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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검주, 아니, 천하제일인(6) (260/400)

260. 검주, 아니, 천하제일인(6)202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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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우는 그것만 해도 최소한 십 년이 걸린다는 사실은 동군영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을 했다가 동군영이 도망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입에서 단내가 나올 때까지 배 안에서 매일 같이 수련을 했는데도, 그 정도였다. 반면 옆에서 그런 만우의 가르침을 함께 받은 김향은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소서노의, 그러니까 백제 싸울어미의 투술(鬪術)을 익혀 기력(氣力)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김향이다. 그래서 만우는 내공을 위주로 한 자신의 것을 가르쳐주는 것보다,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동군영도 이제 와서 다시 전신혈맥을 타통하고 내공과 함께 검의 파지법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딱 그 정도였다. 검을 휘두르는 법, 그리고 적의 검을 보는 법. 그것뿐인데도 불구하고 김향이 휘두르는 이룡검에서는 쒹쒹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는데 동군영은 여전히 몽둥이를 휘두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검을 다루는 재능 자체가 김향보다 뒤쳐진다는 소리였다.

16553253979474.jpg“자, 자. 관아에 다 왔네. 다 왔어.”

동군영은 만우의 잔소리가 이어질까 무서워 동래관아의 현판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앞에서 감찰이라고 밝히며 증패를 꺼내자 문을 지키던 포졸이 화들짝 놀라 동군영과 만우를 안으로 안내했다. 동래현의 원님인 현감이 나와 두 손을 모으고는 정중하게 동군영에게 인사를 했다. 동래현을 다스리는 수령이지만 품계로 따지면 감찰방의 장령인 동군영이 정4품이고 현감은 종6품의 외관직이다. 그러니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16553253979478.jpg“어, 어쩐 일로 감찰께서…….”

일전에 한 번 동군영이 이곳을 거쳐 간 적이 있기 때문에 현감은 동군영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감은 이미 그 전에 보빙사 여의손이 지나쳐 갔다는 것을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16553253979474.jpg“지필묵을 내어주시오. 그리고 주상전하께 올릴 장계를 작성할 터이니, 그것을 한양에 보내주시오.”

16553253979478.jpg“예? 예, 알겠습니다.”

주상전하께 올리는 장계라고는 하나 동군영이 올린 장계는 먼저 사헌부로 올라갈 것이다. 동군영은 지필묵이 나오자 먹을 갈아서는 붓에 먹을 묻혔다.

16553253979491.jpg“흐음…….”

현감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 내주고, 자리를 비켰기 때문에 만우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래현은 현이었으나 경상도의 중심은 아니었다. 경주와 상주가 경상도에서는 가장 컸는데, 동래현은 왜와의 활발한 무역으로 많은 물건과 재물이 몰리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감의 방은 꽤나 화려했다.

16553253979491.jpg“활…….”

퉁. 활의 시위를 한 번 퉁겨본 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계의 대룡궁보다는 한참 못 했지만, 그래도 꽤나 고가품이었기 때문이다.

16553253979491.jpg“이야.”

만우는 벽에 걸린 호피를 보고서는 감탄했다. 호피는 국왕에게 진상을 하기도 하는 아주 귀한 물품이었다. 그런데 이게 일개 현감의 자리 뒤에 떡하니 걸려 있었다. 거기에 예리하게 날이 선 장검 몇 개와 산처럼 여기저기 놓인 서적을 들춰본 만우는 하품을 쩌억 했다. 슬슬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툭 그런데 그 때 만우의 발치에 무언가 툭하고 떨어졌다. 여기저기 들쳐보다가, 호랑이의 가죽을 그대로 뜬 호피에 달려있는 호랑의 입속에서 떨어진 작은 쪽지였다.

16553253979491.jpg“이건 뭐야?”

만우는 허리를 굽혀 그 쪽지를 집어 들었다. 아주 작은 글씨로 깨알 같이 적혀 있는 것이, 한 눈에 보기에도 뭔가 냄새가 나는 듯한 쪽지였다. 만우는 그 쪽지를 펴서 읽어보고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16553253979491.jpg“우리 방매가 좋아할 일이 생겼네?”

16553253979474.jpg“응? 옹주께서?”

유려한 필체로 장계를 써 내려 가고 있던 동군영이 고개를 들었다. 만우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손에 들린 쪽지를 동군영에게 내밀었다.

