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동군영의 용기(4)2020.12.01.
콰앙!!!! 만우는 성성이의 공격을 읽어내고는 주먹으로 성성이의 팔 안쪽을 후려쳤다. 그런데 그 순간 성성이의 팔이 채찍처럼 휘면서 만우의 사각으로 성성이가 휘두른 팔이 허공을 훑었다. 사악!!! 그 순간 철판교의 수법으로 몸을 눕힌 만우의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성성이의 휜 팔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몸이 땅과 수평이 되도록 누운 만우가 한 쪽 발을 들어 올렸다가 세차게 땅을 밟았다. 콰악!!! 우끼익!!!! 만우의 발아래 성성이의 꼬리가 밟혔다. 성성이의 무기는 두 팔과 다리만이 아니었다. 놈의 꼬리는 웬만한 검 저리가라할 정도로 날카롭고 매서웠다. 크와앙!!! 쩡!! 쾅!!!!! 하지만 그 순간 만우는 철판교로 누운 채로 검을 들어올렸다. 어느새 귀신 같이 합공을 해온 삼두호의 앞발이 만우의 검을 후려쳤다. 만우가 몸을 반쯤 눕힌 상태였기 때문에 만우가 땅에 그대로 처박혔다. 하지만 호신강기 때문에 멀쩡한 만우의 위로 삼두호가 앞발로 만우를 무게로 찍어 누르며 입을 쩍 벌렸다. 화르륵!!!! 그러자 삼두호의 입에서 청색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불과 눈 한 번 깜박일 시간에 주변의 대기를 후끈하게 달굴 정도로 강렬한 불꽃이었다. 크와아앙!!! 하지만 삼두호가 견디지 못하고 훌쩍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스각!!!!! 삼두호의 청색 불꽃을 뚫고 하얀 검신이 솟아올라 삼두호의 불꽃을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크와앙!!!! 하얀 검신은 청색 불꽃뿐 아니라 삼두호의 가슴을 갈랐다. 삼두호가 한 번 거세게 포효를 내지르자 갈라진 삼두호의 가슴이 다시 아물었다.
“야, 이 빌어먹을 짐승 놈들아!!”
파앙!!!! 하지만 만우의 이룡검은 삼두호를 뒤쫓지 않았다. 청색 불꽃이 피식하고 꺼지더니 그 안에서 공력을 휘감은 만우가 두 눈을 부릅뜨고 뛰쳐나와 성성이에게로 쇄도해 들었다. 만우의 머리카락이 오그라들어 있는 것을 보니 삼두호의 공격에 만우도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우끽!!!! 성성이가 놀라 뒤로 훌쩍 뛰었다. 만우의 순간적인 쇄도 속도가 성성이가 놀랄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속이 붙은 만우가 더 빨랐다.
“기선.”
스걱!!! 만우의 검이 쭉하고 길어지더니 검기와 함께 이룡검이 성성이를 갈랐다. 성성이의 몸뚱이가 반으로 뚝하고 잘리면서 떨어짐과 동시에 만우가 이룡검으로 허공에 막을 형성했다. 기면. 주변에 가득 들어찬 기천을 끌어올려 검막을 형성하자 그 위로 흑미호와 삼각독사의 불꽃과 독액이 부딪쳐서는 흘러내렸다.
“쳇. 고작 한 놈이라고?”
만우는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한 악수들의 반응에 쯧하고 혀를 찼다. 그런데 그 때 만우의 눈이 커졌다. 우끽!!!! 콰앙!!!!
“억?”
주르륵!! 몸이 반으로 잘려 죽은 줄 알았던 성성이가 튀어오르더니 만우의 검막을 주먹으로 후려친 것이다. 그 충격에 만우의 몸이 뒤로 쭉하고 밀려났다. 화아악!! 둥실! 뒤로 쭉 밀려나는 만우의 몸을 어디선가 불어온 음산한 바람이 휘감았다. 동시에 만우가 무엇을 할 새도 없이 만우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뒤로 물러났던 삼두호가 쇄도해 만우를 앞발로 후려쳤다. 꽈앙!!!!!! 콰르르르!!! 삼두호의 앞발에 얻어맞은 만우의 신형이 동굴의 벽을 부수면서 틀어박혔다.
