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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대가리 나와 (2) (313/400)

313. 대가리 나와 (2)2021.12.28.

16553267882337.jpg“크하압!!!”

쩡!!! 모용덕의 내공이 실린 검이 만우의 이룡검에 부딪치며 불똥을 피워 냈다. 모용덕이 도끼로 장작을 쪼개듯 만우를 향해 검을 내리찍은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내려친 모용덕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주우욱!! 만우가 검에 힘을 주어 밀어내자 모용덕이 발로 깊은 고랑을 만들어내며 그대로 뒤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런 만우를 향해 팔검단의 무인들 중 셋이 달려들었다. 차창! 차자자장!!!! 팔검단 무인들의 검이 만우의 검과 얽혀들었다. 정확히는 팔검단 무인이 내지른 검이 만우의 검에 딱 달라붙어 따라온 것이다. 검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팔검단의 무인들이 낙엽처럼 이리저리 만우의 손짓에 따라 휘청였다.

16553267882344.jpg“이것이 모용의 검이더냐?”

만우의 어깨로는 검진이 만들어낸 기세가 내리누르고 있었지만 모용덕을 비롯한 팔검단 무인들의 얼굴에는 짙은 패배감이 서려 있었다. 한 발자국. 모용덕을 비롯한 팔검단의 무인들은 고작 만우 한 명을 향해 검진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우는 모용의 검을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거뜬히 버텨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단 한 번도 검격을 피하지 않고 무수히 쏟아진 모든 모용의 검을 받아 낸 것이다.

16553267882337.jpg‘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베는 것 같았다.’

모용덕은 바르르 떨리는 손을 숨기며 이를 악물었다. 만우는 마치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베는 것처럼 모든 모용의 검을 받아 냈다. 그냥 받아 낸 것도 아니었다.

16553267882337.jpg‘이화접목(移花接木).’

모용의 무리(武理)는 이화접목과 반탄에 있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적의 큰 힘을 돌려 오히려 적에게 되돌려 준다는 것이 모든 모용의 무리의 근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모용과 누가 더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지 겨뤄 보겠다는 듯 만우의 모든 검격에는 이화접목의 무리가 실려 있었다. 때문에 만우에게 검을 내지르면 자신의 검로가 뒤바뀌는 것은 물론 오히려 자신이 날린 검격이 되돌아오기도 했기 때문에 마치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것만 같았다.

16553267882344.jpg“실망이야. 내가 들은 것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군.”

만우는 실망했다는 듯 혀를 끌끌 하고 찼다. 하지만 그런 만우를 향해 분노를 할 수는 있었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검이 만우에게 전혀 통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16553267882337.jpg“검주!”

모용덕이 이를 뿌득 하고 갈았다. 만우와 검을 겨루니 그가 검주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검의 주인(劍主)이라 불리는 별호가 광오하다 생각했지만 그 별호가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만우는 정말 모든 검의 주인인 것처럼 모용의 검조차도 무력화시켜 버렸으니까.

16553267882337.jpg“가주님이라면 다를 것이오.”

16553267882344.jpg“한데 이곳에는 그 자가 없지. 허니 너희들이 모용의 검이다. 그 모용의 검에서 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겠더군.”

16553267882337.jpg“독문무공조차도 익히지 못한 우리들로 어찌 모용의 검을 논할까!”

만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용이 모욕 받았다 여긴 모용덕은 분노를 터뜨렸지만 그 분노는 만우에게 와닿지 않았다. 패배한 것은 패배한 것이다. 독문무공이건 뭐건 그 무공에 특별한 것이 있었다면 저들에게서도 만우가 무언가를 느꼈어야 한다. 독문무공의 현기, 현묘함 같은 것은 그 가문이나 문파의 기초공에서도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우는 그 어떠한 흥미도 그들의 검에서 느끼지 못했다.

16553267882344.jpg“그래. 마음껏 생각하거라.”

스르릉, 철컥! 만우는 이룡검을 아예 검집에 넣어 버렸다. 아직 검진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광오하게 검을 넣어 버린 것이다. 모용덕과 팔검단의 무인들은 그런 만우를 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녕성의 패자인 모용세가의 자존심을 짓밟는 듯한 만우의 행동 때문이었다.

