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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불청객 대(對) 불청객(4) (246/400)

246. 불청객 대(對) 불청객(4)2021.05.08.

후두둑! 그런데 그 거대한 구덩이 한가운데, 마치 거대한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섬처럼 사람 하나가 서있을 작은 땅만은 멀쩡했다. 그 크기도 딱 사람이 두 발로 서 있을 정도의 크기였는데, 그곳을 제외하고는 주변이 모두 무너지듯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난 것이다. 그렇게 가운데 생겨난 작은 섬 같은 땅 위에는 사람이 서있었는데, 그 사람의 어깨에서 흙먼지가 계속해서 아래로 흘러내려서는 떨어졌다.

16553250431793.jpg“후욱!!!!!”

그러더니 순간, 남자의 가슴이 크게 부풀더니 흉부가 크게 부풀어오르면서 남자의 몸을 뛰덮고 있던 흙먼지들이 우수수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16553250431793.jpg“쿨럭!”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붉은 다홍색의 옷자락 정도. 그 외에는 거대한 충격을 받아 찢겨져 나간 옷이 걸레짝처럼 남자의 상체에 붙어있었다. 그런 남자의 입에서 쿨럭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한 모금 터져나왔다. 밝은 선홍빛의 피가 아니라 검게 죽은 피였는데, 흙먼지를 뒤집어 쓴 남자가 손을 뻗자 땅이 들썩거리더니 땅 속에서 새하얀 검신을 가진 이룡검이 날아와 남자의 손에 턱하고 잡혔다.

16553250431793.jpg“미친놈들.”

후두두둑!!! 파앗! 죽은피를 한 모금 내뱉자 힘이 돌아온 것인지, 이룡검을 손에 쥔 남자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동시에 남자의 눈이 번쩍 떠짐과 동시에 남자의 몸에 내려앉았던 흙먼지들이 한 방에 펑하고 터져 나오듯이 떨어져 나왔다. 만우였다. 만우는 이룡검을 손에 든 채 걸리적거리는 홍의자락을 손으로 붙잡았다. 파스스!!!! 거대한 폭발과 검강의 충격은 만우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 여파가 훨씬 더 거대했다. 그 때문인지,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홍의가 바스라지면서 무너져 내렸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만우의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16553250431793.jpg“으…….”

만우는 가슴팍에 입은 화상 자국에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16553250431793.jpg“두 개. 두 개가 터졌는데 이 정도 위력이라고?”

만우의 경지가 작금의 무림에서 도달해본 사람이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것은 분명했다. 또한 기천이란 무예의 역사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우가 신이 된 것은 아니다. 신선이 되었다면 진작 우화등선을 했지, 이 속세에 남아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16553250431793.jpg“내상이라니.”

만우는 육편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화한 진혼대의 고수들을 떠올리면서 이를 으득하고 갈았다. 딱 두 개. 두 개는 만우가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터졌다. 그 때문에 만우는 극성으로 공력을 끌어올려 호신강기를 쳤지만, 기격폭천뢰를 막아내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그 때문에 내상까지 입은 것이다.

16553250431793.jpg“후우.”

몇 번 호흡을 하자 둔중한 통증이 느껴지던 가슴팍이 가벼워졌다. 다행히 호신강기를 끌어올린 덕분에 사지가 잘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가슴팍에 기격폭천뢰가 터지면서 뿜어져 나온 강한 열기에 의한 흉터가 남았을 뿐. 그 외에는 내상인데, 죽은 피를 한 번 내보냈기 때문에 운신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16553250431793.jpg“이, 이 미친 마교 놈들.”

만우는 이를 악물었다. 기격폭천뢰까지 준비하다니. 마교 놈들이 얼마나 공을 들여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 하나를 죽이기 위해 이 정도 준비를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덕분에 만우는 신경이 하나하나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무뎌졌던 만우의 신경이, 다시금 날카롭게 벼려진 것이다. 만우의 두 눈에서 기광이 폭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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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250431793.jpg“혈세천마.”

만우는 마교의 교주인 혈세천마의 이름을 읊조렸다.

