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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뭐 이리 복잡한 게 많아 (2) (351/400)


351. 뭐 이리 복잡한 게 많아 (2)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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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애잖아.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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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소. 의지라, 의지.”

이미 만우가 말한 의지란 화두에 모든 정신이 쏠린 간장은 대장간 안으로 쑥 하고 들어갔다. 그때 만우의 등짝에 방매가 손바닥으로 짜악 하는 소리를 냈다.

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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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하지만 짝 소리와 함께 비명을 내지른 것은 만우가 아니라 방매였다. 만우는 무슨 파리가 앉았다 날아갔나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방매는 욱신거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쥐고는 폴짝거리며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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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냐?”

그런 방매를 만우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얼굴로 방매가 만우를 향해 도끼눈을 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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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를 찌르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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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왜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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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쓰잘데기 없는 소리냐! 사실인데!”

방매가 만우를 향해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만우는 볼을 긁적인 다음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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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너도 한 대 더 쳐.”

그러자 방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체 몸뚱어리가 뭘로 만들어진 것인지, 때린 건 자신인데 손바닥이 나갈 것처럼 아직도 얼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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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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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가 원래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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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한 놈! 바보, 똥개, 말미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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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걔네들 못 봤냐. 그 정도로 살벌하게 해야 욕이지.”

만우는 귓구멍을 후비적 파고 휘적거리면서 걸어 나갔다. 방매는 약이 바짝 올라서는 그런 만우를 어떻게든 도발하기 위해 쫓아갔지만 별로 타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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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어!”

방매가 입술을 우물거렸다. 방매도 사실 마음만 먹으면 정말 개방 거지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화려하게 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바로 만우 앞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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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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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단단히 삐진 방매가 바람을 일으키면서 멀어져 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갑자기 누군가 골목 모퉁이를 돌아 방매와 만우 앞에 떡하니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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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한 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화려한 의복에 치렁치렁 장식을 여기저기에 단 여인이 멀어져 가던 방매의 몸에 쿵쾅거리며 부딪쳐서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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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그리고 넘어진 것은 방매도 마찬가지여서, 뒤로 엉덩방아를 털썩 찧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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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야…….”

존귀해 보이는 신분을 가진 여인과 남장에 가까운 보부상 차림을 한 방매가 거울을 보듯 똑같이 주저앉아서는 엉덩이를 문질렀다.

철컥, 철컥, 철컥!

그런데 잠시 후, 저 안쪽에서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장원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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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비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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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고 있던 만우는 ‘자가’라는 호칭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만우에게 그리 낯선 호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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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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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만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동군영과 설미수가 꼬박꼬박 방매에게 옹주자가라 불렀기 때문이다.

자가란 호칭은 조선의 경우 왕의 여동생인 옹주나 정1품의 정식 ‘빈’ 호칭을 받은 후궁들을 뜻한다. 명의 구조를 그대로 본따 만든 것이 지금의 조선이니, 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소리다.

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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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그런데 그 순간 방매의 눈앞에 붉은 옷자락이 펄럭이며 나부꼈다. 그 때문에 방매의 눈앞이 가려진 사이 모습을 드러낸 금의위 무사가 방매를 향해 검을 뽑았다.

아니, 뽑으려고 했다.

텁.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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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위 무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만우를 쳐다봤다. 움직이는 것을 보지도 못했는데, 저 멀리 떨어져 있었던 남자가 금의위 무사의 손을 붙잡은 채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발검에 실패한 금의위 무사가 땅을 박차면서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넘어져 있던 여자, 자가라 불린 여자는 다른 금의위 무사들과 환관들의 부축을 받은 채 만우와 방매로부터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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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만우는 자신을 향해 살기를 피워 올리는 금의위 무사를 보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솔직한 말로 이걸 어찌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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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흘리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직 유효한가?’

만우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만우는 방매에게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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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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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 잡아.”

갑작스레 만우가 눈앞에 뿅 하고 나타나고, 금의위 무사와 누가 보더라도 존귀해 보이는 여자가 환관들에 둘러싸이는 모습에 멍 때리고 있던 방매였다.

만우는 그런 방매를 보며 살짝 인상을 쓰고는 손을 까닥하자 방매의 몸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휘익 하고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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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러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어. 먼저 잘못한 건 저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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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무엄하다! 이 분이 뉘신지 알고!”

그런 만우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금의위 무사가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런데 그 순간 만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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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너, 조선말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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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천한 것이!!!”

만우는 방매와 분명 조선말로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금의위 무사는 만우가 한 말을 알아듣고 이제 보니 조선말로 만우에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그렇다는 뜻은 단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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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조선 사람이구나?”

만우는 붉은 홍의를 입은 금의위 무사를 보면서 말했다. 황제의 호위무사인 금의위가 조선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왜일까.

금의위 무사가 지켜야 하는 이가, 혹은 모셔야 하는 이가 조선말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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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익!!”

촹!!!

조선말을 한 금의위가 만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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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갑자기 왜 달려들어!”

