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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일본국에 가다(3) (218/400)

218. 일본국에 가다(3)2021.01.30.

16553243848538.jpg“저자. 삼한제일검이라는. 저자에게 굴복을 한 건가?”

슌스케가 고개를 돌려 타케노를 쳐다봤다. 그는 야망으로 인해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16553243848544.png“왜. 이상한가?”

16553243848538.jpg“아니. 이제 너를 본토에서 못 보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 내 손으로 죽였어야 하는건데.”

일월조와 신선조, 신센구미는 앙숙이다. 타케노가 으르렁거렸지만 슌스케는 피식 비웃었다.

16553243848544.png“네놈이야 말로 조심해. 본토에 도착했을 때, 네놈의 신센구미들이 내 눈에 띄는 일이 없어야 할 거야.”

16553243848538.jpg“……개자식.”

슌스케는 끝까지 비웃고는 사라졌다. 타케노는 그런 슌스케가 나간 문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16553243848538.jpg“다이묘…… 다이묘라. 내가?”

큭- 하면서 작게 웃은 타케노가 푸른 수평선 너머를 응시했다. ***** 두 달.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철썩이는 파도를 맞으며 보낸 시간이다.

16553243848567.png“그렇지! 잘 했어 향이!”

16553243848572.png“헤헷.”

갑판 위에서 향이가 휘두른 이룡검을 피해내면서 필두가 칭찬하자 향이가 환하게 웃어보였다.

16553243848576.png“이번엔 내가 해줄게 향아!”

16553243848567.png“무슨 소리야. 아직 안 끝났다고.”

16553243848576.png“이 미꾸라지가!”

16553243848567.png“바다 위에서 한번 당해보고 싶은 거지 땅강아지.”

감령이 튀어나오자 필두와 감령이 금세 으르렁거렸다. 그런 김향에게 문형일이 슬그머니 다가갔다.

16553243878063.png“향아. 이번엔 내가…….”

16553243848567.png“무슨 짓이야!”

16553243848576.png“괴검!!!!”

필두와 감령이 버럭했다. 그러자 문형일이 움찔했다. 슌스케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만우가 시킨 느리게 베기와 찌르기를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연습했다.

16553243878076.jpg“으하아암.”

호선은 물이 싫다면서 선실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임수미 역시 선실에서 기천의 기초를 수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6553243848572.png“아이! 아저씨들! 그만 좀 싸워요!”

16553243878085.png“맞아. 애들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

그사이 김향은 배 안에서 가장 인기인이 되었다. 싸울어미의 투술과 내공과는 다른 자연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인 김향은 오랜 항해에도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푸른 바다 위에 나오니 자연의 기운이 충만해졌다며 수련을 하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이다. 그렇게 김향이 지치지 않고 늘 깔깔 웃으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심심한 초절정 고수들은 김향에게 하나라도 더 자신의 절기를 가르쳐 주기 위해 애를 썼다.

16553243848538.jpg“%[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그때, 왜의 수군이 슌스케에게 다가와 뭐라고 왜어로 말했다. 그러자 슌스케가 고개를 휙 돌려서는 감령에게 말했다.

16553243848544.png“대장님은?”

16553243848576.png“저기, 위에 계시잖아.”

감령이 슌스케의 말에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러자 슌스케가 감령에게 말했다.

16553243848544.png“육지가 보인다고 하는군. 몇 시진 내로 도착할 모양이야. 그러니까 준비하라던데.”

16553243848576.png“진짜??”

감령을 비롯한 모두의 눈이 커졌다. 다들 일반인의 신체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평생을 땅 위에서만 살아왔던 이들이다. 필두를 제외하고서는 배 위에서의 생활이 편할 리 없었던 것이다.

16553243848576.png“으아! 드디어 내릴 수 있다! 내릴 수 있다고오오!!”

대판, 즉 왜인들이 오사카라 부르는 곳까지 들어오면서 기항지에 전혀 들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마도를 거쳐 일본국의 본토로 가는 해양 관문인 하완(下關:시모노세키)에 두 번 정박해 필요한 물자를 실었다.

16553243878063.png“말보다 배가 더 빠른 나라라니. 이상한 나라야.”

문형일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혀를 찼다. 육로보다 해로가 월등하게 빨라 결국 시모노세키에 들리고도 그곳에서 다시 배로 이동한 일행들이었다. 어쨌건 다들 육지에 드디어 도착한다는 것에 반색하는 눈치였다. 슌스케는 그런 일행들을 뒤로 하고는 돛대를 박차며 위로 날아올랐다.

