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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감령과 필두(3) (226/400)

226. 감령과 필두(3)2021.02.27.

16553245664852.jpg“하하하. 복수는 네 손으로 직접 하겠다?”

16553245664857.jpg“예. 언젠가는, 제 평생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16553245664852.jpg“그냥 지금 하면 간단하지 않느냐?”

슌스케는 고개를 돌려 눈물 콧물을 다 빼놓고 있는 요시미츠를 내려다보았다. 평생을 쇼군으로 살면서 산 최고 권력자치고는 볼품 없는 몰골이었다.

16553245664857.jpg“지금 이 몰골을 보니, 저도 나중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대장님.”

16553245664852.jpg“할 수 있다……. 그래. 뭐, 사내라면 제 손으로 목수를 하고 싶을 수도 있지.”

만우는 피식 웃었다. 그러자 요시미츠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거대한 압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자신이 부리던 개에게 언성을 높였다가 호되게 당한 것이다. 까득 요시미츠를 압박한 것은 만우지만, 그는 슌스케에게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다시 드러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예전에 자신이 부리던 개라고 하나, 이제는 만우의 애완견이 되었음을 확실하게 인지했기 때문이다.

16553245664873.jpg‘복수? 오냐 좋다. 네 놈이 감히 내게…… 으득!’

요시미츠는 속으로 슌스케에게 칼을 갈면서 만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태정대신이라는 일본국 조정의 최고 관료임에도 그는 자신의 무릎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16553245664873.jpg‘오로치. 오로치는 살려야 돼.’

오로치는 요시미츠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패다. 저런 수준의 닌자를 다시 키워내려면 억만금이 들어가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16553245664873.jpg“제, 제 수하들을 살려주십시오 검주 대협!”

요시미츠는 만우에게 간청했다. 만우는 자신에게 제압당한 세 오로치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45664852.jpg“좋아. 대신 그냥은 어렵지.”

만우는 씩 웃어보였다. 요시미츠는 만우에게 완전히 심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제압을 당했다. 대적불가(對敵不可). 검주 만우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능사라는 것이 요시미츠의 머릿 속에 확연하게 각인이 된 것이다.

16553245664852.jpg“우리는 태정대신, 네 놈을 도와주러 온 것이니 고마워해야 할 것이야.”

16553245664873.jpg“도, 도움이라면…….”

16553245664852.jpg“덴노와 귀족들. 그리고…… 마교.”

만우가 눈을 번뜩였다. 그때 동군영이 나와 만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16553245694727.jpg“여기서부터는 내게 맡기시게. 실무자들끼리 할 이야기이니 말일세.”

16553245664852.jpg“그러면 그 때까지 이놈들은…….”

터덕!!! 만우가 오로치들의 마혈과 아혈을 짚었다. 그러자 오로치들이 몸이 뻣뻣해졌다. 이제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눈동자 밖에 없었다. 털썩, 털썩, 털썩 만우는 그나마 멀쩡한 바닥이 남아있는 곳으로 걸어가 오로치들을 짐짝처럼 내려놓은 후, 한 오로치의 등을 깔고 앉았다. 그런 만우의 옆으로 슌스케가 앉았다.

16553245664852.jpg“여기에 놔둘테니까. 거기서 이야기해.”

16553245694727.jpg“별문제 없을 겁니다. 태정대신 대감. 초면에 무례가 많았습니다.”

동군영인 씩 웃으면서 요시미츠를 따듯한 말로 달랬다. 하지만 요시미치는 동군영의 따뜻한 목소리에 안심하지 못했다. 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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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군영의 말을 듣는 내내,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만우의 얼굴 때문이었다.

16553245664852.jpg“해. 어서 하라니까 이야기들.”

부르르르 만우의 눈길에 요시미츠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오늘은 하루가 매우 길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여포는 가동과 사임만을 대동하고 배에서 내렸다. 만우나 동군영은 까맣게도 모르고 있었지만, 여포의 적토선은 처음부터 왜로 가는 관선들 속에 숨어 있었다. 조선과 왜의 관선들이 따로 움직였기 때문에, 여포는 뒤꽁무니를 따라오는 것보다 적토선을 조선의 상선 중 하나로 위장을 하여 따라온 것이다.

