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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호북성으로 (2) (362/400)


362. 호북성으로 (2)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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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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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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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가 그러는데 황제폐하께 말씀 드려서 황룡객잔을 하사받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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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우가 권비에게 부탁한 것은 바로 이 황룡객잔을 자신이 아니라 권비가 황제에게 주청을 하여 하사한 것이라고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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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잖아.’

어깨를 으쓱한 만우는 기뻐하는 방매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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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객잔이라니. 생각도 못 했어. 기껏해야 작은 여객 하나 차리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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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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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이렇게 큰 객잔이 생겼으니까.”

방매는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또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그 모습이 풋풋하여 만우의 입술을 비집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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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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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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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무 촌스럽잖아.”

만우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자신에게 무림왕이라는 낯 뜨거운 봉작을 하려 했던 황제의 만행이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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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어디 가서 보여 주지 말아야지.’

만우는 황제가 내어 준 그 패를 절대로 꺼내들지 않을 것이라 다짐, 또 다짐을 했다. 봉작이라고 해 봤자 명예직에 불과하여 권력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꺼내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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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름으로 바꾸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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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방매는 팔짱을 턱 끼고는 그간 생각해 온 이름을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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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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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수리?”

만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몇 번 입으로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방매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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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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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뜻도 아니야. 그냥…… 예전에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았던 곳, 내가 태어난 동네.”

방매는 그렇게 말하고는 빙긋 웃어 보였다. 만우는 그 웃음이 기이하게 처연하게 보여서는 같이 웃지 못했다.

이제 약관이 된 방매는 만우가 상상하지도 못 할 정도의 긴 시간 동안 부모를 그리워해 왔을 것이다. 그 시간의 깊이가 만우에게는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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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면, 내 반드시 네 부모를 찾아 줄게.’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린 만우가 방매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방매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런 만우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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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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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하다고. 부모에 대한 효심이 갸륵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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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거든!”

방매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만우의 손을 내치진 않았다. 그런 방매의 머리를 헝클어뜨린 만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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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묶어 놓으라고 한 놈들은 어디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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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땡중이랑 깡패!”

방매가 위층을 가리켰다. 만우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방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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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으로 올라오지 마. 뭐,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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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해. 응?”

만우가 손을 흔들면서 올라가는 모습에 방매는 사로잡힌 채 묶여 있는 불존과 황보경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명복을 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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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다음 생에는 착한 일을 많이 하여 착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

불존과 황보경은 전혀 의외의 상황에서 침묵 속에 서로의 얼굴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 심각한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자세를 돌리고 싶어도 몸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 놓은 터라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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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불존 진한대사는 화경에 오른 이후 이토록 속이 쓰려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속이 쓰린 정도가 아니라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복부 부근이 뜨거웠다.

아마 용접곡에서 입은 내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로 검주에게 달려들었다가 다시 내상을 입어 내상이 도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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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응!!”

반면 황보경은 그런 불존에 비해 상태가 훨씬 괜찮았다. 비록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웬 땡중이 있어 당황하긴 했지만 혈이 짚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력이 활기차게 몸속에서 뛰노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우두둑!

그런 황보경이 양 손에 힘을 주자 근육이 불룩 솟아오르면서 두 팔을 속박하고 있던 동아줄을 삽시간에 끊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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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그렇게 자유로워진 손으로 입에 채워진 재갈까지 내린 황보경은 머리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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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큽.”

머리를 세차게 흔들자 만우에게 얻어맞은 얼굴이 욱신거리면서 아파 오기 시작했다. 보나마나 얼굴이 잔뜩 부어올라 있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떠올리자 황보경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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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겁을 먹었다? 이 황보경이?’

황보경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 가슴이 서늘해졌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당황했다. 황보세가의 삼 형제 중에서 승부욕이라면 두 형에게도 절대로 지지 않는 것이 바로 황보경이다.

황보경은 그 성격과 무공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 때문에 황보세가의 삼형제 중 유일하게 화경에 올랐다.

비록 강호무림에 출도하지 않고 황실에 투신하여 북진무사가 되었기 때문에 무림십좌라 불리는 데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렇다 하여 황보경은 자신이 그들에 비해 못 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태조를 도와 명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운 무림맹의 인사라는 작자들과 마주칠 때마다 황보경은 자신이 그들에게 패배한다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단 황실과 군부뿐만이 아니라 무림도 능히 황보세가가 지배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리고 그렇게 군부와 무림을 둘 다 장악한 황보세가는 명실공이 천하제일세가로서 역사에 그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검주를 만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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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다. 더러울 정도로. 더러울 정도로 강해.’

황보경은 가늘게 떨리는 손에 힘을 주어서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만우를 떠올리자 팔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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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체 그것은 무엇이었지.’

황보경은 분명 불존과 함께 만우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그리고는 자미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만우를 따라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 머릿속의 기억을 잘라 낸 것처럼 황보경과 불존은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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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황보경과 불존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그 둘도 거뜬히 기린과 황룡의 기백을 버텨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만우에 의해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 풀 꺾인 황보경과 불존은 황룡의 출현과 동시에 기억이 끊긴 것이다.

부릅!

