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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니가 아는 검주가 아냐 (4) (293/400)

293. 니가 아는 검주가 아냐 (4)2021.10.19.

휙! 만우의 눈이 커진 순간, 감정이 흐트러진 것인지 만우 쪽의 내기가 명나라 무장의 예리한 감각에 걸린 모양이었다. 사신단의 일원으로 보이는 남자를 밀치면서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는 것과 동시에 몸을 돌리면서 손바닥을 펼치자 빛살이 뻗어 나왔다. 쉬익!!! 화경의 고수가 지체하지 않고 만우가 있는 곳을 향해 품에서 비수를 꺼내 던졌다. 만우는 찌를 듯한 살기가 자신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들자 헛웃음을 지었다.

16553262906334.jpg“어쭈?”

보자마자 다짜고짜 출수(出手)라니. 그것도 그냥 날려 보낸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상대를 죽이겠다는 살기 가득한 살수(殺手)였다. 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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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경의 고수가 날린 비수는 강철로 만든 방패도 단박에 뚫는다. 그만큼 막대한 공력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날린 비수는 피륙으로 이뤄진 만우의 손가락을 뚫지 못했다. 강맹하게 날아들던 비수가 만우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잡혔기 때문이다. 땡그랑!!! 그것도 모자라 만우가 손가락에 힘을 주자 제법 좋은 철을 써서 만든 비수가 두 동강이 났다.

16553262906346.jpg“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

자신이 날린 일격을 받아치기만 해도 놀랐을 텐데, 섬전처럼 날린 비수를 잡아 부러뜨리자 명나라 무장이 경악했다.

16553262906346.jpg“무슨! 대인을 보호하라!!!!!”

갑작스런 사태에 포도대장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고 소리치자 포도청의 순라군들이 명나라 사신과 무장을 중심으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정예병들이 떼거지로 죽어 나간 것 때문에 혹독한 훈련을 받은 것인지 순라군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16553262906334.jpg“아니 무슨. 공격 받은 건 나인데.”

만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들킨 이상 저 쪽에도 아예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만우는 나서기로 했다.

16553262906334.jpg“야. 똥 적당히 싸고 집에 가 있어. 나 잠깐 볼일 있으니까.”

16553262906368.jpg“…….”

방매도 창피한 것을 아는지 만우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만우는 그런 방매의 행동에 피식 웃어 보이고는 내기를 용천혈로 유도했다. 팡!!! 만우의 발이 경쾌하게 바닥을 박찼다. 동시에 바람을 품은 만우의 신형이 지근거리에 나타나자 무장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바람을 타고 표홀하게 움직이는 만우였지만, 그 속도가 화경에 오른 무장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16553262906334.jpg“어디 다짜고짜 사람을 죽…….”

명나라 사신과 그 무장에게 한 마디를 하려던 만우가 고개를 모로 꺾었다. 자신의 얼굴을 본 무복을 입은 무장이 만우를 보고서는 숨이 넘어갈 것처럼 껄떡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명나라 무장을 본 만우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가까이서 보니 이상하게 느낀 그 지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6553262906334.jpg“너, 나 알지?”

무복을 입은 무장의 얼굴은 매끈했다. 그 매끈하다는 것이 피부가 매끈하다는 것이 아니라 수염이 달려 있어야 할 얼굴이 너무나도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16553262906346.jpg“저, 접근 금지!! 무, 물러나라!”

그런데 그때 포도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만우에게 검을 겨눴다. 그런데 검극이 아래위로 흔들려 저 검을 휘두르면 어디로 향할지 심히 걱정이 될 정도였다. 만우는 혀를 쯧쯧 하고 차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파바바박!!!! 엄지와 검지, 딱 한 번만 튕긴 만우였지만 포도대장과 수십의 순라군이 동시에 수혈이 짚여서는 쓰러졌다. 요란하게 코고는 소리는 덤이었다.

16553262906346.jpg“어허억…….”