16553245664873.jpg“그놈들. 입조심 잘하겠쥬, 두목?”

사임이 불안한 표정으로 여포에게 말했다. 여포는 강건한 체격이 준수한 외모를 가진 미남자였기 때문에 길거리를 다니면 항상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6553245694765.jpg“잘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있다고.”

여포는 피식 웃었다. 물론 적토선을 상선으로 위장하는 것은 활빈당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여포는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왜에 무역을 다니는 상인 중 하나가 이번 사신단에 끼게 되었다는 소식을 입수한 여포는 그 상인이 사는 집으로 그냥 백두대낮에 쳐들어간 것이다. 많은 부하들도 다 필요 없었다. 여포 하나. 여포 하나만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된 것이다. 덕분에 그 상인은 울며 겨자먹기로 여포와 그의 부하들을 배에 태워야만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여포와 활빈당의 부하들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교토에 도달할 수 있었다.

16553245694765.jpg“재산이고 가족이고 모두 잃기 싫으면 우리 말을 따르겠지.”

16553245664873.jpg“암요. 그렇고말고요 대장. 으하하하.”

가동이 호탕하게 웃었다. 여포는 등에 봇짐을 메고 있었고, 가동과 사임도 커다란 보따리를 메고 있어 보부상처럼 보였기에 쉽게 통과가 됐다.

16553245664873.jpg“그런데 저희 셋으로 될까유, 대장님?”

사임은 매사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았다. 그 때문에 사임은 꼴랑 셋이서 교토에 들어온 것에 불안해했다. 그냥 간단히 놀러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6553245664873.jpg“사임이 이 놈! 잘되라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재를 뿌리는구나 재를!”

16553245664873.jpg“아이구. 가동 성님. 누가 그렇대유. 그냥 불안해서 그렇쥬.”

반면 가동은 성급하기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뜨거운 물처럼 급했다. 지금도 당장 사임의 입을 주먹으로 한 대 칠것 같은 기세에 사임이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질을 쳤다.

16553245664873.jpg“오사카에서 이곳으로 들어올 삼을 훔치면 되는 일이 아니더냐. 그만큼 간단한 일이 어디 있다고.”

16553245664873.jpg“그렇긴 한대유…….”

16553245664873.jpg“두목의 무공을 믿지 못 하는 것이냐 너는?”

16553245664873.jpg“아니에유. 그런 말이 아니랑께유.”

가동이 다시 버럭하자 사임이 어깨를 움츠렸다. 여포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16553245694765.jpg“호송단을 습격해서 물건을 빼내는 일은 내가 혼자 하면 된다. 너희들은 내가 시간을 끄는 사이에 그 물건을 가지고 적토선으로 돌아가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동군영은 여포의 힘을 빌리는 대가로 개성 삼을 모두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을 다시 얼마 값을 매겨 되팔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16553245694765.jpg‘그 정도의 강자가 무슨 일을 하길래 내 도움이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한 번 만우와 간단하게 손을 섞어본 여포다. 그는 만우가 결코 자신의 아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아주 간단한 공수교환이었다고는 하나 만우의 실력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스승인 세공도인에게 전수받은 무예는 절대로 약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자신이 누군가에게 패배를 한다면, 천 년이나 살았던 신선인 세공도인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일이다.

16553245694765.jpg‘그러니 나는 질 수 없다.’

여포는 봇짐 안에 분리를 해서 넣은 방천화극이 무겁게 느껴졌다. 방천화극을 들고 다녔다가는 너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방천화극은 분해 조립이 가능했다.

16553245694765.jpg“삼을 호송하는 날에 맞춰서 연락을 취하겠다고 했으니 짐을 풀 주막을…….”

그렇게 말하는 순간, 여포의 시선이 한 곳으로 돌아갔다. 그런 여포의 눈에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늘거리는 어두운 남색으로 된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잔뜩 수심이 어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 줄기 처연한 수선화와도 같았다.

16553245664873.jpg“두목. 두목?”