옆에서 방매가 그런 금의위를 보고서는 놀라고 있었지만 만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금의위라고 하기에는 검을 쥔 자세도 그렇고 달려드는 모습이 다른 금의위들보다 한참 떨어지는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류에서 일류 정도는 되는 것 같았는데, 금의위의 평균이 일류의 극에서 절정 사이이니 한 수 정도 낮은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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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만우는 허리춤을 더듬거리다가 이룡검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그 사이 금의위는 만우의 지척까지 거리를 좁혔다.

황룡이 기억을 조작하여 어제 있었던 그 난리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 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런 날파리들이 꼬이니 만우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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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하는 것도 실력이니까.”

강호무림에서는 가진 무공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하는 안목이다. 검에는 눈이 없고, 비정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그 검에 비명횡사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이 필수다.

그것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강호에서는 죽을 이유로 충분했다.

쾅!!!!

만우의 손바닥이 그대로 달려드는 금의위의 검을 피해서는 얼굴에 작렬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금의위가 만우의 손바닥으로 달려든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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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어…….”

만우의 손바닥이 워낙 차지게 얼굴을 후려친 탓인지 금의위 무사는 그 한 방에 의식이 날아가 버려서는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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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만우는 금의위 무사의 코에 코피가 주르륵 흐르는 것을 보면서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뭐 목숨을 빼앗은 것도 아니고, 저 정도는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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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야. 왜 달려들고 난리야.”

그래도 일단 눈앞에서 존귀한 신분의 여인과 수십 명이 환관, 금의위 무사들이 보고 있으니 만우는 예의상 손을 탁탁 털면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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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야!!!”

하지만 그때 존귀한 신분의 여인이 조선말로 금의위 무사로 추정되는 이의 이름을 불렀다. 만우는 핫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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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조선 사람!”

존귀한 신분의 여인은 벌러덩 드러누운 금의위 무사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그때 환관으로 보이는 이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면서 여인의 시야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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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비 자가. 소신들이 해결할 일이오니 이만 들어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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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동수가…….”

환관도 조선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묘하게 발음이 어색했기 때문에 만우는 조선말을 배운 환관이란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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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위는 금의위에서 알아서 하겠나이다, 현인비 자가. 하니 가시지요.”

그때 다른 금의위 무사가 여인에게 말했다. 그 무사는 같은 금의위 소속인 동수라 불린 이가 만우에게 달려들었다가 일합에 뻗은 것을 보면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던 자였다.

하지만 그 무사의 말은 명나라 말이었기에 여인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는 쓰러진 금의위 무사만을 애타는 눈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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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나 그때 혜성 같이 등장한 제3자가 있었다.

깽판의 달인, 만우가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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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왜 그래!”

방매는 갑자기 나선 만우의 옷자락을 붙잡고는 소근거렸지만 귓등으로도 듣는 척을 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생겼으니 그것을 해결하고 봐야 속이 편했기 때문에 일부러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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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걸어가는 사람을 부딪쳐서 쓰러뜨렸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냥 가나?”

만우는 조선말이 아니라 명나라 말로 환관과 금의위 무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금의위 무사가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고는 앞으로 나서며 만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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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엄하다! 이 분이 감히 누구신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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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니까.”

만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까도 달려들었다가 뻗은 금의위 무사가 그렇게만 말하고는 그냥 뻗어 버려 저 여인이 누구인지 만우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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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엄하다고만 하지 말고 알려 달라니까? 그러면 혹시 알아? 내가 납작 엎드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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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미천한 것들이 어디서!!!”

금의위 무사가 만우를 보면서 노성을 토해 냈다. 만우는 아까 전에 뻗은 금의위 무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말을 하는 금의위 무사를 보면서 혀를 쯧쯧 하고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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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네 머리는 온통 돌로만 되어 있는 거야? 야. 너. 여기가 어디냐.”

만우는 환관을 지목해서는 물었다. 갑자기 한 쪽 옆에 빠져 있던 자신을 지목하자 움찔한 환관이 만우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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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가 어디냐고!”

만우의 모습은 마치 뒷골목 파락호나 다름없어 보였다. 건들거리면서 윽박지르는 모습이 어디서 뒷골목 몇 구역 정도 접수하고 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불량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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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미원…….”

그런 만우의 윽박지르기에 환관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앞에 선 환관이 자신을 죽일 것처럼 노려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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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 물어본 거에 대답을 한 건데 그렇게 눈에 힘을 주시나. 힘 좀 빼쇼, 빼.”

만우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두 팔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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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다음. 내 옷차림이 어때 보이는 것 같아?”

만우는 평범한 검은 무복을 입고 있었다. 그나마 조선에서 출발할 때는 역졸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었던 옷을 갈아입어서 조금 나아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우가 입은 무복이나 방매가 입은 옷이라고 해 봤자 딱 평민들이 입는 그런 재질의 옷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순간 존귀한 신분의 여인과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환관의 표정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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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이래도 감이 안 와?”

만우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면서 공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금의위 무사들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팔을 쭉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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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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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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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갑자기!!!”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팔을 내밀고 싶어 내민 것이 아니었다. 만우의 허공섭물에 그들의 검이 제멋대로 딸려 나갔기에 그것을 붙잡기 위해 팔이 움직인 것뿐이다.

