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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불청객 대(對) 불청객(1) (243/400)

243. 불청객 대(對) 불청객(1)2021.04.27.

16553249829914.jpg“금각사?”

16553249829919.jpg“그게 무슨…….”

슌스케와 문형일이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그 순간, 문형일이 헛숨을 들이켰다.

16553249829919.jpg“대, 대장님?”

만우가 입꼬리를 한쪽만 끌어올린 채 웃고 있었다. 그리고, 문형일은 저런 만우의 표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16553249829919.jpg‘화났다.’

문형일은 찔끔찔끔 앞으로 나갔다. 그래야 만우랑 멀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슌스케는 그런 문형일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49829914.jpg“뭐 하는 거지?”

16553249829919.jpg“괜히 불똥 튀고 싶지 않으면 떨어져. 대장, 화났어.”

16553249829914.jpg“화가 났다고?”

슌스케는 고개를 갸웃했다. 원체 만우의 성격이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얼굴만 봐서는 크게 평소와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정도 경지에 다다른 무인이라고 하면 뭔가 세상에 통달했고 신선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우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솔직했고 즉흥적이었다. 거기에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16553249829914.jpg“그렇게 보이지는 않는…….”

16553249829952.jpg“재밌어. 마교 놈들.”

서거거거거걱!!!!!

16553249829919.jpg“…….”

16553249829914.jpg“…….”

문형일과 슌스케의 눈이 커졌다. 만우가 손을 휘두르는 순간, 만우를 중심으로 반경 3장 이내의 모든 사무라이들과 닌자들, 그리고 진혼대 고수들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즉사(卽死).

16553249858788.jpg“무슨!!”

16553249858788.jpg“이런!!!”

놀란 진혼대 고수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음공을 증폭시켜주는 진(陳)을 구성하고 있던 진혼대 고수들이 몇이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갑자기 진이 무너지면서 몸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16553249829952.jpg“놀아주려고 했는데. 미안하지만 놀아줄 시간이 없어서.”

165532498588.jpg

  만우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거꾸로 치솟아 오른 만우의 홍의 자락이 펄럭였다. 하필이면 붉은 옷자락이기 때문에 흡사 만우는 온몸에 화염을 두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16553249829952.jpg“일단.”

만우가 얼음처럼 굳은 진혼대 고수들을 쳐다봤다. 악공들과 무희들이었다. 그들은 만우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1655324985881.jpg[시간을 끌어라! 그것이 너희들의 임무니라!]

1655324985881.jpg[일다경. 그 이상, 그 이하도 필요 없느니라!]

신교의 지존인 혈세천마로부터 영광스럽게도 직접 명령을 받은 결사대였다. 그 수가 무려 백. 오백의 진혼대 중 이 할이 이번에 동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만우의 가벼운 손짓 하나로 오십이 죽었다. 당연히 음공이 무너졌고, 진혼대 고수들의 음공의 위력이 절반 이상으로 깎였다. 푹!!! 그사이 생사투에 무아지경에 빠져있던 동군영이 싸우던 상대의 목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정신을 차린 동군영이 석전 위의 모든 사람들이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49858819.jpg“무슨…….”

16553249829919.jpg“어사 나리. 이쪽으로.”

그때 문형일이 동군영을 불렀다. 동군영은 문형일과 슌스케가 만우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동군영 쪽으로 걸어갔다.

16553249858819.jpg“무슨 일이 일어난 겐가?”

16553249829919.jpg“그…….”

문형일은 볼을 긁적였다. 만우가 보이는 반응이나, 금각사라고 한 것을 보고는 대충 짐작 가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16553249829919.jpg“아무래도 이곳이 함정이었던 것 같소. 마교의 본진이 금각사로 간 것 같다고…….”

16553249858819.jpg“금각사면…….”

16553249829919.jpg“아마, 대장의 약점을 잡으러 간 모양이오. 그곳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방매와 김향. 그 둘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럭저럭 세상을 살아갈 만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만우가 가장 신경 쓰고 아끼는 것이 그 두 여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근데 그것을 마교에서도 안 모양이었다.