여포는 자신의 봇짐을 풀어 가동에게 넘겼다. 가동이 당황한 얼굴로 여포를 불렀지만 여포는 뭐에 홀린 것처럼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동과 사임에게 말했다.

16553245694765.jpg“먼저 가서 자리를 잡거라.”

16553245664873.jpg“두목. 두목은요? 두목님!!”

여포가 그렇게 말을 남겨버리고 휘적거리며 걸어가 버리자 가동이 발을 동동 굴렀다. 왠지 따라갈 수가 없어 멈칫거리는 가동의 소맷자락을 사임이 붙잡았다.

16553245664873.jpg“성님.”

16553245664873.jpg“뭐!!!”

16553245664873.jpg“진정하셔유.”

16553245664873.jpg“두목이 그냥 가시는데 진정을 어떻게 안 해!”

가동은 버럭 사임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소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는 손가락으로 여포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16553245664873.jpg“여포가 초선을 만난 것 같은데유, 제 눈에는?”

16553245664873.jpg“……초선? 무슨 개소리야 그게?”

16553245664873.jpg“그런 게 있어유. 히히.”

사임이 여포와 여포가 바라보는 여인을 보면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

16553245664873.jpg“혹시, 이런 사내를 보지 못 하였습니까?”

옥령은 머리가 비상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녀가 혈성을 타고 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나찰사화라 불리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평범한 마가(魔家)의 규수로 현모양처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간단한 왜어로 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왜어를 금방 익혔다.

16553245664873.jpg“본 적이 없습니다.”

옥령의 말에 저자의 상인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딱 봐도 옥령에게서는 기품이 느껴지는 것이, 보통 양가의 규수가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16553245664873.jpg“하아.”

하지만 옥령은 깊은 수심에 빠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만우 일행이 도착했다는 것을 교주에게 알린다며 홀로 떠난 주창이 어젯밤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주와 천마대, 진혼대가 검주를 잡기 위한 함정을 파놓은 그 숲속에서 거대한 폭음이 밤중에 갑자기 울려퍼졌다는 소문을 접한 옥령은 참지 못하고 저잣거리로 나왔다. 혹시나 대주인 주창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싶어 걱정이 되어 나온 것이다.

16553245664873.jpg“어디 계신 겁니까, 대주님.”

폭음이 있었다는 것은 주창이 들켰건, 아니면 일부러 모습을 드러냈건 간에 충돌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폭혈도와 마정, 일산은 모두 교주의 동태를 살핀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냥 멍하니 안가에 있느니 직접 발품이라도 파는 것이 낫겠다 싶어 나온 옥령이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16553245664873.jpg‘안가로 돌아오지 못할 일이 있으셨다는 건데.’

주창이 복귀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창에게 어느 쪽으로든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옥령은 주창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16553245694765.jpg“저기, 아씨.”

그런데 그때, 옥령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자신의 귀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옥령은 하마터면 일장을 날릴 뻔했을 정도로 놀랐다. 검주가 있고, 교주가 있는 이곳은 적지나 다름없는데다가 주창의 실종으로 옥령이 잔뜩 예민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16553245694765.jpg“아,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닌데.”

옥령에 말을 건 남자는 옥령보다 머리가 거의 하나는 더 컸고, 강건하고 다부진 체격에 잘생긴 외모를 가진 미남자였다. 옥령은 경계심 어린 눈으로 남자, 여포를 쳐다봤다.

16553245664873.jpg“누구시죠?”

16553245694765.jpg“죄송합니다. 그렇게 놀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옥령 자신이 수심에 빠져있어 방심했다고 해도 자신의 이목을 감쪽같이 속이고 자신의 뒤까지 다가온 남자다. 하지만 옥령은 남자를 아래위로 훑어도, 제법 단련한 흔적이 보이기는 했지만 무인이란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16553245664873.jpg‘너무 대주님의 생각에 집중을 했나?’

그 때문에 옥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포에게서는 아무리 봐도 무공을 익힌 흔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옥령을 속일 정도라면 최소한 초절정 고수인데, 그런 것 치고는 여포의 태양혈은 밋밋했다. 화경의 고수라면 또 모르지만, 이런 길거에서 저런 젊은 남자가 화경의 고수일 것이라고는 옥령은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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