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불청객 대(對) 불청객(3)2021.05.04.
도인에서 진인으로 오르고 난 뒤, 그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은 자신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향과 방매는 만우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후우. 침착하자.”
콰아아아!!! 만우는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주먹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만우의 주먹을 타고 흐른 공력이 거대한 망치처럼 그대로 전면을 후려쳤다. 퍼버버벙!!!!
“크악!”
“끄아아악!!!!”
그 안에 담긴 공력은 절대로 맨 몸으로는 맞아서 안 되는 위력이 담겨 있었다. 진혼대의 고수들이 공력을 끌어올렸어도 마찬가지였다. 만우가 주먹으로 펼친 기천의 2초식, 기면에 피떡이 되어 진혼대의 고수들의 뒤로 나가떨어졌다.
“신교에 영광을!”
“신교에 영광을!”
만우는 또 다시 개미떼처럼 달려드는 진혼대 고수들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광기에 휩쌓인 진혼대 고수들은 만우의 발을 1초라도 묶어놓기 위해 몇 명이 죽어나가도 계속해서 쇄도했다. 만우가 신경질이 난 표정으로 그런 진혼대의 고수들을 향해 주먹을 말아쥐는 순간, 만우의 코가 움찔했다.
‘타는 냄새?’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 만우를 향해 진혼대 고수들이 달려들었다.
“발동하라!!!!”
“발동!!!!”
동시에 진혼대 고수들이 발동하라는 소리를 내지르면서 만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만우는 주변에서 거대한 기의 유동을 느꼈다. 치이익!!!
“크하하핫!”
“죽어라 검주!!!”
만우는 훼까닥 돌아버린 진혼대 고수들을 보면서 혀를 한 번 찼다가, 그들의 품에서 치직거리면서 타오르는 것을 보고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벽력탄?”
“그냥 벽력탄이 아니라 기격폭천뢰(氣擊爆天雷)다! 검주, 같이 저승에 가자!!!!!”
만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기에 휩쌓여 달려드는 진혼대 고수들의 품에 다들 하나씩 기격폭천뢰를 품고 있었다.
“미친 놈들. 무림의 금기(禁忌)를 어기고자 하다니!”
“크하핫!!!! 이곳은 중원이 아니라 왜다!”
만우를 향해 기격폭천뢰를 품은 진혼대 고수들이 뛰어들었다. 만우는 그런 진혼대 고수들을 쳐다보면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룡검이 저절로 날아와 만우의 손에 척하고 달라붙었다.
“흐읍!!!”
부아아앙!!!!! 이룡검의 검신에서 벌떼가 우는 듯한 소리가 거세게 울려퍼졌다. 그러더니 지극히 정제된 기운이 이룡검에서 솟아나 고고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가……강기?”
“강기라니.”
만우는 히죽 웃었다. 강기(强氣) 정도라면 화경도 무리하면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공력의 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건 각오해야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건 강기가 아니었다.
“검강(劍强)이지.”
“!!!!!!!”
달려드는 진혼대 고수들의 얼굴이 놀람으로 가득 찼다. 검강을 쓴다는 것은, 알려진 만우의 무위가 거짓이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혀, 현경…….”
“익!! 현경이라도 기격폭천뢰에서는 무사할 수 없다! 달려들어!!!!”
강기가 화경의 고수가 무리해서 공력을 끌어올려 만드는 것이라면, 만우의 검에 흐르는 검강은 그 강기의 완성형이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뒷덜미가 쭈뼛 설 정도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진혼대 고수들에게 있어 후퇴는 없었다.
“신교에 영광으으으을!!!!”
만우는 달려드는 진혼대의 고수들을 보면서 검강으로 이글거리는 이룡검을 쳐들었다.
“전부 다는 무리겠지만.”