16553243848544.png“대장님.”

16553243905924.png“으음…….”

돛대 위에는 사람이 있을만한 곳이 되지 못했다. 폭이 매우 좁고, 돛을 달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발을 붙이고 있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슌스케 정도 되면 그 좁은 끝에 발을 딛고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만우처럼 있을 수는 없었다.

16553243905924.png“도착했다고?”

16553243848544.png“예.”

만우는 돛대 위에 누워 있었다. 배가 조금만 흔들려도 떨어질 정도로 좁은 돛대 위가 만우의 전용석이었다.

16553243905939.png

16553243905924.png“흐아암. 두 달만인가?”

16553243848544.png“예, 그렇습니다.”

16553243905924.png“길고 긴 여정이야. 질리게도 길어.”

16553243848544.png“항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슌스케의 말에 만우가 피식 웃었다. 이곳, 일본국에서는 슌스케의 도움이 필수였다. 일행 중 왜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16553243905924.png“저 앞에 보이는 건가 보지?”

16553243848544.png“여기서…… 보이십니까?”

수군들이야 주변 지리에 밝고 물길에 밝기 때문에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왜의 내해(內海)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어 육지가 아예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16553243905924.png“대충?”

슌스케는 육안으로 확인되지도 않는 거리의 육지가 보인다는 만우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슌스케의 눈에도 수평선만 보일뿐, 육지가 뽀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16553243905924.png“이제 짠내에서 좀 벗어날 수 있겠네. 도착하면 씻고 싶다.”

16553243848544.png“오사카에 도착하면 근방에 좋은 온천이 있으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6553243905924.png“오, 온천?”

만우가 반색했다. 온천은 중원이나 조선에서는 귀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조선 같은 경우에는 온천이 나는 곳에 지체 높은 양반이나 왕실에서 미리 점 찍어 놓은 경우가 많았고, 한양 근처에는 있지도 않았다.

16553243848544.png“본토에는 온천이 많습니다. 그러니 온천을 좋아하시면…….”

16553243905924.png“좋지. 목욕.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거. 물이 식어도 안 갈아도 되고.”

만우는 고개를 흔쾌히 끄덕였다. 목욕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련을 하다보면 흙먼지를 뒤집어 쓰거나 땀을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던 예전에는 가끔식 물을 길어다가 그걸 끓여서 몸을 씻는 것이 행사일 정도였다. 그런데 뜨거운 물이 데우지도 않아도 땅에서 솟아올라 그걸로 목욕을 할 수 있다? 바닷바람을 두 달 동안 맞아 온몸에 비린내가 밴 것 같은 만우가 온천을 거부할 리 없다.

16553243848544.png“그런데 말입니다.”

16553243905924.png“응?”

만우가 고개를 돌려 슌스케를 쳐다봤다. 그가 무언가를 우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16553243905924.png“말해.”

16553243848544.png“정녕 타케노, 그 작자에게 삼을 넘기실 생각이신지....”

타케노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하긴, 슌스케에게 대충 말을 들어보니 둘은 서로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존재들 같았다. 특히 슌스케가 이끄는 일월조를, 슌스케가 본토를 비운 사이에 거의 궤멸시켜 버린 것이 타케노의 신선조라는 것까지 들은 만우다.

16553243905924.png“왜. 배 불려 주는것 같아서?”

16553243848544.png“아무래도…….”

슌스케가 유일하게 언어가 통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만우는 늘 우즈히코와 타케노와 만나는 자리에 슌스케를 대동했다. 그 때문에 슌스케도 만우와 동군영이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16553243905924.png“걱정 마. 그놈들 손에 그 삼이 들어갈 일은 없으니까.”

16553243848544.png“…….”

만우가 그렇게 말했지만 영문을 모르는 슌스케는 고개를 갸웃했다. 만우와 동군영은 활빈당과 맺은 밀약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활빈당의 역할은 딱 만우가 개성 삼을 왜상들에게 넘기면, 그것을 낚아채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대신 동군영은 마교를 치는데 있어 여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16553243905924.png‘한다고 할 줄은 몰랐지만.’