16553249858819.jpg“그, 그러면 큰일이 아닌가! 어서 금각사로…….”

16553249829919.jpg“어. 대장이 알아서 갈 거요. 우리는 그냥 여기 있는 게 낫소.”

문형일이 그런 동군영에게 말했다. 동군영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문형일을 쳐다봤다. 문형일은 식은땀을 슥 닦아냈다. 만우가 화난 것만 보고도 식은땀이 난 것이다.

16553249829919.jpg“그, 대장이 말이오, 화가 나면…….”

문형일은 침을 꿀꺽 삼켰다.

16553249829919.jpg“무섭소. 아주 많이 무섭소.”

16553249858819.jpg“……에?”

문형일의 말에 슌스케와 동군영이 비슷한 표정을 지은 찰나, 만우를 향해 진혼대의 고수들이 달려들었다. 가검이 아니라 진검을 든 무희들의 몸을 날리고, 그 뒤를 악공들의 음공이 받쳐주었다. 띠리링!!! 띵! 띵! 띵!!! 눈에 보이지 않는 파문이 대기 중에 일어나며 만우를 향해 짓쳐 들었다. 음공을 익힌 고수가 거의 없는 이유는 이 파문에 내기를 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소리 자체가 퍼지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수 대다수가 아니라 대인전에서 취약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음공이 일정 경지에 다다르면 그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퍼지려는 성질을 가진 소리를 한 곳으로 쏘아 보낼 수 있는 경지가 되면 그 약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진혼대의 고수들은 전원이 그 정도 경지에 다다른 음공의 고수들이다. 그렇게 만우에게 달려드는 진혼대의 고수를 보는 덴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요시미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덴노에게 소리쳤다.

16553249858788.jpg“고작 저런 떨거지들로 이 요시미츠를 이길 수 있다 생각하셨습니까. 폐하.”

16553249858788.jpg“…….”

덴노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우의 가벼운 일 수에 진혼대의 고수들이 절반이 날아가 버린 장면은 전율스럽게 그지없었다. 요시미츠는 그런 덴노를 보면서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16553249858788.jpg‘다 죽인다고?’

만우의 일수에 의해 죽어나간 것은 진혼대의 고수들만이 아니다. 만우의 반경 3장 안에 들어가 있었던 사람들 중 살아남은 것은 문형일과 슌스케, 그리고 동군영이 유일했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만우가 요시미츠 휘하의 닌자와 사무라이들도 죽였다는 소리다.

16553249858788.jpg‘어, 어째서.’

하지만 요시미츠는 그 혼란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16553249858788.jpg‘그래도, 음률을 무기로 쓰는 저들만 사라지더라도,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자신의 주변을 지키는 오로치들 중 하나만 투입이 되더라도 전황은 요시미츠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만우가 손을 들어 올렸다. 만우의 손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16553249829952.jpg“네놈들, 진혼대의 수장이 곡왕이라는 놈이라지.”

만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음률이 수천, 수만 개의 침처럼 쏟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16553249829952.jpg“진혼대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곡왕이라는 놈의 수준도 알 만하다.”

만우의 말에 진혼대 고수들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곡왕 부고야는 그들의 스승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16553249829952.jpg“지옥에 가거든, 곡왕이란 놈도 함께 보내주마.”

번쩍!! 그와 함께 만우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의 정체는 바로 만우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백색 검신, 신이룡검이었다. 우뚝! 부르르르. 달려들던 진혼대 고수들의 몸이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덜컥하고 굳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머리에서는 달려 나가야 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려들던 무희들의 진검이 펑 하고 터져나갔다. 신이룡검에 깃든 불가사리가 게걸스럽게 철붙이를 먹어치운 것이다. 퍼버버벙!!! 동시에 악공들의 악기들이 터져나갔다. 음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악기들이 금속으로 만들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 불가사리가 만족했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와 함께 소서노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만우를 쳐다봤다.

16553249858788.jpg[더, 더 강해졌구나 너.]

16553249829952.jpg“원래, 본주는 강했다.”