기격폭천뢰의 위력은 전율적일 정도다. 폭천뢰는 이백년 전 하북의 폭천형가(爆天邢家)에서 만들어진 무기였다.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폭탄으로 폭천형가는 소림에서 나서기 전까지 하북을 주름 잡았던 거대 사파의 주인이었는데, 소림에 의해 멸문지경까지 가면서 자취를 감췄었다. 폭천뢰는 말 그대로 터지면 하늘을 떨쳐 울리게 할 만큼의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는데, 구파일방의 태산북두 중 하나인 소림의 나한 열 명을 한 번에 죽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그렇게 사라진 폭천형가의 폭천뢰는 구문으로만 떠돌다가 백년 전 무림에 피를 몰고 왔던 무림공적 폭귀에 의해 다시 등장했다. 폭천형가의 생존자로 가문의 복수를 위해 무림에 출두한 폭귀는 홀로 소림사의 장문인을 크게 상처 입히고 백팔나한 중 절반을 몰살시켰을 정도의 폭천뢰를 사용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폭귀는 심리전에 능해 폭탄을 매설해 놓았다가 유인하여 터뜨리는 등 심계를 통해 저질렀던 일이지만, 그 때 사용된 것이 바로 기격폭천뢰다. 기존 폭천뢰보다 파괴력을 세 배를 끌어올렸다고 알려진 폭천뢰에 의해 태산의 지형이 바뀌었다고 알려졌다. 그런 폭귀는 태산이 흔들리자 산에서 나온 소림의 태상장문인에 의해 단 일수에 제압을 당했다. 폭귀 자체의 무공은 보잘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천뢰만으로, 보잘 것 없는 무공 실력을 지닌 폭귀가 소림에 그토록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는 것에 마교는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물론 그 날 이후 폭천뢰는 무림의 금기가 되어 비슷한 것만 들고 나와도 무림공적으로 몰려 그 뒤로는 폭천뢰 같은 폭탄이 나오지 않았지만, 마교는 꾸준히 기격폭천뢰의 흔적을 쫓았다.
“기격폭천뢰가 열 개! 우리가 검주를 죽이고, 신교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그렇게 해서 다시 재현해낸 기격폭천뢰는 하나를 만드는데 황금 일만냥이 들어갔다. 그리고, 혈세천마는 그 비싼 기격폭천뢰를 열 개나 가져왔다. 만우, 만우 하나를 죽이기 위해. 만우는 자신을 보며 떠들어대는 진혼대 고수들을 착 가라앉은 눈으로 쳐다봤다.
“벤다. 베고 지나간다.”
화아아악!!!! 만우의 이룡검에서 검강이 이글거렸다. 그리고, 만우의 검이 만우의 손에서 휘둘러짐과 동시에 진혼대 고수들의 몸이 눈부신 빛으로 물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번쩍이는 빛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땅에서 밀려올라간 흙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동시에 그 먼지를 치솟게 만들었던 광풍이 땅을 휩쓸었다. 후두둑!!!! 버섯 모양으로 치솟아오른 먼지구름이 사방의 시야를 자욱하게 가렸다. ***** 하늘 높이 치솟은 주홍빛의 먼지 구름은 아주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거대한 굉음이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거대했기 때문에, 교토의 양인들은 영문도 모르고 그 자리에 엎어져 벌벌 빌어야만 했다. 하지만 상황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건 상황이 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서걱!!! 척사영의 좌검이 마교 고수의 목을 매섭게 훑고 지나갔다. 피분수가 치솟으며 그 옆에 있던 척사영이 죽은 이의 피를 흠뻑 뒤집어 썼지만, 척사영은 그 피를 닦아낼 생각도 못 한 채 옆으로 도를 휘둘렀다. 서거거걱!!!!
“크악!”
“끄아악!!”
척사영의 좌검우도는 착실하게 적의 수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문제라면, 그 수가 끊임이 없다는 것과 저 뒤에서 움직이지 않고는 가만히 버티고 있는 혈세천마와 곡왕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펄럭! 하지만 그런 여유도 척사영을 비롯한 감령과 필두, 호선에게서 사라졌다. 마군자가 나서면서 깃발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마구잡이로 달려들던 마교 고수들의 움직임이 마치 짜맞춰 놓은 것처럼 변한 것이다. 카가강!!!!