16553250431793.jpg“아무래도, 여기서 죽어야겠다. 네놈.”

무림에서는 그 누구도 만우를 건드리고 살아서 두 발 뻗고 자는 놈이 없었다. 세력 하나 없는 만우를 다른 무림의 세력들이 건드리지 못한 이유는, 만우가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라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의 독심 때문이다. 절멸. 괜한 공명심에 눈이 멀어, 명예에 눈이 멀어 만우를 건드렸던 자나 무림의 세력들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황실뿐이었다. 황실을 남겨둔 것도, 황실을 없애버리면 명이라는 나라가 도탄에 빠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죄 없는 무고한 양민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다. 그런 만우가, 마교에 복수를 천명했다.

16553250431793.jpg“모조리 죽여주마.”

쾅!!! 만우가 서있던 자리가 우릉하고 한차례 떨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자리에 서 있던 만우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 서걱!!!!

16553250462421.jpg“커, 커헉…….”

여포의 방천화극이 번쩍하자 오마장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궁마(弓魔)가 쩍 벌어진 목 사이로 흘러내리는 생명의 원천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쿵하고 쓰러졌다. 손발이 간헐적으로 떠는 궁마를 내려다본 여포의 방천화극이 다시 한 번 원을 그리자 주변을 포위한 천마대의 고수들이 쿵쿵거리며 머리를 땅에 박았다. 퍼억!!!

16553250462421.jpg“커흑!!!”

오공으로 피를 쏟아내며 쓰러진 천마대 고수의 몸을 옆으로 치워내며 옥령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마정 백영과 일산 웅풍, 폭혈도 위문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천마대의 고수들은 하나하나가 투귀대로써도 무시할 수 없는 경지의 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리자는 투귀대였다.

16553250462421.jpg“……고마워요.”

16553250462432.jpg“고맙다는 말은 아직 이릅니다. 아직…… 그대의 대주란 자의 결투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콰과과과광!!!!! 천마대의 고수들은 여포가 끼어든 투귀대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여포가 없었다면 천마대의 압승이었겠으나, 주창이 인정한 화경의 고수인 여포의 방천화극을 단 일합이라도 막아내는 이가 천마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천마대의 최강자인 마존 남요명이 주창에게 묶여 있는 상황이었으니, 상황이 천마대에게 불리하게 흐르는 것은 당연했다. 콰광!!!

16553250462421.jpg“커헉!”

천마검의 마기가 남요명의 검기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러자 남요명이 피를 토해내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검기와 검기의 충돌로 여기저기 옷이 찢어지고 생채기가 난 주창이 검을 들어 남요명의 목을 겨눴다. 남요명은 흐릿한 눈으로 주창을 올려다보면서 웃었다.

16553250462421.jpg“자, 잘 크셨소. 소교주.”

16553250462445.jpg“……이제야 날 소교주라 불러주는 거요. 마존.”

주창은 착잡한 표정으로 마존을 쳐다봤다. 마존은 충직하고 강직한 사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창은 자신이 품을 수 없는 사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 강직한 남자는 자신의 모든 마음을 혈세천마를 향해 바쳤기 때문이다.

16553250462421.jpg“크……허.”

남요명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야 좀 괜찮은지 남요명의 찡그려진 얼굴이 펴졌다. 그의 목소리 역시 편안하게 흘러나왔다.

16553250462421.jpg“본교는 강자지존의 세계. 내 인정을 받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였으니, 소교주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소.”

16553250462445.jpg“그렇다면 마존.”

16553250462421.jpg“허나 소교주.”

마존은 주창의 말허리를 끊었다. 주창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대충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16553250462421.jpg“소교주는 교주를 꺾고 새로운 신교의 교주가 될 것이오. 그렇지 않소?”

마존은 희미하게 웃었다. 주창은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창이 나아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16553250462421.jpg“그렇다면 베시오. 소교주는 새로운 술로 새 부대를 채우시오. 나 같은 옛것들일랑 잊으시고.”

