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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마교, 살인진, 성공적?(5) (238/400)

238. 마교, 살인진, 성공적?(5)2021.04.10.

구타 예고를 한 만우는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여포는 만우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노려보다가 사임의 비명소리에 눈을 돌렸다.

16553248606986.jpg“두목! 두목! 손바닥에서 피가…….”

16553248606994.jpg“…….”

여포는 핏물이 번진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금창약에 담긴 내공에 결국 손바닥이 찢어진 것이다. 꾸득. 여포는 핏물이 흐르고 있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면서 만우가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16553248606994.jpg‘검주 만우!’

완패다. 여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완벽하게 패배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강한 호승심을 느꼈다. 넘어설 상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승이 있을 때는 스승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였다면, 스승이 죽은 뒤에는 향상을 위한 목표를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목표를 찾았다. 검주 만우.

16553248606994.jpg“다음에 만났을 땐 지지 않겠다.”

여포는 사임이 자신의 옷을 찢어 손바닥을 동여매는 것을 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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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우는 초립의 턱끈이 자꾸만 거슬리는 듯 손가락 끝으로 매만졌다. 초립은 누런빛깔의 가는 풀로 만든 쓰개였는데, 안에 망건까지 갖춰 써야만 했다. 거기에 초립의 안에는 자줏빛 안감을 받쳐 끈이 바깥으로 늘어져 나왔고 다홍색의 홍의(紅衣)를 명주실로 짠 비단으로 만든 창의 사이로 보라색 누비저고리까지 걸쳤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푸른 허리띠에 붉은 토시까지 차 화려하기 그지없는 복색이었다.

16553248607018.jpg“역졸에 이어서 이제는 별감까지 해야 되네.”

만우는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역졸은 그나마 천민이기 때문에 복장이 화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별감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감찰방의 감찰인 동군영을 수행해야 하는 수행원이니, 별감 정도는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체 높은 양반이 아니라 양인이 주로 별감을 하였기 때문에 별감은 그 관직이 높아봤자 종7품 봉무랑(奉務郎)이 되면 퇴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복색 때문에 부러워하는 양반들도 있었다.

16553248607023.jpg“잘 어울리십니다, 대장.”

문형일이 만우와 똑같은 차림새를 하고는 씩 웃어 보였다. 만우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발작하지는 않았다.

16553248607029.jpg“다 됐어요!”

만우의 옷매무새를 만져준 것이 김향이었기 때문이다. 김향은 만우가 입은 옷을 보고는 쪼르르 달려와 도와주겠다면서 이것저것 거들었는데, 그런 김향에게 차마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기에 만우는 꾹 참았다.

16553248607018.jpg“고, 고맙구나.”

16553248607029.jpg“여기. 이것도 허리춤에 차세요.”

김향은 만우에게 이룡검을 건넸다. 오랜만에 만우의 손아귀에 들어온 이룡검이 우웅거리며 울었다. 불가사리가 반가워한 것이다.

16553248606986.jpg[검의 주인이란 놈이, 검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구나.]

16553248607018.jpg“향이에게 붙여달라고 했을 때는 언제고.”

소서노까지 만우를 반겼다. 만우는 그런 소서노에게 한번 툴툴거려 보았지만 오랜만에 검을 쥐었다는 것에 만족해하며 검을 허리춤에 걸었다.

16553248622112.jpg“대장님.”

필두가 화려한 홍의를 입은 만우를 불렀다. 만우는 고개를 돌려 필두를 쳐다봤다.

16553248607018.jpg“몸은?”

16553248622112.jpg“많이 좋아졌습니다.”

사흘이란 시간은 후딱 지나갔다. 오늘은 드디어 덴노, 일본국의 황제가 조선의 보빙사인 여의손을 불러 연회를 베푸는 날이었다. 그 자리에는 일본국의 모든 공가들이 참여하는데, 그 중에는 요시미츠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16553248607018.jpg“감령이랑 같이 몸조리나 잘해. 척사영. 그 애도 잘 돌봐주고.”

