 만우는 무당에서 삼대제자를 비무대회에 내보냈다는 말만으로도 거기까지 추측했다.
“……전면전은 아니오.”
“국지전은 된다는 거네, 그러면.”
“혈채란 그리 쉽게 씻기는 것은 아니오. 무량수불.”
진해진인도 무당파의 결정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인인 만우가 그것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 진해진인의 거부감이 느껴졌기 때문인지 만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거기 땡중들.”
“땡중이 아니라 본승은 나한당주…….”
“됐고. 나에 대해서 들었을 거 아니야.”
만우는 귓구멍을 후비적거렸다. 정파의 기둥이라 불리는 무당과 소림 앞에서 보일 만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만우의 행동을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만우가 누구인지 중원 전체에 그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만우가 천하제일인이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황제로부터 무림왕으로 봉해진 이상 그 앞에서는 말과 몸을 조심해야만 한다.
“들었어 못 들었어.”
만우가 팍 인상을 쓰자 강무가 움찔했다. 지금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강무의 사형인 불존은 들어오지도 못 했다.
이런데 낄 만한 깜냥이 되지 않는다면서 만우가 황보경과 불존을 바깥에 마차와 함께 세워 둔 것이다.
한 명은 북진무사로 금의위의 실질적인 지휘관이고 한 명은 불존으로 무림십좌의 일인이다. 한데 그 둘이 깜냥이 되지 않는다면 대체 이 중원에서 누가 깜냥이 된단 말인가.
“들었소. 아미타불.”
강무는 부글거리는 속을 가라앉히면서 불호를 읊었다. 이러지 않으면 불리함을 알면서도 불존을 위해 만우에게 달려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존은 구명의 빚을 갚고 있는 것이라 만우가 그리 말하였지만 강무는 인정할 수 없었다. 소림의 자랑이자 기둥인 불존을 우마(牛馬) 대용으로 쓴다니, 그것은 소림을 무시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단 하나.
무림맹주이자 소림의 큰 어른인 무왕 천혜대사가 인정한 일이라는 말에 강무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갔다.
“야. 도사야.”
“무량수불.”
만우의 언행은 무례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지적하지 않았다. 검주의 무공을 직접 견식해 본 이는 이 자리에서 진해진인이 유일하나 세간에 퍼진 풍문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풍문이 퍼지기 전에도 검주는 무림십좌의 일인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화경의 고수는 없었다.
“감령이를 너네 애 하나가 다짜고짜 기습한 건 알지?”
“……무량수불.”
진해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뒷줄에 앉아 있던 가장 연약해 보이는 인상의 어린 도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수양이 부족한 자신으로 인해 진해진인이 고초를 겪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만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악당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무리 감령이 걔가 산적이라고 해도 다짜고짜 길거리에서 기습하면 안 되는 거지. 그것도 무당파의 도사가.”
“……무량수불. 제자가 어려서 그런 것이니…….”
“아니. 부모와 관련된 원한이라면 그렇게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지.”
만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주 사소한 원한만으로도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데 혈안이 되는 곳이 바로 무림이다. 진해진인이 그런 만우를 쳐다봤다.
“허면 어찌하길 바라시오? 무림왕 전하라 하여도 무당을 핍박하실 수는 없소.”
엄밀히 말하면 관과 무림은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무림인인 만우를 황제는 무림왕으로 봉했다.
그러면 과연 만우는 어디에 속한 것일까.
“개소리하지 마. 본주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무림왕이니 천하제일인이니. 본주가 무당이라고 해서 할 것을 안 할 것 같아?”
만우는 팔짱을 턱 하고 꼈다.
“너희 대륙 놈들이 멋대로 정해서 본주에게 멋대로 붙인 이름이니까. 네놈들이 붙인 이름으로 날 옭아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마.”
진해진인이 입을 턱 다물었다. 중원에 대한 만우의 적개심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우는 그런 진해진인에게 다시 말했다.
“애초에 여기도 일이 있어서 온 거야. 다시는 안 오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래 놓고서는 만우가 중원 전체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으니 진해진인으로서는 쉬이 믿을 수 없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해진인이 그러건 말건 만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좋아. 정했다.”
만우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히죽 웃으면서 진해진인과 강무를 쳐다봤다.
“본주와 본주가 데려온 그 떨거지들이 호광 비무대회에 제갈세가 대신 참가하마. 대신 비무대회의 보상을 바꾸자.”
진해진인과 강무가 두 눈을 끔벅였다.
*****
“은공.”
“나으리. 시장하시지 않으십니까? 와서 드십쇼.”
만우는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가리키면서 입에 우물거리고 있던 음식을 꿀꺽하고 삼켰다. 설미수는 만우가 가리킨 자리에 슬며시 앉아서는 만우를 힐끗거리고 있는 중과 도사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저분들은…….”
“소림사와 무당파라는 곳의 땡중과 도삽니다. 들어는 보셨지요?”
끄덕.
설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건 무림이 아니라 불교와 도가로 유명한 두 곳이 바로 소림과 무당이기 때문이다.
“한데 정말 저분들을 황제폐하의 하사품을 나르는 인부로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만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설미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유명한 소림과 무당의 승려와 도사가 고작 짐을 나르는 데 쓰겠다고 소리이니 말이다.
“여기서 호광 비무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나리?”
만우가 설미수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대신 우리가 진다면 우리도 그에 못지않은 걸 토해 내야 합니다요.”
“……그 못지않은 것이란 게.”
“대환단이란 것인데, 무림인에게는 무가지보(無價之寶)나 다름없는 것입니다요.”