“치잇!!!”
척사영이 검을 휘두르면 다섯 명이 넘는 천마대와 진혼대의 고수들이 척사영의 검을 막아냈다. 그렇게 되면 척사영의 검도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쐐액!!!! 그런 그들을 노리고 척사영의 도가 뻗으려고 하면, 다른 고수들이 튀어나와 척사영의 도를 무력화 시켰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피해를 입은 놈들이 뒤로 빠지고, 새로운 고수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차륜!!”
척사영은 이를 뿌득하고 갈았다. 깃발의 움직임에 변한 마교 고수들은 척사영과 감령, 필두와 호선을 몰아놓고 차륜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퍼벙!!!! 콰가가각!!!! 감령과 필두의 패도적인 도와 대부도 적들에 의해서 막혔다. 그 둘도 무림에 데려다 놓으면 손 꼽히는 강자라고는 하지만, 마교의 천마대와 진혼대의 합공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크와아아앙!!!! 그런 그 둘 사이에서 호선이 대호로 변해 날뛰었지만, 적들이 차륜전을 펼치자 호선은 결국 인간으로 다시 둔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들이치는 적에게는 호선이라도 덩치 때문에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윽!!!”
천마대의 고수들은 개인 개인이 최소한 절정이다. 거기에 진혼대 고수들도 전원 일류 수준이었으니 초절정인 감령과 필두, 호선이 수세에 몰리는 것은 금방이었다.
“비겁한 놈들!”
척사영이 이를 빠득하고 갈았다. 적들이 차륜전으로 나온다는 것은 두 가지의 효과가 있었다. 하나는 큰 인력의 손실 없이, 강한 적의 힘을 머릿수로 빼놓을 수 있다는 것과 차륜전에 빠진 상대의 발목을 완전하게 붙잡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곡왕.”
“존명!!!”
혈세천마는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척사영과 고수들을 보면서 김향과 방매가 있다는 금각사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러면서 혈세천마의 부름에 부고야는 크게 복명복창을 한 후 혈세천마의 곁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제 혈세천마의 곁에 남은 사람은 마군자 마원이 전부였다.
“교주님.”
“마원. 남은 고수들을 동원하여 살인진을 펼쳐라. 그리고 내가.”
혈세천마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는 저 멀리서 피어오른 먼지구름을 쳐다봤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저런 먼지구름이 생겼다는 것은, 마원이 파놓은 올가미가 제대로 작동을 했다는 증거다. 물론, 그 올가미를 뜯고 나올 정도의 힘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최소한 시간은 번 셈이다.
“내가 놈을 기다릴 것이다. 직접.”
살인진의 지휘는 혈세천마가 아니라 마원이 해야 한다. 그 때문에 마원은 입술을 잘근 씹으면서 혈세천마가 금각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펄럭!!!!! 교주가 원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바로 직전이었다. 마원은 입술을 앙 깨물고는 그런 교주를 위해 깃발을 치켜들었다. 검은 깃발. 살인진의 개진(開陳)을 알리는 깃발이었다. 파바바바바박!!!!! 척사영과 고수들을 붙잡아 놓을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고수들이 금각사를 중심으로 사방에 자리를 잡았다.
“개진!!!!!!!”
마원의 입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주변의 기(氣)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후두둑!!! 후폭풍으로 인해 하늘로 치솟은 먼지구름과 함께 후폭풍이 끝나자 딸려올라간 작은 돌, 흙덩이들이 비처럼 하늘에서 떨어져내렸다. 그렇게 자욱한 먼지구름이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한차례 훅하고 밀려나가자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그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상흔. 대지에는 거대한 상흔이 새겨졌다. 산 중턱이 턱하고 깎여나갈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곳에는 반경 5장이 넘는 거대한 구멍이 파여있었다. 족히 성인 남성의 키 정도의 깊이로 파인 거대한 구덩이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는데, 그만큼 방금 일어난 폭발이 대지의 지형을 바꿀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