“끌끌끌. 그게 다인 모양이구나.”
혈사는 그런 만우를 보면서 끌끌거리며 웃었다. 방금 삼두호가 휘두른 앞발은 화경의 고수라도 전신을 으스러뜨릴 정도의 강력한 악기가 담겨져 있었다. 악기와 선기는 무림인의 공력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정순한 기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기를 막기 위해서는 공력이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삼두호는 혈사가 찾을 수 있는 영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살았고 강력한 영물이었다. 등선을 코 앞에 둔 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삼두호의 악기가 담긴 발에 얻어맞았으니 만우가 멀쩡할 리 없다고 혈사는 확신했다.
“아래는 고전하는구나. 흑미호야. 가서 도와주거라.”
키이익!! 혈사는 흑미호에게 말헀다. 호선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산록이 미세하게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흑미호가 자리를 빠져나가자 혈사는 만우가 처박힌 곳을 향해 말했다.
“그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어서 나오거라. 마무리는 지어야지.”
후두둑!!! 그와 동시에 후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혔던 만우가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그 때, 혈사의 눈이 커졌다. 오싹 온 몸에 닭살이 돋아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혈사의 두 눈이 커졌다. 서걱, 서거거거걱!!!!!
“아, 아니!”
만우를 날려 보냈던 삼두호는 물론, 몸이 절반으로 잘렸다가 마흑술에 의해 다시 재생된 성성이와 흑학, 삼각독사가 수십 조각으로 잘려나간 것이다.
“아아. 그래. 이거지.”
어둠 속에 잠겼던 동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만우는 눈을 감고는 희열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만우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만우의 행색은 벽에 처박힌 것 치고는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좀 몸이 풀리네. 풀려.”
만우가 씩 웃으면서 이룡검을 어깨에 걸쳤다. 혈사는 놀란 얼굴로 마흑술을 운용했지만 삼두호를 비롯한 다른 악수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꾸어어엉-!!!!]
만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한 불가사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신수 주작이 하도 강조를 하기에 긴장을 했는데, 주작도 결국 만우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느껴지는 강함과, 실제로 싸워봤을 때의 강함은 차이가 난다. 그런 점에서, 신수 주작이 만우를 느껴지는 대로만 판단한 것 자체가 큰 오판이었다. 화르륵!!! 주작의 정화는 만우가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모든 삿된 것을 불사른다는 불가사리가 알아서 만우의 몸에서 뽑아내 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룡검에 베인 악수들은 마흑술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더 센 놈은 없어?”
만우는 오랜만에 제대로 휘둘러본 이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혈사를 보건데 당황하기는 했어도 아직 모든 것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만우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혈사를 도발하자 혈사의 얼굴이 굳었다.
“이 노옴! 감히, 감히 내 악수들을!!!!”
푸화악!!!! 혈사의 전신에서 시꺼먼 기운이 뭉클거리며 치솟았다. 마기보다 더 짙은 악기였다. 만우는 악기가 강해지자 조각이 난 악수의 시신에 붙었던 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역시, 그게 끝이 아니었다.
“더. 더 강한 놈을 내놓아라. 그러면…….”
촤앙!!!
[괴물 같은 놈 같으니라고.]
소서노는 검을 털어내는 만우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불가사리를 상대할 때는 그토록 고전하던 만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가사리는 성수인 반면, 만우는 악수들에게는 완전 상극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악수들은 모두 이지를 상실하고 본능에 취한, 그냥 오래 산 강한 짐승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네 마리나 되는 악수들을, 악수들이 느끼지도 못하게 베어버릴 줄이야.
[그 순간에 다 베었어.]
성성이의 공격에 뒤로 밀려날 때 이룡검은 성성이를 베었다. 소서노가 이룡검에 깃들어있었기 때문에 소서노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뒤로 날아가면서 흑학과 삼각독사를 베었다. 그리고는 삼두호에게 맞는 순간, 검막으로 공격을 막아내고 삼두호를 수십 등분 내버렸다. 그 전까지는 몸풀기였던 것이다.
“얌전히는 죽게 해주마. 아, 불사마공이라 안 죽나?”