아마 활빈당의 두목인 여포가 동군영의 제안대로 따르겠다고 한 것은 충동적인 것에 가까운 듯 했다. 그가 누구에게 사사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만우에게 밀렸다는 것에 강한 호승심을 느껴 덥썩 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여포를 밀어붙일 정도의 강자인 만우가 이쪽에 있는데, 동군영이 그것으로도 부족한 듯 보였으니 투지가 일어난 셈일 것이다.

16553243905924.png“어쨌든 내려가서 준비해. 내리자마자 왜상들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놈들이 어떤 놈인지, 네가 알려줘야 하잖아.”

16553243848544.png“예, 대장님. 저만 믿으십시오.”

만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지난 두 달 동안 흔들리는 배 위에서 만우가 가르친 기초적인 무리(武理)를 독하게 수련한 슌스케다. 그는 이제 완연히 한 팔을 잃기 전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실력을 지니게 됐다. 검술의 깊이가 만우가 가르쳐 준 무리와 상승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그걸로 인해 만우를 의심하지 않게 된 슌스케다.

16553243905924.png“끄으으!”

만우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기지개를 쭉하고 켰다. 안 그래도 이제 슬슬 지겨워지던 참이다. 그나마 방매를 비롯하여 같이 놀아줄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만우는 절대로 배를 타고 오사카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16553243905924.png“올 때는 육로로도 한번 와봐야 겠어.”

마교가 함정을 파놓은 곳으로 제 발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지만, 만우는 자신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은 검주다. 과거에나 이름을 날렸던 일패 따위가 파놓은 함정에 맥없이 당할 생각은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같잖은 수작이 자신에게 상해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았다. 화경 때라면 모르지만, 그다음 단계에 한 발을 들여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충만한 것도 있었다.

16553243905924.png“중원이 소란스러워지겠네. 마교의 전력 중 사 할이 그냥 증발해 버리면 말이야.”

마교가 있을 무로막치 막부의 중심, 경동(교토)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만우의 두 눈가에 살기가 약하게 서렸다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벌써부터 살기를 품으면서 그들에 대한 칼을 갈 정도로 예민하지 않은 만우다.

16553243905924.png“흣차.”

휘리릭!!! 만우의 검은 무복이 바닷바람에 나부꼈다. 만우는 아래에서 신이룡검을 품에 꼭 안은 김향과 그 옆에 주저앉은 방매 옆에 가볍게 착지하고서는 허리를 곧추세웠다.

16553243905924.png“내려서 저자나 구경할래? 맛있는 것도 좀 먹고. 말린 육포나 건량은 지긋지긋하잖아.”

16553243878085.png“좋아!!!”

16553243848572.png“좋아요!!!”

방매와 김향이 밝은 얼굴로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

16553243905924.png“다르네.”

16553243878085.png“많이 달라.”

16553243848572.png“음…….”

만우는 한양보다 일단 건물들의 높이가 높다는 것에 익숙함을 느꼈다. 꼭 명나라의 수도인 연경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1층이 아니라 2층 건물들이 제법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한양과 약간만 다르게 느껴질 뿐,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방매와 김향에게는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16553243878085.png“머리가 징그러.”

16553243848572.png“……옷도 이상해요.”

복식 자체가 사뭇 달라 적응하지 못 하는 방매와 김향을 보며 만우가 피식 웃었다. 머리의 절반을 빡빡 깎아놓고, 의복이 조선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신을 신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았고, 허리춤에 긴 왜도를 찬 채 나막신을 신고 걸어다니는 사무라이들도 보였다.

16553244029073.jpg“대장.”

16553244029073.jpg“대장님.”

선창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만우는 기다리고 있던 동군영과 나머지 일행이 우르르 내리자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43905924.png“보빙사는?”

16553244029088.png“배멀미가 심해 이틀은 쉬어야 할 것 같더군. 만우, 자네도 봤어야 했어.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 비쩍 골았거든.”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보빙사가 사신단의 최고 책임자였다. 물론 동군영에게 제대로 약점이 잡혀 실권은 동군영의 손에 있었지만 말이다.

16553244029088.png“일주일은 놀겠다는 거, 이틀로 줄인 거야.”

16553243905924.png“그럼 그사이에 왜상들을 만나고 다니면 되는 건가?”

16553244029088.png“그렇지.”

동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령과 필두가 개성 삼이 든 상자를 나란히 들고 있었다.

16553243905924.png“그 변태랑 칼잡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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