쉬익!!

땡그랑!

그러나 금의위 무사들이 아무리 용을 써 봤자 허공섭물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사실 그 정도 실력이 있다면 아마 만우를 보고 아예 달려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우가 동수라 불린 금의위 무사를 쓰러뜨린 일합은 간결하기 그지없었으나, 그 안에 스며든 무학은 감히 그들이 쳐다볼 수조차 없는 고차원적인 무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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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계신 분이 뉘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만우는 자신의 발치에 떨어져 차곡차곡 쌓인 검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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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선인인 것 같은데, 부딪쳤으면 사과하고 깔끔하게 갈 길 가면 좋았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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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옆에 선 방매가 맨 마지막 말은 조선말로 한 만우를 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제 아무리 방매가 무서운 것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씩씩한 소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명 천자가 사는 곳까지 와서 그렇게 천둥벌거숭이처럼 굴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우가 그런 짓을 시원하게 저질러 버렸으니 방매는 덜컥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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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조선? 방금 조선이라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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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가! 어이쿠!”

콰당!

그런데, 존귀한 신분의 여인의 반응이 의외였다. 나이는 방매와 비슷해 보일까 싶은 그 여인이 옆에서 말리는 환관을 밀쳐 내고서는 만우와 방매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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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그건 만우가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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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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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행단! 잘 됐다. 가서 같이 차라도 마시면서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세요. 괜찮죠, 유 공공?”

여인의 말에 환관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그건 누가 보더라도 안 된다는 말이 나와야 할 만한 표정이었지만 결국 안 된다고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여인이 너무나도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가 후환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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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만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 선 방매도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 만우의 얼굴만을 쳐다보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가기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여인에 대한 흥미가 돋은 만우가 이 기회를 걷어찰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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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럼 가 볼까?”

안 가겠다고 말하라며 눈짓으로 열심히 신호를 보내던 환관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며 만우가 여인의 뒤를 따라 자미원의 내부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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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백보 이내로는 세상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천자의 어전.

그곳에 앉은 천자는 지끈거리는 두통에 이마를 싸매고는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확 다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리고 싶었지만 또 그럴 수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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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에 이은 광군 취급까지 받을 수는 없지.’

천자의 권력이 막대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이들이 천자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천자는 군을 일으켜 황위를 찬탈한 황족이다.

북방의 대군을 거느린 천자의 군사력이 막강하였기에 남경의 그 꼬장꼬장한 귀족들이 참고 있는 것이지, 만약 그런 군사력이 없었다면 천자는 진즉에 목이 잘려 어디 성 밖에 내걸렸을 것이다.

그러니 그 귀족들이 꼴 보기가 싫어 원래 연왕이던 시절 자신의 근거지인 연경으로 천도를 하려 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이리도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다니, 천자는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달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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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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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의 두통에 아주 좋은 탕약이옵니다.”

정화가 천자에게 짙은 갈색 액체가 찰랑이는 사기그릇을 올렸다. 동창과 서창으로 나뉜 환관들 중에서 부로가 죽고 난 뒤 남은 공백을 서창제독인 정화가 채우고 있었다.

그것 외에도 정화는 사례감의 태감으로서 환관 정치의 중심인 12감(監) 중 으뜸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태감이 12감마다 한 명씩 하여 11명이 더 있었지만 정화만큼 천자의 총애를 받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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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귀한 약재를 구하여 특별히 달인 것이니 드시면 나을 것 이옵니다, 폐하.”

정화가 건네준 탕약을 천자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싼 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꿀꺽꿀꺽 삼키고는 그 쓴 맛에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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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그래도 쓴 물이 콸콸콸 들어가니 머리의 아픈 것이 쓴 맛에 조금이나마 사라지는 듯했다. 천자는 그제야 비로소 이마를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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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조선사행단은 어찌하고 있느냐?”

바로 옆의 정화도 어제의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천자는 어디 털어 놓을 곳도 없이 속만 푹푹 썩어 가는 고통을 혼자서 감내해야만 했다.

물론 주순과 대장군 황보윤이 있었지만 둘 다 어제의 일로 기력이 크게 쇠해 천자는 그 둘에게 근신을 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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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해와도 같으신 은혜를 폐하께서 베푸신 덕에 문제없이 지내고 있는 듯하옵니다. 수시로 보고를 올리나이까?”

정화는 어제까지만 해도 조선사행단이 연경에 발을 들여놓는 대로 목을 날려 버릴 것처럼 날뛰다가 왜 이제 와서 조용해졌는지 그 연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감히 천자에게 그 연유를 물어볼 깜냥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천자가 변덕을 부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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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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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실은…….”

정화는 입을 우물거렸다. 자미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실시간으로 정화의 귀에 들어온다. 그만큼 환관 조직이 방대했기 때문이다.

우물거리고 있는 정화에게 천자가 역정을 냈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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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당장이라도 가능만 하다면 만우를 끌어내 목을 쳐 버리고 싶은 마음에 간절한 천자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천자라 할지라도 어제 일어난 그 일들을 보고 감히 만우에게 손을 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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