만우는 척사영을 일부러 지난 사흘 동안 피했다. 뭐 내상이야 그 때 잘 잡아줬기 때문에 굳이 볼 필요도 없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마주치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사람의 여인인데, 사내가 되어 그런 여인의 방심을 차버렸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16553248622112.jpg“헌데 정녕 저희끼리만 여기 남아 있어도 되겠습니까?”

16553248607018.jpg“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아서?”

16553248622112.jpg“……저희도 감찰 나리를 도와드리러 온 것인데, 폐만 끼치는 것 같아서.”

여포와 주창, 그리고 옥령과 조우한 척사영과 감령, 필두 그리고 호선의 상처는 불과 일주일 만에 쉬이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호선의 도술과 만우의 기공술로 폐인이 된다던가 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주일 만에 회복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16553248607018.jpg“쓸데없는 걱정한다. 너희는 아침에 수련하는 거나 조심히 해. 그러다 탈 난다.”

16553248622112.jpg“척 무사님에게나 그 말씀을 해주십쇼, 대장님.”

필두가 척사영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만우는 볼을 긁적였다. 여포에게 패한 이후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그때를 반추하면서 계속해서 곱씹고 있는 것은 척사영이 가장 심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필두나 감령은 호선의 도술로 인해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어 대련이라도 하지만, 척사영은 그 정도로 회복되지도 않았으면서 무리해서 움직였다.

16553248607018.jpg“임수미.”

16553248637371.jpg“예, 대협.”

만우와 함께 덴노의 어소로 가는 사람은 만우와 슌스케, 동군영, 그리고 문형일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따라나설 수 없었다. 그것은 임수미도 마찬가지였다.

16553248607018.jpg“하오문 애들. 따라왔지?”

16553248637371.jpg“…….”

16553248607018.jpg“속일 생각하지 말고. 명예호법인 내게도 숨길 생각이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만우의 말에 임수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만우는 도저히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었다. 알려주지 않아도 그 전에 다 미리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16553248637371.jpg“맞습니다.”

하오문주의 딸이자 촉망받는 하오문이 인재인 임수미가 만우를 따라갔는데 하오문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 없다. 게다가 하오문은 문도들의 특성상 그곳이 어느 곳이든 밑바닥 인생에 스며드는 것에 대단히 능숙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하오문도가 새로운 지역에 진출했다는 것도 거의 티가 나지 않았다. 언어? 왜상들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하오문도들이 없을 것 같은가?

16553248607018.jpg“잘됐네. 딱 필요할 때 왔어. 애들, 모두 동원해서 교토 시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시해. 그러다가…… 딱 내가 말해주는 순간 움직여.”

만우는 손가락을 까닥였다. 가까이 다가오라는 뜻이다. 임수미는 쭈볏거리다가 만우의 눈초리가 사나워지자 주춤거리면서 다가왔다. 소근소근 임수미는 만우의 입김이 귓가를 스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만우는 그런 임수미를 보면서 되물었다.

16553248607018.jpg“알았어?”

16553248637371.jpg“예. 예?”

만우의 입김에 놀랐던 임수미는 만우의 말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 그런 임수미를 보면서 혀를 쯧 하고 찬 만우는 다시 한번 더 임수미의 귓가에 입가를 가져다 댔다. 이번에는 놀라지 않고 제대로 들은 임수미의 눈이 커졌다.

16553248637371.jpg“그, 그런…….”

16553248607018.jpg“명심해. 만약 조금이라도 늦으면…… 너, 죽어. 내 손이 아니라 마교 놈들한테.”

만우가 씩 웃어 보이며 임수미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16553248607018.jpg“뭐야. 그 눈은?”

16553248652044.jpg“이번에는 또 저 여자야?”

16553248607018.jpg“……무슨 소리야.”

16553248652044.jpg“그럴 이야기가 있어. 흥.”

방매는 한 번 콧방귀를 껴준 후 만우를 쳐다봤다.

16553248652044.jpg“난 향이 잘 챙기면 되는 거지?”

16553248607018.jpg“그래. 말 안 해도 잘 아네.”

16553248652044.jpg“누굴 보모로 아는 것 같아서 그렇긴 하지만. 향이는 귀여우니까 내가 챙겨주는 거야.”

방매는 턱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 만우는 손을 들어 방매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때, 어디선가 강렬한 시선을 느낀 만우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봤다. 척사영이 서 있었다.