16553253979491.jpg“우리 옹주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게 번쩍거리는 것이거나, 그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들이거든.”

쩐. 안 그래도 요시미츠가 만우에게 보낸 보물들을 전부 타케노에게 넘겼다는 것에 배가 아파하면서 투덜대던 방매였다. 그나마 방매가 있어서 김향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었고, 자신 때문에 혈세천마의 손에 잡히기까지 하는 등 수고가 많았기 때문에 만우는 한 번 쯤은 방매가 기뻐할 일을 해주기로 했다.

16553253979474.jpg“이, 이건…….”

16553253979491.jpg“일개 현감이 사무를 보는 곳이 화려하지 않아?”

만우는 주변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제야 주변을 돌아본 동군영의 눈이 커졌다. 만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16553253979491.jpg“아니, 집중하는 것은 좋은데 주변도 좀 보고 다녀. 감찰 나리.”

16553253979474.jpg“흐. 흐음. 내 그래보도록 하겠네.”

동군영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동군영은 집중력이 좋았다. 물론 이건 좋게 말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동군영은 하나밖에 모르고 직진하는 바보 멍청이였다. 원체 주변을 둘러보지를 않는 것이다. 만우가 없었다면 장계를 쓰러 왔으니 딱 장계만 쓰고 나갔을 것이다.

16553253979491.jpg‘그러니 무릉도원에 가서도…….’

만우는 쓰게 웃었다. 이 이야기는 꺼내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동군영은 세상을 배워가고 있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16553253979491.jpg‘그래도 소년 정도라고 해줄까?’

만우를 따라다니면서 그래도 조금 배우긴 했다. 그러니 마냥 어린아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소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직 배울 것이 많고, 고칠 것이 많은 소년. 인간의 본성에 대해 동군영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 만우는 그것이 동군영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기를 바랬다. 정식으로 사제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자신에게 검을 쥐는 방법을 배운 제자였으니까.

16553253979491.jpg“그나저나, 어떻게 생각해?”

16553253979474.jpg“무엇을 말인가.”

16553253979491.jpg“이거. 이거 보고 생각 나는 거 없어?”

16553253979474.jpg“……뇌물 말인가?”

동래현감은 야심이 큰 자였다. 그 때문에 동래가 왜와의 무역이 성행하고 있는 곳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것으로 꾸준히 한양으로 뇌물을 보내고 있었다.

16553253979491.jpg“뇌물을 받는 사람을 한 번 봐봐.”

16553253979474.jpg“이조(吏曹)? 이조라면…….”

동군영의 얼굴이 설핏 굳었다. 이조라면 육조 중 관리의 임명과 부서로 배치하는 인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다. 즉, 이조의 결정에 따라 관직의 제수가 결정이 되거나 부서의 변경이 이뤄지는 것이란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이조는 병조 다음으로 대신들이 맡기를 바라는 주요 요직이었다.

16553253979474.jpg“그것도 판서에게 직접?”

그 쪽지에는 이조판서 김첨(金瞻)에게 호피와 비단을 바쳤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비밀 장부였다. 동래현감이 누구에게 뇌물을 언제, 얼마나 바쳤는지를 적어놓은 작은 쪽지인 것이다.

16553253979474.jpg“이건 아직 안 보낸 것 같은데.”

동군영이 맨 마지막에 적힌 한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날짜를 보니 오늘로부터 사흘 뒤의 일이 미리 적혀져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 날 뇌물을 보낼 예정이란 소리다.

16553253979474.jpg“비단 열 필, 호피에 왜에서 넘어온 은까지? 그리고…… 이건 뭐지?”

작은 쪽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동군영이나 만우가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것들이 암호처럼 적혀 있었다.

16553253979474.jpg“뫼자(山子)?”

16553253979491.jpg“산사람이란 소린데…….”

16553253979474.jpg“혹시 산적이 아닌가?”

만우는 말이 되는 소리였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뇌물이란 것을 들키지 않고, 한양까지 옮기기 위해서는 동래현감 대신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뇌물을 잔뜩 보내는 놈이, 자신이 관리라고 해서 산적과 결탁을 굳이 꺼려할 것 같지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16553253979491.jpg“확신은 할 수 없어. 산적을 뭘 믿고.”