“…….”
설미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왜 굳이 귀한 보물을 걸어 일을 더 크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십쇼, 나리.”
“동 부사, 아니 군영이가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음.”
설미수는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앉아 있는 동군영을 쳐다봤다. 동군영은 바로 옆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좋게 말해서는 반쯤 혼이 나간 상태고 나쁘게 말해서는 그냥 툭 쳐도 쓰러져 죽을 것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됩니다.”
설미수의 질문에 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광 비무대회에 나가는 사람은 만우나 감령, 필두가 아니었다.
슌스케와 척사영, 그리고 동군영.
그 둘이 만우의 일행을 대신하여 나가기로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 그리고 만우는 중간에 비무대회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엄청난 보상을 내걸었다.
대환단(大丸蛋).
소림에서도 제조법이 유실되어 더 이상 만들 수 없다고 알려진 무가지보(無價之寶)가 만우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더불어 만우는 이것을 황실의 내의원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황실에서 가지고 있었던 대환단이라는 것은 진품 여부를 감히 꺼내지도 못 하게 만들었다.
대신 이미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만우나 녹림과 장강의 우두머리로 이름을 날린 감령과 필두가 나간다면 다른 이들이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무림에서는 무명소졸인 둘을 출전시키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슌스케와 척사영, 그리고 동군영이었다.
슌스케와 척사영은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덜컥 동군영을 거기에 출전시키겠다고 나선 만우의 행동을 설미수는 솔직히 말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괜찮습니다요. 뭐 동구녕 나리가 무재(武才)가 거의 바닥이라고는 해도 그동안 어거지로 배워 온 것이 있지 않습니까요.”
“허나 무림인이 상대인데…….”
설미수는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건너편에 앉은 진해진인과 강무가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중원에서는 무명이나 검주의 밑에 있는 이들이 셋이나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렇기에 감히 그들을 경시할 수 없었다.
경시하기에는 그들에 대한 정보가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슌스케는 마부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진해진인이나 강무가 한 번 볼 기회라도 있었지만 척사영과 동군영은 아예 볼 기회조차 없었다.
“검은 동구녕 나으리가 가르쳐 달라고 한 겁니다, 나리.”
만우는 어쩌겠냐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가르치긴 했는데, 혼자서 백날 검을 휘둘러 봤자.”
만우는 진해진인과 강무를 힐끗 쳐다봤다. 만우와 눈이 마주치자 진해진인이 패액 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강무는 웬 일인지 만우를 빤히 쳐다봤다.
“제대로 한 번 실전을 겪어 보는 것보다 못 합니다. 아무리 좋은 스승이 가르쳐도 실전 경험이 없어 실전에서 써 먹지 못하면 꽝이 아닙니까.”
“그것은 공부와 비슷하나 그래도…….”
“걱정 마십쇼. 동구녕 나리가 아무리 못 미더워도 제가 가르친 대로만 하면 쉽게 맞고 다니진 않을 겁니다.”
물론 몸이 성할 리도 없지만 말이다.
“만 시주.”
“검주라 불러라 땡중아.”
만우는 강무가 자신을 만우라 부르자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러자 강무가 잠시 멈칫하더니 그에 대답하지 않고는 다른 말을 했다.
강무에게는 천년소림(千年小林)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했기에 상대가 제 아무리 천하제일이라고는 하나 쉬이 그의 뜻에 따르고 싶지는 않다는 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허면 만 시주도 소승을 땡중이라 부르지 마시지요.”
“땡중을 땡중이라 부르지 않으면, 무엇으로 부를까? 볼 테냐? 땡중아!”
휘이익!
만우가 불존을 부르자 그가 바람처럼 달려왔다. 만우가 고작 부른다고 불존은 무려 금강부동신법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왔다.
“시주!!!”
“왜. 땡중을 땡중이라 부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그렇게 불려도 아무 말 하지 않는 땡중을 데려온 것인데.”
만우는 강무를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자 불존이 강무를 보면서 눈을 부라렸다.
“사제!”
“사형! 어찌하여 그러십니까!”
불존이 그러는 이유는 강무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불존이 지난 며칠간 만우라는 인간을 겪어 본 결과 이 인간은 사람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멍에를 씌울 줄 아는 특이한 재능이 있었다.
그로 인해 불존도 마음공부가 단단히 되고 있었지만, 그것은 만우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일종의 체념이 상존하기 때문이었다.
허나 강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미래 소림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강무가 검주에게 심리적인 멍에를 씌운다는 것은 소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손은 내가 더럽힌다.’
불존은 강무가 반발하는 것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지풍을 날려 보냈다. 그러자 설마 불존이 지풍을 날려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강무의 혈도가 짚였다.
“사형! 왜 묻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자가 소림의 보물인 대환단을 일개 비무대회에 내건 것을!”
“시끄럽다!”
불존은 그런 강무의 뒷덜미를 붙잡고는 질질 끌고 나갔다. 만우는 그런 불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사제를 살리고자 발버둥 치는 것이 제법 사제간의 우애가 퍽 깊어 보였기 때문이다.
“허면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강무가 사라지자 더 이상 만우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그에 만우가 설미수를 향해 묻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은공은 참으로 이상하신 분입니다. 그런 보물을 내거셨다는 것은 당연히 군영이가 이긴다고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당연하지요.”
만우는 다른 쪽을 쳐다보면서 이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진해진인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 검주에게 직접 검을 배운 사람인데. 그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해진인의 눈이 슬며시 커졌다. 그것을 본 만우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