16553267882337.jpg“아무리 검주 그대가 무림십좌의 일인이라고는 하나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시오! 모용에게!!!”

16553267882344.jpg“하!”

만우가 비웃음을 띄었다. 모용덕과 팔검단의 무인들은 만우의 기천을 아주 조금이라도 끌어내지 못했다. 거기에 저놈들은 애초에 만우와 호선을 해치우거나 잡아가기 위해 이곳에 나온 놈이다. 그래 놓고서는 마치 무슨 가문의 명예를 걸고 비무를 한 것처럼 나오니 비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16553267882344.jpg“네놈의 눈에는 지금 이것이 명예를 걸고 한 비무처럼 보이더냐?”

크악! 후욱!! 크와아아아앙!!!! 호선과 오도리 부족 전사들의 전투는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지킬 것이 없어진 호선은 말 그대로 양 떼에 뛰어든 호랑이처럼 날뛰고 있었다. 그런 호선에 맞서 전사들은 맹수를 사냥할 때의 진형을 갖춰 가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광기와 두려움, 혈향이 이곳까지 느껴지고 맡아졌다. 그런데도 이곳이 무슨 연무장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16553267882344.jpg“죽이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

만우는 모용덕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그 모멸감에 주먹을 쥐고 몸을 부르르 떨던 모용덕이 이를 악물었다.

16553267882337.jpg“물러난다!”

16553267882337.jpg“단주님!!!”

하지만 모용덕은 후퇴를 결정했다. 모용덕도 무인이었지만 그 전에 그는 모용세가의 가신이었고 동시에 모셔야 할 모용청이 아직 오도리 부족에 남아 있었다. 무림십좌의 일인인 검주가 어찌하여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모르나 그가 향하는 방향을 보면 반드시 오도리 부족으로 갈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만우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돌아가 모용청을 지켜야 한다.

16553267882337.jpg“우리는 도련님을 지켜야 한다. 허니 죽고 싶거들랑 도련님 앞에서 죽어라.”

모용덕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그도 무인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없을 리 없었다. 오히려 모용덕은 모용세가와 관련된 일이라면 자부심이 그 누구보다도 큰 편이었다. 하지만 어느 것이 더 중한지 판가름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기 때문에 가주인 모용수가 모용덕을 모용청에게 붙인 것이다. 그라면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모용세가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니까.

16553267882337.jpg“후퇴한다!!”

대추장의 아들도 구하지 못했지만 만우가 기회를 주었으니 살아 돌아가야 한다. 지금의 이 모욕은 나중에 반드시 갚으면 된다.

16553267882337.jpg“검주. 내 반드시 오늘의 일을 기억할 것이오!”

모용덕이 팔검단과 함께 후퇴하면서 만우를 향해 소리쳤다. 공력을 담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만우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만우는 그런 모용덕의 목소리에 피식 웃었다.

16553267882344.jpg[나 역시 네놈들을 살려주는 것은 이번 한 번뿐이다.]

만우의 전음에 모용덕이 이를 악물었다. 분했다. 원통하고 분했지만 지금은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파바바밧!!! 모용덕의 발이 땅을 지르밟았다. 경공을 펼치면서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하나도 상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 속 깊숙이 한기를 불어넣는 것처럼 서늘했기에 모용덕은 내공을 더욱 끌어올려야만 했다.

16553267882344.jpg“이놈들과 함께 왔다면.”

만우는 호선이 피칠갑을 한 채 날뛰고 있는 것을 보면서 혀를 쯧 하고 찼다. 불쾌한 기운이 딱 느껴지는 것이 살계를 열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16553267882344.jpg“하아. 진짜 여기저기 손 많이 가는 놈들뿐이네.”

이곳에서 시간을 끌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호선이 원하는 것이 그녀의 추억이 깃든 마을을 황폐하게 만든 이들을 벌하는 것이라면 쓸데없는 살인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 나았다. 그것이 호선에게도, 오도리 부족에게도 더 좋을 것이다.

16553267882344.jpg“명령을 내린 놈만 죽이면 되니까.”