신기(神奇)에 가까운 만우의 신위였다. 지풍을 튕기는 소리는 단 한 번이었는데 그 지풍이 수십 갈래로 쪼개져 동시에 수십 명의 사람들의 수혈을 짚은 셈이었다.

16553262906346.jpg“부 장군! 부 장군! 정신 차리시오! 어서 저 무도한 놈을…….”

명나라 사신은 만우를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우는 부 장군이라 불린 무장의 뒤에 숨으려 애를 쓰는 사신을 보면서 피식하고 웃었다.

16553262906334.jpg“장군은 무슨. 거시기 없는 환관 놈이지.”

가까이서 본 무장의 얼굴은 나이가 분명히 들어 보였다. 그런데 얼굴에 수염이 하나도 없다는 뜻은 단 하나뿐이었다.

16553262906334.jpg“너, 나 알지?”

16553262906346.jpg“억…… 억…… 억…….”

게다가 자신을 본 부 장군이라 불린 환관의 얼굴은 못 볼 것을 본 표정이었다. 지금 만우의 얼굴을 바로 마주하고 있는 중에도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가고 있었으니까. 환관에 화경의 고수라면 뻔했다.

16553262906334.jpg“동창에서 조선엔 왜 왔냐. 어?”

꼬르륵 만우를 보고 경기를 일으켰던 무장, 아니 동창의 지휘자인 제독동창 부로가 입에 거품을 물고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었다. *****

16553262906346.jpg“검주 만우라니. 이런 자가 있었습니까?”

좌정승 하륜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영의정 조준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하륜은 아니었다.

16553262906346.jpg‘명의 유사길이 찾아왔을 때 쳐들어왔던 그 무인이로구나.’

유사길을 접대하기 위해 열었던 연회 자리에 쳐들어왔던 무인이 하륜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바로 그때 분명 유사길이 그 무인을 보고는 검주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하륜은 똑똑히 들었다.

16553262906346.jpg‘전하께서 어울리신다는 무뢰배들.’

그리고 바로 그 검주라는 무인이 세간에 소문이 난 임금이 어울린다는 무뢰배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를 단순히 무뢰배라 부를 수 있을까?

16553262906346.jpg‘명천자가 불렀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물이라는 뜻이다.’

명나라에서는 천자가 직접 조선의 임금에게 명에서 큰 죄를 저지르고 조선으로 도주한 죄인 만우를 압송하라는 내용의 칙서를 보냈다. 여기서 친서가 아니라 칙서라는 것은 부탁이 아니라 상국인 명나라가 조선에 내리는 명령이라는 뜻이다. 즉, 조선에서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스윽 하륜은 고개를 슬쩍 돌려 대전의 가장 상석에 앉은 임금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임금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 심각한 표정이었다.

16553262906346.jpg‘제일검?’

그런데 조선제일검이자 임금의 운검인 권희달의 표정이 괴상했다. 권희달은 마치 못 본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륜은 자신이 봤던 만우라는 무인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나라의 사신인 유사길을 앞에 놓고 종 부리듯 하는 자가 명나라에서 어떤 사고를 치고 조선으로 왔을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보나마나 명나라의 대신들과 귀족들의 심기를 거슬렀을 것이다.

16553262906346.jpg‘한데 왜 이제 와서?’

만약 만우라는 자가 정말 그러한 성정을 가지고 있고, 명에서 조선으로 넘어온 것이라면 왜 이제 와서 명나라에서 그를 놓고 저리 나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명나라에서 알아서 잡아들였으면 되는 일이 아닌가.

16553262906346.jpg‘어떤 연유인지는 모르나 이것은 명나라 황실의 농간이다.’

하륜은 그리 생각하고는 임금 앞에 나가 고개를 조아린 뒤 입을 열었다.

16553262906346.jpg“아무리 명천자라고는 하나 조선의 백성을 어떤 죄목인지 설명도 해 주지 않고 압송해 호송하라는 것은 무리한 처사입니다!!”

조정 대신들은 절반으로 갈렸다.

16553262906346.jpg“아니옵니다. 상국인 명에서 그리 칙서를 통해 명령을 내렸다면, 응당 따라야 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대명국에서 죄를 저지른 그 죄인이 조선에서도 저지르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사옵니다.”