마존은 목을 길게 뺐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듯, 그는 단호했다. 주창은 그런 남요명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16553250462445.jpg“정녕…… 내 손으로 그리 하시게 만드실 작정이십니까. 마존.”

16553250462421.jpg“소교주.”

마존은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주창에게 말했다.

16553250462421.jpg“난 평생을 전장에서 싸우다 죽기를 바랐소. 이제 소교주도 어엿한 강자가 되었다는 것을, 이 마존이 널리 알리고 죽는 것이니 내 여한이 없소.”

16553250462445.jpg“……마존이 가르쳐준 검으로 마존을 죽이라 하다니, 너무 잔인하오.”

주창은 이를 악물었다. 그런 주창의 검끝이 파르르 떨렸다. 마존은 그런 주창을 보면서 말했다.

16553250462421.jpg“창아. 내 네게 검을 처음 쥐어줄 때, 검객이라 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가져야 한다 하였다.”

16553250462445.jpg“…….”

주창의 이름을 부른 마존은, 그가 처음 검을 가르칠 때 작기만 하던 주창을 쳐다보는 것처럼 주창을 쳐다봤다.

16553250462421.jpg“네가 배운 검을, 내게 보여다오. 내가 잘 볼 수 있게, 내가 잘 가르쳤음을 알 수 있게.”

16553250462445.jpg“…….”

주창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마존의 말을 들으니 손에서 일던 작은 떨림이 사그라들었다. 샤악!!!! 그리고, 주창의 마련검이 마존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마존은 빙긋 웃으며 주창에게 말했다.

16553250462421.jpg“훌륭하다. 창아.”

푸화아아악!!!! 그 말을 끝으로 마존의 머리가 툭하고 떨어져 내렸다. 주창은 마존의 피를 묵묵하게 맞으면서 목례를 취했다.

16553250462445.jpg“편히 잠드십시오. 숙부님.”

마존의 목을 손수 벤 주창은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지친 기색으로 서 있는 투귀대의 고수들과 여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주창은, 척사영을 비롯한 만우를 따르는 고수들이 싸우는 소음을 들으면서 파천서생을 찾았다.

16553250462445.jpg“파천서생!”

16553250462421.jpg“예, 주군.”

파천서생이 여기저기 피가 묻은 몰골로 주창의 말에 대답했다. 주창은 그런 파천서생에게 말했다.

16553250462445.jpg“이다음에는 어떻게…….”

쿠구구구궁!!!!!! 그런데 그때, 주창과 여포의 얼굴이 굳었다. 엄청난 기의 유동을, 그 자리에 선 화경의 고수인 둘만이 느낀 것이다. 주창과 여포에 미치지 못하는 투귀대의 고수들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주창과 여포는 동시에 느꼈다.

16553250462445.jpg“이건…….”

16553250462432.jpg“……대체 무슨 짓을.”

마치 이 일대가 아예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듯, 기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주창은 신교가 만우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계략의 정수를 마주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해 침을 삼켰다.

16553250462445.jpg“이건, 이건…….”

죽음(死). 죽음 밖에 떠오르지 않는, 자신들을 포근하게 감싸안던 기가 되레 거꾸로 자신들을 공격하며 세계에서 배척하려는 듯한 기의 유동에 주창은 말을 잇지 못 했다.

16553250462445.jpg“대체 뭘 준비한 겁니까. 교주.”

주창은 온 몸을 조이는 듯한 기의 유동에 이를 악물고 혈세천마가 향한 금각사를 쳐다봤다. 여포 역시 몸속의 기가 끈적하게 변해버린 듯한 느낌을 견뎌내면서 주창에게 말했다.

16553250462432.jpg“일단…… 만우, 그자의 일행을 도와야 하오.”

16553250462445.jpg“…….”

주창은 이를 악물었다. 혈세천만와 마군자가 준비한 함정은 화경 이상의 고수들에게만 영향을 미쳤다. 그 이하의 고수들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러니, 철저하게 화경인 만우를 노리고 만들어진 진법인 것이다.

16553250462445.jpg“……살인진.”

사람을 죽이는 진. 그 사람이 만우란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창과 여포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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