촤아악!!!! 일검(一劍). 단 일검에 진혼대 고수들 오십이 몸이 반으로 갈리며 뒤로 넘어갔다. 애초에 자신을 죽이기 위해 함정까지 파놨던 놈들. 만우의 검에는 일말의 자비조차 없었다.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수십을 베어버릴 수 있는 강철의 심장을 지닌 것이 무림십좌 중 일좌, 검주다.

16553249829952.jpg“문형일! 슌스케! 금각사로 간다. 알아서 따라와라!!!!”

만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문형일과 슌스케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동군영을 마지막으로 쳐다봤다

16553249829952.jpg“동구녕. 네 손으로 복수를 하고 싶다면 빨리 와야 할 게다. 왜냐면…….”

쩌저적!!! 쾅!!!! 만우가 석전을 부수면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금세 점이 되어 사라지는 만우의 전음이 동군영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16553249829952.jpg[늦게 온다면, 네 몫은 없을 것 같거든.]

꿀꺽 만우가 휘두른 자비 없는 칼질을 거의 처음 본 것이나 마찬가지인 동군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박력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군영도 가문의 복수를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16553249858819.jpg“가세! 어서! 어서 가세!!!!”

만우의 일검으로 충격에 빠진 석전 위의 사무라이와 닌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사이에 빠져나가야 한다. 동군영이 문형일과 슌스케를 다그쳤다.

16553249858788.jpg“쳐, 쳐라!!!!!”

그렇게 문형일과 슌스케, 동군영까지 사라지고 난 뒤 정신을 가장 먼저 차린 것은 요시미츠였다. 요시미츠가 소리를 지르자 오로치 중 하나가 픽 하고 요시미츠 옆에서 사라졌다. 음공을 쓰는 진혼대 고수들이 모두 죽어 나자빠졌으니, 이제 걸릴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16553249858788.jpg“덴노를 데려와라!!!!”

요시미츠가 오로치에게 소리쳤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우두머리를 쳐서 제압을 하면 해결이 된다. 전장을 수도 없이 거쳐온 요시미츠는 덴노를 확보하느냐 확보하지 않느냐로 이 내전의 끝이 결정된다는 것을 직감했다.

16553249858788.jpg“마, 막아라!!!”

덴노 주변에 있던 사무라이들과 닌자들이 뛰어나갔다. 하지만 상대는 오로치. 일본국의 닌자들 중 정점에 도달한 요시미츠의 충복이자 날카로운 비수다. 서거거거거걱!!!

16553249858788.jpg“크악!”

16553249858788.jpg“끄아아악!!”

만우 앞에서야 어린아이처럼 제압당했지만, 사무라이와 닌자들 사이에서 오로치는 말 그대로 무인지경을 넘나들듯 사무라이와 닌자들을 베어나갔다. 그렇게 쾌속지경으로 내달린 오로치가 덴노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한 찰나, 오로치의 눈이 커졌다. 푸욱!!!!! 덴노의 그림자가 덜컥하고 일어나더니 달려들던 오로치의 목에 단검을 박아넣고는 그대로 단검을 옆으로 그어버린 것이다. 푸화아아악!!!

16553249858788.jpg“아, 안 돼!!!!”

그것을 본 요시미츠가 크게 소리쳤다. 오로치는 요시미츠가 가진 것들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이다. 이런 곳에서 오로치를 잃을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16553249858788.jpg“어, 어떤 놈이…….”

요시미츠는 눈을 크게 떴다. 어디 숨어 있었던 것인지, 수백이 넘는 닌자가 어소 안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덴노 앞을 막아선 닌자는 얼굴에 오니(도깨비) 가면을 쓰고 있었다. 백색 가면에, 붉은 뿔이 네 개가 돋아있고 볼까지 찢어진 입에 튀어나온 이빨까지. 사나운 눈으로 덴노 앞을 막고 선 닌자를 본 요시미츠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16553249858788.jpg“오니!!!!! 토키 가문!!!!”

16553249858788.jpg“요시미츠를 죽여라!”

신이치가 손을 휘젓자 수백의 닌자들이 석전 위로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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