좌정승 하륜에 반대되는 의견을 영의정 조준이 말하고 나선 것이다.

16553262906346.jpg“전하의 용맹한 정예병들을 동원하여 만우라는 죄인을 추포하소서.”

영의정 조준은 오히려 나서서는 그렇게 말했다. 조정 대신들 중 쉽사리 시류에 휩쓸리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파의 수장을 자처한 조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륜이 나선 상황에 조준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었다.

16553262906346.jpg“조금 더 생각을 해 보겠소. 그러니 영의정 조준과 좌정승 하륜만 남고 나머지는 물러나시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소이다!”

임금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대신들이 양 쪽으로 나뉘어져서는 대전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빠져나가자 임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16553262906346.jpg“전하. 그리 고민이 되신다면 신의 말대로 하시옵소서. 명천자가 이번 일로 조선을 달리 볼까 저어되옵니다.”

조준은 임금이 왜 저리 고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만우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하륜은 그런 조준에게 임금 대신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조준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권희달을 쳐다봤다.

16553262906346.jpg“운검. 저 말이 사실이오?”

운검 권희달이라면 조선에서 가장 강하기로 소문난 강자다. 조선제일검이란 이름이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희달은 조준의 말에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62969881.jpg“떠도는 소문의 주인공인 그자가 맞사옵니다. 허나 검주 만우 대협은…….”

16553262906346.jpg“과인이 인정한 무인이오. 그 정도의 강자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우리 조선에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 판단하였소이다.”

16553262906346.jpg“허나 어찌 한 명의 무사에 불과할 지언데…….”

16553262906346.jpg“한 명의 무사?”

조준은 격변의 고려 말을 겪었으면서도 무사의 힘을 그리 높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의 무공이 아무리 고강해 봐야 고작 개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수천, 수만, 수십만이 움직이는 거대한 대의 앞에서 개인의 강함은 보름달 앞에 반딧불 정도에 불과한 법이었기 때문이다.

16553262906346.jpg“그렇사옵니다. 최영과 이인겸에게 최고의 무사들이 없었사옵니까? 또한 정도전과 정몽주에게는 강한 무사들이 없었다 생각하시옵니까?”

조준은 몸을 똑바로 하고 임금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16553262906346.jpg“허나 결국 그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이 조선을 세운 것은 상왕 전하와 전하이시옵니다. 한 명의 무공이 고강하다 하여 결코 대세를 거스를 수는…….”

16553262906346.jpg“영의정은 과인의 눈이 옹이구멍으로 보이시오?”

16553262906346.jpg“전하! 소신은 그런 말씀이 아니오라…….”

임금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의 말을 끊지 말라는 뜻이었다. 조준은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16553262906346.jpg“동북면과 개경에서, 그리고 명에 볼모로 붙잡혀 갔을 때 과인은 기라성 같은 무인들을 보았소. 그들 모두가 일군을 호령할 수 있는 장수들이었으며 일당백이 거뜬히 가능한 내로라하는 무인들이었지.”

16553262906346.jpg“예.”

16553262906346.jpg“영의정의 말이 무엇인지 아오. 허나…….”

조준은 무림에 대해서 모른다. 중원에는 명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또 다른 세계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명나라 사람이라면 모를까,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조선에는 아는 것이 더 신기한 세계다. 그 때문에 임금은 화를 내기 보다는 조준에게 설명해 주기로 했다.

16553262906346.jpg“그는 무신(武神)이오.”

16553262906346.jpg“전하. 상왕 전하께서도 무신이라 불리셨사옵니다.”

동북면의 수호신인 상왕도 사람들은 무신이라 불렀다. 허나 아무 것도 모르는 백성들이 부르는 것과 검예를 겨루고 무예를 닦는 이들이 보는 것은 다르다.

16553262969881.jpg“진정으로 그는 무신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은 자이옵니다.”

권희달까지 합세해서 그리 말하자 조준의 눈빛이 혼란스러워졌다.