16553248652119.jpg“은공.”

16553248607018.jpg“어? 어…… 와, 왔어?”

저벅저벅 척사영은 알 수 없는 박력을 풍기며 만우에게 걸어왔다. 아직 내상을 완벽하게 치료하지 못한 그녀는 본래 실력의 4할 정도밖에 낼 수 없는 상태였지만, 기세만큼은 이전보다 더 강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16553248607018.jpg‘착각인가?’

만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척사영이 방매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척사영은 얼른 고개를 들어 만우를 쳐다봤다.

16553248652119.jpg“피하실 필요 없습니다, 은공. 그저 제 연심을,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고 싶었으니까요.”

16553248652044.jpg“…….”

16553248668706.jpg“??????”

16553248622112.jpg“!!!!!!!!”

담담한 척사영의 말에 방매를 제외한 모두가 경악에 빠졌다 설마하니 여인의 몸으로, 척사영이 그리 당당히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줄은 다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6553248652119.jpg“뭘 그리 놀라는 거지?”

척사영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감령과 필두가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16553248668706.jpg“커, 커험.”

16553248668724.jpg“만우. 자네 그게 사실인가? 척 무사의 고백을…….”

16553248607018.jpg“그만! 그마아아안!!”

동군영이 바짝 달라붙어 속사포처럼 말을 토해내자 만우는 사자후를 터뜨렸다. 콰르르르!!!!! 절정의 공력이 담긴 사자후가 사방을 휩쓸자 분위기가 한 번에 잡혔다. 동군영은 놀라 입을 뻐끔거리는 동군영의 뒤통수를 탁하고 쳤다.

16553248607018.jpg“동구녕. 제대로 준비 안 해? 놀러가는 거 아니다?”

16553248668724.jpg“동구녕이라니. 남사스럽게 부를 거면 차라리 부르지를…….”

16553248607018.jpg“가자고! 빨리!”

만우는 동군영의 허리를 쿡 하고 찔렀다. 아니, 쿡 하고 찌른 정도가 아니라 거의 파버릴 것처럼 찔렀다. 동군영이 으악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떠밀려 앞장섰다.

16553248668724.jpg“그렇게 세게 찌르면 어찌하는가! 내 허리에 구멍이 뚫리는 줄 알았어!”

동군영은 투덜거리면서 허리춤을 쓰다듬었다. 만우는 도끼눈을 뜨고 그런 동군영에게 속삭였다.

16553248607018.jpg“진짜 뚫어줘? 손가락으로?”

오싹. 만우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자 동군영은 헙하고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만우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거니와, 만우를 괜히 자극해 좋을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16553248607018.jpg“가자고.”

만우는 신경질을 내면서 동군영의 등을 떠밀었다. 동군영과 만우가 나가고, 슌스케와 문형일이 따라나가자 금각사 안에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16553248652044.jpg“들어가자 향아.”

16553248607029.jpg“언니?”

16553248652044.jpg“거기 척 무사님이랑 호선 언니도 들어가서 쉬세요. 그리고 수미 언니.”

16553248637371.jpg“으, 응?”

임수미는 어색한 얼굴로 방매를 돌아봤다. 방매는 어깨를 으쓱했다.

16553248652044.jpg“뭐해요. 만우가 부탁한 게 있을 텐데. 그걸 우리한테 말해줄 생각이 없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16553248637371.jpg“그, 그래. 알겠어. 어서…….”

16553248652044.jpg“향아. 너는 언니랑 같이 들어가서 밥이나 먹자.”

16553248607029.jpg“네 언니.”

감령과 필두는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한 방매를 보면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런 방매를 빤히 쳐다보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척사영도 그렇고, 지붕 위에 뛰어올라가 자리를 잡은 호선도 쳐다봤다.

16553248622112.jpg“……왜 뭔가 살벌한 것 같지?”

16553248668706.jpg“아니.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척 무사가 대장을 좋아한 거야?”

눈치가 빠른 필두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감령은 여전히 그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안하무인에 성격도 더럽고 강하기만 한 만우를 누가 좋아할까 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16553248668706.jpg“부럽다 대장.”

16553248622112.jpg“……너도 그러면 대장처럼 강해지던가.”