이곳이 중원이라면 말이 된다. 녹림십팔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적들이 뭉쳤지만, 무림에서 그들을 사파의 세력 중 하나라고 인정을 해주었기 때문에 스스로 내부적인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조선은 아니다. 조선의 산적들은 대부분 먹고 살기가 힘들어 산적이 된 화전민들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뭘 믿고 동래현감이 이 귀중한 뇌물을 내어 주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이조판서에게 들어갈 뇌물을 말이다. 그렇게 이조판서에게 뇌물을 보낸다고 생색을 한 번 내놓고서는, 뇌물이 도중에 갈취라도 되면 동래현감의 영전은 평생 물 건너가는 일이다. 그러니 분명 믿을 만한 이들을 고용해서 보낼 것이다.

16553253979474.jpg“난 산적일 것 같네. 아니, 산적으로 위장시킬수도 있지. 낭인들이 있지 않은가.”

16553253979491.jpg“낭인?”

16553253979474.jpg“그렇네. 낭인.”

동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우는 흐음하는 소리를 내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중원에서 낭인이란 소리를 꽤나 들었던 만우다. 하지만 사실 산적이나 수적들보다 더 믿지 못할 이들이 바로 낭인이란 놈들이다. 말이 낭인이지, 대부분은 범죄자라 도망다니는 놈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제 목구멍이 포도청인 놈들인데, 돈을 주고 의뢰를 한들 신뢰가 있을 것이냔 말이었다.

16553253979491.jpg“방매가 좋아할 것 같은데.”

만우는 턱을 쓰다듬었다. 어차피 눈 먼 돈이다. 거기에 뇌물이면 불법적으로 편취해서 쌓아놓은 재물이라는 소리다. 그런 눈 먼 재물을 가장 좋아할 사람은 바로 방매다. 그 때 동군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16553253979474.jpg“그래도 옹주신데 이제 그런 건…….”

16553253979491.jpg“감찰 나리 도우려고 일본국까지 간 옹주마마인데. 그냥 입 싹 닦으려고?”

16553253979474.jpg“아니 누가 입을 닦는다고 하였는가. 내 한양에 돌아가면…….”

16553253979491.jpg“돈 주는 거 제일 좋아할걸?”

16553253979474.jpg“그… 그…….”

동군영은 입을 뻐끔거렸지만 할 말은 딱히 없었다. 만우의 말대로, 자신을 돕겠다고 일본국까지 와 그 고초를 겪은 방매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옹주니 국법을 운운하면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그 재물이란 것 자체가 불법적으로 동래현감이 취득해, 뇌물로 보내려는 눈 먼 재물이었기 때문이다.

16553253979491.jpg“감찰 나리도 할 일 하셔야지. 부패 관리잖아. 그냥 보고만 있으려고?”

16553253979474.jpg“그…….”

16553253979491.jpg“이조까지 날리면 감찰 일 진짜 잘 하는 거지. 어사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높은 관직도 받고 그러면, 얼마나 좋아.”

동군영의 얼굴에 갈등하는 빛이 서렸다. 만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군영에게 말했다.

16553253979491.jpg“일단, 뫼자라는 놈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하는 거잖아. 그러면 간단하지.”

만우는 올려다보는 동군영을 보면서 씩 웃었다.

16553253979491.jpg“이 근처에 있는 산적들. 모조리 조져버리면 되잖아. 마침 이 쪽에 그럴 인원들도 넘쳐나는데.”

16553253979474.jpg“…….”

16553253979491.jpg“산채 하나에 하나씩만 보내면 돼. 그러면 산적들도 정리하고, 얼마나 좋아. 안 그래?”

16553253979474.jpg“으… 음…….”

만우는 동군영의 어깨를 탁탁하고 쳤다.

16553253979491.jpg“일단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고 장계나 써서 보내. 난…….”

만우가 기지개를 쭉하고 켰다. 안 그래도 배 위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바람에 몸이 찌뿌둥한 것이, 몸이나 한 번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넘쳐나는 인력에게 일을 던져주면, 알아서들 잘 할 것이다.

16553253979491.jpg“산적들 털고 올게.”

  *****

16553253979478.jpg“오읍이아(모릅니다). 오아요(몰라요). 엉엉.”

만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멱살을 잡고 있던 산적을 내팽개쳤다. 그러자 앞이빨이 모조리 나간 산적이 엉엉 울었다. 만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16553253979491.jpg“뫼자란 게 뭐야 대체.”