만우는 피식 웃었다. 그런 만우의 전신에서 투기와 공력이 뒤섞여 동굴 안을 찌르르하고 울렸다.
“건방진 놈!”
그 때 혈사의 눈이 커졌다. 동시에 만우의 입가가 말려 올라갔다. 쿠르릉거리면서 동굴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우가 대소를 터뜨렸다.
“더한 놈이 있었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다!”
만우가 웃으면서 이룡검을 흔들었다. 그 순간 혈사의 얼굴이 절반으로 갈렸다. 하지만 혈사는 쓰러지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으면서 시뻘건 눈을 빛냈다.
“역시. 죽지 않는구나.”
만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혈사는 잘려나간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자 다시 얼굴이 붙었다. 혈사는 만우를 보면서 이를 으득하고 갈았다.
“노옴…….”
그렇게 분노를 터뜨렸지만 혈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만우의 검을 느끼지도, 보지도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만우는 화경이었다. 혈사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혈사는 이를 악물었다.
‘화경 정도로는 이 몸을 해칠 수 없다. 절대로.’
불사마공을 대성한 혈사를 죽이기 위한 방법은 딱 두 가지뿐이었다. 영혼을 베어버리는 심검(心劍). 아니면 불사마공의 근원을 깨뜨려버리는 것. 하지만 불사마공의 근원을 깨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혈사조차도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우는 화경에 불과하니 심검을 쓸 수 없다.
‘놈은 날 죽이지 못해!’
혈사는 자신에게 생긴 공포를 무시하고서는 지배령을 흔들었다. 그러자 동굴 바닥이 흔들리더니 하늘을 가로막고 있던 동굴의 위가 통째로 날아갔다. 휘오오오오-!!! 분명 그 위에는 산봉우리가 있었는데, 그 산봉우리가 사라졌다. 만우는 그 산봉우리가 그냥 산봉우리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 산봉우리, 그 산봉우리 위에 똬리를 틀고 있던 것이 산이 아니라 혈사의 지배를 받는 악수였던 것이다.
“아룡(亞龍), 이무기!”
만우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놈은 전설 속 용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용은 아니었다. 거기에 낯이 익은 악수였다. 구름골의 이무기. 이룡검의 손잡이 된 비늘을 기꺼이 내어준 구름골의 이무기가 혈사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쯧. 불쌍한 놈.”
만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쩌다가 혈사의 손에 떨어졌는지, 놈이 들인 수백 년의 공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혈사는 그런 만우를 보면서 마흑술을 일으켰다.
“강화의 술이다!”
화아아악!!!! 혈사의 전신에서 마흑술이 노도처럼 일어났다. 동시에 조각이 난 악수들의 시신이 검은 연기로 변해 이무기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만우는 크게 치솟는 이무기의 악기를 느꼈다. 크와아앙-!!! 그 때 당황한 호선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만우는 아래를 내려다보니 피투성이가 된 호선이 흑미호와 산록에게 밀리고 있었다. 강화의 술이 한 번 더 들어가면서 호선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백호 상태인 호선은 그간 만우의 도움으로 인해 처음에 비해 배는 넘게 강해졌다. 그런데도 밀릴 정도라면, 이무기가 혈사의 손에 들어간 것도 무리는 아니다. 촤악!!! 산록의 뿔이 스치고 지나간 호선의 가슴팍이 쩍하고 갈라지더니 핏물이 튀었다. 그녀의 등에 올라탄 동군영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군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휩쓸려 죽지 않으면 다행이다. 만우는 혀를 쯧하고 찼다.
‘시간이 없다.’
카가가각!!!!! 만우의 기선과 기극이 처음으로 허공에서 막혔다. 삼두호와 성성이, 흑학과 삼각독사까지 총 네 마리 분의 악수를 흡수한 이무기의 비늘은 불길한 기운을 흘리며 만우의 검을 막아냈다. 콰아앙!!!! 이무기 주변으로 뇌성벽력이 치더니 만우가 피한 자리로 어른의 팔뚝만한 굵기의 뇌전이 떨어져내렸다. 후아아아앙!!!!! 동시에 악기를 가득 품은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자 만우의 신형이 흔들렸다.