16553248668706.jpg“어쭈? 한 판?”

감령이 필두를 보면서 허리춤에 찬 도를 슬쩍 흔들었다. 필두는 그런 감령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16553248622112.jpg“적당히 하자고. 적당히. 아무래도…….”

필두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해가 쨍했지만, 필두는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48622112.jpg“스읍. 왜 이렇게 껄끄럽지?”

16553248668706.jpg“크흐흐. 네가 늙어서 이제 노파심이 생겼다는 증거다.”

감령의 이죽거림에 필두가 말없이 대부를 집어 들었다. 창!! 창창!!!! 그리고 잠시 뒤, 두 남자의 거친 고성과 기합소리가 금각사 주변에 가득 울려 퍼졌다. *****

16553248742275.jpg“고야. 요명.”

16553248742279.jpg“예, 지존!”

혈세천마는 푸르른 숲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옆에 선 곡왕 부고야와 마존 남요명을 불렀다. 이 둘은 혈세천마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이들로 혈세천마가 혈족보다 믿는 수하들이다.

16553248742275.jpg“진혼대와 천마대의 준비는?”

16553248606986.jpg“모두 끝마쳤습니다. 하명만 하시옵소서.”

마존이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혈세천마는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어소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16553248742275.jpg“마일이 홀로 저곳에 들어갔다.”

16553248606986.jpg“……군사께서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하고 싶으시다 하셔서 들어가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16553248742275.jpg“걱정이라…….”

혈세천마는 이마를 쓸어올렸다.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수더분한 인상의 혈세천마였지만, 그의 눈에는 광오한 투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16553248742275.jpg“그래. 걱정이 되는구나. 군사가 그곳에서 검주를 죽일까 봐.”

16553248606986.jpg“교주.”

입을 다물고 있던 곡왕 부고야가 입을 열었다. 혈세천마는 그런 부고야를 쳐다봤다.

16553248606986.jpg“정녕 이리하실 생각이십니까?”

16553248742275.jpg“이리하다니. 고야. 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로구나.”

곡왕 부고야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혈세천마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16553248742275.jpg“네가. 고야 네가 검주를 보지 못해서 그렇다. 그놈을 꺾기 위해서는…….”

혈세천마는 두 눈을 반개했다. 반개한 혈세천마의 두 눈 사이로 어소로 들어가는 연회 행렬이 보였다. 천황이 사신단을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려하기 그지없는 행렬이었다. 저곳 어딘가, 만우가 있을 것이다.

16553248742275.jpg“본좌는 본좌의 영혼이라고 팔 수 있으이. 왜 그런지 아는가?”

혈세천마는 만우가 십만대산에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가 찾아왔을 때, 혈세천마는 일부러 만우를 피했다. 비무행을 하고 다닌다는 동이족 고수인 만우가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였다.

16553248742275.jpg“검주 만우, 그 괴물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지. 천마인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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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확!! 혈세천만의 전신에서 마기가 폭발적으로 들끓었다. 부고야와 남요명이 뒤로 물러설 정도로 강렬한 기세였다. 부고야는 혈세천마의 가공할 만한 기세를 보면서도, 그의 눈에 일렁이고 있는 광오한 투기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긴장감과 공포. 혈세천마란 이름이 쌓아올린 수십 년의 그 공든 탑이, 이곳에서 무너지지 않을까 혈세천마는 걱정하고 있었다. 그것도 적을 앞에 두고.

16553248742275.jpg“천마의 이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 우리 신교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까.”

16553248606986.jpg“…….”

혈세천마는 그리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묵빛으로 번들거리는 혈세천마는 손에 천잠사와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수갑(手甲)을 차고 있었다. 혈세천마의 애병이자 신교의 보물인 흑갑(黑甲)이었다.

16553248742275.jpg“대계를 시작한다!!”

16553248742279.jpg“존! 명!!!!”

우르릉!!!! 천마대의 백 인. 진혼대의 오백 인이 모여서 외치는 소리에 공기가 찌르르 울렸다. 부고야는 그런 혈세천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뇌까렸다.

16553248606986.jpg‘손으로 하늘을 가리시고자 하는 것입니까. 교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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