그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핏값을 받아 내겠다는 것에 만우는 동의하지 않는다. 명령 받아서 나선 이들이 무슨 잘못일까. 하지만 명령을 내린 놈은 죽어야 한다. 파바바밧!!!! 만우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흐릿해진 만우의 신형이 바람을 일으키며 여진족 전사들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털썩, 털썩 그럴 때마다 마치 약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여진족의 전사들이 정신을 잃고는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호선의 앞에 만우가 바람과 함께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기백이 넘치던 여진족의 전사들이 정신을 잃고는 쓰러졌다. 만우에 의해 전원이 혈을 짚인 것이다. 크와아아앙!!!! 그런데 호선이 만우를 향해 노성을 터뜨렸다. 만우는 인상을 살짝 쓴 뒤 손을 말아 쥐어 중지가 불뚝 튀어나오게 한 후 이빨을 들이미는 호선의 콧잔등을 후려갈겼다. 뻐억!!! 캬아아아앙!! 콧잔등을 호되게 얻어맞은 호선의 눈이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보통 아픈 것이 아닌지 앞발로 연신 콧잔등을 쓸어내렸다.

16553267940092.jpg[너, 너무해요.]

16553267882344.jpg“너무하긴. 아무데나 이빨 들이밀래?”

호선은 눈까지 글썽거렸다. 약간 나갈 뻔했던 정신줄이 단박에 돌아오고도 남을 정도로 짜릿하게 아팠기 때문이다. 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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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빗물도 그 고통을 전부 없애 주진 못 했다.

16553267882344.jpg“자. 그럼 천천히 가볼까? 이놈들을 보낸 대가리가 있는 곳으로?”

만우가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봤다. ***** 카가가각!!! 모용청의 검과 감령의 도가 마찰을 일으키며 불똥을 토해 냈다. 감령은 대소를 터뜨리면서 어깨에 힘을 줘서는 모용청을 밀어냈다.

16553267882337.jpg“흐압!!!”

촤아악! 모용청이 다리를 끌면서 뒤로 밀려나다가 땅을 지르밟고는 몸을 뒤로 날렸다. 모용청이 몸을 날린 곳으로 섬광이 번뜩였다. 서걱!! 모용청은 잘려나간 자신의 옷자락을 보면서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자신을 밀어 친 힘을 부드럽게 흘려보낸 모용청이 소리 없이 바닥에 착지했다.

16553267940109.jpg“너, 몇 살이냐?”

16553267882337.jpg“스물다섯.”

16553267940109.jpg“오. 그 나이에 그 정도라고? 설운보다 더 나은가?”

감령은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에 즐겁게 웃었다. 감령 역시도 산적이기 이전에 무인이었기 때문에 실력으로 무(武)를 논한다는 것이 퍽이나 즐거웠다.

16553267882337.jpg“아직 제대로 전부 보이지도 않았소, 선배.”

16553267940109.jpg“네놈이 정파고 내가 사파인데 선배는 무슨 선배!”

감령의 마지막 말은 모용청의 지척에서 들려왔다. 감령의 경공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만들어진 경신법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집중을 잃어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것처럼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우우웅-!!! 감령의 패함찰건(沛陷拶乾)은 중(重)의 묘리를 담은 무공이었다. 마치 늪에 빠지듯 정신 놓고 대항하다가는 서서히 그 무거움에 짓눌려 압사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용청은 이를 악물었다. 스으윽!!! 감령이 휘두르는 도의 무게가 무겁다면, 그 무거운 것을 그대로 돌려보내면 된다. 그것이 바로 모용세가의 독문무공인 두전성이에 담긴 무리였다. 스윽 모용청의 검신이 휘둘러져 오는 감령의 도신을 부드럽게 휘감았다. 날아오는 상대의 병장기에 자신의 무기를 부딪치지 않고 그냥 붙인다는 것은 검에 대한 이해가 절정에 달해야만 한다는 증거였다. 후우웅!! 모용청은 그렇게 검신을 부드럽게 밀었다. 두전성이의 초식에 따라 몸속의 공력이 흐르면서 휘둘러져오는 도의 투로를 비틀었다. 샤악!! 서걱!! 하지만 결국 돌려보낼 수 있는 힘도 이화접목을 사용하는 모용청의 능력에 따라 달려 있는 법이다. 감당하지 못할 힘을 함부로 받아들였다가는 되레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은 무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휘잉!! 감령의 도에 담긴 무거움이 예상보다 강했기에 아슬아슬하게 도가 모용청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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