그때 황보경은 볼이 따가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불존을 쳐다봤다. 황보경이 불존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둘 다 검주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하였다는 사실이 묘한 동질감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투둑, 툭.

황보경은 공력을 끌어올려 불존의 팔다리를 묶고 있는 밧줄을 풀었다. 불존은 황보경보다 훨씬 더 파리한 안색으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서는 황보경에게 고개를 까닥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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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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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씀을. 이 역시 연이라 생각하여 그런 것이니.”

황보경은 피식 웃었다. 여전히 스스로가 신기했기 때문이다. 황보경은 검주에 대한 그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약간의 경외감과 대다수의 공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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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검주에게 그리도 압도적으로 패배하였으니. 댁이 남 같지 않소.”

황보경은 철퍼덕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불존은 ‘아미타불.’이라고 불호를 읊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패배.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압도적인 무공에 대한 재능으로 성공 가도만을 달려 왔던 두 남자에게는 낯설기 짝이 없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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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은 두 번째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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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 번 졌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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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직전에. 용접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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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림맹.”

황보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접곡에서 무림맹과 사림곡, 그리고 동창의 환관들이 검주에게 일방적으로 대차게 깨졌다는 소식을 듣고 형님인 황보천의 등을 떠밀었던 것이 바로 자신이다.

하지만 결국 황보세가도 그들과 똑같은 꼬락서니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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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몇 년 간은 봉문에 가깝게 조용히 지내야겠구나.’

그것을 생각하니 속이 쓰려 왔다. 무림맹의 기가 한풀 꺾인 지금, 황보세가가 천하제일세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검주 단 한 사람에 의해 발목이 턱 하니 잡혀 버렸다.

아마 당분간 무림맹이건 황보세가건 무림동도들 앞에서 고개조차 들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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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그런데 그 순간 황보경과 불존의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하고 돋았다. 불존과 황보경이 묶여 있던 그곳에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바로 황보경의 등 뒤에서 불존의 목소리가 아닌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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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익!”

황보경은 번개처럼 상체를 뒤집으면서 주먹을 내뻗었다. 그것은 거의 무의식적인 반격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인에게 제 뒤를 그토록 무방비하게 내주었다는 것은 곧 살심을 품은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불존보다 황보경의 몸 상태가 더 좋은 것도 한몫을 했다.

이미 두 번의 내상으로 인해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불존과는 달리 황보경은 얼굴이 부은 것을 빼고는 크게 상한 곳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황보경에게는 불운이었다.

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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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가장 오랫동안 수련한 천왕삼권의 권식이 채 그 위력을 다 내기도 전에 황보경의 솥뚜껑만 한 주먹이 고사리 같은 손에 턱 하고 붙잡혔다.

물론 황보경의 손에 비하면 고사리 같다는 뜻이지만 어쨌든 유약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손에 천왕삼권이 덥석 붙잡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주먹을 붙잡은 이를 확인한 황보경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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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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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깨어날 것 같다고 하더니. 애들이 올라왔으면 큰일 났겠네?”

만우가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왠지 모르게 위험했다. 다짜고짜 주먹을 날린 황보경의 행동이라면 자신이 아닌 이상 방매가 위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그런 황보경은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불존을 쳐다봤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불존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존을 본 황보경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불존이 황보경이 풀어 준 밧줄로 다시 제 손과 발을 묶고는 드러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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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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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오. 아미타불.’

불존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검주에게 패배하여 얻은 동질감? 그런 것보다는 당장 눈앞의 만우가 더 무서운 불존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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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응?”

우득!

황보경의 두 눈이 우득 소리를 내며 쥐어진 만우의 주먹을 보면서 공포로 물들었다. 그리고 이내 황룡객잔, 아니 발우수리 객잔의 2층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요란스레 울려 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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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검주?”

검주에게 얻어맞은 곳이 귀한 약재를 써도 낫지 않았기에 시퍼렇게 얼굴 한 쪽이 물든 채인 황보천이 기겁한 표정으로 총관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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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옵니다, 가주. 어찌 하오리까.”

총관은 검주가 찾아왔다는 말에 전의를 바들거리며 불태우고 있었다. 그날 총관이 연경대로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황보세가를 지탱하는 팔객(八客)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황보세가가 자랑하는 빈객이자 명숙인 황보팔객(黃葆八客)들은 천하에 위명을 떨치고 있는 검주 만우의 풍문을 믿지 않았다.

자신들이 그날 그곳에 있었더라면 풍문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아집에 사로잡혀 두 눈을 가린 장님들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질끈.

하지만 황보천은 그런 총관의 아집을 나무라지 못했다. 바로 자신의 모습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딱 저랬기 때문이다.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안 개구리란 달리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바로 황보천 자신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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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조를 걸었고, 검주는 진짜로 제 말을 지켰다.’

황보경은 그날 이후로 종적을 감추었기에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조차도 없었다. 둘째인 대장군 황보윤은 검주가 자미원까지 온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황명이 반포됐다.

그건 검주를 자미원의 침입자가 아니라 손님으로 모시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황보천이 모르는 많은 일들이 자미원 안에서 벌어졌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황보천은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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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객(閃客)은 경거망동치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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