만우는 이놈도 뫼자란 것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하자 답답함에 중얼거렸다. 만우는 주변에 떡이 되어 쓰러진 산적들을 힐끗 쳐다보고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16553253979491.jpg“에라이. 산적질 하지 말고 논밭이나 일궈. 착하게 살아. 짜식들아.”

그 중 만우의 충고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이가 나간 두목 하나밖에 없었다. 만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볍게 발을 굴렀다. 그렇게 동래현으로 돌아온 만우는 주막으로 돌아왔다. 그 주막에는 다른 이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만우가 쳐다보자 다들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254121244.jpg“모른답니다.”

16553254121248.jpg“저두요.”

16553254121254.jpg“저도 모른다고…….”

감령, 필두, 척사영, 호선과 문형일이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슌스케는 자신이 도움이 되지 못 했다는 것이 애석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16553253979491.jpg“투귀대 애들은?”

16553254121261.jpg“……뭐 물어보기도 전에 다 도륙을 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문형일이 마교는 믿을 수 없다는 어조로 이야기했다. 마교 애들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게 의심이 되긴 했지만, 졸졸 쫓아다니길래 놀면 뭐하냐고 일을 시켰던 만우다. 뫼자(山者). 그 암호의 단서를 찾기 위해 산을 가장 잘 알 산적들을 먼저 족친 것이다. 산적들은 족쳐도 관아에서 뭐라고 할리도 없고, 그 수가 가장 많으니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가장 먼저 목표로 삼은 것인데, 소득이 없었다.

16553253979491.jpg“산적이 아닌가?”

만우는 턱을 긁적였다. 방매와 김향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방매에게 알려봤자 옆에서 재촉이나 하지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방매와 김향은 동래현에서 장사 좀 해보겠다고 주막을 나간 지 오래였다.

1655325412127.jpg“어딜 다들 그렇게 나갔다가 들어오는 거야?”

마침 그때, 방매와 김향이 돌아왔다. 방매는 그 짧은 사이에 장사를 한 것인지 뭘 짊어 매고 있었다.

16553253979491.jpg“그건 또 뭐야? 냄새.”

만우가 코를 감싸 쥐었다. 방매가 짊어 맨 봇짐에서 꼬리꼬리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나는 비린내를 압축시켜 놓은 듯한 냄새였다.

1655325412127.jpg“말린 생선. 히이.”

방매가 씨익 웃었다. 만우는 대체 그걸 왜 샀냐는 표정으로 방매를 쳐다봤다. 그러자 방매가 뭘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1655325412127.jpg“한양에서 비싸게 팔려. 이런 해산물 구하기가 쉬운 줄 알아?”

16553253979491.jpg“이 냄새 지독한 게?”

만우의 말에 방매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5412127.jpg“지독해 보여도, 이게 말린 거라 훨씬 더 맛있어. 마른 만큼 맛이 농축되었달까.”

방매가 히히거리며 웃었다. 만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런데 그 때, 투귀대 고수들이 한꺼번에 복귀했다.

16553253979491.jpg“알아온 거 있어?”

16553254150109.jpg“없네. 아는 자가 없더군.”

만우는 검은 피풍의에 튄 핏자국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역시 마교는 마교였다. 멀쩡히 깨끗하게 돌아온 놈들이 하나도 없었다.

16553253979491.jpg“이 주변의 산채는?”

만우는 감령을 쳐다봤다. 산적에 한해서만큼은 감령이 이 중에서 가장 전문가였다. 산의 크기나 난 길만 봐도 감령은 이 산에 산채가 몇 개 있고, 크기가 어떻다는 것까지 구분해냈다.

16553254121244.jpg“더 나가면 있겠으나, 이 근방에는 없습니다.”

16553253979491.jpg“아예 멀리서 부르는 건가?”

하루 만에 근방의 산채가 십여개가 털렸다. 그런데 그 안에 없으면 둘 중 하나였다.

16553254121248.jpg“뫼자가 산적이 아닌 게 아닐까요?”

필두가 말했다. 그런데 그 때, 전혀 의외의 사람이 불쑥 말을 했다.

1655325412127.jpg“뫼자? 그거 부상(負商) 이야기하는 건데. 등짐장수들.”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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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우의 고개가 바람소리를 내며 방매에게로 향했다. 방매는 왜 자신을 다들 쳐다보는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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