16553262906346.jpg“만약.”

임금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준에게 말했다.

16553262906346.jpg“운검을 비롯한 겸사복들과 내금위를 총동원하여 궐을 수비하고, 우림위 전원을 동원하는데도 만우란 자를 막을 수가 없다면, 믿겠는가?”

16553262906346.jpg“…….”

조준의 두 눈이 흔들렸다. 그의 눈에 금세 불신의 기색이 서렸다. 임금은 그런 조준의 눈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16553262906346.jpg“못 믿겠지. 과인도 그랬을 테니까. 직접 내 두 눈으로 그자를 보지 않았더라면.”

16553262906346.jpg“허나 그…….”

조준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주상이 무뢰배들을 궐로 들여 어울린다고 소문이 돌기 바로 직전에 강녕전의 지붕이 무너진 적이 있었다. 그것으로 인해 궐에 인부가 드나들면서 한동안 어수선했던 것을 기억한 것이다.

16553262906346.jpg“그래. 이미 한 번 시험해 보았지. 상왕께서도 그자를 보셨고.”

16553262906346.jpg“…….”

16553262906346.jpg“하륜도 알고 있을 걸게. 명사신 유사길이 왔을 때 고명인장을 받을 수 있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그자니까.”

16553262906346.jpg“……허어.”

조준은 근래 조선의 정세에 알게 모르게 그런 자가 있었다는 것을 영의정으로서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16553262906346.jpg“허면.”

조준은 입술을 혀로 살짝 적셨다.

16553262906346.jpg“명천자가 어찌하여 만우를 압송하라 하였는지 짐작 가는 것이 있으십니까?”

16553262906346.jpg“그대처럼 지혜로운 자라면 답을 알고 있을 터. 그대가 과인에게 말해 보는 것이 어떠한가.”

조준은 당대의 석학인 정도전과 뜻을 함께 했던 선비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이 묻는 질문에 조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16553262906346.jpg“차도살인.”

16553262906346.jpg“그래. 맞소.”

임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금은 만우가 명 황실에서 어떤 짓을 벌였는지 알고 있었다. 전 황제 때의 일이라고 했으나, 조선에서 만우가 보인 행보가 명천자의 귀까지 흘러들어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명천자는 위험천만하게 제 손을 더럽히지 않고 조선에 명해 만우를 압송하라 시킨 것이다. 조선이 만우를 압송해 오든, 칙서를 거부하건 명천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나라는 거대한 나라지만 조선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국력을 가진 나라다. 조선 정도의 국력을 가진 국가가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면 명나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관계를 맺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조선이 만우를 압송한다? 만우를 압송하는데 그가 미치지 않은 이상 순순히 제 발로 걸어 들어갈 리 없었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만우를 추포하기 위해 수많은 무관과 정예병들이 희생 당할 것이다. 그렇게 조선 임금 휘하의 군사력이 약해지고 나라가 시끄러워지면 여기저기서 잡음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명나라 입장에서는 조선의 국력이 분열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설령 조선이 명나라의 칙서를 거부했다? 그러면 조선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16553262906346.jpg“허나 과인에게는 선택지가 한 가지밖에 없소.”

임금은 조준을 보면서 이미 답을 정했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조준 역시 비슷한 결과에 도달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끄응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16553262906346.jpg“만우, 그자를 조천사에 끼워 넣어서 아예 명나라로 보내겠소.”

16553262906346.jpg“……전하.”

개인에게 조선이 고개를 숙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임금은 조준에게 시시콜콜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일개 개인이라고는 하나, 그 무(武)가 하늘에 닿은 자가 어떤 것인지는 겪어 보기 전에는 절대로 모른다. 더불어 조선을 이용해 검주를 압송하라 한 명나라에 그대로 이 머리 지끈거리는 골칫덩어리를 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16553262906346.jpg“과인은 조선을 다스려야지, 그자의 칼에 맞아 죽고 싶지 않소이다.”

임금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시선을 돌려 권희달을 힐긋 쳐다봤다. 권희달이 큰 결정을 내린 임금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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